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17화 – 같은 반이 되었어요!
#1
학창 시절에 친한 친구끼리 떨어진 경우는 흔하게 벌어진다.
고학년으로 올라갈 때.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그 밖에 다른 이유로.
미토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였다.
월반을 하기 위해 서로 노력했지만, 한 명만 올라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오늘 어떻게 됐어?”
“이따 발표 나잖아. 기다려 봐.”
“으으- 아직도 점심시간이라니!”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1학년 세 사람.
세 사람 모두 능력 평가를 받았다.
아나이스와 케일은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피어슨은 조금 달랐다.
[선생님! 제 친구를 섭외해도 되겠습니까?!>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말할 무렵, 피어슨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마누스가 했던 설교가 떠올랐다.
그래서 질러 보기로 한 것.
‘어차피 공격 마법으로는 A반으로 못 올라가.’
그렇다면, 색다르게 접근해야지!
자신이 잘하는 걸 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것이 바로 독수리반에 있는 친구를 섭외하는 것.
[저는 공격 마법을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강화 마법은 그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마누스 선배가 그랬습니다! 혼자 싸우는 것이 마법사가 아니라고. 뒤에서 동료들과 함께 싸울 줄 아는 것도 재능이라고 했습니다!>대놓고 마누스의 이름까지 판 피어슨은, 같은 F반 수준에 있는 기사를 초대했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성과에, 교사까지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아나이스는 얼마 전 선보였던 이그니라를 이용해 오크고 트롤이고 모조리 통구이로 만들었고.
결론적으론, 세 사람 모두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점심 먹고는 2학년 차례지?”
“1학년들은 2학년 능력 평가를 구경할 수 있대.”
“-정말?”
오물오물, 얌전히 밥을 먹고 있던 케일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나이스가 포크를 가지런히 정리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고학년들의 능력 평가를 보는 건 아카데미 전통이라고 하더라. 선배들의 실력을 보고 배우라는 것 같아.”
“오오-. 이거 참 좋은 교육 방식이네. 그럼 우리가 볼 반은 정해져 있지 않나? 솔직히 궁금하잖냐. 폭군의 능력 평가라니~.”
피어슨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나이스가 주책 좀 떨지 말라고 그의 어깨를 팡팡 때렸지만, 내심 동감하고 있었다.
마누스.
그리고 알라노.
두 사람의 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런 생각을 한 건 이곳에 앉아 있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2학년이겠지?”
“당연하지. 해리슨과 카이사르잖아! 얼마나 굉장한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된다.”
“2학년 시험 대상은 뭐였지?”
1학년과 2학년의 난이도는 급격하게 차이 난다.
오죽하면 실전으로 가기 위한 길목이라고들 얘기하겠는가.
2학년 첫 평가가 너무도 중요했기에 붙여진 이름이겠지.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얼른 말하라는 듯, 은근히 시선까지 주었다.
“2학년? 첫 번째가 오거 아닌가?”
“오거? 미친-.”
오우거.
혹은 오거라고 불리는 종족.
평균 신장 2.5m~3m 정도 되는 거인족을 뜻하는 말이다.
그들의 완력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15배라고 평가된다.
마나를 다루지 못하지만, 웬만한 갑옷보다 질기고 단단한 피부가 위협적이었다.
오크와 더불어, 오거 역시 무기술의 달인이었다.
다 큰 오거는 익스퍼트급 기사도 당해 낼 수 없을 텐데-.
“그냥 오거가 아니라 레서 오거라고 들었어. 두 번째는 교수와 직접 대련하는 거였나?”
“진짜 지옥이네.”
1학년과는 결이 다르다.
고작 1년 동안 저런 걸 상대할 수 있나 싶었지만, 미토스 아카데미의 교육을 잘 따라온다면 무리 없이 해낼 것이다.
그게 이곳,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가 갖는 자부심이었다.
“야아아아-! 반 배정 떴다아아아-!”
식당에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말.
세 사람은 천천히 움직이던 식기를 빨리했다.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오래 일한 팀 같았다.
게 눈 감추듯 식사를 해결하고 일어난 일행은 허겁지겁 공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누가 어디에 배정받았을까?
케일은 오랜만에 두근거림이라는 걸 느꼈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일까.
그 옛날, 어른들과 함께 소풍을 가기 위해 잠들던 때가 생각났다.
비록 출발할 순 없었지만, 그때의 기분이 생각나 얼굴이 꿈틀거렸다.
아나이스가 케일의 손을 잡고 길을 뚫었다.
“잠깐만-. 지나갈게-.”
“지나갑니다! 미안미안!”
그 옆에는 피어슨이 함께했다.
그들은 거대한 대자보를 바라봤다.
A반부터 F반까지.
그들의 눈이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어-?”
시작은 피어슨이었다.
그의 눈이 어딘가에 박혀, 떨어질 줄 몰랐다.
[A반 1번 – 케일> [A반 3번 – 플로이스 아나이스> [A반 10번 – 피터손 피어슨>“케일!”
“와! 학년 수석이야?”
“케일! 축하해!”
모두의 시선이 케일을 향해 쏟아졌다.
케일은 수백 명의 학생들 중,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A반 1번.
작년엔 폭군의 왕좌였던 그 번호가, 이번엔 그녀를 찾아왔다.
모두의 축하 속에서, 케일은 얼떨떨하게 웃었다.
그녀는 그의 박수를 떠올렸다.
왠지, 마누스도 이렇게 웃고 있지 않았을까?
#2
[2학년 학생들은 능력 평가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1학년은 F반으로부터 시작하여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라면, 2학년, 3학년, 4학년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방식이다.
작년 A반 1번으로 졸업한 마누스라도, F반으로 추락할 수 있는 구조였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학년 수석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많은 시선이 따라왔다.
