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174화 – 뒤는 자나 깨나 조심해야 하는 법
#1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을 본 게이머는 어떤 기분일까.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겠지.
하물며 그 대상이 게임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임에야, 그 기분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에이커 백작은 전황을 바라보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 그는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제국에서 손꼽히는 검사였지만, 압도적인 마법의 힘을 감당할 순 없었다.
누가 우위에 있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이건 사람의 문제였다.
“설마 했는데, 대마도사의 이름이 허명은 아니었군요.”
“준비는 끝났겠지.”
“물론입니다. 카이사르는 힘에 취한 나머지 안일했지요. 그들이 두고 간 유적에서 이미 예전부터 준비 중이었답니다.”
“……더 이상 내 분노가 인내심을 잡아먹기 전에 끝내 주게.”
“알겠습니다.”
에이커 백작 옆에 있던 이가 사라졌다.
이제 그가 나설 차례였다.
기사단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다.
적어도 그만큼의 기사단을 검으로 데려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스르릉-.
청명한 검명이 맑은 하늘 아래 울려 퍼졌다.
빨리 피를 머금고 적의 내장을 빨아들이고 싶어 하는 명검.
그는 옆에 있던 새하얀 백마에 올라탔다.
에이커 백작의 진짜 정예들.
“주군. 준비되었습니다.”
“적의 측면을 친다.”
“예!”
적의 기사단이 이제 막 아군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카이사르가 마법으로 이름을 날린 가문이란 건 알았지만, 설마 기사단에도 마법사를 편입시켰을 줄이야.
덕분에 기사단을 막아야 할 수호단이 궤멸 직전까지 몰리고 말았다.
이랴!
전선의 뒤편에 있던 일단의 무리들이 흙먼지를 휘날리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카이사르에 마법을 동반한 돌격술이 있다면, 에이커 백작의 기사단은 말과 인간 그 자체를 극한까지 강화하는 돌격술이 존재했다.
“단번에 옆구리를 친다. 선봉은 내가 맡지.”
“모두 뒤처지지 않게 조심해라!”
“마나 최대로! 정신 바짝 차리고 운용해! 백작님의 선봉이다!”
에이커 백작령이 청사자라고 불렸던 이유.
그 이유를 지금 증명할 차례였다.
백작의 눈이 마나를 머금고 일렁였다.
죽어 간 이들의 복수를 해 줘야겠지.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적의 옆구리를 확실하게 밀어 버릴 수 있었다.
회전에서 유명한 망치와 모루 작전.
가장 정석적이고 가장 파괴적인 작전.
제아무리 카이사르의 정예병이라도 버틸 수 없는 파괴력일 터다.
백작은 그렇게 확신했다.
“속력 최대로!”
“속력 최대로-!”
와아아아아-!
백작가의 기사단은 마나를 최대로 끌어 올린 뒤, 돌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진 패를 조금 더 아껴 두었어야 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르지.
기세 좋게 돌격하고 있는 그들 앞에, 거대한 마법이 쏟아졌으니까.
#2
“진짜 기사단을 숨겨 두고 있었네요.”
“거기다 백작 본인까지 있군요.”
라베스가 두 자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기사단을 막기 위해선 아주 큰 마법이 필요할 터다.
그러기 위해서 두 자녀가 있었고, 그들을 보조해 주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
그사이 마누스는 메시지를 차근차근 살펴봤다.
‘특정한 팀. 그리고 세 명.’
그렇담 한 명은 정해졌다.
지금도 그림자에서 대기하고 있는 암살자, 아덴.
그녀라면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겠지.
다른 두 명은?
마누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가주인 라베스는 제외.
그는 이 전쟁을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렇다면…….
“아버지.”
“지금은 가주라 부르거라.”
“예, 가주님. 제게 수호자, 전사 한 명씩만 붙여 주십시오.”
그의 눈썹이 잠깐 꿈틀거렸다.
“이유는?”
