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5)
제165화
165화 – 죽음은 또 탄생의 또 다른 이름
#1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
태어난 날은 순서가 정해졌을지언정, 가는 날은 순서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가 태어난 후, 삶을 누리다 죽어 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죽음이 평범하지 않은 형태로 다가온다면?
자신이 원하던 죽음이 아닌,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죽음이라면?
아니, 삶과 죽음의 경계에 한 발자국씩 겹쳐 있다면?
[크으으으…….]여긴 어디일까.
난 왜 이런 꼴로 매달려 있는 걸까.
체스트힙 조교는 흐릿한 시야를 이용해 주변을 훑어보았다.
시야가 높아졌고 몸이 둔해졌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고, 느껴지지 않던 것이 느껴졌다.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 찼다.
침입자를 죽여라.
정원을 어지럽히는 자를 격멸하라.
모든 것은…… 안드레아를 위하여.
“깨어났구나. 지루했단다.”
[안……드레아.]“작업은 잘된 모양이네. 환영한다. 내 아이야.”
스르르륵-.
체스트힙의 앞에, 거대한 마석이 나타났다.
그 안에서 뿜어지는 진한 마나가 체스트힙의 욕망을 부추겼다.
자신은 왜 이곳에 왔지?
그래, 계약, 계약을 했었지.
안드레아를 지키고, 자신은 힘을 얻는다.
그 힘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체스트힙은 손을 뻗어, 마석을 움켜쥐었다.
힘이 필요했다.
지키기 위해선, 그리고…… 적을 섬멸하기 위해선.
“그 힘을 원한다면 침입자를 죽이고 오너라.”
[크으으으어어어아아아아-!]체스트힙은 대답 대신 마석을 흡수했고, 온몸 깊숙한 곳까지 차오르는 마나에 전율했다.
그래, 이거다.
이 느낌이다.
이걸 바라고 계약을 했었지!
이 힘이라면,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마누스를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옆에 딸린 떨거지들까지 모두.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바치리라.
“다녀오거라.”
정원을 짓밟는 이들에게, 정원사의 무서움을 보여 주거라.
그녀는 체스트힙을 보내며 한 가지 장치를 더했다.
안드레아는 정원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자.
훗날, 죽음의 신이 강림하면 둘러볼 곳이었다.
이런 곳을 망치는 이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안드레아는 한 가지 마법을 심었다.
체스트힙이 적을 조우하면 바로 발동될 것이다.
그녀는 보였다.
체스트힙이 증오하는 자가 누구인지, 그가 왜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는지.
‘불쌍한 아이이니, 작은 배려 정도는 해 줘야겠지.’
안드레아는 지켜볼 것이다.
새로운 정원사가 정원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그 시작은 들어와서는 안 될 자들을 쳐 내는 것부터겠지.
어디 보여 봐라, 네 갈망과 능력을-.
#2
“오늘 고생했어!”
“마누스, 넌 어떻게 할래?”
“전 남아 있을 겁니다.”
“으아……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파수꾼과의 전투가 끝난 뒤, 일행은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택했다.
니아, 알라노, 피어슨, 에머슨이 돌아가겠다고 선언.
나머지는 하룻밤 더 탑을 조사해 보겠다고 한 것.
파티를 두 개로 쪼개기엔 모호한 인원이었다.
그래서 마누스는 로비에서 점검 후 다시 탑을 올라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잘 싸운 덕인지, 모두가 밝은 얼굴이었다.
그는 케일을 잠시 바라봤다.
많은 마나를 사용했는지 눈가에 다크서클이 조금 내려와 있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헤헤, 괜찮아요.”
“네가 중요한 전력이라는 건 알고 있지?”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누스마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을 꺼냈다.
“다른 친구들도 이젠 중요해졌어요. 제가 할 수 없는 걸 해내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군.”
“이젠 저 혼자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요.”
많이 컸네.
마누스는 케일의 말에서 묻어나는 깨달음을 읽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야 할 거다.
케일이, 다른 이들이 겪을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각자의 방법으로 재정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봤다.
아카데미가 바라는 전사를 넘어, 세계를 구원하는 인재들로 성장하는 이들.
부디 이 이야기의 끝이…… 누군가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재앙이 닥쳐와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단련해야겠지.
“출발하지.”
“이 멤버로는 처음이군.”
“선배 옆에는 제가 있을게요.”
기예르모가 조금 부담스러운 듯, 인원을 둘러봤다.
그에게 힘을 실어 주는 건, 멜라니였다.
마투학을 배운 멜라니는 전위의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하고 있었으니까.
아카데미에서도 그녀를 사슴, 독수리반에 편입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
저 정도 수준이면 기예르모의 부담을 크게 줄여 주겠지.
화력은 충분했다.
이따금 어그로를 끌어 줄 트레이스까지 있었으니, 전력은 차고 넘쳤다.
“다음 열두 시간 동안, 파수꾼 하나를 더 공략하는 것이 목표다.”
“좋아요.”
자신감도 붙었겠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일행이었다.
그들에게 어떤 적이 다가오는지도 모른 채.
#3
아침이 밝았다.
