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8)
제188화
188화 – 파수꾼 정도는 혼자 잡아야지
#1
[키에에엑!]파수꾼.
로마자 ‘3’이 쓰여 있는 강력한 데몬이 당황한 울음을 퍼뜨렸다.
자신이 휘두른 촉수는 웬만한 건물 외벽도 박살 낼 파괴력을 지녔다.
그런데, 인간 주제에 맨손으로 막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도는 자신을 창조할 때, 나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인간 정도는 순식간에 없애 버릴 정도로 강력할 텐데.
[키이이이이…….]파수꾼은 마누스의 눈치를 보며 촉수를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마누스가 마법을 준비했다.
촉수를 붙잡은 채 펼치는 카덴차.
강력한 버프 마법이 마누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콘솔리다티오]캐스팅 속도가 두 배로 증가했고, 위력 역시 두 배로 증가했다.
한 호흡, 마나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린 마누스가 다시 마법을 짜 올렸다.
일격이다.
과연, 일격에 얼마큼 굉장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인지 시험할 차례였다.
6클래스 마법을 쓸까 했지만, 안정성이 떨어지니 패스.
여력을 남겨 두어야 하니, 5클래스 카덴차로 결정했다.
신성 마법에 냉기 마법.
레시피가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프뤼나] – [엑소더스] [더블 스프레드]얼어붙은 날개를 지닌 천사가 강림했다.
활짝 편 날개에서 피어나는 눈가루가 꽃들 위에 소복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파수꾼이 놀라 촉수를 빼내었다.
[키에에엑!]적이 캐스팅할 때는 반격할 좋은 기회.
파수꾼은 거대한 잎을 날려, 거대한 칼날처럼 사용했다.
안드레아, 자신의 주인은 말했다.
인간 마법사의 약점은 공격 직전, 준비하는 순간이라고.
맞으면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 전에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라고.
안드레아의 지식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격해야지!
“이번 파수꾼들은 죄다 멍청하군.”
얌전히 모여서 차례를 기다렸으면 좋았을지도 몰랐을 텐데.
안드레아도 생각한 것보다 똑똑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마누스는 캐스팅을 진행하며 몸을 슬쩍 숙였다.
서늘한 바람이 머리 위쪽으로 스쳐 지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직격으로 맞았으면 몸이 반토막 났을 거다.
하지만 너무 뻔하고 너무 느렸다.
설마, 마법사가 캐스팅 도중 움직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저렇게 공격한 건가?
‘아서라.’
요즘 마법사들이 바본가?
기본적인 약점 보완도 안 할 만큼, 수준이 낮지 않았다.
움직이면서 캐스팅하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
적의 공격을 피하고 캐스팅으로 반격하는 건, 가장 정석적인 공격 방법이었다.
오히려 큰 공격을 날린 파수꾼이 커다란 후딜레이에 빠졌다.
자, 그럼 이제 맞아야지?
[스카풀라 플로스]얼음의 꽃이 흩날렸다.
꽃잎이 흩날리며 모든 것을 얼리기 시작했다.
작은 꽃잎이 닿는 모든 면적에서 얼음 가시가 피어났다.
본래 광범위한 마법이지만, 그 위력을 한 점에 집중해 봤다.
[키엑?! 키에에엑!]한 땀 한 땀 얼어붙는 느낌은 어떤 기분일까.
알비온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땅을 피해 마누스의 뒤쪽으로 얼른 피신했다.
5클래스 이상부턴 마법에 추가 효과가 하나씩 붙기 시작했다.
[스카풀라 플로스]라는 마법에는 적의 이동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다.가끔 도망가는 황금 고블린 같은 녀석이 있었는데, 그걸 방지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던 마법.
지금 이 파수꾼 역시 도망가려는 것을 붙잡았다.
거기다 한 턴 동안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있으니.
“얼어서 죽어라.”
다시 한번 마나를 짜 올렸다.
조금 지치긴 하겠지만,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물리력이 강한 마법이 필요했다.
5클래스 물리계 마법이라면, 위력은 충분하겠지.
[키이이…… 키이이이이-!]고통스러운 울음을 내뱉는 파수꾼.
옴짝달싹 못 하는 파수꾼 따위, 그저 체력만 많은 샌드백일 뿐이었다.
거대한 칼날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5클래스, 물리계 마법이었다.
[그란디스 엔시스]거대한 검이 실체를 가지고 가면을 꿰뚫었다.
거인이 들 법한 검은 무자비하게 식물의 중심을 쑤셔 버렸다.
[키에에에에에에엑-!]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얼굴에 거대한 검이 박히면 어떤 느낌일까.
굳이 상상하고 싶진 않았지만, 끔찍한 고통이겠지.
마누스는 호흡으로 마나를 회복하며 파수꾼을 바라봤다.
파수꾼은 이내, 서서히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 두 번.
두 번의 마법으로 파수꾼 하나를 끝장내 버린 것.
마누스는 허탈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강한 건지, 아니면 상대방이 약한 건지 모를 상황.
‘생각보다…… 더 강하긴 하네.’
보스가 사용하는 스킬까지 익힌 보람이 있었다.
모든 캐릭터의 장점만 모아 놓은 것이 바로 자신이었으니.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 그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확실하게 커버가 될 정도라는 게 입증됐다.
홀로 파수꾼을 막아설 수 있다면, 회복 및 재정비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겠지.
괜스레 뿌듯해진 마누스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제 홀로 볼일은 다 봤으니, 적당히 합류하면 되겠지.
“나 없이 강해져야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겠지. 안 그래?”
[크르릉-.]알비온이 머리를 그의 다리에 부볐다.
조금 있으면 알비온도 다음 진화를 할 터다.
그때가 되면,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것도 무리겠지.
당분간은 말이다.
