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0)
제160화
160화 – 사라진 자의 행방
#1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선택을 한다.
선택의 결과가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사람은 선택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가 언제나 이롭게 작용할 수는 없는 법.
사람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라 한다.
그들이 너무 딱딱하고 고지식해도, 많은 경험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으리라 믿으라고 하면서.
그런 말을 한 자는 알까?
사실 경험이 많은 어른들 역시 숱하게 후회하고 괴로워한다는 걸.
그들 역시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는 걸.
“하아…….”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제가 주제넘게 나섰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야 했습니다.”
트레일 교수는 오늘 있었던 일을 깊이 후회하는 중이었다.
역시, 범죄자는 곧바로 잡아 즉결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제니퍼 교수의 말이 맴돌았다.
그렇게 했으면 트레버 교수가 다칠 일도, 체스트힙 조교가 도망쳤을 일도, 카이사 교수가 자신의 안목을 의심해 자책했을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트레일 교수는 아직 쇼크 때문에 안정을 취하는 트레버 교수에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후유증이 없도록 치유 마법을 걸어 주고 사죄하는 일뿐이었다.
트레버 교수가 자책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오히려 폐를 끼쳐서 죄송할 따름이지요. 제가 괜히 나선 것이 화근이었으니.”
“체스트힙 조교는 반드시 잡아서 죄를 묻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트레일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픈 사람을 붙잡고 늘어져 있을 만큼 염치없진 않았다.
그가 떠나가고, 트레버 교수는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연신 한숨을 쉬던 그가 눈을 감았다.
아직도 상처 입은 곳이 아릿한 기분이었다.
#2
마누스는 이사장의 호출로 인해 동아리실로 걸음을 옮겼다.
동아리 사람들에게 결과를 미리 알려 주고 체스트힙 조교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려는 까닭이겠지.
동아리실엔 벌써 인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의 감정이 담겨 있는 눈동자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마누스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일행들이 우다다 달려들었다.
멀리 나갔다 온 주인을 본 강아지들처럼, 아주 격렬한 반응이었다.
“선배!”
“다행이에요. 그래서, 체스트힙 조교는 어떻게 됐어요?”
“곧 이사장님이 오실 거다. 그때 듣도록.”
괜히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욘 없겠지.
마누스는 이젠 지정석이 되어 버린 한쪽 자리에 앉기 전, 따스한 차를 한 잔 타기 시작했다.
문득 생각난 건데, 누이에게 이들을 소개해 주면 어떨까?
마누스 자신과 어렸을 때 만났다는 걸 보면, 알라노도 알고 있지 않을까?
아까 전, 잠시 눈인사를 주고받았던 것 같던데.
두 사람이 자신 이상의 친분을 가졌을지 궁금해졌다.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게 온 거 보면 좋게 풀렸나 본데?”
“응응, 그렇게 생각해요.”
“하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는데 누가 그걸 믿겠어.”
“그래서, 범인은 누구였을까요?”
뒤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에, 남몰래 미소 지었다.
사심 없이 고민하고 서로를 생각하는 아이들.
정말 순수하고 호의로 가득 찬 걱정을 받고 있노라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람차게 느껴졌다.
문제는 잘 해결되었으니, 얼른 정원을 공략해야겠지.
향기롭고 새콤한 허브의 향이 올라왔다.
한 모금 마셔 보니, 이 세계 특유의 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차라고 했나.’
게임에서 이따금 읽던 텍스트.
실제로 마셔 보니, 마나의 순환이 아주 조금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차를 가지고 오니, 마침 딱 좋게 문이 열렸다.
아덴과 닉스 이사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으나, 애써 티 내지 않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마 아이들 앞이라 일부러 표정을 감춘 것이리라.
‘이사장쯤 되면 표정 관리가 될 법도 한데, 역시 게임 속 세상이라 이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이사장을 맞이했다.
닉스 이사장은 밝게 웃으며 사과부터 건넸다.
“주말에 모이게 해서 미안하군요 다들. 제일 중요한 것부터 바로 말씀드리죠. 마누스 학생의 혐의는 전부 없던 것으로 되었습니다.”
“와! 역시! 믿고 있었다구요 선배! 크으으으-, 역시, 대 카이사르 가문이 그런 저열한 방법을 쓸 리가 없죠!”
“정말 다행이에요.”
“이걸로 그 괴물 같은 실력을 전부 인정받겠군. 좋은 본보기다.”
피어슨, 멜라니, 그리고 기예르모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머지는 환한 얼굴로 ‘잘되었다’, ‘다행이다’라는 말을 건넸다.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사장이 말을 이었다.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였으니.
“그 배후는 체스트힙 조교로 밝혀졌네. 밝고 순수한 성격이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일을 행했는진 모르겠지만…….”
“체스트힙 조교라면…… 들어 본 적 있어요.”
“분명…… 인비데아 선배랑 동기였지?”
니아가 손을 들고 말했다.
인비데아, 그리고 체스트힙.
