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8)
제168화
168화 – 그녀의 고민
#1
탐사를 마치고 무사히 도착한 일행.
자꾸만 이상한 위기에 빠지는 마누스를 걱정하는 케일의 눈빛은 퍽 인상적이었다.
원작 게임에서는 그녀의 다양한 표정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까.
마누스는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무감정하게 전투를 하다 보면, 이 세계가 게임 속 세계라는 걸 자각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표정, 쏟아지는 감정들을 겪고 있노라면 여긴 게임 세계가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아직도 홀로 멍하니 있을 때면, 처음 받았던 편지를 상기할 때가 종종 있었다.
왜, 누가, 이 세계에 자신을 보낸 것일까.
‘내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겠지.’
어쩌면 무수히 많은 사람이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DLC를 구매한 모두가 자신과 같은 문제에 처했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세상은 별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으니까.
케일과 아나이스, 그 밖에 다른 이들은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다.
내일부터는 다들 중간고사 때문에 바빠질 테지.
이제 2주 남았나?
자신도 슬슬 복습이란 걸 해야겠다 싶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하얀 종이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설치 마법과 마법 융합에 대한 고찰]카이사 교수가 자신에게 넘겨주었던 논문.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 있었고, 마누스가 배울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포스트잇을 붙여 두듯 짤막한 메모지를 손수 오려 붙여 둔 것들.
-설명을 조금 더 자세히-
-■■■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기-
-이론 보강-
-조언을 얻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에게 전달할 부분이니 공부 더 하기-
“……제자 사랑이 남다른 분이었군.”
메모를 하나씩 떼어 가며, 마누스는 왠지 모를 착잡함을 느꼈다.
그래, 결국 표현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 서로의 감정은 모르는 거다.
두 사람의 문제점이라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은 것.
주고 싶은 이와 받고 싶은 이 사이의 간극은 가깝지만 멀었다.
거기에 굴러 들어온 돌인 자신이 그 틈을 벌려 버린 거겠지.
참 얄궂은 운명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쌓이기에, 마누스는 동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불만이 있으면 말하고,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직접 말하기보단, 내가 먼저 파악해야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건, 으레 그런 법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온 15년.
그런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니,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마누스는 논문을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앞으로 할 일을 생각했다.
일단 버클리 가문에 들러야 할 테고, 아나이스의 옆에서 학생회 조직을 조금씩 도와줘야 할 거다.
너무 깊은 관여는 오지랖이니, 걸러 내야 할 인물만 언급해도 되겠지.
그리고 아브렐 가문에서 무얼 꾸미고 있는지 알아낼 차례였다.
그 문제는 가문에서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쉬어 둘까. 공부는 역시 내일부터지.’
언제나 일이 끝나고 나면 헝클어진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이 그를 괴롭혔다.
카이사르 마누스의 본래 성정일까, 아니면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의 잔재일까.
복잡한 심경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마구 흔들렸던 침전물이 차근히 가라앉는 것처럼, 마누스의 의식 역시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2
주말이 끝나고 다시 한 주의 시작이 돌아왔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장 처지는 날.
오늘따라 유독 분위기가 축축 처졌다.
아무래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일 거다.
분명 어젯밤에만 해도 달빛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이었건만, 모두가 잠든 사이 먹구름이 끼고 비를 쏟아 냈다.
마법으로 비를 가린 이들, 우산을 들고 가는 이들, 아무것도 없이 후다닥 뛰어가는 이들이 모두 보였다.
그 광경을 이사장실에서 보고 있던 닉스 이사장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체스트힙이라는 존재를 잊었다.
기억이 어떻게 된 것인지, 마누스를 음해하려는 사람은 시렌이라는 하녀뿐이라고 믿었다.
감히 위대한 가문을 건드렸다는 죄 때문일까.
아니면 귀족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그녀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역시, 탑에 있었군요. 무사히 해결된 것 같아 좋습니다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네요.”
“인과응보죠.”
마누스는 깨끗하고 진한 향의 차를 마시며 답했다.
세 명의 학생회장 역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정할 필요도 연민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그는 남을 상처 입히고 음해했으며,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자였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애초에 후회할 짓은 하지 말아야지.
이사장은 카이사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조교를 잃어버렸으니, 그녀의 인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아주 중대한 문제였다.
“마누스 학생은 카이사 교수를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시면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잠깐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남아 있어 주시고.”
“네, 이사장님.”
니아가 대표로 말했다.
하룻밤을 푹 쉬고 있었더니 체스트힙을 잡았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던지.
게다가 자신들이 없는 사이에 큰일이 날 뻔했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누스의 비밀, 그리고 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했는데 이토록 나약한 모습을 보여야 했던가?
그녀의 가슴이 턱 막힌 듯, 답답해졌다.
