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8)
제178화
178화 – 돌아온 전쟁 영웅
#1
카이사르 공국은 전쟁의 뒷수습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각 가문에서 카이사르로 파견한 첩보원들이 소식을 날랐다.
청사자의 몰락, 그리고 빌타이트 수해와 공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백작령.
전쟁은 치르는 것보다 준비와 수습이 힘들다고 그랬던가.
마누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바삐 움직이며 중간고사 직전까지 시간을 할애했다.
가문에서 하는 일들이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훨씬 익숙했으니.
“아카데미에 안 가도 되겠어?”
“아직 시간은 있으니 괜찮아.”
누이, 인비데아가 옆에서 서류 정리를 도와주는 마누스를 보며 물었다.
마누스는 아카데미 수업엔 빠졌지만, 시험 범위와 교재는 모두 챙겨 왔다.
집안일을 도우며 틈틈이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확실히 머리가 좋으면 어딜 가나 공부가 잘되는구나.
전생을 떠올려 보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공부가 안 된다는 핑계로 카페며 학원이며 독서실이며…… 얼마나 많이 다녔던가.
이 핑계 저 핑계로 공부를 안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진짜 공부하기 싫었구나.’
절박하지 않으니 매달리지 않았고 흥미가 없으니 파지 않았겠지.
지금은 공부가 재밌었다.
머리가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마법이라는 학문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뭐…… 공부는 수업 시간에만 들어도 충분하니까.”
“그나저나, 아버지껜 말씀 안 드렸겠지?”
“뭘, 이상 현상?”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비데아는 빙글빙글, 웃음을 머금었다.
같은 카이사르지만 참 성격이 다르단 말이야.
마누스는 인비데아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누이의 성격으로 보아,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마누스 공자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지?”
“가주님께서 찾고 계십니다. 지금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가지.”
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비데아가 그의 뒷모습을 보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걱정하지 마. 난 네 편이니까.”
“……고맙군.”
마누스는 고개만 돌려 그녀에게 답하곤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가 왜 자신을 찾았을까.
묘한 울림이 있는 단어였다.
전생에서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귀찮다고만 생각했었지.
그러다 훌쩍 떠나, 대화다운 대화도 나누지 못했었고.
이번 생은 달랐다.
아버지와 아들, 나아가 가문을 움직이는 일원으로서의 소통.
진심을 전하는 말들이 오가는 간질간질한 감정이 생소하며 좋았다.
#2
라베스는 마나를 움직여 보았다.
두 개의 마법진을 만들고, 각각 다른 속성을 운용했다.
대마도사라 불리는 그에겐 정말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마법진을 하나로 합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마법진을 부수고 합치더군요.>시작은 가벼운 대화에서부터 출발했다.
웨이가 신기한 듯 말했고, 티란니스가 의심스러워했다.
두 개의 독립적인 마법진을 서로 합친다.
라베스는 틈틈이 서고에서 자료를 찾아봤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마누스를 부른 까닭은 그 자료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먼 조상님 중에 피가 섞였을 수도 있겠거니 해서.
“마누습니다. 아버지.”
“음, 들어오거라.”
드디어 아들이 도착했다.
전쟁을 겪었음에도 평온한 눈빛.
마치 일상을 걷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들어오는 마누스에게 작게 감탄했다.
저런 것이 부동심이 아닐까.
격전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스트레스도 심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
저 모습을 보아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잘 커 가는 아들을 보자니,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전쟁 후에 몸이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더냐?”
“예. 문제없습니다.”
“그래. 내가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마누스는 자리에 앉으며 눈빛으로 궁금증을 드러냈다.
푸른 눈동자에 반짝반짝 떠다니는 물음과 호기심이 라베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에 반응한다는 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일이지.
라베스의 입이 열렸다.
마누스에겐 다소 무겁고 예민한 주제였다.
“네가 특별한 마법을 쓴다고 들었다.”
“형님이 말했습니까?”
“그걸 본 모두가 그랬지. 네 그림자 안에 있는 아이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마누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히 비밀로 간직할 생각은 없었다.
하긴, 가문에 와서는 카덴차를 남발하긴 했지.
그게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주어졌으니.
“그렇습니다. 올해 각성한 능력이지요.”
“혹여 말하지만, 탓하는 것이 아니니 심려 말거라. 꽤 재미있는 자료들을 찾아서 말이다.”
“자료라면?”
“서고에 이런 것들이 있더구나.”
라베스는 낡은 책 두 권을 내밀었다.
책의 제목은 『빛과 소금의 신』, 『빛의 가문의 몰락』이었다.
역시, 카이사르엔 없는 게 없구나.
마누스는 책을 받아 들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빛의 가문이라면…….”
“그래. 예전에 멸문당한 가문이지. 그들이 쓰던 마법은 지금 쓰는 마법과 다른 체계의 마법을 사용했다더구나.”
“제가 그 가문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라베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는 믿지 않았다.
다만.
“넌 주워 온 자식이 아닌 내 아내가 배 아파 낳은 아들이란다. 그 사실은 절대 변함이 없지.”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베니니타스.
카이사르의 안주인이자, 위대한 가문을 더욱 찬란하게 만든 자.
그녀는 평민이었지만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녔다.
