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167화 – 함정은 상대를 잘 봐 가면서 사용해라
#1
밖에서 아이들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누스 본인도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긴 했다.
대뜸 보스와의 일대일 구도라니…… 이런 이벤트가 있었나?
눈을 들어 흉흉한 기운을 풍기는 체스트힙을 바라봤다.
녀석의 본질은 마법사지만, 이미 인간의 모습을 포기한 상태.
게다가 메시지에선 분명 ‘은둔자’라고 칭했다.
그 말은 즉, 이 정원을 관리하는 자가 새로운 정원사를 뽑았다는 얘기.
“불쌍하군.”
마누스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어째서 그가 자신을 적대하게 되었는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관심도 없었고.
아직 어리고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많았다.
그 녀석들을 케어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 큰 조교까지 신경 쓸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마누스의 진정한 심경이 말로 튀어나왔다.
그 단어에 자극받은 듯, 체스트힙이 거칠게 땅을 찍었다.
[마……누스으으으-!]촤르르륵-!
땅에서 나무줄기들이 솟아났다.
거대한 송곳처럼 찔러 오는 가시들이 마누스의 하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전투는 벌써 시작된 건가.
마누스가 가볍게 땅을 박차며 희게 웃었다.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
그 어떤 외부의 간섭도 없는 곳에선,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으니.
오랜만에 전력으로 부딪칠 여건이 갖춰졌다.
“함정도 상대를 봐 가면서 팠어야지.”
화르르르륵-!
5클래스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강화된 [카이사르의 마음가짐], [정령의 속삭임], [공격의 소양], [마법사의 마음가짐].
여태 쌓아 왔던 패시브 스킬들이 위력을 차곡차곡 더했다.
5클래스의 위력을 뛰어넘는 위력에 50% 대미지 상증. 거기에 30% 공격력 향상과 다중 마법을 사용해 위력 증폭까지.
콰르르르르르르르-!
그렇게 완성된 5클래스 마법은 이미 5클래스가 부를 수 없는 열기를 담았다.
만약 이 광경을 플로이스 가문의 가주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마누스는 실없는 생각과 함께 마법진의 방점을 찍었다.
[아르도르] [알투스]화염의 구가 폭발해, 거대한 용오름을 형성했다.
결계 너머에 있는 정원의 식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화마가 번지기 시작했다.
해당 마법을 정통으로 맞은 은둔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참 시끄럽군.”
후우욱-.
호흡이 들뜨며 몸이 예열되기 시작했다.
소모한 마나는 빠르게 차올랐다.
[마누스으으으-!]불기둥을 뚫고 달려드는 은둔자.
어느새 나무줄기로 거대한 망치를 만든 거인이 마누스를 향해 떨어졌다.
저건 제대로 맞으면 한 방이겠는데?
마누스는 위력을 가늠해 보았다.
그러고는 피하는 것 대신,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스킬을 믿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카운터] 스킬을 익혔으니까.
[그어어어어-!]온몸이 불타는 와중에도 마누스를 향한 악의는 멈추지 않았다.
생각보다 대미지가 많이 들어갔는지, 시커먼 재가 된 것만 같은 모양새.
그렇다 해도, 은둔자가 내려치는 일격은 즉사급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누스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지만-.
[아르도르] – [데제네라티오] [더블 스프레드]5클래스 화염 마법과 5클래스 흑마법의 마법진이 조각조각 찢어졌다.
어쩌면 아나이스의 전용기보다도 악랄하고 지독한 마법.
상대방의 능력치를 대폭 낮추는 흑마법은 보스를 상대할 때도 유용했다.
그래서인지, 흑마법과 원소 마법을 조합한 레시피가 많이 나오곤 했다.
제3, 4구역에서도 주력으로 쓸 수 있는 마법이자, 중반 국민 스킬로 불렸던 스킬.
본래 정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야 정상이지만, 마누스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죽……어라아아아아!]콰아아아앙!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었다.
은둔자는 마법사의 약점을 아주 잘 아는 데몬.
조교였던 그의 지식은 빠르게, 최대한의 공격력으로 마누스를 내리찍었다.
극심한 고통이 동반되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안드레아가 준 이 육체는 5클래스, 그 너머에 있는 마법의 위력까지도 견디게 해 주었다.
게다가 정원에 있는 한, 그는 한 번에 목숨을 잃지 않는 이상 끝없이 재생하는 능력도 갖췄다.
그러니, 앞뒤 가리지 않고 접근해서 죽인다!
[그어……억?!]엄청난 충격이 상대방에게 가해졌을 터다.
분명 곤죽이 되었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게, 마누스는 눈을 감고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았으니까.
무방비하게 공격을 받았으니 분명, 핏덩이가 되어야 할 텐데.
그런데 이 고통은 무엇인가.
온몸이 부서질 듯, 둔중한 통증이 전신을 내달렸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통증.
몸부림치지도 못하고 털썩 주저앉게 되는 극심한 고통이 은둔자를 괴롭혔다.
[카운터 – 엑시고] [물리 공격을 30% 확률로 반사] [최대 체력의 50%가 넘는 대미지를 입었을 때 100% 확률로 반사] [전투에서 최대 1번만 사용 가능]“멍청한 것.”
한눈에 봐도 정상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방어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예르모 역시 제대로 버티지 못할 일격이었다.
즉사를 방지해 주는 스킬.
앞으로를 대비해서 마누스가 익혀 둔 스킬 중 하나였다.
[그……아아아아아아!]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리는 체스트힙.
마누스는 태연하고 의연하게 마법을 완성했다.
카덴차.
