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5)
제155화
155화 –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1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1학년이 2학년에게 대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작 한 학년.
어쩌면 1년도 채우지 못할 나이 차이.
지나고 보면 어린애들끼리의 투닥거림이었을 텐데, 당시엔 정말 무서웠다.
여기, 미토스 아카데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지, 마누스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덜하진 않았다.
아무 능력도 없는 지구가 아닌, 이곳은 마나와 이능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였으니까.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 경기 준비해라.”
체스트힙 조교가 말리지 않았다면 도리어 이쪽이 주먹을 내뻗었을 거다.
마누스의 도발은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그는 폭군.
선배고 후배고 가리지 않는 망나니였다.
체스트힙 조교는 남몰래 한숨을 삼켰다.
일부러 시간까지 끌었건만, 멍청한 것들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다.
어휴-.
그는 결계와 안전장치를 확인한 후, 휘슬을 들었다.
‘멍청이들이 괜히 화만 돋웠군. 그나저나…….’
해일과 같은 마나가 느껴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마누스의 실력은 진짜라는 걸.
어떠한 약물이나 금지된 술식 없이, 오로지 재능과 노력으로만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걸.
어째서인지, 불안한 마음이 솔솔 피어났다.
저 푸른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모든 것이 들춰지는 기분이라, 몹시 불쾌했다.
이 감정은 아마도 진득한 불안감에서부터 기인하는 거겠지.
“경기 시작-!”
삐이이이익-!
휘슬이 울렸다.
불안감을 떨쳐 내듯, 강하게 울린 휘슬이 경기 시작을 알렸다.
연달아 펼쳐지는 세 번의 경기.
여기서 평가를 잘 받으면 등급도 오른다고 하지?
체스트힙은 팔짱을 끼고 경기를 바라봤다.
그래, 불법 약물 의혹이 있는데 대놓고 날뛰겠어?
그건 오히려 불신과 의심만 사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엔, 단순한 행동이 따르는 법.
그는 마누스를 너무 몰랐다.
“어어어-?! 이런 미친-?!”
마누스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엘레나와 아이든이 말릴 새도 없이 돌진한 마누스.
오히려 놀란 것은 상대방이었다.
마법사가 앞으로 뛰어나와?
그것도 캐스팅 하나 없이?
당황도 잠시, 이를 갈고 있었던 독수리반 학생이 검을 들었다.
“단단히 미쳤구나?”
검을 내질러, 오는 힘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검사는 언제나 마주 오는 상대를 요격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수의 가르침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검을 내질렀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단단하게 잡고, 발을 강하게 디뎌 중심을 잡았다.
허리와 어깨를 이용해 강하게 내지르면, 완벽한 자세가 완성되지.
마나까지 더했으니, 다가오는 상대방은 영문도 모르고 즉사할 것이다.
“흐아압-!”
그 상대는 마누스!
저 건방진 녀석을 단번에 리타이어시킬 정도로 강력한 마나를 때려 박았다.
동작을 완성했을 때, 그가 본 것은 푸른 귀화가 타오르는 눈동자.
자신의 검을 피하고 섬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누스의 눈동자였다.
콰앙-!
순간, 시야가 거멓게 변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눈앞에 형형색색의 환상이 펼쳐졌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려! ……차려!”
무슨-.
그러고 보니, 나 분명-.
“으헛?!”
“괜찮냐? 전사가 돼서는 왜 한 방에 기절하고 그래?”
“기절…… 제가 기절했나요?”
숨이 차 수면 위로 올라온 것처럼 급격하게 떠오른 의식.
정신 차리고 보니, 자신은 경기장 밖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전사라는 놈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다니, 저길 봐라.”
콰아아앙-!
폭음이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자신의 조원들이 있었다.
주먹을 내지름과 동시에 방어 마법을 펼치는 마누스.
마법을 상쇄하고 더블 캐스팅으로 반격.
거기다 뛰어난 마투술로 수호자의 방패를 때리고 있었다.
저게, 일반적인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괴물.”
“대단한 건 알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하게 뇌까리는 조교의 말이 독수리반 학생의 귓가를 스쳤다.
심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확실히 감명받은 모양.
한 방에 기절한 학생은 벌떡 일어나 조교에게 항의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추가적인 약물을 복용했을 거예요, 반드시!”
“조용히 하고 있어라. 판단은 우리가 내리는 게 아니야.”
만약, 그게 진짜라면 교수들이 조처를 해 주겠지.
조교의 말을 듣고, 학생은 분한 감정을 숨겨야만 했다.
한 방이라고?
3학년인 자신이?
‘잘못된 거야, 분명, 분명 잘못된 거야.’
그는 경외심이 담긴 눈동자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마법사.
체술과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완벽한 마법사.
마누스는 3학년 세 명을 홀로 때려눕혔다.
그뿐인가.
안전장치가 허락하는 한에서 회복 마법까지 걸어 주었다.
그야말로 폭군처럼 잔인한 처사.
“그, 그만, 그만해! 내가 졌- 읍!”
“그런 말 하면 더 못 때리잖아. 닥치고 있어.”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아이든이 말했지만, 엘레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내버려 둬. 맞을 짓 했잖아. 맞아야지 그럼.”
항복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경기는 중단되지 않는다.
그 점을 제대로 이용해, 3학년 두 명을 폭행하고 있는 마누스.
만약 저게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아마 저들의 목숨은 이미 없어진 후였겠지.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
이곳이 미토스 아카데미라는 것.
교수와 조교들이 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그들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테니까.
