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9)
제169화
169화 – 다시 영웅으로 올라서는 건, 소문이 결정한다
#1
월요일.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카데미는 떠들썩했다.
거대한 현수막에 걸린 징계 위원회의 결과.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도록 로비에 붙여 둔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다.
마누스의 무죄, 그리고 하녀였던 시렌의 음해.
진실이 밝혀지자, 그간 마누스를 험담했던 이들은 창백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특히 조금이라도 성적이 올라갈까 기대했던 이들.
평소 마누스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학생들은 아침부터 죽을상이었다.
결국, 그들이 바라지 않던 최악의 형태로 결말을 맞이했으니.
“어쩌냐 우리.”
“뭘 어째. 그냥 사려야지.”
“하…… 진짜 왜 그랬을까? 너무한 거 아니야? 그 실력이 진짜 아무런 도핑도 없이 이뤄 낸 거라고?”
“그러게. 그것보다 소식 들었어? 카이사르 가문에서 졸업생이 왔대.”
졸업생.
그 말이 가지는 의미는 정말 컸다.
4년 동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뿐만 아니라, 졸업 시험, 논문을 모조리 통과했다는 것이니.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자들은 많았으나 나가는 이는 적다는 말이 있다.
거기다 카이사르의 졸업생이라면, 필시 수석 졸업생이었으리라.
아카데미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졸업생.
3학년, 4학년은 이미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인비데아.
그들에겐 우상과도 같은 선배였으니, 마누스에 관한 것보다 더욱 화제가 되었다.
마누스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니아가 다가왔다.
“기분은 좀 어때?”
“평소랑 똑같습니다.”
“오, 역시. 인비데아 선배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안 될 건 없죠.”
“어…… 혹시 소개 좀?”
마누스는 피식 웃었다.
마치 선망하는 아이돌 가족에게 들러붙는 지인 같아서.
니아는 기대를 잔뜩 담은 눈빛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어떻게 할까?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인비데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어디 있을까?
향수에 젖어 추억을 찾기라도 할까?
그건 수업이 끝나고 보면 알 수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때, 교실 뒤편이 웅성거렸다.
“꺄아아악! 선배님!”
“선배님! 팬이에요!”
“……무슨 일이래?”
니아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인파가 몰려 있는 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인비데아는 자신의 기운을 딱히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등장을 알아채기가 쉬웠는데, 마누스도 그중 하나였다.
저렇게 인파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카이사르 가문도 확실히 관심을 즐기는 것 같단 말이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의 누이가 이곳에 왔다면, 필시 자신을 찾아왔겠지.
그것도 꽤 중요한 사안일 터다.
“동생에게 볼일이 있으니, 잠깐 양해를 구하겠소. 여러분.”
“아, 그, 그럼요.”
“물론입니다! 지나가십시오!”
아주 열렬한 반응이었다.
마치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둘로 나뉜 인파 사이를 지나 마주한 자신의 동생.
인비데아는 마주 보고 있는 자신의 동생을 향해 말했다.
“이사장님께 모든 걸 들었단다. 나도 보이는 듯하니, 방과 후에 보자꾸나.”
“알았다.”
“보는 이들이 많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하고…… 곧 어머니가 돌아오신다고 한다.”
“그 건은 어떻게 됐지? 추적은 되고 있는 건가?”
인비데아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그것도 나중에. 이따 보자.”
바람처럼 등장해, 바람처럼 사라지는 인비데아.
마누스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뒤에 서 있는 니아에게로 눈을 돌렸다.
선망이 가득 찬 눈동자.
광대가 도드라져 보이는 웃음은 그녀의 평소 이미지를 망가지게 할 정도였다.
“아카데미 학생일 때도 저런 성격이었습니까?”
“……아마?”
“…….”
마누스는 그저 말없이 멀어지는 누님을 바라봤다.
역시 카이사르라고나 할까.
그녀도 자신처럼 범상치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을 거다.
마누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2
방과 후.
마누스는 인비데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어떤 말을 할지, 또 어떤 사건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인비데아는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만들지.
“오, 일찍 왔구나. 새로운 책이 많이 들어왔더라. 꽤 재미있는 시간이었단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기엔 좋은 장소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 너희들이 가고 있는 침식 지대. 그곳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단다.”
벌써 거기까지 알아냈나.
출처는 이사장이겠지.
아무도 그녀와 접촉한 사람이 없다는 걸 상기한 마누스는, 일의 자초지종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외부로 퍼지는 일이 빨리 다가왔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잘 살려 공략 속도를 높여야지.
더불어 6월에 다가올 하수인과 에레시스를 막아야 할 전력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한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맞을 거다. 지금 우리는 침식 지대에서 지구라트라는 곳을 공략하고 있어.”
“데몬이라고 했던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들었어. 그들이 나오면 정말 세상이 멸망하나?”
“누나나 나처럼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들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리 아버지라도 볼 수 없는 적을 상대로는 무리일 거다.”
“음…… 그렇단 말이지.”
솔직히 자신의 아버지. 라베스가 데몬 따위에게 질 것 같진 않았다.
니아처럼 어떻게든 탑에 쑤셔 넣는다면, 단번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마누스는 구태여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직 부작용은 확인되지도 않았고, 어떤 방식으로 세계가 변할지도 몰랐다.
