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7)
제157화
157화 – 밝혀지면 허무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1
다음 날.
마누스는 이른 아침 눈을 떴다.
징계위원회가 있는 날이었지만, 그의 루틴은 변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혹독하게 훈련하고 명상을 통해 마나를 흡수하며 맞이하는 아침.
여러 사건을 겪으며 느꼈다.
지금의 자신은 아카데미에선 강할지 모르나, 세계에선 정말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걸.
그렇기에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걸 절절히 느끼는 중이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타이머는 잘 돌아가고 있고…….”
수년 동안 걸리는 스킬이다 보니, 타이머는 아직 더디게만 흘러갔다.
이번 일을 잘 끝내면 세 가지의 스킬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었다.
이젠 선택을 잘해야 할 터다.
이번 스토리는 어디까지이며, 언제 끝날까.
세계선은 또 어떻게 변할 것이며, 빌런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모든 대답은 정확하게 내릴 수 없었다.
“후욱-!”
몸이 절로 움직이고, 생각은 계속되었다.
육체의 고통을 잊는 덴 잡념만 한 것이 없지.
이제는 제법 빠르게 달려야 숨이 차오를 정도로 체력이 올랐다.
스킬의 힘도 있겠지만, 육체 역시 점차 단단해지고 있었다.
6클래스.
끝없는 마나의 선분을 움켜쥐기 위해 어떤 스킬을 익혀야 할까.
강제로 지식의 끝자락을 붙잡았지만, 스킬을 사용할 때의 불쾌함은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마법을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쓰는 것 같았단 말이지.’
몸이 절로 움직이고, 마나가 저절로 빠져나가는 느낌.
통제를 벗어난 육체가 멋대로 마법을 부리는 건, 다시는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6클래스에 도달하고 싶었다.
이제 고작 두 달.
앞으로 시간은 많겠지만, 조급함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스름을 걷어 내고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한껏 몸을 움직인 마누스는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훔쳤다.
이제 씻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면 되겠지.
이제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같은 놈이 블랙 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안녕하십니까.”
“여전하구나. 성취는 있었느냐?”
“아직 제자리걸음입니다.”
마투는 아직 기본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집중적으로 수련하면 본격적으로 강해질 수 있을 테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마누스의 주력은 원소 마법.
그것도 두 가지 이상의 마법을 조합해 만들어 내는 카덴차를 이용해야 했다.
아침부터 훈련장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인원을 발견한 제니퍼 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어떠냐.”
“저는 좋습니다.”
“증거는 찾았고?”
“알아서 들어올 겁니다.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요.”
여유롭다.
위대한 가문의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단단해 보였다.
믿는 구석이 있거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
제니퍼 교수는 잠시 마누스를 바라보더니 무심히 몸을 돌렸다.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야. 에잉-.”
“교수님이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내 안목이 틀렸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지 말거라.”
마누스는 짧게 대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고 있었구나.
왠지 모르게 푸근한 기분이 샘솟았다.
블랙 럼.
꽤 심각한 이야기였고, 실제 관련된 범죄도 자주 일어났다.
특히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귀족들이 자주 이용하곤 하는 약물.
던전에서도 이따금, 강력한 도핑제로 사용되곤 하지.
“멜라니에게 들러야 하나.”
체스트힙 조교라면 자력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왜일까.
자꾸만 리비가 생각났다.
그녀는 멜라니를 가두기 위해 강제로 수면에 빠지게 하는 약물을 사용한 전적이 있었으니.
미쳤다고 그녀의 부모님이 지원해 줬을까?
아마 어떠한 경로를 통해 자력으로 알아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궁금하면 찾아가야지.
카이사르의 마음가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건 가 보면 알겠지.’
멜라니가 있다면, 아마 알아서 할 것이다.
해리 가문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이제 멜라니의 머리는 동아리 자체의 손익을 계산하기 시작했을 거다.
몸담은 곳이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겨 줄 거란 믿음이 있을 테니까.
생각에 생각을 잇다 보니 도착한 기숙사.
이런저런 생각 속에 준비를 마쳤다.
단정하게 정복을 갈아입고 마법으로 먼지를 싹 제거했다.
“마누스 공자님. 아덴입니다.”
“나가지.”
저쪽도 준비가 끝났나 보다.
문을 열고 나서자 다소곳한 모습으로 서 있는 아덴이 보였다.
그녀의 눈빛엔 약간의 죄책감, 그리고 도움이 되었다는 기쁨이 맴돌았다.
마누스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해당 감정들을 옅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나?”
“……예. 기억까지 지웠더군요.”
“제 무덤을 팠군.”
아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침묵을 지켰다.
마누스는 마누스 나름대로, 아덴은 아덴 나름대로 생각할 것이 있었기 때문.
배려 차원에서도 말을 아꼈다.
아덴은 정이 많은 암살자라는 캐릭터였다.
원작에서 그녀는 수도 없이 절망을 겪었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메이드는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을 위하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검사는 하면 나올 테고, 공증인이 올 테니까.
