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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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185화 – 초대받지 못한 이의 이야기
#1
해리슨.
무엇이든 얼려 버리는 마도사의 가문.
라베스가 대륙 제일의 마법사로 꼽힌다면, 해리슨 가문은 대륙 최고의 빙결술사로 꼽힌다.
범용성과 특화 차이라고나 할까.
위대한 가문이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대외 활동이 없다시피 한 가문이었다.
그들은 정복자도 아니며 사업을 크게 확장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지고 있는 것들, 자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을 지키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으니.
“네가 마누스구나. 나는 레이첼이라고 한단다. 헤리슨 레이첼.”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이었던가? 그렇겠지?”
마누스는 레이첼의 말에서도 괴리감을 느꼈다.
그래, 분명 무언가 뒤틀려 있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똑똑한 이들이 기억도 제대로 못할 수는 없겠지.
‘복잡해지는군.’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관계를 쌓아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상대는 대귀족.
그것도 대마도사의 칭호를 달고 있는 레이첼이었으니.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알라노에겐 평소에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어머, 그러니? 후후후, 언제 한번 놀러 오렴. 소문이랑은 아주 다르네?”
“어머니.”
알라노가 옆에서 그녀를 흘겨보았다.
레이첼은 딸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마누스에게 사과를 건넸고.
“미안하구나. 괜한 소리를 해서. 우리 그이가 안 오길 잘했어. 또 불타올랐을 텐데.”
“따로 인사를 드리지요.”
“부담 느끼지 말렴.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모아 놓으니, 정예 부대라도 보는 느낌인걸?”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과연 그럴까?
레이첼의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모든 가문은 각자의 정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학생회장이 셋.
거기다 마누스까지.
“학생회 사람들이니 서로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앞으로도 우정을 쌓으면, 졸업하고 나서도 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란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폐하에게도 인사를 건네야 하니.”
해리슨 레이첼은 그렇게 떠나갔다.
그 밖에도 그들은 플로이스 가문, 해리 가문, 프라이머리 가문 등, 수많은 귀족과 대면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일행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2
“역시, 우리에겐 아무도 오지 않네?”
“신경 쓰지 마라.”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배알 꼴리지도 않냐?”
“…….”
평민으로 이뤄진 집단.
그중에서도 카스트로는 조용히 음료를 마시며 때를 기다렸다.
그는 완벽한 실력을 보여 주었다.
골렘의 관절부를 노려 기동력을 상실케 했고 핵을 꿰뚫었다.
홀로 마법사와 전사를 잡아내 대인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생채기 하나 없이 생존을 마쳤고, 1학년 중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던전을 통과했다.
그런데도 지금, 그는 구석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형태일 뿐이었다.
“호위 기사? 호위 기사가 말이나 되냐? 너 같은 실력자한테?”
“조용히 해라.”
귀족 한 명이 찾아오긴 했었다.
졸업하면 자신의 호위 기사로 쓰고 싶다던 말.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돌려보냈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군.’
이상하리만치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사람들.
마치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인지, 옆에 있는 이들은 조잘조잘 불평만 늘어놓고 있었고.
그때, 멀리서 갈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다가왔다.
귀족은 아니었다.
그녀는 숲에서 살아갔던 사람이었으니.
“엘레나 선배님.”
“여기서 뭐 해?”
“저희가 낄 곳이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 너 이번에 성적 좋았다며.”
“그거랑은…… 상관없는 것 같았습니다.”
카스트로가 한숨 섞인 말을 건넸다.
그런가?
엘레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로 그녀는 수많은 귀족과 만나고 왔다.
성을 주겠다는 남작이나 자작도 있을 정도였다.
마누스와 함께했던 것.
실력이 뛰어났던 것.
그 밖에 여러 요인이 합쳐져서 엘레나를 유명 인사로 만들어 버렸다.
“뭔가 이상한데? 그래서 여기 짱 박혀 있는 거야?”
“일단은요.”
“그러지 말고 돌아다녀 봐. 혹시 몰라?”
“……그냥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제 가치를 어필하면서 다녀야 한다는 건,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이상하네.
엘레나는 한쪽 뺨을 긁적였다.
당사자가 여기 있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래, 뭐…… 푹 쉬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맛있는 거나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라진 엘레나의 뒷모습을 보던 카스트로는 옆에서 들려오는 짜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항상 자신과 붙어 다니던 친구, 램먼트는 더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슬슬 실력에도 한계가 오는지, A반도 간신히 붙었지.
“아 진짜. 선배면 도와주든지 해야지 진짜……. 너 정말 여기서 이러고 있을 거야?”
“……그렇게 불만이면 혼자 다니든가.”
“뭐? 야, 말을……. 어어? 어디 가?!”
“애들이랑 놀아라. 아니면 귀족들한테 꼬리나 흔들러 가든지.”
“저 새끼가 근데-.”