두 사람이 동기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설마, 그래서 자신의 누이가 이곳에 머문다고 했었나?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그리고, 체스트힙 조교와는 아는 사이였을까?
“그의 행방은 지금 묘연합니다. 조교 수준의 마법사가 그렇게 빠르게 아카데미 밖으로 도망쳤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침식 지대로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거죠.”
기예르모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설마, 그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겁니까?”
“아직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외부에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엔 데몬과도 계약을 맺었을 수 있으니-.”
“심각하네요.”
이사장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 있다면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유능한 사람들이 많았고, 체스트힙은 아무래도 조교 신분이었으니.
그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룩스 대륙을 호령하는 강자들을 상대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만에 하나 그가 침식 지대로 간 것이라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 이곳에 모인 이들뿐이라는 거다.
“물론 거기서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낮겠지요. 하지만…….”
“알아볼 방법이 있습니다.”
답답하던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알라노였다.
그녀는 트레이스의 존재를 생각했고, 이사장님께 대충 설명했다.
그는 침식 지대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니.
“그런 사람이…… 아니, 그 소년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희가 겪은 트레이스는 분명한 사람이었어요.”
이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이번에도 이들에게 작전을 맡겨야 할 거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이 어린 친구들밖에 없었기에.
“부디, 이번에도 부탁해요.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를 놔두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조사해 볼게요.”
“그래요, 다들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사장은 언제나 그랬듯,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전부 귀족이라 지원은 따로 필요 없겠지만, 케일은 다를 테니까.
그녀가 이따금 외부의 일을 처리하는 건 알고 있었다.
모든 출입 대장은 이사장에게 보고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작은 몸으로 전장을 뛰어다니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할 터다.
그래서 이사장은 다시금 말했다.
“케일 학생, 부담 갖지 말고 꼭 말씀해 주세요. 알겠죠?”
“아, 네-. 알겠습니다. 말씀드릴게요.”
안 그래도, 케일은 그 특별한 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이용해 많은 걸 준비할 생각이었다.
마침, 이제 파수꾼과의 전투가 코앞이었다.
이사장의 지원을 받으면 동료들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케일은 이번에야말로 동료들을 위한 아이템을 잔뜩 만들리라 다짐했다.
마누스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템 사용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었지.
탑을 올라가는 일은 훈련이 아닌 생존.
‘좋아-.’
아카데미 전체를 운용할 수 있는 이사장님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할 일이 정해졌다.
모두가 전의를 다졌다.
다시, 지구라트로 향할 이유가 생겼다.
#3
인비데아는 요새 악몽에 시달렸다.
계속해서 꾸는 반복적인 꿈에, 그녀는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저주라도 걸린 걸까, 마법을 이용해 숙면을 취해도 그때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자꾸만 그녀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가족은, 강력한 울타리이자 보금자리였다.
사람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자신의 실력을 키워 주었던 곳.
가족은 소중한 존재이며,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 준 곳.
“아…….”
[세 남매 중에 경합을 치르겠다.> [■■■는 어쩌실 겁니까?> [그런 아이가 있었던가?>꿈속 내용이 가물가물하게 떠올랐다.
요즘 왜 이러는 것인지, 그녀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어렴풋이 보이는 인물들은 분명, 자신의 가족일 터다.
그런데 왜, 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걸까?
인비데아는 찝찝한 기분을 지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주, 라베스는 그녀를 배웅하며 명령했다.
‘동생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 오라고 했던가.’
동시에 카이사르의 명예와 자부심 역시 아카데미에 세우고 오란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의 명예는 어떤 의미였을까?
가주님은 사건이 벌어질 것을 알고 계셨을까?
아카데미에서 이상 현상이 벌어진다는 건, 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었다.
이상 현상을 밝혀, 카이사르의 능력을 증명하라는 것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사건은 벌어졌고 옛 동기는 범죄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꽤 쓸 만했던 녀석이었는데-.”
A반.
자신과 함께 경쟁했던 동기생이 범죄자가 되어 버렸다니.
그것도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는-.
그녀는 제 동생을 찾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은 그녀에게도 익숙한 동아리 동.
가장 끝에 있는 동아리실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기에 마누스가 있을 테지.
‘동생 녀석은 무슨 아이들과 어울리려나.’
궁금해졌다.
동생은 어떤 귀족과 어울리는지, 또 어떤 교류 활동을 하고 있는지.
괜스레 떨리는 마음으로 문 앞에서, 손을 들었다.
똑똑-.
맑은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노크 소리.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덴이라고 했던가?
“어머, 공녀님. 어서 오세요.”
“잠깐 내 동생을 보러 왔는데, 괜찮지?”
“물론입니다. 들어오시지요.”
인비데아가 동아리실로 찾아왔다.
그와 동시에 이사장을 제외한 모두가 일어났다.
찬란하게 꽃피운 미모, 그 압도적인 마나.
모든 면면이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감이 동아리실을 꽉 채웠다.
“처음 뵙겠습니다. 해리슨 알라노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어요, 해리슨 영애.”
괴리감은 두 사람의 만남부터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