마누스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나를 위해 너무 무리할 필욘 없다.”
“……네. 하지만, 저는 공자님을 지켜 드리기로 약속했는걸요.”
“이 정도는 범주에 넣지 않아도 된다. 별것도 아닌 일인데.”
아덴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이런 사람을 폭군이라 했지?
이전과 전혀 다른, 마치 영혼까지 바뀌어 버린 듯한 배려심에 피어난 웃음.
“적어도 제겐 별일입니다. 제 삶의 의의를 부정하진 말아 주세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녀의 의지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
원한다면 그리하게 두어야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정.
그건 제아무리 마누스라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저 제안할 뿐.
모든 결정은 본인들이 해야 할 문제겠지.
“여깁니다. 교수님들은 이미 도착하셔서 준비를 끝내 놓았을 겁니다.”
“공증인은 누구지?”
“글쎄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두들겼다.
똑똑, 가벼운 소리가 났고 반대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트레일 교수.
대쪽 같은 심정을 지닌 캐릭터.
덕분에 주인공 일행, 특히 이사장과 제법 부딪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사장은 사사건건 정의를 외치는 트레일 교수를 불편해한다고 묘사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학년이 된 후, 첫 공식적인 행사에서 부딪치는 것.
두 사람이 각자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궁금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숙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마누스 학생. 자리에 앉아 주세요.”
“지금부터 징계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교수들이 각자 준비한 서류를 정리하며 징계위원회가 시작되었다.
네 명의 학생회장은 덤덤한 얼굴로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알라노, 아나이스, 니아.
세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눈동자만큼은 마누스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겁니다.”
블랙 럼이 담긴 병.
마누스의 기숙사에서 나온 여러 가지 증거들.
그것들이 모두 선반 위에 올라왔다.
교수들의 눈빛이 다양한 감정으로 일렁였다.
실망, 혹시 모를 반전을 기대하는 것, 혹은 호기심.
“마누스 학생, 블랙 럼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흐음……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일 교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히기 위해선, 역시 마법의 힘이 필요할 터다.
이런 자리에는 공증인이 필요했다.
가문에서 일어난 일은 가문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
해당 가문에서 직접 진실을 밝히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 아카데미의 징벌 방식이었다.
감싸는 가문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사회에서 받는 시선은 절대 곱지 않을 것이다.
“공증인을 소환하겠소.”
“지금 막 도착했다고 합니다.”
“하녀장님.”
아덴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저 멀리서부터 풍기는 익숙한 기운.
마누스에겐 제법 익숙한 마나의 향기였다.
인비데아.
카이사르 가문에서 가장 최근에 졸업한 자.
학생회장을 4년 내내 지낸 그녀라면, 징계위원회도 제법 참여했을 거다.
마누스의 입가에 조용히 미소가 드리웠다.
“교수님들, 오랜만입니다.”
“……인비데아, 자네가 오다니.”
“흘흘, 아카데미 최고의 제자가 공증인으로 오다니…….”
샨들러 교수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카데미의 정복을 벗고 카이사르의 제복을 입은 인비데아.
그 모습은 교수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인비데아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강대한 마나를 지녔다.
지금의 마누스보다 훨씬 더.
그녀가 흘끗 마누스 자신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제 동생이 누를 끼쳤습니까? 아니면 누군가 감히 카이사르에 도전장을 내민 겁니까?”
“현재로선 마누스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없네. 그러니 마누스가 유일한 용의자이지.”
인비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차에 따라, 이제 마누스는 진실만을 말하는 마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마법의 주체는 인비데아.
마법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범죄 행각을 은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었다.
인비데아가 마누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떳떳하지?”
“당연한 말을.”
마누스는 마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이의 마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진은 화려하게 피어났고 마누스에게 간섭하기 시작했다.
의식이 비틀리는 느낌.
매우 불쾌한 감각이 그를 괴롭혔다.
그녀의 마법이 완성되기 직전,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의 문이 거세게 열렸다.
“자, 잠깐만요-!”
“음? 여긴 관계없는 자가 출입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지금 나가 주세요.”
“관계있어요! 제가, 제가 저 블랙 럼을 공자님의 방에 넣은 사람입니다!”
“…….”
분위기가 변했다.
시렌.
그녀가 징계위원회장에 난입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벌벌 떨리는 몸짓으로 회장에 들이닥친 메이드.
시렌의 눈동자는 간절했고, 또 절박해 보였다.
마누스는 아덴을 슬쩍 바라봤다.
대체 애한테 무슨 짓을 하면 저렇게 되는 거야?
시선을 받은 아덴은 그저 가볍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 말, 맹세코 확신하는가?”
“네, 다, 당연하죠! 사주한 사람도 알고 있어요. 제가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어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인비데아는 마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어디서 겁박이라도 당한 모양인데, 저런 불안정한 정신 상태라면 진실을 캐낼 수 있을 거다.
“잘되었네요. 이 마법, 그대로 저 메이드에게 쓰면 되겠죠?”
그녀의 마법진이 시렌에게 향했다.
이제 진짜 범인을 색출할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