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179화 – 중간고사 시작!
#1
마누스가 아카데미에 도착했을 땐,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2주.
거의 보름 정도의 시간을 가문에서 보냈으니, 문득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카데미의 정경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공기도 달랐다.
끔찍한 재앙의 탑이 숨겨져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기숙사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아덴은 공식적으로 내일까지 휴가이니, 오늘 하루 정도는 그의 곁에 있으리라.
마법이란 정말 편리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짐을 정리할 시간에 손 몇 번만 휘저어 주면 되었으니.
“고생하셨습니다. 공자님.”
“무얼. 네가 더 고생했지. 마스터의 실력이란 건 아직 멀게만 보이더군.”
“공자님에겐 그다지 멀지 않은 길처럼 보입니다만. 저는 살면서 공자님처럼 빨리 강해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답니다.”
아덴이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빈말을 던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적어도 실력 면에서는.
마누스는 작게 미소 짓고는 창밖을 바라봤다.
탑은 얼마나 올라갔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었는지…….
궁금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해가 뜨고 아카데미에서 만난다면, 궁금증을 풀 수 있겠지.
“이제 혼자 있어도 괜찮을 거다.”
“축객령이라니,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면 한잔하고 갈 테냐?”
“후후…… 그것도 좋지요.”
그녀는 냉장고에서 마누스가 좋아하는 음료를 따라 주었다.
둘은 짠, 잔을 부딪친 뒤 말없이 음료를 마셨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이 많이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고, 모든 것을 보고 받은 형식이었으니.
그래서 그저 음료를, 시간을, 분위기를 음미했다.
두어 잔을 비울 때쯤, 아덴이 입을 열었다.
새카만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공자님.”
“음?”
“모든 것이 해결된 뒤엔, 무얼 하실 겁니까?”
“여행이라도 떠날까.”
아덴은 고개를 돌려 마누스의 얼굴을 담았다.
푸른 눈동자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얼굴.
지금은 그저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저 얼굴이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질 날이…… 분명 있겠지.
탑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테니.
아덴은 그들이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서로 경쟁하고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도 바쁜 이들이었다.
암살자로 키워질 때의 그녀와 이곳에서 전사로, 마법사로, 수호자로 길러지는 이들은 차이가 있을까?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두시는 건 어떤가요?”
“아직 힘들 때는 오지도 않았지.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후후, 어떨 때는 공자님이 꼭 어른처럼 말씀하신다는 거, 아시나요?”
“……안 될 것도 없지.”
본래는 사회에 찌들어 사는 이들 중 하나였으니.
후후, 자조적으로 웃는 그의 모습에서 아덴은 고된 인생을 산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아주 찰나였지만, 아덴은 분명 그렇게 느꼈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너무 걱정하는 것도 안 좋다.”
“전 이제 공자님만 바라보고 살아 그런가 봅니다.”
“3년 뒤에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그땐 너도 함께 가면 되겠네.”
“어머, 그런 영광이라니. 저야 환영이지요.”
“내일, 황제가 온다더군.”
아덴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헤매던 나날들을 만든 장본인이었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과거일 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네. 이제 제집은 공자님과 같은 곳이니까요.”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빙긋 웃는 아덴의 얼굴 너머,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가 떴다.
아덴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이젠 그녀도 마누스 자신이 이끌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거겠지.
“밤이 늦었군.”
“그러고 보니, 내일이 시험 시작이었죠. 실례가 많았네요.”
“어차피 공부는 틈틈이 했으니 괜찮다.”
“후후, 푹 쉬고 수석 자리를 지키셔야죠.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아덴.
황제.
그는 무슨 생각으로 아카데미에 찾아온 것일까.
이젠 워낙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늠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사람의 행동이라는 건, 결국 원인이 있기 마련.
이토록 이야기의 흐름이 바뀐 이유도, 분명 있겠지.
그 이유 중 대부분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역시…… 답은 하나지.”
이럴 때일수록 또렷해지는 길은 오직 하나였다.
#2
날이 밝았다.
마누스는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아카데미를 한 바퀴 돌았다.
이제는 제법 빠른 속도로 질주할 수 있게 되어, 거대한 아카데미를 도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깔끔하게 씻고 밖으로 나오자, 벌써 등교하는 이들이 보였다.
기숙사를 나서기 위해 마법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히기 전, 같은 층에 살고 있는 기예르모가 훌쩍 올라탔다.
두꺼운 갑옷 때문에 잠깐 덜컹거리는 것도 잠시.
엘리베이터는 부드럽게 하강했다.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카이사르가 승리했다는 것도.”
“꽤 싱거웠지.”
“이제 다시 탑을 오를 수 있겠군.”
거기서, 마누스는 의아함을 느꼈다.
기예르모가 한 말은 마치, 2주 동안 한 번도 탑을 오르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렸으니까.
그래서 물었다.
그들이 2주 동안 무얼 했는지.
“한 번도 탑을 오르지 않았나?”
“그런 것 같더군. 우리 파티는 네가 없으니 인원이 부족하고…… 다들 학생회 소속이었으니.”
“……심각하군.”
“왜지?”
마누스는 작게 한숨을 흘렸다.