만약 그가 적으로 돌아서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마누스 본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인비데아는 동료들과 합심하면 어떻게든 설득하거나 제압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버지는…… 감당이 안 되었다.
“내가 거듭 말하지만, 가문의 욕심이 들어와선 안 돼.”
“그거야말로 세계 전쟁의 시작이겠지. 나도 자각하고 있단다.”
“적어도 1년. 그 정도까지는 우리끼리 올라갈 생각이다.”
마누스의 단호한 말에, 인비데아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동생의 의견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인비데아는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했고 그 말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마누스.
카이사르가 대륙 최고의 가문이 되기 위해선 그의 힘이 무럭무럭 자랄 필요가 있거든.
겸사겸사, 자신의 오라버니인 티란니스도 견제해 주면 더욱 좋고.
인비데아는 속내를 감춘 채 미소 지었다.
동생의 힘이 강해질수록, 그녀의 꿈도 점차 가까워질 것이니.
그녀의 미소가 점차 진해졌다.
“네 의견을 존중한단다.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 돼. 알겠지?”
“물론. 아 그리고 영지전에는 나도 참여하고 싶은데.”
“그건 아버지께 건의드리겠어. 일단 일도 끝났으니, 난 이만 돌아가마.”
마누스는 배웅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과한 개입은 어떠한 변수를 만들어 낼지 모르기에, 그의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많은 이들이 지켜봤다.
폭군과 여제.
그렇게 불렸던 이들이 함께 걸어가니, 과연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무수히 많은 시선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복도에 들어서자,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배웅은 여기까지만 받지. 또 부탁할 건 없나?”
“6월 3일. 밤에 잠시 아카데미에 들러 주었으면 한다.”
“6월 3일이라면…… 보름달이 뜨는 날이구나. 알겠다. 그날은 비워 두도록 하지.”
인비데아는 미소와 함께 몸을 돌렸다.
이번 방문은 제법 얻은 것이 많았다.
아직 가문에 알릴 생각은 없었지만, 이것으로 티란니스가 모르는 정보 하나를 거머쥔 샘이었으니.
이틀 남짓한 시간으로 이 정도 수확이라면, 또 올 만한데?
정보란 건 단기간에 뚝딱 얻는 것이 아님을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마누스는 이곳에 두고 써먹기에 딱 좋은 정보원이었다.
뭐, 상부상조하는 거지.
“그럼 가마. 몸 건강히 잘 지내.”
“그래. 누나도.”
“……그래.”
인비데아의 눈동자가 잠시 커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전에 보여 주지 않았던 푸근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마누스는 누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눈으로 배웅했다.
그녀의 참전이 확정되었으니, 걱정을 좀 줄여도 되겠지.
5월은 제법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제국 건국 기념일과 개교기념일, 운동회까지 있는 달.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최대한 전력을 키워 둬야 할 터다.
이 1년 동안 4구역까진 밀어 둬야 나머지 2년이 편할 테니까.
‘산토레오는 아직 합류할 때가 아니긴 한데…….’
이미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그 시기가 빠르게 찾아올 수도 있겠지.
어쨌든, 지금은 있는 전력으로 최대한 레벨을 올려 두어야 할 시기였다.
이제 곧 찾아올 마의 구간.
50부터 70까지는 2년이 걸릴 수도, 3년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끝났나.”
체스트힙은 제법 많은 보상을 주고 떠났다.
마석 L 무더기와 안드레아에게서 받은 것 같은 아티팩트.
그리고 [은둔자의 심장]까지.
화이트에게 가져다주면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겠지.
안드레아까지 쓰러뜨린 다음엔 슬슬 제작 아티팩트르 만드는 노가다가 시작된다.
다른 건 몰라도 마나에 관련된 아이템은 꼭 만들어 줘야 수월할 테니.
할 일을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당분간은 중간고사 준비에 집중해야겠지.
#3
방과 후.
니아는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와 열심히 무언가를 끄적였다.
가문은 지금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을까.
중간고사 때 알 수 있겠지만, 미리 정보를 얻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만약 가문에서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거라면 알려 주기라도 해야지.
한참 펜을 끄적이다 멈칫, 그녀가 머뭇거렸다.
요새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현상이 또 도지기 시작한 것.
펜을 내려놓은 그녀가 하아, 깊은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무언가 잊어버렸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느낌.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주변이 점점 없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이마를 책상에 대었다.
이러다 정말 소중한 것까지 잊어버릴까 봐, 그녀는 몸을 떨었다.
“하…… 진짜 어떻게든 해야겠어.”
강해지는 것에 홀려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순 없었다.
그녀가 강해지려는 것 역시 소중한 가문을 위해서였으니까.
‘대책을 세워야 해.’
편지를 적다 말고, 그녀는 다른 종이를 폈다.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쓰기 위해 잔뜩 사 놓은 노트 중,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걸 꺼냈다.
불과 며칠 전, 마누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세계가 배척할 겁니다.>아니, 자신은 절대 배척당하지 않을 테다.
끝까지 살아남아, 못다 한 꿈을 이루리라.
그녀는 이를 악물고 빠르게 손을 놀렸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기 위한 손놀림은 처절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