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1)
제161화
161화 – 서로 다른 시간 속을 걸었다
#1
카이사르 공국은 수많은 가문과 교류한다.
초대 제국의 황제.
그의 먼 친척이었던 자들은 카이사르라는 이름을 얻고 공작 위를 받았다.
그들은 왕국에서 제국을 만들기까지, 정말 무수한 전쟁 속에 살아갔다.
전쟁은 가문 혼자만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닌 법.
보급, 후방을 받쳐 줄 든든한 전선.
정찰과 교란, 심리전과 정치적 이권 다툼 등등.
정복 전쟁의 과정에선, 무수히 많은 사람과 엮일 수밖에 없었다.
“해리슨 가문이라니, 위대한 가문을 만나 영광이에요.”
“저 역시, 영광입니다. 카이사르의 공녀를 만나다니요.”
카이사르 가문에서 교류하고 있는 가문 중, 대표적인 곳이 어디인가.
해리슨.
위대한 수호의 가문과 위대한 정복의 가문은 서로를 존중하며 마법적 지식을 교류해 왔다.
적어도 마누스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가 읽었던 서적에 쓰여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우리들은’ 만난 적이 없던 걸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둘이 초면이었던가?”
“당연하지. 교류는 있었지만, 우리 세대가 만난 적은 없단다.”
“……그런가?”
“응, 맞아. 그래서 마누스 너도 아카데미에서 처음……. 어라?”
알라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무언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누스는 그녀의 표정에서, 섬찟함을 느꼈다.
뭘까, 이 괴리감은.
알라노는 분명, 처음 자신을 바라볼 때 ‘그리움’을 담았다.
그녀가 말한 ‘예전’은…… 과연 어느 때였을까?
처음 그가 그녀를 지구라트 앞에서 만났던 날.
[……여전하구나, 넌.>그녀가 말했던 의미는, 단순히 1학년 때의 마누스를 보며 이야기했던 걸까?
잠시 고개를 갸웃했던 알라노가 싱긋 웃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녀의 표정이, 왜 이렇게 이질적으로 보이는 건지.
마누스는 해리슨을 몰랐다.
알라노가 그를 언제 처음 봤었는지, 카이사르와 해리슨 사이에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
그래서 막연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알라노와 자신은, 언제 처음 만났을까?
[강력한 간섭이 시작됩니다.] [해당 간섭은 마누스, 자신에 대한 간섭입니다.]‘이게 무슨-.’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한 간섭.
대체 지금, 자신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의 상념은 오래 지나지 않았다.
“아무튼, 공녀님을 뵌 건 처음이야. 아, 저희가 공연히 떠들었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고마워요.”
“이, 인비데아 선배님-.”
알라노가 인비데아를 안내하는 사이, 몽롱하게 풀린 목소리가 들렸다.
선망과 존경이 잔뜩 담긴 목소리.
그것은 실제로 인비데아의 학창 시절을 목격한 이가 낼 수 있는 탄성이었다.
4학년이었던 인비데아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니아는 똑똑히 기억했다.
아카데미의 찬란한 여왕님.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던 카이사르 인비데아.
그녀에 대한 찬사는 전설처럼 회자되었으니.
“3학년? 본인을 아는 사람인가 보군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 저는 3학년 아브렐 니, 니아라고 합니다. 먼발치에서 봤었는데…….”
“아…… 1학년의 드래곤 영애. 기억하고 있어.”
그녀가 기품 있는 웃음을 건넸다.
그러자 자지러지는 소리와 함께 폴짝폴짝 뛰는 니아.
처음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마치 동경하는 영웅을 만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다니, 평소 잔뜩 무게를 잡고 다니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였다.
니아는 그 황금색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인비데아의 앞에 앉았다.
그 과정에서 가만히 있던 에머슨과 멜라니가 좌우로 찢어져야 했지만, 사소한 일일 뿐이었다.
“제가 1학년 팬클럽 장이었어요. 선배를 동경해서 열심히 수련도 했죠.”
“그거 영광이네. 그래서 이토록 강대한 마나를 가진 건가? 그러고 보니…….”
인비데아가 주변을 훑었다.
처음엔 마누스의 기운인 줄 알았다.
그다음엔 아덴의 기운과 섞여, 이토록 강력한 마나가 있는 장소인 줄 알았다.
놀랄 수밖에 없는 광경.
아카데미의, 아니 대륙의 천재들을 모두 모아 놓은 것 같은 이질감이 이 공간에 깃들었다.
인비데아는 깨달았다.
15세부터 17세까지.
이제 막 성인이 되는 나이에서부터 훌륭하게 성장하기까지의 4년.
“굉장한 성취들을 지녔군요. 여러분 모두.”
“과찬입니다.”
“후후, 아니에요. 제국의 가문들이 이토록 뛰어난 인재를 얻게 될 테니, 카이사르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겸손한 인비데아의 말.
그녀의 말에, 모두가 마누스를 바라봤다.
저 괴물이 있는데 더 열심히 안 해도 됩니다요.
“하하, 저기서 열심히 하면, 저희가 못 쫓아갑니다. 선배님.”
“맞아요. 따라가기도 벅찬걸요. 하하하-.”
“그런가요? 우리 마누스가 잘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어쨌든…… 오늘 여러분께 찾아온 이유는 체스트힙 조교 때문이에요. 정확히는 마누스를 보러 온 거지만.”