“적의 뒤로 가서 교란 작전을 펼치고 오겠습니다.”
“위험하다.”
마누스는 아버지를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그 역시 전황을 바라보는 눈 정도는 있었으니.
이상하리만치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말이 라베스에게 들어갔다.
“지금 교단을 제외하면 전력은 모두 이쪽에 집중되어 있을 겁니다. 근처에 숨어 있을 만한 곳은…… 아마도 유적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버려두었었지.”
“백작가의 뒤엔 교단이 있었죠. 굳이 전쟁을 건 이유는 뻔합니다.”
라베스는 잠시 생각을 잇다,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임무였다.
어쩌면, 아들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마땅히 맡길 이도 없었다.
만약 이 전쟁에서 톡톡히 공을 세운다면, 아들은 더 위대한 자에 어울리는 마법사가 되리라.
가끔은 혹독하게 키워야 하는 법.
라베스는 아버지가 아닌, 가주로서 명령을 내렸다.
“웨이, 그리고 케나인을 데려가거라.”
“두 사람은 어디 있죠?”
“막사에서 보급을 맡고 있을 것이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콰아아앙-!
티란니스, 인비데아의 합동 마법이 백작의 돌진을 막아 내는 순간이었다.
마누스는 몸을 돌려 아버지께 인사를 올렸다.
절도가 느껴지는 카이사르식 군례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하거라.”
“예.”
마누스는 막사로 향했다.
그의 귓가에 뾰족하고도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저에게 위험한 곳은 안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내가 더 강해질 기회이니, 놓칠 수 없지.”
[뜬금없는 소리군요. 실전은 침식 지대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널 믿고 있다. 그리고 웨이와 케나인. 두 사람도 제법 강할 거야.”
[……제가 공자님을 막을 명분은 없겠지요.]마누스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누구보다 비극적인 여인이 이렇게 툴툴거리고 있는 걸 보자니, 웃음을 참을 수가 있어야지.
토라진 것 역시 감정이 살아 있다는 증거겠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 살벌한 상황임에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막사 안은 부상병들을 옮길 준비와 각종 식량, 무구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양새였다.
게다가 이따금 황금색 드래곤이 새겨진 엠블럼이 보였다.
저 문양, 분명 아브렐 가문의 표식이었지.
‘역시, 이쪽에도 발을 들였나. 정보가 빠르긴 하군.’
생각을 삼키며, 그가 입을 열었다.
“웨이, 케나인. 있는가.”
“예. 부르셨나요?”
“케나인, 대령했습니다.”
거대한 타워 실드를 한 손에 들고 있는 수호자, 케나인.
구릿빛 피부와 단단한 체구.
민머리는 그가 얼마나 강력한 수호자인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웨이는 가벼운 갑옷을 입고 얇은 검을 들고 있었는데,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여고수를 연상하게 했다.
“두 사람은 지금부터 나와 함께 별동대가 된다. 어느 정도 실력은 있겠지?”
“어머…….”
“영광입니다. 공자님.”
두 사람의 눈이 빛났다.
별동대라면 충분히 공적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 위험하기도 하고.
웨이의 눈이 가늘어지며 고양이 같은 미소를 드러냈다.
그녀는 비서지만, 동시에 뛰어난 검수였다.
아카데미를 나오진 않았고 평생을 이곳, 카이사르령에서 훈련하며 지낸 인물이었다.
당연히 원작엔 등장하지 않아 그녀의 실력을 정확히 알 순 없었다.
분명한 건, 그녀는 결코 마누스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
“오랜만에 몸 좀 풀겠네요. 저번처럼 악마라도 사냥하려나요?”
“비슷할 수도 있겠지.”
“후방에 오래 있었더니 좀이 쑤십니다. 공자님과 함께 공을 세울 영광을 주십시오.”
“좋다. 2분 주지. 준비해라.”
웨이와 케나인이 간단한 도구를 챙겼다.