역시, 징징거리지 말고 조금 더 끈덕지게 달라붙어야 했나.
저 멀리 보이는 거울에, 자랑스러운 황금빛 눈동자가 비쳤다.
전설을 담고 있는 드래곤의 눈동자가 입꼬리를 내리고 있는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마누스는 죽을 고비를 넘겼고, 남아 있는 이들은 끝까지 맞서 싸웠다.
이틀, 도합 24시간을 꼬박 사지에서 보내며 곤란했던 일도 멋지게 끝냈다는 것.
갑자기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선배가 되어서는…….’
그녀는 그랬다.
뭐든지 잘했고, 무엇이든 오래 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마법, 공부, 인간관계 등등.
아브렐 가문의 유전자는 위대했으니까.
가문은 우물이 아닌 거대한 호수였고, 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벽은 무척 높고 화려했다.
세상에 나와서도 그녀는 열등감 따윈 갖지 않았다.
그런 감정을 갖기엔 자신이 워낙 뛰어났고, 안 되는 일이 없었으니까.
설렁설렁 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
아니지.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을 재능이었다.
“……그러니 준비를 서둘러 주었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그래도 다행이네요. 중간고사가 시작하기 전에 사건이 해결되어서…….”
아나이스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딴생각하느라 중간에 대화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 니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마누스, 그리고 탑.
일상의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마누스가 했던 말 때문인지, 통 인생이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았다.
[답을 찾길 바랍니다.>그놈의 답.
대체 나오기는 하는 걸까?
이번 중간고사, 제법 큰 행사가 될 것 같았다.
누가 온다는 것 같았는데, 누구지?
“그럼, 전달 사안은 끝났습니다. 나중에 뵙죠.”
이사장이 자리에서 일어서, 회의를 위해 자리를 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세 사람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니아는 잠자코 다른 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모르는 정보가 있을 땐, 다른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 보면 대충 유추할 수 있거든.
“진짜 황제 폐하가 중간고사를 관람하러 오시는 건가요?”
“응, 이사장님이 직접 전달받으셨다고 하니까…… 맞을 거야.”
“뭔가, 일이 점점 커지네요.”
아나이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황제라니.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자가 아카데미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자꾸만 관심을 가지는 걸까?
아니지, 반대로 생각하면 무언가가 있으니 관심 가지는 것이 아닐까?
니아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혼자 놀라는 중이었다.
황제, 브레들리 가문의 제왕이 아카데미에 직접 행차하신단다.
이번 중간고사, 어쩌면 사상 최고로 치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보가 퍼져 나가면, 2주 동안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할까?
‘한바탕 난리가 나겠네.’
학생들이 아닌, 자신의 가문들에서 말이야.
아카데미의 연회장이 또 한 번 떠들썩해질 것이라고 직감한 니아는 미뤄 두었던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녀의 가문 역시 소식을 들었다면, 이번 중간고사에 참관하겠지.
그때, 정보를 들을 수 있을 터다.
가문에서는 어떤 지령을 내릴까?
자신만큼, 어쩌면 자신보다 더 집요하게 파고들 가문이었다.
부디, 쓸데없는 짓만 안 했으면 좋으련만.
“선배.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폐하가 오신다는 거?”
“네.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니아는 복잡한 심경을 숨기고 태연함을 가장해 말했다.
사실 뭐, 우리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 그냥 평소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우리 능력을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음……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A반이라곤 하지만, 방심하지 마.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거든.”
2학년, 3학년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아나이스는 니아의 말을 듣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공부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잊고 있었지만, 아카데미 자체도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다.
절대 간과해선 안 될, 치열한 전장 중 한 곳.
아나이스는 걸어가는 니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다소 가볍고 어딘가 까탈스러워도, 그녀는 3학년 최강의 마법사.
‘본받을 점도 다 보이고…… 대단한 사람인 건 맞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인지, 평소 당당하던 니아의 걸음걸이가 조금 위축되어 보였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주제넘은 생각이었지만…… 저 고민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으련만.
“왠지, 선배의 연륜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그죠?”
“그러네. 나도 본받아야겠는걸.”
알라노가 부드럽게 웃었다.
세 사람은 문득 생각했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지금, 마누스는 무얼 하고 있을까?
그리고 리비를 추궁하겠다던 멜라니는 또 뭘 하고 있을까?
오늘부터는 집중적으로 시험 범위와 마법을 알려 줄 시기였다.
그만큼 교수님들의 생각을 꿰뚫어야 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겠지.
사건이 해결되어 한숨 돌렸지만, 즐길 여유는 없었다.
그들은 학생이고, 시간은 지체 없이 흘렀으니.
“빡세다 빡세.”
아나이스는 조용히 뇌까리며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그녀도 제법 의연해질 줄 알았다.
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그녀는 훌륭해지는 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