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6)
제186화
186화 – 이제 휴식은 없다
#1
연회가 끝날 무렵.
마누스는 황제의 앞에 서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있는 곳에 황제가 찾아왔다는 게 맞겠지.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는 빠르게 예를 취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찬란하군. 반갑구나.”
황제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마누스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티 나지 않게 인상을 찌푸리며 의중을 살폈다.
황제는 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혹, 지금 이 자리에서 그걸 말해 주려고 하는 걸까?
‘복잡하네. 정치라는 건.’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하여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는 현장.
대륙을, 세계를 체스판 삼아 판을 짜는 이들의 속내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황제, 브레들리는 그 분야에서는 정점을 찍은 사람이겠지.
“지금 네가 하는 것들을 최대한 지켜 주마.”
“예.”
“내가 말하는 건, 아카데미의 교육이 아니야. 너는…… 더욱 강해져야 한단다.”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황제에게 질문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굉장한 결례에 속했다.
하지만, 마누스는 그런 생각을 벗어던졌다.
제국의 황제가 된다는 건, 다양한 부족과 영지를 다스린다는 것.
기본적으로 포용성이 없다면 어딘가에서 분명 폭군이라고 불릴 터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황제.
그런 건 없었다.
원작에서의 황제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최대한 넓은 시야로 대국을 바라보려 했다.
“이유라, 대륙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본인도 알고 있다.”
“전사를 키우려 하심입니까.”
“그래. 그냥 전사가 아니니라. 최고의 수호자. 최고의 마법사, 최고의 전사를 키워 내는 것이 나의 목적이지.”
마누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뜻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황제 역시 침식 지대를 알고 있겠지.
그로 인해 대륙에 미칠 영향력 역시 알고 있을 터다.
마누스는 고민했다.
어떻게 단어를 조합해야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며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 대화 속에서 자신이 얻어야 할 정보들을 쏙쏙 빼낼 것인가.
“폐하께서는 교단 말고도 암약하는 세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내 말뜻을 잘 이해하는군. 역시 총명한 아이야. 그래. 세계에 적은 많지. 황궁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려는 생각이시군요.”
황제가 빙그레 웃었다.
마누스.
먼 친척이지만 너무도 당돌하며 총명했다.
자신의 아들이었다면 주저 없이 황태자에 책봉했을 정도로 뛰어난 아이.
황제는 그의 푸른 눈을 바라봤다.
그가 주목한 것은 마누스뿐만이 아니었다.
빛이 나는 곳에 작은 빛들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
마누스라는 빛 곁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들 역시 슬슬 빛을 보이고 있었다.
“동아리라고 했던가. 학생회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더군. 맞나?”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분열은 좋지 않다. 그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마누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걱정은 알고 있었다.
강대한 힘이 결집되어 있는 건 굉장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하지만, 강대한 힘이 분열되어 각자의 길을 걷는다면 말은 달라지지.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었다.
진정한 적은 언제나 내부에서부터 활약하는 법이니.
“그대를 믿고 있겠다. 이걸 받거라.”
“이건…….”
“정말 인상적인 마법이더군. 어떻게 그런 마법을 익혔지?”
“가주, 아버지께서는 빛의 가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황제가 눈을 크게 떴다.
빛의 가문.
오래전 멸망했다는, 전설 속 가문이었다.
제국이 생기기도 전에 활동했던 가문의 행방은 아무도 몰랐다.
그저 엄청난 마법적 재능을 휘둘렀던 가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라베스의 아내가 평민 출신이라고 했었지.
황제는 마누스에게 작은 아뮬렛을 건넸다.
“여태 널 시험했었다. 아덴…… 베로니카의 일도 그렇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그 아이에게도 전해 주렴.”
“알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내 시험은 계속될 거다. 네가 그 시련들을 무사히 이겨 낸다면 내 그에 걸맞은 상을 주겠다.”
“만약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황제는 허허,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런 당돌한 아이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렇담 내 시련은 멈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도움받진 못하겠지. 거절하고 싶으냐?”
“아닙니다. 전 언제나 강해질 테니까요.”
“후후후…… 좋다. 내 너를 믿고 있으마. 마무리 잘하거라. 다음엔 황궁에서 보자꾸나.”
마누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여 황제를 배웅했다.
황제는 생각보다 순순히 의중을 말해 주었다.
그가 자신의 편이라는 것 역시 암시하고 떠났다.
‘그렇다면.’
위협 하나를 배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박차를 가해 성장해야 할 때가 왔다.
중간고사 기간엔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도 학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누스 역시 그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일정을 잡았다.
‘문제는 탑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인데…….’
그거야, 자신이 어떻게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면 되겠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빠르게 강해져야 닥쳐올 시련을 감당할 수 있을 터다.
저 멀리서 수다를 떨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쉬는 시간은 끝났다.
이제부터 다시 탑에 오를 시간이었다.
#2
연회가 모두 끝난 다음 날.
교수들은 주말 동안 성적에 대한 회의 때문에 전부 출근했다.
반면, 학생들은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도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있었으니.
침식 지대에 모두 모인 선택받은 아이들이었다.
푹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다들 안색이 좋았다.
보장된 성적이 있으니 더욱 표정은 밝았다.
“어? 못 보던 아뮬렛이네요.”
