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9)
제189화
189화 – 룰을 어기는 꼼수는 안 통한다
#1
본래 데몬은 침입자를 죽이도록 설계되어 있는 몬스터였다.
어디에 있든, 그들은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쫓아 올라가는 것을 방해한다.
설정으로는 그래, 분명 산 자에 대한 거부감과 사도의 명령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설정이 깨졌다.
마누스는 자신을 보자마자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데몬들을 바라봤다.
저들은 지성이 없다.
정확히는 작전을 수행할 정도로 고도화된 지능이 없다는 것.
‘그런데, 왜?’
만렙 캐릭터로 다시 내려와도 데몬들은 달려든다.
살아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데몬은 플레이어에게 계속 달려드는 것이 이 세계였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은 대충 여섯 시간 정도 남았나.”
일단 계속해서 데몬들을 쫓는 수밖에.
만약 이게 안드레아의 계략이라면, 이번엔 좀 칭찬할 수밖에 없겠다.
경험치는 데몬을 잡아야 얻을 수 있는 것.
데몬이 없다면, 탑을 오르는 이유가 없어진다.
그의 발걸음이 다급히 데몬을 쫓았다.
최대한 많은 데몬을 죽이고 마석을 흡수해야 할 터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역시 성장이 절실했다.
‘노가다를 막아? 진짜 이건 아니지.’
어느 게임에서도 유저의 노가다를 막아서는 시스템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노가다를 권장하고 보스의 허들을 높게 잡아 놓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그런데 지금, 정원의 데몬은 그 중간 과정을 완벽하게 차단하려 한다.
이런 식이라면, 파수꾼을 잡기 위한 전력에 도달하지 못할 터.
불합리함을 제재해 주는 시스템은 없는 건가?
마법을 날리며, 그가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한 가지만 확인한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마누스는 데몬을 쫓는 것보단, 다른 길을 택했다.
부스트 마법을 사용, 빠르게 이동한 그가 다음 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이동했다.
데몬들이 계단을 통해 옹기종기 모여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층에 배치된 데몬들이 갈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상황 파악을 마친 마누스는 신속하게 파티원들을 불러 모았다.
통신 구슬에 마나를 불어 넣고, 모든 채널을 열었다.
“다들, 내 말 들리나?”
“응, 무슨 일이야?”
“29층에서 30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모이도록. 그곳에서 몰이사냥을 한다.”
“데몬이 계단을 통해 가고 있어?”
알라노의 물음에 마누스가 ‘그렇다’고 답했다.
해법이 생겼다.
안드레아는 제 꾀에 빠져, 동료들에게 더욱 많은 경험치를 제공하겠지.
마누스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후회하게 해 주마.
감히 그런 꼼수를 써?
꼼수도 틀 안에서 써야 꼼수지, 지금 이 행위는 명백한 룰의 위반이었다.
RPG 게임에서, 사냥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럼, 먼저 시작할까.”
20층부터 29층까지의 모든 데몬이 줄을 지어 올라왔다.
아마 예상대로라면, 이 위도 똑같을 터다.
그러니까 여기서 최대한 경험치를 땡기고 가야겠지.
이 게임은 다 좋은데 경험치를 늘려 주는 비약은 없었다.
순수하게 노가다를 통해, 아주 정직한 레벨 업을 해야 했으니.
화르르르륵-!
그의 의지에 따라, 거대한 불의 벽이 완성되었다.
[이그니스 – 파리에] [키익! 키이익-!]우르르 몰려오던 데몬이 그대로 불에 타 죽었다.
안드레아의 명령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멍청한 지성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데몬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마석을 뱉어 냈다.
계속해서 마법을 퍼부으며, 마누스는 팔짱을 꼈다.
불빛을 받아 번뜩이는 마석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지금쯤 안드레아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다.
마누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에에-!”
이참에 그냥 콱 들이받을까?
마누스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도.
무려 다섯 번이나 공격을 받아 낼 수 있는 지금이라면, 해볼 만할지도?
#2
“이…… 이런 멍청한 것들이!”
자신이 가꾼 식물에게 막말을 퍼부을 정도로 그녀의 정신 건강은 온전하지 못했다.
멍청하게 반격도 하지 못하고 타 죽는 식물들.
나름대로 애지중지 가꿔 온 이들이 한순간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구체적인 명령을 내려 주었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나.
녀석들이 제 발로 한곳에 모였으니,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타격을 입히겠지.
[나의 아이들아, 눈앞에 있는 적을 공격해라.]그제야 데몬들이 무의미한 죽음을 그만두었다.
어떻게든 반격하고, 적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후우……. 안드레아는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원을 만들었던 이래, 이토록 머리가 복잡했던 적은 없었다.
정원은 그분을 위해 만든, 순종적이어야 하는 곳.
그렇게 만든 정원은 수동적인 곳이 되었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나. 칸타티처럼.’
아니, 그러면 정원이라는 곳의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녀석들을 위쪽으로 끌어 올린 뒤, 한 번에 죽이는 수밖에.
안드레아는 저들이 성장하는 원리를 알았다.
하지만, 그 원리를 위쪽에 전달해 줄 순 없었다.
‘80층이다. 80층까지만 녀석들을 끌어들이면 돼.’
본래는 꼭대기에서 기다려야 할 시간을 단축했으니, 녀석들의 성장도 더뎌지겠지.
안드레아는 계속해서 밀려오는 꽃들의 기억을 곱씹으며, 그때를 기다렸다.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본인조차 모르는 능력.
왜 사도가 100층에서 기다려야만 하는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3
[키이익!] [키에에엑!]식물들의 울음소리가 계단을 타고 흘렀다.