카스트로는 램먼트의 말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램먼트의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엘레나 역시 맞는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카스트로 학생의 그릇을 알아줄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지요. 언제나 성실히 임하고 있다면, 기회는 알아서 찾아옵니다.> [자신을 가꾸세요. 이제 1학년인 만큼, 빛을 볼 날은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언제나 상담을 해 주었던 트레버 교수.
그의 말마따나, 아직 기회는 있었다.
저들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상하리만치 쑥쑥 성장하는 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어른들의 말이 그저, 좁은 시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도 깨달았으니, 더욱 죽도록 노력해야겠지.
‘검이나 더 휘둘러야 하나.’
그런 생각을 이어 갈 때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그에게 힘을 주었던 교수님의 목소리였다.
“여기서 혼자 뭐 하고 계신가요?”
“아, 잠깐 바람 좀 쐬고 있었습니다.”
“귀족분들하고는 대화를 많이 나누셨나요?”
“……아니요.”
트레버 교수가 그의 옆에 서서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어떤 말을 해 줘야 할까.
그는 교류의 힘을 알았다.
평민이라고 해도 등용문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는 자들은 왜 평민이 귀족들에게 대들까? 라는 편견을 가진다.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는 대륙에서, 그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귀족은 어디에나 적이 있었으니, 귀속되지 않는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으니.
“이상하군요. 먼저 인사는 드렸나요?”
“아직…… 안 드렸습니다.”
“너무 자신을 묶어 두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냥,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조용히 있었습니다.”
트레버는 작게 한숨을 쉬곤 걸음을 옮겼다.
곧, 그는 멍하니 있는 카스트로에게 톡 쏘는 탄산음료를 건넸다.
말없이 받아 드는 그를 향해, 그는 격려를 쏟아 냈다.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요.”
“전에도 하셨던 말씀이죠.”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관계는 그런 눈을 트이게 해 주죠.”
“어렵네요.”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히려 단단해지는 사람이 있다.
다양한 사람을 거쳐 가며,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쳐 낼 건 쳐 내면서 구체적이고 넓은 신념을 갖게 되는 이들.
트레버는 카스트로가 그런 자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세요.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찾아야 합니다.”
“…….”
카스트로는 또다시 조언의 순간임을 알고 가만히 음료를 마셨다.
트레버의 말에 방점이 찍혔다.
“그것들을 모두 흘려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남들 위에 우뚝 설 수 있는 법이지요.”
“저만의 무언가를 밀고 나라가는 겁니까?”
“잘못된 방향이 아닌,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겁니다.”
대화는 그만큼 중요한 요소였다.
삶에 있어, 인간에게 떼놓을 수 없는 건 의외로 다른 사람이었으니.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결국 인간은 누군가와 엮이게 되어 있었다.
이왕이면 그걸 이끄는 쪽이 되는 게, 더 좋음은 말할 필요가 있을까.
“명심하겠습니다.”
“바람이 후덥지근하네요. 저는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트레버가 사라진 뒤, 카스트로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이상, 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관계, 그리고 신념의 형성.
‘그러다 보면, 나와 맞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그런 사람들을 모으면 되잖아?
답답했던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트레버 교수의 말을 음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자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아니면 나도, 마누스 선배처럼 해 볼까?
“그것도 좋겠네.”
그가 웃었다.
#3
수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마누스는 연회라는 것이 탑에 오르는 것만큼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항상 주변을 살펴야 했으니.
‘어우, 진짜 하기 싫다.’
속내를 감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케일은 이미 녹초가 되어 저 멀리 구석에 박혀 있었다.
아나이스와 피어슨은 짝꿍이라도 된 것처럼 꼭 붙어 다니며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었고.
그 밖에도 다른 이들 역시 적당히 자리를 잡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나도 구석에서 쉬어야겠군.’
마누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바람이 부는 테라스로 향했다.
선객이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처지 같아 보였으니.
그렇게 시선을 떼려 했지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마법을 쓸 줄 알았나? 아니…… 누군가 장난을 쳐 놨군.’
그의 주변으로 걸려 있는 마법.
카이사르의 마음가짐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은밀한 마법이었다.
누가 저런 장난을 쳐 놨지?
시선을 느꼈는지 선객, 카스트로가 고개를 돌려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마누스 선배님.”
“…….”
마누스는 대답 대신 눈빛으로 물었다.
카스트로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월반…… 어떻습니까?”
“너도 하고 싶은가?”
“예.”
카스트로.
평민이자, 케일의 숙적.
그렇지만 언제나 주인공에게 밀려 좌절하는 캐릭터.
탑에 등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절대로 주인공을 이길 수 없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야 그렇겠지.
언제나 이기는 것은 자신이었으니,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캐릭터였다.
마누스는 그의 진중한 눈빛을 보았다.
“지금처럼만 하면 될 거다.”
“……그렇군요.”
“교수님께 여쭤보면 빠르겠지.”
“감사합니다.”
그와 말문을 텄을 뿐인데, 운명이 달라졌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선의 방향이 변화합니다.] [카스트로의 운명이 비틀립니다.] [대적자의 운명이 비틀립니다.]그건, 아주 커다란 변화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