무기만 덜렁 들고 있어도 웬만한 악마는 토막 내는 것이 가능한 인간들이었다.
왜 이들을 후방에 배치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비상시에 쓰이겠지.
전쟁은 이미 카이사르의 승기가 꽉 잡힌 상태.
변수로 교단이 개입하려 하겠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될까?
마누스는 교단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특히 나그네는 끝까지 괴롭힌 다음,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재료로 톡톡히 써먹어 주리라.
“준비 끝났습니다. 공자님.”
“이동한다.”
마누스는 마법진을 펼쳐, 기척을 지워 주는 마법을 씌웠다.
마법의 장막이 세 사람 위로 내려앉았다.
[임포노]1클래스 공통 마법일 뿐이고, 가까이 가면 기척이 모두 드러나는 마법.
하지만 이미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는 백작가의 병사들은 알아내지 못할 테지.
유사시엔 아덴의 능력으로 잠입하면 그만이었다.
이따금 잊고 있을 때가 있지만, 그녀는 마스터급 암살자였으니.
전투도 전투지만, 그녀가 가진 진짜 능력은 암살과 잠입이었다.
황제가 공을 들여 키운 최강의 병기.
마누스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채, 버려진 유적지로 향했다.
#3
유적지 내부.
교단은 한차례 습격을 받았지만, 그곳을 포기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기회를 봐,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맞겠지.
격렬한 싸움으로 인해 무너진 내부는 처참했다.
하지만 숨어들 공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적의 눈을 피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들의 힘이라면 무너진 공간을 어떻게든 활용하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
묻혔던 것들을 발굴하고 재료로 활용하는 것도 충분했고.
“조금만 더 있으면 그분이 오실 거다.”
“피가 스며들고 있습니다. 왜 전장을 이곳으로 택했는지 알겠군요.”
“그래. 그분이 오셔서 마나를 불어 넣기만 한다면, 마법은 완성되는 거지.”
때마침 새로운 인물이 어둠을 비집고 들어왔다.
펑퍼짐한 로브와 하얀색 가면.
그는 교단 내에서도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자처럼 보였다.
신원 미상의 인물이 등장하자 모두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진행 상황을 살폈다.
일은 아주 순조롭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싱싱한 피와 인간의 살점이 모래를 타고 들어와 충분한 제물이 되어 주었다.
“역시, 공작가의 군세는 다르군요. 이렇게나 빠르게 재료들이 모일 줄이야.”
“누가 악마인지 모르겠습니다. 흐흐.”
가면을 쓴 이가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확실히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손을 들었다.
밖에서 잠시 상황을 지켜보니, 백작가의 궤멸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같은 마스터라도 격이 다름을 보여 준 라베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7클래스 마법을 쏟아 낸 걸 보니, 그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교단이 웃을 수 있는 이유.
그건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악마들이 뒤에 버티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오늘 휴가를 내고 온 터라, 얼른 돌아가 봐야 하거든요. 바로 시작하시죠.”
“알겠습니다.”
그가 두 손을 들자, 거대한 마나가 요동쳤다.
지금까지 모였던 피와 내장, 인간의 떠도는 영혼들이 한곳에 모여들었다.
붉은 마나가 공간의 비틀림을 만들어,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은 온전히 완성될 수 없었다.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 쥐새끼들.”
교단의 입장에선 불건전한 마나, 일반인들에겐 더없이 정순한 마나가 마법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어그러지고 일그러지는 공간.
몇 날 며칠을 준비했던 준비가 한순간에 어그러지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카이사르의 공자가 오셨군요. 뭐, 괜찮습니다. 이미 그분이 오시기 때문에 대계에는 지장 없을 테니.”
가면의 인물은 그렇게 말하며 마법을 마저 완성시켰다.
파지지직-.
문이 열리고, 거대한 손이 보였다.
[보스 에어리어에 입장합니다.] [악마 : 푸르푸르를 처치하세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