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5)
제175화
175화 – 내 주변 사람이 너무 강함
#1
푸르푸르.
사슴의 머리에 커다란 뿔을 가진 악마.
번개를 다루고, 비밀을 간파하는 눈을 지닌 대악마.
추정 레벨 60대 중반.
마누스 단신으론 상대하기 어려운 악마였다.
[누가 이곳에 날 불렀느냐.]“아아, 미천한 종이 아뢰나이다. 번개와 사랑, 비밀을 관장하는 악마 푸르푸르시여. 눈앞의 적을 멸하고 계약에 응할 것을 요청하나이다.”
가면을 쓴 인영이 차분하게 말했다.
목소리가 변조되어 있는지, 썩 불쾌한 목소리였다.
푸르푸르는 계약자의 영혼을 느낀 것인지, 그 붉은 눈을 뒤룩뒤룩 굴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을 이행하겠다.]“감사드립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스르륵 사라지는 걸 막을 수도 없는 상황.
웨이는 작게 감탄하며 검을 뽑았다.
케나인 역시 마나를 끌어 올렸다.
남아 있는 이들은 악마를 도우려는 것인지, 저마다 무구를 들고 대치했다.
마누스는 푸르푸르의 정보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 녀석의 초반 패턴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으니.
“두 사람 모두, 잠시 물러나라.”
“예?”
“잠깐이면 된다.”
마누스의 말에, 두 사람이 잠시 물러났다.
그러자 푸르푸르의 첫 패턴이 등장했다.
거대한 손아귀가 우악스럽게 잡은 것은 주변에 있던 인간.
자신의 편인 줄 알았던 악마의 손이 전신을 옥죄니,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
무어라 할 새도 없이, 푸르푸르의 입이 쩍 벌어져 인간의 육신을 삼켜 버렸다.
우지직-.
끔찍하지도 않았다.
단말마조차 들리지 않았으니, 인지하는 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뭐, 뭐야.”
“왜 우릴-!”
“이봐요, 우린 같은 편입니다! 적들은 저들이에요!”
[알고 있다.]푸르푸르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반대편에 있는 교단의 인간이었다.
우지지직!
살 씹히는 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피조차 흘리지 않는 깔끔한 한 입.
푸르푸르는 인간을 섭취해 마나와 체력을 얻는다.
덕분에 유저들 사이에선 제법 인기 있는 놈이었지.
같이 등장하는 적의 무리 중 하나 또는 둘은 반드시 데려갔거든.
“이런 놈이 카이사르를 무너뜨리려 한 겁니까?”
“그러게~ 가당치도 않은 놈이 나왔네. 우리가 때마침 방해해서 그런 걸까요? 공자님?”
웨이의 물음에 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더 고위의 악마가 나왔겠지.
푸르푸르라면 아덴만 있어도 충분히 상대할 만한 악마였다.
다만, 기믹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저놈을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항상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놈은 거짓을 행하는 악마.
그의 패턴을 대항하는 건, 모두 반대로 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잘 들어라. 녀석이 공격하려 하면 우리도 공격한다. 녀석이 방어하려 하면, 우리도 방어한다. 알겠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에 따르겠습니다.”
“아덴, 너는 자유롭게 공격하면 된다.”
“예, 공자님.”
어둠 속에서 스르륵, 그림자가 솟아났다.
그 안쪽에서 나오는 것은 마누스의 충실한 그림자이자 최강의 칼날.
그녀는 단검 두 개를 들고는 휘리릭, 묘기를 보였다.
인간이 아닌 자에게 검을 들이대는 건, 오크, 오우거 따위를 암살하는 것 말고는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그녀의 눈은 악마의 몸뚱이를 샅샅이 살피며 약점을 찾아냈다.
관절과 근육을 가지고 있는 이상 약점은 어느 생명체에게나 존재하는 법.
암살자는 정정당당함 따윈 필요 없지.
마스크로 가려진 그녀의 입가가 슬쩍 움직였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간다.”
