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6)
제176화
176화 – 사냥의 끝
#1
시체가 되어 버린 악마 앞에, 네 사람이 서 있었다.
푸르푸르는 애석하게도,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고 숨을 거뒀다.
교단의 인원을 잡아가려 했지만, 푸르푸르가 모두 먹어 버렸으니.
그래도 악마의 시체는 좋은 자원이니 가져가면 큰 공을 세울 수 있겠지.
마누스는 인원의 안전을 점검했다.
케나인의 방패가 조금 상한 걸 제외하면 모두가 멀쩡한 상태.
작은 상처 하나도 없는 완벽한 승리.
마누스가 가볍게 말했다.
“별거 없었군. 가자.”
“예. 공자님.”
서걱-.
웨이가 악마의 목을 절단해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누스는 유적 입구에서 발견한 청사자의 엠블럼을 챙겼다.
아둔하기도 하지.
협력 관계인 것을 숨기려면 제대로 하든가.
뭐, 게임 기반이라면 이런 허술한 점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다.
결국 에이커 가문은 게임 초반에 등장한 엑스트라일 뿐이라는 거다.
아직 교단, 에레시스에 대한 것들은 하나도 나온 것이 없었고.
“교단의 목적은 대체 뭘까요?”
“악마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거겠지. 그 이상은 나도 아는 바가 없다.”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겠어요. 거점을 마련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웨이는 비서로서의 감을 세워 그림을 그려 나갔다.
이곳에서의 일을 보고해야 하고, 가주의 결정을 돕는 것이 바로 자신이 할 일이었으니.
카이사르의 영향력은 조금씩 커질 테지.
마누스는 본능적으로 카이사르의 힘이 커진다는 걸 느꼈다.
작은 공국으로 만족하지 않고 힘을 키울 생각일까.
아니면 내실을 더욱 공고히 다져, 아무도 넘보지 못할 최강의 가문을 만들어 낼 것인가.
모든 것은 가주이자 아버지인 라베스가 정하겠지.
마누스는 아주 조금, 가문의 행보에 관심을 가졌다.
아직은 아주 조금일 뿐이었지만, 교단이 얼마나 들쑤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전투는 어찌 되었을까요?”
“보나 마나 뻔하죠. 마스터긴 하지만, 사실 에이커 백작의 병력은 카이사르를 이길 수 없으니까요.”
웨이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가 보면 알 수 있겠지.
어두컴컴한 유적지를 나와, 환한 빛이 쏟아지는 사막으로 나왔다.
마누스는 이제는 폐허가 되어 버린 유적지를 잠시 바라봤다.
역시, 싹은 잘라 두는 것이 좋겠지.
출발하기 전, 마누스는 마법을 이용해 유적지를 완전히 묻어 버렸다.
다시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묻어 버려야 나중에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
모래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무너지는 모습이, 흡사 악마들의 몰락을 나타내는 모습 같았다.
“끝났군.”
“이제 여기는 이용하지 못하겠군요. 잘하셨습니다. 공자님.”
“이제 전쟁을 끝내러 가지.”
“예!”
가족이 백작을 어떻게 요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2
전쟁의 열기는 뜨거웠다.
뙤약볕 아래, 함성과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공포를 이겨 내기 위해,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눈앞에 있는 이에게 겁을 주기 위해 고함을 질러 댔다.
백작은 청백색 오러를 뿜어낸 채 미친 듯이 적을 도륙했다.
그의 검이 빛을 뿜을 때마다 카이사르의 병사들이 하나씩 없어졌다.
그래 봤자, 그의 검이 막을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었다.
기사단은 6클래스 마법에 휩싸여 전멸한 지 오래.
고립된 상황에서 카이사르의 기사들이 달라붙어 견제하자, 발이 묶여 버렸다.
“카이사르 공작!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하자! 라베스으으으!”
“공작 각하께서 마스터급 전사랑 결투를? 제정신인가?”
“얌전히 발이나 묶여 있으라고. 당신은 귀중한 포로니까.”
“이 개 같은 자식들이!”
오러 블레이드는 매서웠다.
하지만, 카이사르에도 마스터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공국.
공작의 가문이란 곳을 지탱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인력이 필요한 법.
카이사르의 검이자, 가주의 심복 닉.
카이사르란 이름을 받기 위해 무려 40년 동안 검을 단련해 온 인물.
에이커 백작보다 실력은 떨어질지언정, 그가 이끄는 기사단은 하나같이 괴물들만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얼마든지 시간은 끌 수 있었다.
‘카이사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그는 초조한 심정으로 지원을 기다렸다.
카이사르는 그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제국의 기둥 중 하나라고 불리는 이유를 절절히 느꼈다.
거듭 말하는 것 같다고?
에이커 백작은 매 초, 매 분 카이사르의 위력을 느끼는 중이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교단의 멱살을 잡고 당장 그만두라고, 당장 시간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에이커 백작. 교단을 기다리고 있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 내용을 듣고 서늘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싶었다.
교단.
그 단어가 이곳에서 나와야 할 이야기인가?
백작은 침착하게 고개를 돌려, 구릉 위에 등장한 인영을 바라봤다.
셋.
그들 중 한 명은 무척 익숙한 기척과 목소리였다.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었던 마법사.
자신이 귀족임을 당당하게 보였던 카이사르의 직계였지.
아끼는 부하가 돌아오지 못했던 것도, 아마 저놈 때문이리라.
“이걸 어쩌나. 당신이 기다리던 버러지 같은 교단은 이미 없어졌는데~.”
“……뭐라?”