안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오롯이 그녀의 재능 덕이었다.
빛의 가문은 마법에 능통했지만, 모두가 그 재능을 타고난 건 아니었다.
유전자 속에 깊게 감춰져 있어, 발현되지 못한 채로 수 세기를 내려왔을 수도 있겠지.
“어머니께 이야기를 들어 보거라. 네 재능은 하늘이 내려 준 축복이다. 잘 갈고닦아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항상 조심하거라.”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왜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도 이제 교단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세계를 움직일 정도의 힘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을 터다.
마누스 자신의 능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았을 테지.
한마디뿐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은 복잡 미묘했다.
마누스는 그래도 사회생활을 조금 해서인지, 그 뜻을 얼추 알아들었다.
그래도 아버지의 깊은 뜻은 전부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아버지란 으레 그런 존재였으니까.
마누스는 꾸벅, 존경심을 담아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오랜만에 가족들 얼굴을 모두 둘러볼 생각이었다.
내일이면 떠나야 할 테니.
#3
“어머, 아들. 고생 많았다고 들었다. 몸은 괜찮니?”
“예. 어머니도 건강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베니니타스는 마누스가 기억하는 그 어떤 연예인보다도 아름다웠다.
검은 동공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붉은 홍채가 루비를 정교하게 세공한 것처럼 아름다웠다.
빛을 머금은 어머니의 눈동자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호감을 머금었다.
모성애.
무조건적인 사랑.
그런 감정들이 듬뿍듬뿍 올라와 넘칠 지경이었다.
마누스는 어머니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어쩌면, 마누스는 그런 사랑이 그리웠는지도 몰랐다.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아들, 혹시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니?”
“아카데미에선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지요.”
“후후, 누굴 닮았는지 말하는 것도 똑똑하구나. 이미 황제 폐하도 알고 계신단다.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어미도 알고 있고.”
“……아카데미에선 비밀로 치부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군요.”
베니니타스는 작게 웃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생각보다 적었고, 완전한 비밀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지.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았고, 구원을 내려 준 카이사르에게 봉사했다.
덕분에 카이사르의 정보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에 이르렀다.
무력 면에서는 충분했지만, 약간 부족한 무언가를 확실히 채워 주었지.
그래서일까.
카이사르는 이제 그녀 없인 돌아가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아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도 마찬가지.
“아들. 너무 고생할 필요는 없단다. 어쩌면 어른들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일지도 몰라.”
“제가 생각하기에 그곳은 어른들의 욕심이 묻어선 안 되는 곳입니다.”
“그러니? 이거 참…….”
그녀가 말을 삼켰다.
아들이 선을 그었다는 건, 자신들만의 문제라는 거겠지.
수많은 가문이 이상 현상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아카데미는 평화의 장이 아닌 분쟁의 장이 되어 버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상 현상은 계속 조사 중입니다. 조사할 수 있는 인원도 한정되어 있고요.”
“그래. 알았다. 아덴이 있으니 잘 지켜 주리라 믿는단다.”
“심려 끼칠 염려는 없을 겁니다.”
어쩜, 언제 이렇게 믿음직한 모습이 되었을까.
라베스의 어린 모습이 꼭 저러했지.
그녀는 아들의 모습에서 가장 빛나고 총명했던 그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젊음으로 빛나는 시기.
재능이 피어나, 가장 총명해 보였던 시기의 대마도사.
라베스 역시 마누스와 비슷한 표정과 비슷한 말투로, 그녀의 마음을 쏙 가져갔지.
덤덤하고 의연한 모습은 굳건한 기둥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어떤 시련이 와도 자신을 지켜 줄 것 같은 든든함.
마누스에게도 그런 든든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해 줄 게 있니?”
“아직은 없습니다. 아…… 정보를 차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2년, 아니면 1년만이라도.”
“그래. 알았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정보를 풀어야 한단다. 그리고 아무리 카이사르라도 막지 못하는 몇 군데는 존재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을 겁니다.”
베니니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이토록 원하는데 못 들어줄 이유도 없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들에게 있어선 중요한 일인 듯싶었다.
그녀는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아카데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오렴. 네가 이 가문에서 어떤 일을 맡게 될지, 이 어미는 벌써 기대되는구나.”
“전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그래도 아카데미 수석은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후후후, 그래, 평화가 최고지. 그렇게만 흘러갔으면 좋으련만.”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곳에서 끝내야 할 터다.
그래야 밖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아무 일 없이 살아갈 수 있으니.
마누스는 해가 질 때까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공자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구나. 아들, 조심히 가렴. 시험 잘 보고.”
“예. 걱정하지 마세요.”
마누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가문을 떠나 아카데미로 가는 마법진까지 가는 길.
오늘따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었지.
역시 집이 최고라고.
지금의 마누스도 공감했다.
누가 뭐래도 화목한 가정이 제일이었으니.
그건 누구에게나 물어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일 법한 대전제였다.
텔레포트를 마치고 눈을 떴을 때, 안내원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돌아오셨군요. 전쟁 영웅.”
“벌써 소문이 났습니까?”
“후후, 아카데미가 떠들썩합니다.”
이미 그는 학생 중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을 해낸 영웅이었다.
중간고사가 머지않은 하루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