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184화 – 오랜만에 만난 친구여
#1
카이사르.
그 이름의 진가를 아는 자들은 드물었다.
사람들은 그렇게만 들었다.
위대한 가문, 황제의 비호를 받는 가문, 대마도사라는 칭호를 받은 존재가 사는 가문…….
그들이 직접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아는 자는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몇몇 나이가 지긋한 귀족들은 붉은 휘장을 바라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카이사르.
제국이 제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전장을 누볐던 가문.
그들이 가진 지식과 성장 속도, 마나에 대한 재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마도사가 오셨군.”
“아아, 저 망토를 다시 볼 줄이야.”
“그러게 말일세. 역시 황제 폐하가 계신 곳이라 그런가?”
“후후, 소싯적에 두 분이서 친구였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봅니다.”
누군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 황제와 카이사르 가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추억에 젖어 있는 눈빛이었다.
“먼발치에서 본 적 있었네. 당당하던 두 분의 자태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오, 정말입니까?”
“이제는 볼 수 없는 광경이겠지만, 그때는 분명 그랬네.”
누군가가 감탄을 쏟아 냈다.
황제가 직접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는 정말 드문 일이었으며, 그의 생동감 있는 표정 역시 가까이 있는 이들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오랜만일세. 라베스.”
“얼굴이 많이 야위었습니다.”
라베스가 황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마나를 쏟아 냈다.
아니, 그의 입장에선 그저 작은 도움을 주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혈색이 좋아진 황제, 브레들리.
그가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언제나 그랬다.
전투가 끝나거나 술자리가 끝난 후, 라베스는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의 호위 기사 역시 라베스를 오랜 기간 보아 왔다.
황제의 옥체에 거리낌 없이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인물.
“고맙네. 한결 낫군.”
“별말씀을. 그나저나, 황후께서는 오시지 않았나 봅니다.”
“그이는 못난 나 대신 국정을 살피고 있다네. 자네가 올 줄 알았다면 서기관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데려올 걸 그랬어.”
“언젠가 모두 모일 날이 올 겁니다.”
“그건 그렇고 자네 아들. 엄청나더군. 어쩌면 자네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어.”
황제와 라베스는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이동했다.
연회의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모두가 황제와 라베스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국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니.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인 황제와 그의 옆을 보좌하는 공작.
먼 친척인 두 사람은 가장 빛나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솔직히 걱정도 좀 했습니다만, 무사히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앞으로 큰일을 하겠어. 집안이 좀 복잡해지겠는데.”
황제가 말하는 바는 후계자 문제였다.
라베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특하게도 제 아들은 욕심이 없나 봅니다.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하는군요.”
“호오, 그런가? 그럼 황궁에 보내는 건 어떻겠나. 황궁 마탑주 정도면 딱 적당하겠는데.”
“추천은 해 보겠습니다.”
“혼사 문제는 어떻게 할 텐가?”
라베스는 잠시 마누스를 바라봤다.
꾸벅,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건네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에 붙어 있는 소녀에게로 눈길이 흘렀다.
라베스의 푸른 눈동자에 잠시 마나가 일렁였다.
그는 소녀, 케일의 특별함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녀의 곁을 떠도는 마나의 정령이 행복해하는 것 역시.
“그것 역시, 아들의 뜻에 맡길 생각입니다. 카이사르는 딱히 이득을 취할 곳이 없거든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 티란니스와 인비데아는 잘 지내나?”
“그렇습니다. 딸이 오고 싶어 했는데, 요즘 말썽을 일으키는 것들 때문에 바쁜 모양입니다.”
말썽이라는 말에, 황제의 얼굴이 잠시 찌푸려졌다.
카이사르가 상대하고 있는 적이 누군지 들었다.
황궁에서도 조사를 시작했지.
“교단이라고 칭하는 녀석들인가.”
“그렇습니다. 악마를 소환하더군요.”
“골치 아프군. 소환 의식에 능숙해지면 점점 더 강력한 악마가 등장할 걸세.”
“생각보다 뿌리가 깊게 뻗어 있는 모양입니다.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아마 더 깊숙하게 숨어 버리겠지요.”
황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지.
생각해 둔 바는 있었다.
“바람잡이들을 풀겠네. 제국에 있는 한량들을 이용해야겠군.”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무리는 무슨. 제국을 위협하는 이들은 적이네. 암 덩어리를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지.”
황제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러다 그 역시 마누스를 바라봤다.
찬란하게 빛날 별.
그리고 그에게 했던 몹쓸 짓이 생각났다.
“아들에게 가한 일들은…….”
“카이사르라면 그만한 자격은 갖춰야 합니다. 죄책감을 가지실 필욘 없습니다.”
“……고맙네.”
라베스는 안다.
황제의 혜안과 예지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가 간파한 작전만 수십 가지가 넘었고, 그가 무리해서라도 준비한 것들은 모두 유용하게 쓰였다.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전략가이자 그랜드 마스터급 전사.
그것이 바로 브레들리가 가진 힘이었다.
그렇기에 라베스는 별말 하지 않고 친구를, 황제를, 예언가를 믿어 주었다.
아들, 마누스 역시 황제의 뜻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으련만.
“무얼 대비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누스는 잘 이겨 낼 겁니다. 폐하는 항상 강해질 수 있는 시련을 던져 주었지요.”