파지지직-!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선 인정사정 봐줄 필욘 없겠지.
처음부터 강한 마법을 퍼부어 줄 생각이었다.
트리플 캐스팅.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이 많다는 건, 굉장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카덴차로 완성한 마법에 각종 강화 마법을 끼얹을 수 있었으니.
안 그래도 효율 면에서 뛰어난 카덴차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더블 스프레드] [파룸] – [담노] [아돌레오]새하얀 천사가 강림했다.
이전, 이곳에서 오리아스를 쓰러뜨린 마법이기도 한 [아돌레오].
악마를 상대하는 데 신성 속성만큼 제격인 것은 없었으니, 이번에도 천사를 강림시켜 악을 징벌할 생각이었다.
4클래스지만, 중첩 마법에 다양한 보정까지 붙었다.
5클래스 이상, 6클래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위력일 터다.
가까스로 복구한 유적이 다시 무너지는 일도 발생할 수 있겠지.
그런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마누스의 임무는 단 하나.
눈앞에 있는 악마를 다시 마계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으니.
[힘이 넘치는군! 천사의 분신을 불러내었는가! 흐하하하하!]그 날개를 찢어 버리기 위해 푸르푸르의 전신에서 번개가 튀었다.
날개가 찢긴 천사의 울부짖음은 각별한 맛이 있지.
악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문 중 하나였다.
그 옛날, 천사와 악마의 전쟁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천사가 그렇게 사그라졌지.
이번에도 같으리라.
모조품에 불과한 천사로는 자신을 이길 수 없음이다.
푸르푸르는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 느껴지는 힘 자체도 상당히 보잘것없었으니.
“분신도 이기지 못하게 처박아 주지.”
하지만 마누스에겐 아직 한 번의 마법이 남아 있었다.
이럴 때를 대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쓸모가 있잖아?
[알투스] 마법 세 번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 마법을 쓸 때가 되었다.마법진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고, 신묘하고도 거대한 힘을 천사에게 불어 넣어 주었다.
[유고수스]“오…… 이게…….”
“뭣 하고 있습니까. 빨리 처리하시지요. 비서 나리.”
“오, 알았어요. 그럼, 갑니다!”
어두운 곳에서 천사의 광명을 받아 빛나는 웨이의 세검.
그녀가 땅을 박차자, 한 줄기 빛살이 되었다.
빛은 밤하늘을 자유롭게 노니는 반딧불처럼 어둠을 가르며 춤을 췄다.
[오오오오-!]그사이, [유고수스]의 힘을 받은 천사가 악마를 몰아쳤다.
콰아아아아아아-!
광파와 함께 아찔한 빛이 공간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마누스의 몸이 누군가에 의해 뒤로 끌어당겨졌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공자님.”
빛과 소리가 사그라들고, 마누스가 있던 자리엔 시커먼 그을림이 있었다.
푸르푸르는 상처 입었지만, 딱히 거동에 불편함은 없는 모습.
역시, 중간 보스급으로 나와서인지 체력 보정이 들어간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파수꾼도 반피는 빠져야 할 위력인데.’
아무리 서브 퀘스트가 더 어려운 게임이라지만, 체력 뻥튀기가 너무 심한 거 아닌지.
마누스는 들끓는 마나를 정돈하며 이격을 날리기 위해 준비했다.
그를 뒤로 이끈 자는 아덴.
그녀의 평온하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아덴의 최우선 과제는 공자를 보호하는 것.
마누스에게 공격을 날린 푸르푸르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려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건방진 악마 놈을 처단하겠습니다.”
“부탁하지. 방어는 케나인에게 맡겨라.”
“그러지요.”
슈르륵-.
그녀가 움직이자 그림자가 솟아났다.
그림자는 촉수처럼 뻗어 나가, 악마의 사지를 결박했다.
짙은 어둠을 담아 급소를 노리기 위해, 아덴이 움직였다.
[하찮은 인간들이!]우득-.
푸르푸르의 근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태생부터가 다른 생명체이니만큼, 마스터가 결박한 것도 금방 풀어내려 했다.