인비데아는 이곳이 카이사르 가문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 분명 아카데미 안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지.
그녀는 어제 낮, 마누스와 일행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걸 보았다.
어딜 가는 걸까 고민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이상 현상에 관련된 이야기겠지.
마누스는 자신에게 언제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 줄까.
아카데미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그녀에게 향수를 일으키게 했다.
‘동기들은 잘 지낼까?’
오랜만에 갖는 여유였다.
가문으로 돌아가면 이런 여유도 누리지 못하겠지.
오늘은 외부에서 수색 작업이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는 날.
간단하게 아침부터 먹고, 일을 시작하면 될 것이다.
그녀는 간단하게 단장 후,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걸음을 옮기던 도중 마주한 여인.
검은 단발에 가면을 쓰고 있는 자.
카이사르의 그림자이자 마누스를 보필하고 있는 여인, 아덴.
그녀는 이곳, 아카데미에서 하녀장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중이었지.
“기침하셨습니까. 인비데아 공녀님.”
“그래. 마누스는?”
“어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주말에는 외출이 자유로웠던가?
만약 가문으로 돌아갔다면, 분명히 이쪽으로 연락이 왔겠지.
그런 게 없는 걸 보면, 아마도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러 나간 모양이지.
그런데 학생끼리 그 위험한 수색을 맡겼나?
제아무리 이상 현상이라지만……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궁금한 점은 물어봐야지.
마침 눈앞에 물음에 답해 줄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아덴. 그대는 마누스의 비밀을 알고 있나?”
“예.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알고는 있습니다.”
“너무 캐내면 좋지 않겠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려 줄 테니……. 그래도 누이로서 걱정은 되는구나.”
“공자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가면 아래로 보이는 입술에 미소가 맴돌았다.
인비데아는 웃음으로 넘겼다.
그 무뚝뚝한 아이가 누군가의 기분을 헤아린다고?
아직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인비데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아덴은 가벼운 동작으로 예를 취했다.
하녀장이 아닌, 가문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인비데아가 침식 지대와 탑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녀의 성격상, 가문의 힘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겠지.
인비데아의 목표는 카이사르를 역사상 최고의 가문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니.
‘그건 공자님이 원하는 바가 아닐 거야.’
그녀는 마누스에 의해 구원받았고 마누스를 위해 살아가는 자.
인비데아의 이득보단 주인의 뜻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멀어져 가는 공녀의 뒷모습에 일말의 아쉬움이 아른거렸다.
아덴은 사죄의 의미로 꽤 오랜 시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한편, 식당으로 걸어간 인비데아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붙들어 어디론가 이끄는 느낌.
그녀는 그 느낌을 거스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다른 이들은 이걸 보지 못하나?”
균열이 보였다.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처럼 보이는 균열.
주변에 수많은 이들이 지나다녔지만, 그 누구도 이 균열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자신에게만 이따금 시선을 던질 뿐, 균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이게 이상 현상일까?
가까이 가 보았지만, 균열 안쪽으로는 어떤 환경이 있는지, 뭐가 튀어나올 예정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아직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흐음…….”
마누스는 이 안쪽으로 들어간 걸까?
궁금한 것들은 역시 물어봐야겠지.
인비데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 비밀을 상담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
학생들이 아닌, 교수 중에서 그들을 지원해 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아, 그렇지.”
어제, 아이들과의 대화를 생각한 그녀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의 궁금증에 확실히 답해 줄 누군가가 생각났다.
어쩌면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그를 찾아가야 했을지도.
그녀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4
“이사장님. 인비데아 공녀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뫼시세요.”
이시장은 오늘 아침 올라온 보고서를 보는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외부에선 체스트힙 조교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기동력이 뛰어난 마법사들이 최대한 넓게 퍼져 수색했지만, 허사였다.
보고서엔 그렇게 쓰여 있었고, 이사장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역시, 최악의 경우가 맞았다.
모종의 이유로 침식 지대로 떨어진 거겠지.
일이 복잡하게 되어 버렸다.
그사이, 인비데아가 문을 열고 이사장실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사장님. 어제 수색은 어떻게 되었나요?”
“허사입니다. 카이사르 공녀. 어디로 갔는지 통 보이질 않는군요.”
“그럴 수밖에요.”
인비데아의 말엔 칼이 있었다.
이사장의 눈매가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졌다.
설마, 마누스가 비밀을 말했나?
아니면 아덴이?
그의 고민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인비데아의 입에서 술술 정보가 나왔으니.
“제 눈에만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균열이 보였습니다. 아마 이상 현상과 연관된 현상이라 생각됩니다만.”
“…….”
“제 눈에만 보이는 걸 보니, 저도 영향이 있나 싶어 찾아온 겁니다. 마누스는…… 그쪽에 있는 거겠죠?”
“정말 그게 보이는 겁니까?”
이사장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선택받은 자들은 아카데미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줄 알았는데, 외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었나?
아니, 그건 닉스 이사장 본인만의 생각이지 않은가.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비데아의 말을 조금 더 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녀에게 진정으로 자격이 있다면, 앞으로의 일을 더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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