“이번에도 그리할 예정이었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았네.”
라베스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아들, 마누스가 저렇게 성장해 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카데미에서, 또 홀로 기숙사에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솔직히 그간의 잘못이 속속 생각나 미안하기만 했다.
아버지들이 짓는 표정을 이해했는지, 황제가 그의 등을 떠밀었다.
대화는 얼추 나누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가 카이사르 가문으로 가거나 라베스를 부르면 될 것이다.
“아들하고 인사나 좀 나누게. 내 딸도 곧 아카데미에 입학하겠군. 그때가 되면 나도 자네처럼 불쑥 방문해 볼까?”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다음엔 사석에서 보세.”
라베스는 꾸벅, 인사를 건네고 아들에게 다가갔다.
다시 우르르 시선이 몰렸다.
‘이거 또 어색해지려고 하네.’
마누스는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며 시선을 받아 넘겼다.
이걸로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겠지.
옆에 있던 케일이 바짝 얼어붙는 것까지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현존하는 마법사 중 최강이라 평가받는 자였으니.
자연스럽게 압박하는 마나가 가슴을 턱턱 옥죄었다.
그 기세 때문에 감히 그에게 접근하는 귀족은 없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들아.”
“기별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면 깜짝 등장이 아니지. 옆에 있는 소녀는?”
“아, 안녕하세요. 케, 케일이라고 합니다아.”
꾸벅,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읍하는 케일.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라베스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아들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신경 쓰인다는 그 아이인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저랑 비슷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요.”
뭔가 오해의 소지가 가득한 말이었으나, 무던히 넘겼다.
케일도 갑자기 훅 들어오는 라베스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나저나 신경 쓰인다는 건 뭘까?
“좋은 재능이다. 방학이 되면 놀러 오려무나. 기회가 되면 몇 가지 기술을 가르쳐 줄 테니.”
“……아, 감사합니다. 꼭 가겠습니다.”
케일이 잠시 멍하니 있다 고개를 숙였다.
그 발언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눈과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지금, 저 대마도사가 뭐라고 한 거지?
“장성하면 훌륭한 마도사가 되겠군. 가문 의외에 사람에게 흥미가 갈 줄은 몰랐는데.”
“제가 가장 아끼는 후뱁니다.”
“그럴 만도 하구나. 방학 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둘 다 수련을 봐주겠다. 꼭 오너라. 알겠지?”
“아, 네. 물론이에요. 어차피 갈 곳도 없어서…….”
케일은 고아였다.
부모님은 그녀가 철이 들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그러니 당연히 시간은 남아돌았고, 방학 때는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아마 탑이나 주야장천 올라가지 않았을까?
“방학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지?”
라베스가 물었다.
마누스는 입을 열었다.
“6월 말부터 9월까지입니다.”
“시간이야 충분하구나. 8월 한 달 동안 시간을 비워 두마. 언제든 놀러 오렴.”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잘하고 있는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자그마한 보상이지. 그리고…… 이 아이는 더 강해져야 하겠지?”
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이도 알았으니, 아버지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챘겠지.
뿐만 아니라 다른 가문 역시 서서히 정보를 알아 가고 있을 터다.
그는 마나를 움직여 메시지 마법을 사용했다.
의지를 마나에 담아 실어 보내는 것.
당사자의 뇌리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일종의 암호 마법이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 [무엇이냐.] [다른 가문에서 아카데미에 손을 쓰지 못하게 막아 주십시오.] [……그 이상 현상 때문이더냐?] [그렇습니다.]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베니니타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거짓 정보를 퍼뜨리겠다고 말했지만, 라베스는 조금 더 나아가기로 했다.
[알았다.] [감사합니다.]일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오늘은 먹고 마시고 노는 날이었다.
라베스도 오랜만에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고 즐기기로 했다.
그가 눈을 돌렸다.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는 귀족들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눈빛과 몸짓.
조금은 어울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즐기고 있거라.”
“예. 아버지.”
“만나서 반가웠다. 소녀.”
“네, 감사합니다.”
케일은 다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라베스는 갑작스럽게 왔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의 곁으로 구름처럼 귀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카이사르 공자?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옆에 있던 영애분께서도 어때요?”
케일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이는 누군가의 머리칼과 무척 닮아 있었다.
마누스의 곁으로도 사람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모인 것은 동아리 인원들.
“여기 있었네. 나도 아버님께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선배, 그러기 있어요? 남들이 들으면 흉봐요.”
“뭐 어때~. 친한 후배의 아버님이신데. 근데 케일, 너 진짜 수련 봐주시기로 한 거야?”
니아와 아나이스.
그리고.
“어머니. 여기 계셨네요. 카이사르 가주님께 인사를 드릴까요?”
“지금은 바빠 보이니 이따가 가자꾸나. 그것보다 말해 보렴. 언제 이렇게 다들 친해진 거니?”
“아…….”
마누스가 똑 닮은 모녀를 바라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자세로.
“해리슨 부인을 뵙습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브렐 니아라고 합니다.”
“플로이스 아나이스입니다.”
그에, 은빛의 머리칼을 지닌 여인이 포근하게 웃었다.
물론 그녀가 가진 마나는 손발을 아리게 할 만큼 시렸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