드디어 5클래스 마법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피게르 바포르]메마른 불꽃.
상대방의 방어력, 마법 저항력, 마나를 태우고 해당 수치만큼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극악무도한 마법이 완성되었다.
악마의 형상으로 물든 불꽃이 은둔자를 덮쳤다.
콰득, 콰드득-!
분명 불꽃에 타들어 가고 있을 텐데, 무언가 씹어 먹는 소리가 들렸다.
걸신들린 거지처럼 은둔자를 씹어 먹는 불꽃.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지만, 마누스는 그 광경을 제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
‘상당히 빡센데.’
5클래스 마법 두 개를 세 번 연속 사용했다.
6클래스 마법보단 아니지만, 마나의 소모는 상당한 수준.
카덴차로 두 마법을 합쳐서 80%의 마나를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면 마나 부족 현상이 일어났을 거다.
5클래스 트리플 스프레드는 언감생심, 아직 쳐다보지도 못할 경지였다.
5클래스 더블 스프레드 역시 이번에 얻은 패시브들이 아니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터.
힘든 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어느새 장작 타는 냄새가 솔솔 풍기며 은둔자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체스트힙 본인.
“……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나에게 악의를 품었나. 그 끝은 정말로 추하군.”
“……카이사 교수님의 총애는…… 내 것이었어야 했다.”
“그래. 원래 네 것이다.”
마누스는 카이사 교수의 총애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 하나.
학술회에서 6클래스 이상의 경지로 넘어가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아무런 감정 없이 내뱉은 그의 말을 들은 체스트힙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 떨렸다.
마누스의 말은 체스트힙을 마지막까지 증오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끓는 목소리로 겨우, 저주를 내뱉듯 외치는 체스트힙.
“네가…… 모든 걸 망쳤다…… 모든 걸!”
“웃기지 마라. 카이사 교수님은 학술회에 너도 데리고 가려 했다. 난 그저 그녀의 논문에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이지.”
“……뭐?”
“멍청하고 한심한 것. 카이사 교수님이 불쌍할 지경이야.”
처음 듣는 말에, 체스트힙의 발악이 더욱 거세졌다.
이미 몸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의식도 흐려져 갔다.
하지만 마지막 말은 꼭 듣고 가야겠다는 일념이, 그의 꺼져 가는 생명을 붙잡고 있었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그게 무슨-.”
“스승의 뜻도 헤아리지 못한 주제에 자격지심을 품었나. 그야말로 버러지로군.”
화륵-.
마누스의 손끝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체스트힙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왜 교수는 마누스에게만 그런 웃음을 보여 줬을까.
왜 카이사 교수는 자신에게 그토록 일만 시켰던 걸까.
왜, 왜 자신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가.
끝없는 절망감과 허무함, 후회감이 그의 뇌리를 헝클어뜨렸다.
“교수님은 논문 첨삭을 위해 나에게 부탁하셨지. 쪽지가 여럿 붙어 있더군. 네게 어떤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진전을 잇게 할지…… 뭐 그런 것들이 쓰여 있었다.”
“아…….”
그의 눈가에서 투명한 것이 반짝였다.
마누스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다, 손에 들고 있던 불을 떨어뜨렸다.
“결국, 넌 모든 이들을 실망시킨 버러지에 불과하다.”
그러니, 모두에게서 잊혀라.
그편이 상처 입은 자들에게도 좋은 방향일 테니.
“아아, 아아아아아-.”
체스트힙이 들썩였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생명력이 꺼져 간다는 걸 분명히 자각했다.
육체를 좀먹는 불꽃이 모든 것을 태우면, 영혼도 사라지겠지.
너무도 억울하고 너무도 후회되었다.
한순간의 욕심으로 인해 모든 것을 망친 자신이 너무도 미웠다.
이 상황을 만든 모든 것을 증오했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모든 것을 내어 주려 했던 교수님을 믿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다.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건, 타인과의 진실한 대화뿐이다. 넌, 교수님에게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상담을 받아 봤나?”
“…….”
들썩이던 조교의 몸이 잠잠해졌다.
그가 지금 어떤 심정을 느끼고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관심 없었다.
마누스는 방해물을 치웠을 뿐이었고, 적들의 전력을 약화시켰다.
“……믿지 마라.”
체스트힙 조교가 속삭이듯 말했지만, 마누스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썩어 빠진 육체가 불꽃 속으로 사라지고, 그를 가로막았던 식물들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지니고 있던 오르카의 목걸이가 체스트힙의 영혼을 흡수했다.
‘이제 여덟인가. 생각보다 빠른데.’
그래도 이제부턴 얻기가 점점 힘들어질 터다.
희귀한 아르카나들이니, 이젠 5구역이나 되어서야 얻을 수 있을 테니.
상념을 끊어 내듯, 데몬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안쪽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은, 그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과연, 안드레아는 확실히 몇 안 되는 지략가였지.
이런 꼼수 정도야, 충분히 예상한 바였다.
줄기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해 공작을 펼친 모습.
“그것도 끝인데, 다음은 무슨 수를 준비하려나.”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을 2사도가 들었을까?
만약 들었다면 머리 좀 굴려야 할 것이다.
그러지도 못한다면, 압도적인 힘 앞에 허무하게 사라질 테니까.
빠지지직-.
그가 마법을 만들었다.
걱정했을, 그리고 지금도 걱정하고 있을 동료들에게 알려 줄 생각이었다.
카이사르 마누스는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고, 그 강함은 더 대단한 수준이라는 걸.
마누스의 마법이 근심을 털어 내듯 쏘아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