좁은 곳에서 꽥꽥 소리를 질러 대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백색 소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시끄러웠고 기괴했으니.
끝없이 몰려오는 데몬의 행렬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데몬은 아래층일수록 약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강해졌으니, 위층에 있던 녀석들이 슬슬 전멸하고 있다는 이야기.
케일은 마법을 흩뿌리며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올까요?”
“글쎄. 한 시간은 더 이러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케일, 힘들면 바꿔 줄까?”
“아니야, 아직 할 만해.”
“근데…… 정원에는 순찰자가 안 나오나 봐요?”
그러게.
꽤 오랜 시간 있었는데도 순찰자는 나오지 않았다.
미궁에서는 그렇게 자주 등장할 기미를 모였는데, 정원에서는 통 등장하질 않았으니.
마누스는 한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아마 여기가 경계 지역이라 그럴 거다.”
“아하…… 그러면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사냥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불가능할 테지. 사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악수를 뒀을 거다.”
“우리는 얌전히 마석이나 캐자고. 작은 마석도 모으면 도움이 될 거라니까?”
피어슨이 말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마법을 짜 올렸다.
일단은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었으니.
그렇게 두 시간.
드디어 길고 긴 행렬이 끝났다.
“휴으으…… 죽는 줄 알았어요.”
“고생했어, 멜라니.”
“또 방패를 바꿔야겠군.”
“제가 감정해 드릴게요. 바로 바꾸시죠?”
멜라니와 기예르모는 녹초가 되었다.
이따금 트레이스와 마누스가 전위를 맡아 주었지만, 두 사람만큼 단단하고 안정적인 전위는 없었다.
그 대단한 마누스마저 이따금 놓칠 때가 있었으니.
그만큼 수호자라는 직업은 없어선 안 될 직업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마석 분배 좀 많이 받아야겠는데? 우린 뭐…… 돌아가면서 마법 쓴 것밖에 없으니까.”
“동감. 팍팍 먹고 성장하십쇼.”
“맞아요, 앞이 튼튼해야 저희도 안전하죠.”
모두가 멜라니, 기예르모에게 마석을 몰아주기로 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나머지 인원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만큼은 남겼다.
“으아, 이제 푹 쉬고 올라가면 되는 건가?”
“맞아요. 흡수에 시간이 좀 걸리니까, 지금부터 흡수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들어가지.”
마석을 아공간에 꾹꾹 눌러 담은 이들이 휴식 공간으로 들어섰다.
지금부터는 성장의 시간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분배받은 마석을 모조리 흡수하는 아이들.
마누스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흡수를 시작했다.
“여기, 네 몫이다.”
[크앙!]물론, 알비온의 몫도 알뜰하게 챙겨 주었다.
모두가 고요하게 마석을 흡수하고 있는 이때, 정원에서는 여전히 데몬의 물결이 이어졌다.
#4
눈을 떴을 땐, 정원이 고요함에 휩싸인 후였다.
숨을 몰아쉬니 거대한 마나가 꿈틀거렸다.
확실히 성장했다.
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자고 있구나.’
알비온이 슬쩍 눈을 떠, 사뿐히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눈치가 있는 듯, 새하얀 털이 복슬복슬 나 있는 드래곤은 조용히 휴식 공간 밖으로 따라 나왔다.
마누스는 탁 트인 정원을 바라봤다.
자세를 낮추고 알비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르릉…….]마석을 흡수하고 나니 어째, 크기가 좀 더 커진 것 같았다.
앞발과 뒷발은 호랑이보다도 단단해 보였고, 날개는 아직 쓰지 못했지만 꾸준히 커지는 중이었다.
이대로 쭉쭉 자라 준다면, 더없이 좋은 파트너가 되겠지.
그렇게 털 드래곤을 쓰다듬고 있을 때, 거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아직 다 정제되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맑은 마나를 가진 여인.
케일이었다.
“……와, 알비온 많이 컸네요.”
“조금 더 쉬지 그래.”
“선배가 없어서 잠깐 나왔어요.”
“탑 올라가는 건 어떤가.”
케일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곧 배시시 웃으며 알비온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저번에는 당황해서 졌지만…… 지금은 아닐 거예요.”
“이번 사도와의 전투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것도 각오하고 있었어요. 여기엔, 왠지 제가 궁금해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예를 들면?”
“제 재능에 관련된 거라든가…… 뭐 그런 것들이요.”
[간섭이 시작됩니다.] [세계선의 방향이 변화할 징조를 보입니다.]마누스는 속으로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케일.
그녀는 일반적인 평민이 아니었으니까.
그걸 자각하게 되는 건,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였다.
지금 그녀가 사실을 안다고 하면, 순수하게 강해질 정신력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무거운 주제였으니까.
“지금은 탑을 오르는 것만 신경 쓰는 게 좋을 거다.”
“알았어요.”
“나도 알고 있다. 네 재능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 비밀이 있을 거란 것 역시.”
“…….”
케일은 맑은 눈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연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누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들이지. 적어도 홀로 사도를 격퇴할 수 있을 정도까진 성장해야 할 거다.”
“그건…… 선배의 기준이겠죠?”
“어쩌면, 세계의 기준일 수도 있지.”
케일은 입을 다물었다.
가끔 그가 내다보는 세상이 너무도 넓고 커다랗게만 느껴져서,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다.
오늘도 그러했다.
대체 마누스 선배가 보고 있는 세상은, 또 그가 대비하고 있는 위협은 얼마나 거대하고 넓을까.
아직, 그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