여전히 불편한 시선이었다.
‘그래도, 제법 익숙해졌어.’
학교생활도 제법 익숙해졌다.
옛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그런 재미없는 학창 생활이랑은 격이 다르달까.
의미도, 미래도 불투명한 공부를 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성과가 보이는 마법이 더욱 재밌었다.
-아마, 그건 받아들이는 뇌의 기능이 달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어쨌든, 능력 평가는 게임의 콘텐츠로도 등장할 만큼 중요한 이벤트였다.
실제로 어느 반에 배정받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대우나 배울 수 있는 마법도 달라졌으니까.
“지금부터 능력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뱀 A반은 이쪽으로.”
각 반별로 지정된 구역에서 치러지는 평가.
당연히 타 학년 학생들은 마누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기 위해서 한쪽으로 몰렸다.
마누스는 시험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 상황.
“준비되셨습니까?”
마누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마법으로 소환된 거구가 등장했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오우거였다.
붉은 안광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는 걸 증명했으며, 상처가 가득한 근육은 얼마나 많은 싸움을 해 왔는지 보여 줬다.
질질 흐르는 침, 거대한 검, 위협적인 뿔.
털이 없는 머리.
-그 모든 것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하지만-.
‘이걸 움브라들이 처리했단 말이지.’
작년, 그의 그림자가 얼마나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 줬는지 모른다.
힘은 적절하게 숨기는 것이 좋다고들 말하지.
하지만, 보여 줄 땐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이 낫다.
그래야 어쭙잖게 덤비는 떨거지들이 사라지니까.
보여 주기로 했다.
그가 왜 폭군으로 불려 왔는지.
파직-.
푸른 눈동자에 내달리는 마나가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켰다.
[이그니 – 쿠스]불꽃을 화살 형태로 날리는 마법.
마누스의 주변에 도깨비불이 피듯, 무려 열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여기서 끝나면 천하의 카이사르가 아니지.
“-피어라.”
64개의 선분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불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속성은 하나.
바람 속성뿐이다.
[프로첼라]돌풍이 불었다.
바닥에서 생성된 마법진이 초록빛 마나를 뿜어냈다.
지켜보던 이들의 옷자락이 펄럭일 정도의 돌풍.
카덴차로 조합하지 않아도, 이 정도 응용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원소에 대한 이해.
흔히 상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걸 이해하면, 충분히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이다.
마누스는 노련한 지휘자가 되어 마법을 조종했다.
[으어어어-!]오거가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 바람 마법을 실은 불꽃의 화살이 팔, 다리에 적중했다.
펑펑 터지는 불은 살을 태우고, 근육을 찢었다.
오거는 고통스러운 듯, 두 발자국을 더 물러섰다.
[크아아아악!]부웅 떠오른 오거의 신체.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턴제’에 기반해 전투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공격을 맞으면, 공격을 한다.
맞히지 못하면 회피 판정, 막아 내면 블록 판정.
‘세상까지 이해하는 건, 재미가 없는데.’
카이사르의 눈이 세상을 바라보는 건, 현대인이 게임 화면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적응이 빠른 건지도 모른다.
오거가 공격하는 걸, 어떻게 피해야 할까.
‘다른 건 딱 한 가지.’
바로 상대방의 턴에도 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열 발의 불화살을 맞고도 멀쩡한 오거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마누스가 서 있는 자리로 내려앉았다.
바위 덩어리가 쏟아져 내려오듯, 압도적인 무게로 찍어 누르는 오거.
“날아가라.”
퍼엉-!
어느새 마법을 캐스팅해, 오거를 날려 버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 짧은 순간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건, 그야말로 일류 마법사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속도였다.
방어에 성공했으니, 이젠 내 차례겠지.
오거의 살 타는 냄새를 더 진하게 맡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마법은 아나이스도 선보였던 마법.
화르르륵-!
이그니에서 한층 진보한 마법이자, 불 마법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마법이 떠올랐다.
양손에 서로 다른 마법진을 생성시키는 것을 ‘더블 캐스팅’이라고 부른다.
2학년 수준에서는 당연히 무리고, 웬만한 성인 마법사도 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재능이 충만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을, 마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와, 저게 말이 되냐?”
“더블 캐스팅을 저 속도로 펼친다고?”
“진짜 괴물은 괴물이다.”
스킬을 동시에 두 개 쓴다는 느낌만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진 기예.
마법을 쓸 때의 짜릿함은 게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느낌이었다.
카덴차를 사용할 것까지도 없었다.
두 원소의 조합만으로도 오거에겐 치명적일 테니까.
쿠아아아아아—-!
열풍이 불었다.
이전에 사용했던 마법, [아타불루스]보다 현저히 약하지만 비슷한 광경을 연출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케일, 아나이스는 소름이 돋았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때의 광경은 뇌리에 똑똑히 박혀 있었다.
[으어어어어어-!]열풍에 휩싸인 오거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시커멓게 탄 잿더미가 되었다.
황금 뱀 A반 1번.
학년 수석다운 모습이었다.
쿠웅-.
거구가 넘어갔다.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당연한 일을 해낸 마누스는 묵묵하게 어느 한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역시, 지켜보고 있군.’
일렁이는 마나의 흔적이 보였다.
이전, 그림자를 만났을 때와 똑같은 패턴.
그래, 가만히 있을 카이사르가 아니겠지.
마누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교수에게 말했다.
“다음 시험, 바로 보시죠.”
그렇다면 보여 주면 된다.
그들은 똑똑히 보고할 것이다.
위대한 가문 아래, 위대한 핏줄이 개화했음을.
교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정해진 합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평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카이사르.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마누스의 눈동자가 푸르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