“그만-! 경기 종료-! 다들 멈춰!”
결국, 보다 못한 체스트힙 조교가 결계 안쪽으로 들어가 경기를 중단시켰다.
멱살을 쥐고 주먹을 들어 올렸던 마누스가 곤죽이 된 수호자를 털썩 던져 왔다.
“마법사가 그렇게 무식하게……. 아니다. 얼른 다음 경기 준비해.”
“-그러죠.”
마누스는 조용히 몸을 돌려 경기장 밖으로 내려갔다.
남은 두 사람은 처참하게 박살 난 경기장을 잠시 바라봤다.
서로의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았다.
“화난 거 맞지?”
“그런가 보네.”
“……얼른 내려가자.”
“그래.”
엘레나와 아이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마누스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것뿐이었다.
#2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카이사르 공국.
공국의 대소사를 걸러 내고 결정하게끔 도와주는 인물, 웨이 쟌은 한 장의 서신을 받았다.
아카데미의 인장이 찍혀 있는 것을 보아, 마누스 도련님과 관련된 일이겠지.
내용이 무척 궁금했지만, 그녀는 내용을 읽어 볼 수 없었다.
도련님에 관한 이야기는 무조건 가주님이 먼저 읽어 볼 권리가 있었으니.
그는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거닐며 마나를 흩뿌리고 있었다.
참으로 신비한 마나 수련법.
‘언제 봐도 신비한 광경이네.’
정원에 있던 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졌다.
한 생명의 일생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나가 시든 꽃과 풀들을 다시 일깨웠다.
카이사르의 가주.
마법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라베스만이 할 수 있는 수련법이었다.
그러길 잠시, 일련의 과정을 마친 라베스가 고개를 돌려 웨이를 바라봤다.
“기다리게 했군.”
“아닙니다. 수련 시간을 방해할 순 없죠.”
“무슨 일이지?”
“아카데미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마누스 공자님에 관한 일인 것 같습니다만.”
라베스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웨이에게 들려 있던 편지가 스르륵 빠져나갔다.
둥둥 떠오르는 편지의 본문.
라베스는 조용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화르륵-.
편지가 마나의 불길로 인해 타오르고 라베스가 몸을 돌렸다.
그의 표정은 고요했지만, 주변의 마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딸을 불러오너라.”
“알겠습니다. 공작 각하.”
웨이는 보았다.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라베스의 마나가 일렁였다.
이는 분명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뜻이겠지.
설마, 마누스 공자님이 또 사고를 치셨나?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런데 왜 가주님은 저렇게 화가 나셨을까?
벌써 꽤 오랜 시간 그의 옆을 지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이 머릿속을 꾹꾹 채웠으나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가주의 명령은 절대적.
그의 명령에 따라, 지금은 마탑에 있을 공녀를 불러와야겠지.
가주의 마나가 저리 뒤틀린 적은 없었다.
공녀까지 부르는 걸 보면, 아마 중요한 일일지도.
얼마 전에 아카데미를 졸업한 인비데아였다.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셨으니, 아카데미에 대해 잘 아시겠군.”
그녀의 걸음이 빨라졌다.
마탑은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디레 교단에 대한 조사가 궤도에 오른 모양인지, 분주히 움직이는 자들 역시 늘었다.
웨이를 알아보는 이들이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간단히 인사를 전하며 걸음을 빨리 했다.
그렇게 오른 마탑의 55층.
“……좀 잠잠한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도통 꼬리를 잡을 수 없군요.”
“우리의 정보력으로도 꼬리를 잡을 수 없다면……. 아, 웨이. 어쩐 일이지?”
한창 토론을 진행하고 있던 인비데아가 웨이를 발견하고 잠시 말을 끊었다.
그녀가 직접 왔다는 건, 아버지가 찾는다는 뜻이었으니까.
웨이는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마법사들의 시선이 궁금증 가득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보는 중이었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가주님께서 급히 찾으시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알았다. 금방 가지.”
“그럼,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잠시 후, 자리를 정리한 인비데아가 그녀 앞에 섰다.
두 사람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걸었다.
“무슨 일이지? 아버지가 급히 찾으신다니.”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카데미에서?”
마누스가?
불연 듯, 그 애가 또 사고 쳤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물었다.
누가 마누스를 괴롭히기라도 했을까?
“마누스가 다른 귀족 가문에게 트집 잡힌 건 아니겠지?”
“후후, 설마요. 그분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셨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일단 얼른 가 보자.”
두 사람의 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졌다.
가주, 라베스가 있는 곳까진 멀지 않았고 웨이가 화려하게 장식된 문을 두들기며 말했다.
“가주님. 공녀님을 모셔 왔습니다.”
“들어오라.”
잔잔하지만 딱딱한, 그리고 깊은 마나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확실히 뭐가 있긴 있구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평온한 표정의 라베스가 보였다.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인비데아는 조심히 안쪽으로 들어섰다.
라베스가 자신의 딸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마누스가 곤란한 누명을 썼나 보구나. 블랙 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단다.”
“-예?!”
인비데아가 놀라는 걸 보더니 카이사르 공작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는 딸을 부른 이유를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아카데미로 가서 공증인을 서거라. 네 동생의 누명을 벗기고 감히 카이사르를 업신여긴 이들을 찾아오너라.”
“좋아요. 맡겨 주세요.”
그녀는 말했었다.
마누스를 최강의 마법사로 키워 주겠다고.
그냥 놔둬도 클 줄 알았지만, 곧바로 사건이 터질 줄이야.
인비데아가 미소 지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