그의 이름이 다시 나오자, 아이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다.
인비데아는 마누스를 잠시 바라보고는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다.
후배들이 이 일과 엮인 건 아닐 터다.
그런데 이들이 왜 체스트힙 조교의 이름을 듣고 걱정하는 걸까?
일단 말을 하며 떠보기로 했다.
이 아카데미에서 이상 현상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왔으니 조교를 잡는 건 쉬운 일일 테니. 악마와의 계약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음,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참,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인비데아는 슬쩍 눈을 피하는 아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아, 여기엔 무언가 있구나.
그녀가 겪은 아카데미는 이만한 실력자도 없었지만, 이만한 인재들이 뭉치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확신했다.
그녀의 명석한 두뇌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분명, 어머니는 ‘마누스’가 이상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간단하지.
“이 아카데미에, 아주 중대한 비밀이 있는 것 같더군요. 음, 이를테면…….”
꿀꺽-.
모두가 숨을 죽이고, 마른침을 삼켰다.
마누스는 그 모습을 흘끗 보고는 휴-,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대놓고 긴장하면, 누가 모르겠나, 이 멍청이들아.”
“……아.”
“후후후후, 역시, 후배들 놀리는 맛이 아주 재밌네요.”
“이, 이미 아셨나요?”
아나이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인비데아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심증뿐이었지만, 이번에 알게 되었다고 해야겠지.
“정확한 정보는 모릅니다. 그저 이곳에 이상 현상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죠.”
“그……렇군요.”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경계를 잠깐 푼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표정으로 알려 주는데 못 알아채는 게 바보죠.”
“너 말이야 너, 피어슨.”
아나이스의 핀잔을 끝으로, 인비데아가 상체를 앞으로 숙여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체스트힙 조교.
그가 아무리 재빠르다고 한들, 단기간에 이 넓은 아카데미를 벗어날 수 없다.
그가 아무리 마법에 능통하다고 해도, 아무런 마나 반응 없이 사람을 상처 입힐 순 없을 거다.
이 점은 무기를 휘둘렀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 그렇다 쳐도…….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건,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사장도 체스트힙 조교가 침식 지대로 도망쳤을 수도 있다는 거겠지.
“이사장님이 이곳에 들렀다 가셨더군요. 제가 아는 이사장님은 엉덩이가 굉장히 무거운 분인데…… 굳이 이곳을 들를 이유가 있을까요?”
“어우…….”
“맞아요. 저희는 이상 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모임이에요.”
의외로 순순히 알라노가 인정했다.
인비데아는 그 이상 현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무엇이 이들을 뭉치게 했는지, 왜 이들만이 모여 있던 것인지도.
그녀가 자신의 자랑스러운 동생, 마누스를 바라보았다.
호수와 같이 잔잔한 눈동자.
그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겠지.
“가문의 일만 아니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군요. 이따금 들러도 될까요?”
“네, 하지만…….”
“무얼 걱정하는지 알고 있답니다. 가문의 명예를 걸고 움직이는 사람이니, 다른 곳에 정보가 유출될 일은 없을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녀의 말이 사실이길 바라야겠지.
탑은 위험한 곳이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탑에서 나오는 아티팩트나 마석을 노리고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
인간은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생명체였다.
선행을 베푸는 자들 역시, 정신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지.
“그곳엔 위험한 물건들이 많아. 비밀을 지키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분쟁이 벌어질 거다.”
“그 정도라…… 명심하지.”
“그 어떤 욕심도 개입되어선 안 될 거야.”
마누스는 거듭 강조했다.
이상하리만치 순수한 이들.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음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탑을 올랐던 이들.
마누스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탑이 사업장이 되는 것이었다.
지구라트는 가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하는 이들의 무대였다.
그곳이 사업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아마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지겠지.
탑은 그런 곳이었다.
얼른 없애 버려야 할, 죽은 자들의 도시.
“명심하지. 궁금증은 이만 접어 두겠어. 난 외부를 조사하지. 마누스, 넌 그곳을 조사해 줘.”
“알겠다.”
회의는 끝났다.
인비데아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모든 이의 배웅을 받았다.
문이 닫히며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기품이 넘쳤다.
마누스는 달칵, 완전히 시야가 가릴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대화는 끝났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감정이 맴도는 중이었다.
마누스는 알라노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했다.
“지금 바로 출발할까?”
“……그러지.”
추적자들이 움직일 것이다.
오늘의 목표는 정원의 탐색, 그리고 파수꾼의 사냥이었다.
모두의 표정은 결연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알라노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그가, 그녀가 겪고 있는 괴리감이 무엇인지.
과연 자신이 자신을 위해 어떤 간섭을 할 수 있는지도.
“팀은 똑같이 움직인다. 케일, 그리고 내가 이끄는 조로 나누면 될 거다.”
“좋아요. 그럼 저희가 탐색할게요.”
“아니, 너희가 올라가라. 우리가 탐색을 맡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에레시스가 이번 일에 개입되었다면, 체스트힙 조교는 일반적인 데몬과는 격이 다른 힘을 손에 넣고 있을 거다.
1학년, 그리고 알라노만으론 상대하기 힘들겠지.
그렇다고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데몬의 수만 늘어날 뿐이다.
자신과 관련된 문제이니, 자신이 해결해야겠지.
“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
마누스의 푸른 눈빛은 풍랑을 품고 있는 듯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