하지만, 속박은 아덴이 뒤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을 버는 방법일 뿐.
진짜는 따로 있었다.
“여길 봐라, 이 멍청한 악마 새끼야!”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렸다.
케나인은 정석적인 수호자의 전투를 선보였다.
어그로를 끌고 적의 공격을 버티며 아군이 딜링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
아마 기예르모가 봤다면 감탄하지 않았을까.
[노타티오]수호자의 기본적인 스킬 중 하나, 도발.
지정한 대상이 자신을 공격하게 하고, 대상으로부터 받는 피해를 30% 감소시키는 스킬.
정확히 50레벨에 배우는 스킬이기에, 효용성이 매우 뛰어났다.
케나인은 푸르푸르의 이목을 끌어, 나머지 세 명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지금입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트리플 캐스팅.
세 가지의 마법으로 다시 한번 신성 마법을 조합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세찬 폭풍을 더했다.
나선형으로 꼬아 만든 불꽃의 창에, 천사의 힘을 얹었다.
콰르르르륵-!
백염으로 활활 타오르는 기다란 창이 마누스의 손에 잡혔다.
그사이, 웨이와 아덴이 악마를 도륙하기 시작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속도, 그리고 급소를 노린다는 것.
상체는 아덴이, 하체는 웨이가 난도질을 시작했다.
[그어어어어-! 이 건방진 놈들이!]콰지지지지직-!
근접 계열의 공격을 받으면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패턴.
푸르푸르의 몸이 하얗게 빛나며 아덴과 웨이를 견제했다.
[방전]아덴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 공격을 피했고, 빛과 같이 돌아다니던 웨이는 순식간에 케나인 뒤쪽으로 빠졌다.
동시에 마누스가 창을 내던졌다.
[디비누스 아스타]천사가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닌, 인간이 천사의 무기를 빌려 직접 적을 요격하는 마법.
불꽃의 성창이 날아갔다.
직선으로 쏘아진 창이 푸르푸르의 미간에 적중했다.
다른 이들의 공격으로 자세가 무너진 틈을 노린 절묘한 공격.
위로 솟구치는 백염의 기둥이 유적의 텁텁한 공기를 날려 버렸다.
우수수 쏟아지는 사막의 모래와 돌덩어리들.
한 줄기 빛이 천장을 타고 흘렀다.
“대단하십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계속 주시하도록.”
[크르륵…….]“제가 끝내겠습니다.”
상처 하나 없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아덴이 팔을 휘둘렀다.
선명한 오러가 칼날에 맺혀 있었고, 다이아몬드도 무 자르듯 베어 낼 수 있는 칼날이 악마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피가 쏟아졌다.
스프링클러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듯,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팔이 떨어졌다.
악마의 비명이 피처럼 흩뿌려졌고, 아덴은 비명을 BGM 삼아 검을 휘둘렀다.
오금. 팔꿈치. 발목. 어깨. 승모근과 기립근. 두 눈. 그리고 목.
푸르푸르의 모습은 인간과 닮아 있었으며 몸이 움직이는 구조 역시 비슷했다.
그렇기에 아덴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피를 뒤집어쓴 제단은 본래의 목적처럼 변해 있었다.
“후우-.”
“……갑자기 그림자에 편입되었다고 하더니, 실력이 장난 아니네요.”
“가장 믿을 수 있는 그림자지.”
마누스가 미소 지었다.
악마, 푸르푸르는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토막 나 죽어 버렸다.
만약 어중이떠중이와 함께 왔다면, 꽤 고전해야 했을 상대.
한 달여 전, 자신과 붙었을 때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아마, 이게 그녀의 진짜 실력 중 일부겠지.
성수와 못으로 도핑했어도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거다.
그때의 선택이 조금이라도 잘못되었다면, 여기 이렇게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했겠지.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이제, 백작가의 야망을 저지하세요.] [보상은 전쟁 후에 지급됩니다.]확실히, 그의 주변 사람들은 너무 강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