알라노가 있다. 니아가 있다. 케일와 아나이스가 있다.
그럼에도 저들은 왜 탑에 오르지 않았을까.
각자의 사정이야 있겠지.
하지만…….
“다들 탑 오르는 걸 수련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
처음으로 그들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누스 자신이 꼰대가 되는 건 원치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해야지.
기예르모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허공을 노려보는 마누스를 보며 말했다.
그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모양.
“다들 익숙해진 거겠지. 체스트힙 건도 있었고.”
“탑은 절대 익숙해져선 안 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다시 일깨워 줘야지. 안 그런가?”
기예르모의 말이 맞았다.
그는 원작에서도 엇나가거나 해이해지려는 일행들을 단단히 붙잡는 역할로 등장했었지.
마누스 역시 그의 행보가 옳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탑은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얻고, 성취하고, 강해지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올라가는 곳.
항상 긴장해야 하고, 언제나 들어가 상황을 살펴야 하는 곳이었다.
적어도 마누스가 느낀 세계관은 그러했으니.
‘이것들이 빠져 가지곤…….’
너무 많이 의존하게 만든 것인가 싶었다.
실력이 부쩍 늘긴 했지.
원래라면 도달하지 못할 레벨과 특색 있는 마법을 얻었다.
그렇다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신감, 당당함, 적에게 맞서 주눅 들지 않을 배짱.
자신이 원했던 건 그런 감정들이었다.
결코 자만심이나 느긋함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 이것도 다 내 잘못이겠지.’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는 법이다.
오늘, 마누스는 얼마든지 꼰대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3
중간고사!
학창 시절을 떠올리자면, 제법 큰 행사였다.
미토스 아카데미에서는 더욱 그랬다.
중간고사는 반 학기 동안 학생들이 배웠던 지식들을 뽐내는 경연 대회나 마찬가지였으니.
비슷한 또래, 비슷한 실력끼리 겨루는 것이 아닌 월등히 강한 자들에게 덤벼 평가받는 자리.
조교가 될 수도 교수가 될 수도 있는 평가의 자리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
평가는 실기와 필기로 나뉘었다.
“이번 몬스터 사냥은 역대급이라던데?”
“정말? 죽는 사람도 나오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지. 진짜 감당 못 할 정도라면…….”
미토스 아카데미는 학생의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니었다.
몬스터와 싸우는 건 언제나 목숨을 걸고 임해야 하는 법.
방심하다가, 혹은 너무 나약해서 몬스터에게 죽는 것은 일종의 수치였다.
아카데미에서 짜낸 커리큘럼도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낙오자일 뿐.
누군가는 슬퍼하겠지만, 그래 봤자 결국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 버리겠지.
그런 불상사가 나오지 않기 위해, 학생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두 모였군요. 마누스 학생은 축하드립니다. 소식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중간고사를 잘 보시고 유종의 미를 거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중간고사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트레일 교수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중간고사의 필기는 별게 없었다.
여태까지 배운 것들을 풀어서 쓰는, 말 그대로 우리가 아는 시험이었으니.
가장 중요하면서도 학점에 핵심으로 자리한 실기 시험.
이번 실기의 테마는 ‘경연’이었다.
마침 이번 중간고사에 귀빈이 오신다고 하니, 그들에게 미토스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들을 마음껏 뽐내면 되는 것.
일주일을 통째로 중간고사 기간으로 사용하기에, 실기와 필기가 끝난 뒤 사교 모임을 갖는 시간도 준비했다.
“중간고사를 관람하는 귀빈들이 많이 오실 겁니다. 여러분은 제국, 혹은 왕국의 일원으로서 그들과 교류하고, 대화하는 법도 배워야 할 겁니다.”
“예!”
학생들의 대답이 야무졌다.
이런 식의 중간고사는 처음이기에, 모두가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이미 소문은 퍼진 상황이었고, 각자 자신의 가문을 어필하기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마누스는 중간고사보단 다른 것에 더 관심이 가 있었지만.
흘끔, 마누스를 쳐다본 니아가 왠지 모르게 사나워진 분위기를 느끼며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전쟁의 여파가 아직 가시질 않았던 걸까?
팔짱을 끼고 심기가 불편한 듯 앉아 있는 모습이 꼭…….
“이상입니다. 잠시 후 1교시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될 테니,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예.”
잠깐 주어진 시간.
니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마누스에게로 다가갔다.
오늘따라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학생들 역시 그와 멀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마누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물었다.
“너…… 괜찮아?”
“네. 별일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다 물러가라~ 하는 분위기야?”
“기분은 별로 좋지 않거든요.”
“응? 왜?”
마누스는 읽던 책을 집어넣고 니아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끔뻑이는 황금빛 눈동자.
그녀가 바쁘게 움직였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 그들이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아이들의 노고를 인정해 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어필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분명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을 텐데, 욕만 먹으면 좀 그렇잖아?
“이제 학생회가 할 일은 끝입니까?”
“아니이~ 그거 때문에 거기도 못 가고…… 다들 지금 말이 아니야.”
“솔직히, 저 없이도 탑에 올라갈 거라 믿었습니다만.”
“그게…… 딱 한 번 올라가 봤거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마누스가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