“오, 누구한테 받았어? 케일이 줬어?”
“황제가 주었습니다.”
“엑? 황제 폐하가?!”
니아가 과장된 표정을 하며 아뮬렛을 바라봤다.
황제가 선물도 다 주고, 무슨 일이람.
마누스는 일단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황제의 아뮬렛] [마나 +30%] [위급한 상황에 황제에게 신호가 간다.]설명은 아주 간단했다.
마나가 부족한 마누스에겐 아주 금쪽같은 아티팩트였기에, 망설임 없이 착용했다.
혹시 몰라 마법적 장치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다행히 그런 건 없었다.
“인상적이라면서 주셨습니다.”
“그렇구나. 부럽네.”
“그나저나, 니아 선배는 어제 갑자기 사라지시던데, 어디 다녀왔어요?”
“어? 나? 잠깐 가족들 만나고 왔지.”
니아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남몰래 인상을 굳히며 고개를 돌렸다.
마누스는 그 모습을 눈에 담은 뒤, 입을 열었다.
“다들 컨디션은?”
“좋아요. 오늘도 주말이니까 이틀 내내 달려도 될 것 같은데요?”
“저도요.”
“나도 마찬가지다.”
모든 파티원이 강행군을 결심했다.
지금 탑 공략은 30층에서 막힌 상태.
파수꾼이 셋이나 나오는 구간에서, 모든 파티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곧, 레벨이 부족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래서 마누스는 한 가지 방법을 내세웠다.
굳이 높게 올라갈 필욘 없다.
차근차근 마석을 흡수하며,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할 시간이었다.
“하루는 다시 기반을 다진다. 파수꾼이 나오기 전, 하위 층을 돌며 마석을 최대한 흡수한다.”
“오…… 뺑뺑이 수련이군요.”
“그래. 그리고 내일 파수꾼에게 도전한다. 파티를 세 개로 나누지 못하니 한쪽 파티는 파수꾼 둘을 상대해야 해.”
“아니면 파티원을 조정하는 건 어때?”
알라노의 의견이었다.
파티원 조정.
지금까지 합을 맞춰 왔던 이들에게 있어, 그건 새로운 변화였다.
마누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파수꾼의 상황을 보고 유기적으로 바꾸기로 하지.”
“응, 좋은 생각이야.”
“일단은 두 파티로 찢어져 공략을 계속하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 잊지 않았다.
그날, 꼴사납게 도망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설마 숫자에서 밀려 후퇴해야 할 줄은 몰랐다.
고작해야 마누스가 없는 것뿐이었는데, 힘에 부친다고 느끼다니.
그래서 더욱 이를 갈았는지도.
‘그래도 가끔 들어와서 수련해야 했어.’
안일한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하며, 케일은 전의를 다졌다.
지금 그녀의 목표는 클래스를 높이는 것이 아닌, 마음껏 카덴차를 다루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나를 효율적으로 쓸 줄 알아야 하고, 최소한의 마나로 카덴차를 펼쳐야 했다.
모두의 표정은 비장하게 변해 있었다.
실패를 겪은 이들은 으레 그러하다.
게임에서 패배한 플레이어와 비슷한 심정.
다시 도전해, 성공을 가져오는 것이 이번 등반의 목표였다.
“근데, 아무래도 전위를 더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아? 너무 마법사 위주다 보니 밸런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니아가 파티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건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바였다.
마법사들만 가득한 파티.
전위라고 해 봤자 기예르모, 멜라니, 그리고 트레이스가 다였다.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 모두가 전위를 원하고만 있는 상황.
탑이 선택한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전위를 원한다고 마음대로 영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역시 실현이 불가능하겠죠.”
“맞아요. 원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최대한 안 맞게 노력하는 수밖엔 없습니다.”
모두가 처한 현실을 알았다.
트레이스는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손을 번쩍 들었다.
평소에는 아무리 해도 쳐다보지 않았던 동작이지만, 여기선 다르지.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제가 전위를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네가? 괜찮겠어?”
“보조하는 정도면 괜찮을 거예요.”
알라노가 그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트레이스는 무척 체구가 작은 친구였다.
엄청난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방어 위주로 마법을 펼치면 될 거야.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아녜요. 저도 할 수 있어요. 이래 봬도 제법 튼튼해졌어요.”
“잘할 수 있겠나.”
마누스가 물었다.
개인의 의지를 막아서는 건 안 될 말이지.
트레이스는 평소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하던 아이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을 테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고 싶거든요.”
“사슬을 이용한 기동전은 도움이 될 터다. 그 방향으로 연구하면 되겠지.”
“오…… 네, 알겠습니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트레이스는 방향성을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전의를 다지고 입구를 바라봤다.
리벤지 매치를 준비할 때였다.
“가자.”
쉴 시간 따윈 없었다.
목표는 29층.
제일 마지막 층부터 역순으로 내려가는 걸 반복하기로 했다.
마누스는 포털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파수꾼 하나를 내가 맡아 보면 어떨까.’
그것은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었으며, 동시에 한 걸음 도약하기 위한 다짐이기도 했다.
인력이 지극히 부족하니 자신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는 수밖에.
마침 [마음가짐]도 하나 익혔겠다, 자신감이 붙었다.
이번 한 번만, 한계를 시험하고 싶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