마누스는 귀여운 사역마의 머리를 한껏 쓰다듬어 준 다음, 다시 사냥을 떠났다.
아직 구조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여유롭게 돌아야겠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안드레아가 이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역시, 적의 괴로움은 곧 나의 즐거움이었다.
#2
“꺄아아아아악-!”
고통이 몰아쳤다.
정원 가장 안쪽에서 파수꾼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가 얼굴을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사지가 얼어붙고 영양분을 빼앗을 수 없으며, 가장 중요한 마석 부분에 검이 틀어박혔다.
두개골이 쪼개지는 고통은, 아무리 안드레아라도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동안 비명을 내지르던 그녀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으드득-.
안드레아는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대한 영혼이 자신에게 흡수되었다.
“이…… 빌어먹을 것들이!”
위험하다.
그녀는 깨달았다.
저것들은 식물의 핵, 마석을 흡수하고 성장하고 있다.
연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귀물, 아티팩트를 가지고 강해진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마누스.
정원사, 체스트힙에게서 뽑아 놓은 기억이 그녀의 뇌리를 헤집었다.
그에 대한 증오.
그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찼다.
“마누스…… 내 친히, 너를 잡으러 가겠다.”
정신적 지주가 누군지 파악했다.
이제 그 정신적 지주를 무너뜨려야 할 때였다.
기필코.
기필코 녀석들을 파멸로 이끌리라.
“그래서…… 너희들을 이 정원의 예쁜 장식품으로 만들어 주마.”
사아아아아-.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푸른빛 줄기가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정원을 향하려 했을 때, 그녀의 앞을 막아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안드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너.”
“오래간만이구나. 안드레아. 고상한 취미는 여전한 것 같고.”
“여긴 뭐 하러 왔지?”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사도는 지켜보는 자다. 멋대로 나서지 마.”
으득-.
안드레아의 주먹이 살벌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여성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힘이 약한 건 아니었다.
웬만한 골렘은 그녀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리라.
“지금 내 정원이 쑥대밭이 되는 꼴을 보고도 그딴 말이 나와?”
“정원은 다시 가꾸면 된다. 하지만…… 명령을 저버려선 안 돼. 그러면 경계가 무너진다.”
“난 지금 당장 저놈들을 죽여야겠으니까, 당장 꺼져.”
안드레아의 분노 수치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사도라는 이유로 가만히 앉아 기다려야 한다고?
웃기지 마라.
이곳은 죽은 자들의 터전.
산 자들이 훼방을 놓아선 안 되는 곳이었다.
“안 된다. 그러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해.”
“그럼, 내 정원에 있는 아이들은 무참히 짓밟혀도 된다는 거냐?!”
“80층에서 승부를 봐라. 그쯤이면 이미 인과는 완성되었을 테니.”
안드레아가 거친 한숨을 내뱉었다.
찾아온 이의 말을 들으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래, 자신들은 사도(使徒)다.
정해진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분께서 보내신, 신성한 존재들.
이미 마티아가 당했고 안드레아의 정원도 쑥대밭이 되었다.
정해진 운명대로 가는 것이,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었으니.
“젠장…… 80층이다. 더 이상은 나도 참지 않아.”
“그래. 그리고 잃어버린 정원사라면, 내가 지원해 주지. 사막에는 뛰어난 전사들이 많으니.”
“좋아. [칸타티]. 만족스러운 거래라고 생각할게.”
“그럼, 난 이만 가겠다. 절대 잊지 마라. 우리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는 걸.”
안드레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칸타티라고 불린 이가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분노로 점철된 감정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그의 능력.
거친 사막에서 전사를 육성하고 있는 칸타티의 능력이었다.
이젠 가야 할 시간이었다.
이것으로 칸타티 본인의 힘도 제법 소모되었을 테니.
“또 걸음을 옮기게 만들지 마라. 내 힘도 대비해야 하니까.”
“……당장 꺼져.”
칸타티는 대답하지 않고 사라졌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안드레아의 밑에, 줄기들이 자라나 옥좌를 만들어 주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했다.
그녀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정원을 망치는 이들을 혼쭐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80층이라고 했겠다.”
안드레아가 눈을 감고 정원에 있는 꽃들에게 명령을 보냈다.
그녀가 무슨 명령을 했을지는 오직 정원에 있는 죽은 꽃들만 알 수 있었다.
#3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일행.
케일과 아나이스의 마법이 난무했고 멜라니의 정령은 튼튼하게 버텼다.
알라노는 체력이 떨어진 이들을 향해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이번 전투에서 느낀 건, 생각보다 피어슨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트레이스가 제법 잘 싸운다는 것이었다.
전위의 추가는 확실히 멜라니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후우…… 이번에도 잘 막아 냈네.”
“모두 고생했어. 체력은 어때?”
“괜찮아요. 트레이스 덕분에 확실히 편해졌네요.”
트레이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쇠사슬을 이용한 회피, 그리고 단검을 이용한 정확한 타격.
그의 검술은 정형화되진 않았지만, 실전성만큼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별로 한 게 없는데요, 하하.”
“아니야, 한 게 없긴 뭘. 덕분에 피어슨 없이도 편하게 사냥했다니까?”
“더 열심히 해볼게요.”
“너무 무리하진 말고. 마누스 말대로, 아직 많이 버텨야 하니까.”
트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다른 파티에서 연락이 왔다.
니아의 목소리가 통신 구슬에서 울렸다.
“알라노? 들리니?”
“네, 들려요.”
“얘들, 갑자기 이상해졌는데? 데몬들이 도망치고 있어.”
“……네?”
그건 제법 이상한 일이었다.
언제는 죽일 듯이 몰려왔는데, 지금은 또 갑자기 데몬들이 도망간다니.
이놈의 정원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