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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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170화 – 누군가가 기억해 주길 바란다면
#1
아브렐 가문.
드래곤의 피를 이은 그들에게 있어, 용의 눈동자는 가문의 상징이었다.
빠른 캐스팅, 마나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
상대방이 어떤 마법을 펼칠지 보이는 눈동자는 위대한 가문으로 뛰어오를 역량이 충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드래곤의 핏줄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눈동자 하나만으로 먹고살았던 아브렐 가문은 점차 가라앉았다.
노력을 게을리하고 재능만을 믿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그들의 위세는 대단했으니, 그 바탕에는 뛰어난 정보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에서의 이상 현상에 관해 보고를 마칩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그 누구도 가해자를 잡지 못했다. 참 이상한 일이군.”
“영애께서 조금 더 조사하겠다고 하시긴 했습니다만.”
그들은 요 근래, 새로운 문제를 직면했다.
니아.
아브렐 가문에서 탄생한 기린아이자, 드래곤의 피가 가장 많이 발현된 아이.
가문을 이끌어 갈, 차세대 인재.
가문에서는 그녀에게 거는 기대가 제법 컸고, 그 바람대로 착실하게 성장 중이었다.
3학년.
가장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터진 이상 현상은 그녀의 성장에 심각한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가문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침 명분이 있지 않은가. 이번 중간고사에 아카데미에 갈 일이 생겼으니 말이야.”
가장 상석에 앉은 아브렐 가문의 주인이 아카데미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펄럭였다.
며칠 전 날아온 서신.
이번 중간고사에 친히 아카데미를 방문하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니 자신들도 그 자리를 빛내야겠지.
많은 가문이 참석할 터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가문의 자제가 아카데미에서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혹은 더 높은 자리로 도약하기 위해.
사교 모임은 기회의 장이었으며, 세계를 움직이는 자들의 집합소였다.
“그곳에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겠습니다.”
“음, 그러도록 하고…… 누가 나와 함께 갈 테지?”
황제가 직접 행차하는 자리다.
가주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그 위대한 권위에 도전하려는 것처럼 비치겠지.
제아무리 영향력 있는 가문이어도 황제와 관련된 문제에선 티끌만 한 잘못도 커다란 짐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것이 황제의 위엄이었으니.
가주의 물음에 손을 든 이가 있었다.
아브렐 니아의 오라버니이자, 드래곤의 눈동자를 가지지 못한 이.
그래서 스스로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난 이.
“제가 가겠습니다. 아버지.”
“네가? 그래 좋다. 아카데미 졸업생이 생리는 더욱 잘 알겠지.”
“감사합니다.”
“채비하거라. 2주 후에 떠날 테니.”
가문의 장남은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 니아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자신이 포기만 만큼, 그녀가 이 가문을 빛내야 할 테니.
그 역시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비록 수석은 아닐지라도 상위 1% 안에 들어, 가문을 빛냈다.
드래곤의 눈만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틀림없이 후계자는 자신이 되었을 터다.
하지만, 그는 이제 후계자의 자리에 미련이 없었다.
자격 있는 자가 가문을 이어받고, 궁극적으론 가문 자체가 위대해지는 것.
그것이 아브렐 가문 소속 모두가 가진 꿈이었다.
‘기대되는군.’
“회의는 여기서 마친다. 조사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가주님.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만, 갑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회의를 파하기 위해 가주가 일어선 순간, 문이 열리고 웬 남자가 등장했다.
아브렐 가문의 눈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다급하게 들어온 것.
가주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내 자리에 앉았다.
갑작스러운 일에 대한 불만이 아닌, 궁금증에 의한 표정 변화였다.
“무슨 일이지?”
“변경백 에이커와 카이사르가 조만간 영지전을 치를 모양입니다.”
“……뭐라?”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가만히 있던 카이사르에서 왜?
잠자던 레드 드래곤이 갑자기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휘몰아쳤지만, 궁금증은 접어 두기로 했다.
엄청난 소식에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 드디어 정복자의 가문이 긴 잠에서 깨어나는가.
“방금 수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황제께서 윤허했다고 합니다.”
“……에이커 가문이 왜 그들에게 밉보인 거지?”
“듣기로는 두 자제가 에이커 영지에서 화를 입을 뻔했다고 합니다.”
“허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지전은 많은 이익이 얽혀 있는 문제였다.
보급에 필요한 자원도 엄청날 테고, 마법 아티팩트나 공성 병기도 필요하겠지.
그 모든 것을 카이사르 공국 홀로 처리할 순 없을 터.
거기에 숟가락을 살짝 얹는다면, 꽤 이득을 볼 수 있으리라.
아브렐 가문의 용병은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어디에 필요하든 보내 주기만 하면 값을 두둑이 받을 것이다.
새로운 고민거리가 늘어 갔다.
그리고, 그 소식은 대륙 전역에 퍼지는 중이었다.
#2
니아는 오늘 하루도 평범하게 시작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언제나 당당했고, 사람들의 인사도 자주 받았다.