웨이가 비아냥과 함께 아공간을 열었다.
공간이 열리고, 거대한 사슴의 머리가 사막을 데굴데굴 굴렀다.
구릉지 밑에 있던 백작의 발치에 툭 닿아 버린 푸르푸르의 머리.
그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마누스는 그런 백작을 바라보고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대체 무엇이 저리도 절박했기에 무모한 수를 생각했는지.
부러울 것 하나 없었던 유명한 백작가가 무엇 때문에 타락했는지.
“백작. 그대는 왜 임무를 저버렸지?”
“…….”
쐐기처럼 꽂히는 말에, 백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후회라는 감정이 밀려왔다.
인간의 감정 중, 후회는 느끼는 순간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다지.
앞으로 나아가는 자는 후회 대신 느끼는 감정이 많았으니.
마누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도 아군의 전력이 상하는 걸 원치 않았다.
지금이라도 전력을 보존해야 훗날을 대비할 수 있으리라.
“검을 버려라. 백작이 준비한 패는 끝났으니.”
“어차피 늦었소. 공자.”
백작의 검에서 청백광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마스터인 자신의 범위 안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마누스였다.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빛줄기가 마누스를 향해 날아갔다.
[공자님!]‘두어라.’
꿈틀거리던 그림자가 도로 들어갔다.
마누스의 그림자 안쪽에 있던 아덴이 반응을 멈춘 것.
정면으로 상대하면 아덴은 백작의 상대가 되지 못할 터다.
찰나의 순간, 어떻게 의사소통을 나누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누스의 뜻은 분명히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백작의 애검, 에밀리아가 마누스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울컥, 피가 쏟아졌다.
“……크헉.”
“정말 어리석은 판단만 하는군. 백작.”
[카운터 : 엑시고]치명상에 이르는 공격을 딱 한 번 반사하는 스킬.
마누스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공격이 고스란히 백작에게 돌아갔다.
그것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인 백작에게.
에이커 백작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깔끔하고 훌륭한 일격을 날렸다.
같은 마스터인 카이사르 닉이 반응하지 못했고, 아덴 역시 온전하게 막을 수 없었던 찌르기.
마누스 같은 연약한 신체로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스킬은 대단했고 이 세계의 법칙을 뒤흔들 수 있었다.
“어째……서.”
“이 정도 대비도 안 할 것 같았는가.”
“후후, 그렇군. 나는 이미…….”
백작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한순간의 강렬한 충격으로 순식간에 쇼크가 온 것 같았다.
적막이 맴돌았다.
백작이 죽어 버린 이상, 전쟁은 무의미하지 않은가.
마누스가 말했다.
“수급을 챙기고 전쟁이 끝났음을 선포하라.”
“예! 공자님!”
마누스는 저 멀리 보이는 아버지, 라베스를 향해 걸었다.
곧, 쩌렁쩌렁한 외침이 전장을 뒤덮었다.
전쟁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카이사르의 완벽한 승리로.
#3
“백작을 네가 잡았다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정확히는 자멸한 겁니다.”
“그는 마스터다. 그 힘을 뚫고 자멸하게 만들었다는 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겠지.”
라베스는 마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웨이와 케나인을 바라봤다.
감격에 찬 표정을 가득 지어 보이는 두 사람.
카이사르 내에서도 깐깐했던 두 사람이 이토록 밝은 표정을 짓다니.
16세.
마누스는 마치 고치에서 날개를 편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아버지로서 행복했지만, 가주로선 고민에 잠기게 만드는 활약.
설마, 마누스가 다른 두 자녀들보다 월등한 공을 세울 줄은 몰랐음이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분명 공국보단 자유를 택할 것이다.
라베스는 물끄러미 제 아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고생했다. 뒷정리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쉬거라.”
“알겠습니다.”
마누스는 꾸벅, 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린 뒤에 돌아섰다.
이곳에 온 지 일주일 하고도 반.
일을 마무리 짓고 어서 중간고사 준비를 서둘러야 할 터다.
그 전에, 보상받는 것도 잊으면 안 되겠지.
[서브 퀘스트 클리어] [점수를 집계합니다.] [악마 의식 방해 / 전쟁 승리 / 아브렐 가문의 개입 확인 / 에이커 백작 사살 / 악마, 푸르푸르 처치 / 노 대미지 클리어] [종합 : SSS] [보상 : 스킬 슬롯 +1 / 마석 XXL 10개 / 150년 이내 ‘마음가짐’ 스킬 습득권 1장]‘오.’
다른 건 몰라도 마음가짐 스킬이라니.
아주 마음에 드는 보상이 찾아왔다.
이러다 진짜 모든 패시브 스킬을 다 익히는 건 아닐지.
스킬 슬롯도 하나 늘었으니, 선택을 잘해야겠지.
생각해 둔 것은 있었다.
그는 6클래스 마법을 배우고 나서 6클래스의 지식을 얼핏 보았다.
그렇다면, [스퀘어 캐스팅]을 배운다면?
이제 슬슬 남아도는 스킬 슬롯이니, 하나는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
‘검색, 스퀘어 캐스팅.’
‘배운다. 4번 스킬 슬롯에.’
[스킬 습득을 시작합니다.]스퀘어 캐스팅.
이는 엄청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무엇보다 마법적 지식을 얻을 수 있겠지.
이제 진짜 보상이 남았다.
실로 두근거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지.
‘검색, 150년 이내 마음가짐.’
그가 떨리는 마음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자 펼쳐진 별천지.
마누스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많은 마음가짐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중 마누스의 눈에 들어온 몇 가지가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