3학년 학생회장이라는 건, 꽤 대단한 의미였으니.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
오늘 아침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 적힌 사실을 마누스에게 알려야 하기에,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3학년 A반으로 향했다.
“마누스! 있니?”
“무슨 일입니까?”
편지를 받고 오느라 제법 늦어진 등교 시간.
덕분에 마누스를 기다릴 필욘 없어졌다.
그는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한 얼굴이었다.
어려운 마법 이론서를 펼치고 있는 걸 보니, 오늘도 독서 삼매경이었겠네.
그녀가 마누스의 손을 잡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많은 이들이 들을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갑작스럽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분명 이상한 소문이 또 나돌 테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특급 소식을 가지고 왔어.”
“뭡니까?”
“자, 잘 들어야 해? 한 번만 말할 거니까?”
“경청하고 있습니다.”
마누스는 팔짱을 끼고 니아를 바라봤다.
갑자기 불러낸 이유는 뭘까?
혹시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보기 시작했던가?
가문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그녀를 괜히 끌어들였나, 하는 생각이 몰아쳤다.
니아의 달싹이는 입술을 응시하며,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찰나의 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있잖아. 에이커 가문이랑 카이사르랑 영지전을 한대.”
“……알고 있습니다.”
“그래! 몰랐지! 내가 잘 전해 줬……. 응? 뭐라고?”
마누스는 하아-, 하고 긴 한숨과 함께 니아에게 말했다.
지금 어디서 주워듣고 뒷북을 치는 건지.
아브렐 가문이 정보전에도 뛰어난 쪽이었던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 말 하려고 온 겁니까?”
“아니…… 언제…… 아.”
“제 누이가 괜히 온 게 아니겠지요.”
“그, 그러네에.”
눈으로 심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마누스.
그를 바라보며 니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지 참.
가문의 일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게다가 누이가 직접 다녀갔으니, 소식을 전하고도 남았겠지.
그녀는 멋쩍으면서도 안도감이 들었다.
마누스의 순간적인 걱정이 보이기도 해, 내심 뿌듯하기도 했고.
“헛소리 그만하고 상태나 말씀해 보십쇼.”
“허, 헛소리……. 으휴, 그래. 지금은 괜찮아. 딱히 문제없어.”
“다행이군요.”
마누스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더 들어 볼 것도 없었으니, 다시 독서를 이어 갈 생각.
“진짜, 선배한테 너무 까칠하다니까. 그래도 뭐…….”
걱정해 준 상대에게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니아는 작게 미소를 머금고 걸음을 옮겼다.
의외로 괜찮아 보이는 탓에, 마누스 역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교실로 들어온 상황.
이야기는 3년에 걸쳐서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그 전에 어떻게든 정상으로 돌려놔야겠지.
원작에서 없던 캐릭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두 눈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라도 빠르게 해결책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
가장 좋은 것은 니아가 탑의 선택을 받아, 세계에서 잊히는 걸 막는 거겠지.
마누스는 도저히 책에 집중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기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바람이라도 쐬지 않으면 답답한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야, 어디 가!”
뒤에서 니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3
카이사르 공국.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공국 내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이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저택으로 오가는 중이었다.
라베스는 저택으로 이어진 행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행 상황은?”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공비 전하께서 도착하신답니다.”
“별 탈은 없었겠지.”
“예. 아 그리고 공녀님께서 올린 정보입니다만, 마누스 공자님께서 영지전에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라베스의 몸이 웨이를 향해 돌아갔다.
약간의 의문, 그리고 걱정, 호기심이 섞인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눈으로 묻는 가주에게 대답했다.
“아마 교단에 관한 일 때문이지 싶습니다만.”
“무모한 일이라는 걸 알까.”
“아마 그렇지 않을지……. 그래도 많이 성장하셨으니,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음.”
라베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아들은 여러모로 그의 관심을 많이 받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겠지.
전지전능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라베스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그도 단 한 명의 사람 속을 모르는 법.
제아무리 천지를 뒤엎고 바다를 가른다 한들, 제 아들의 사랑도 못 받으면 나쁜 아버지일 뿐이겠지.
마누스는 디레 교단과의 교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신뢰를 제법 회복한 만큼, 아들의 뜻을 존중해 주리라.
“허락한다. 마누스에게 서면으로 내용을 전달하도록.”
“예. 아카데미 측에도 같이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라베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다시금 분주히 돌아다니는 가문의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자, 이제 정복자의 깃발이 다시 휘날릴 시간이었다.
에이커 백작.
마스터에 오른 전사이지만, 과연 자신의 마법을 당해 낼 수 있을까?
미토스 아카데미를 다녔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리그에서 신나게 마법을 써 댔던 젊은 시절.
그때의 전사들은 라베스 본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었지.
에이커 백작 역시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을 터다.
“기대되는군.”
그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완전한 성장을 이룬 검사가 자신의 마법을 얼마나 받아 낼 수 있을지.
또 그의 병사들은 얼마나 덧없이 저항할 것인지도.
전운이 점차 먹구름처럼 몰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