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2)
제192화
192화 – 잠시간의 휴식
#1
성적표!
그 누가 떨리지 않을 순간이던가.
모든 아카데미 학생들은 이 순간을 위해 공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학기의 절반.
교수가, 동료가, 자신이 가르쳐 준 지식을 시험받는 무대였으니.
모두가 로비로 모였다.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는 성적표가 눈에 보였다.
커다란 서신 같은 모습의 대자보엔, 누가 어느 성적이 되었는지 명명백백하게 쓰여 있었다.
마누스와 니아 역시 성적표를 찾아보기 위해 로비에 도착했다.
“어떨 것 같아?”
“저야 뭐.”
“진짜 잘났어. 근데 성적은 2학년으로 들어가는 거지?”
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월반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수업만 수준을 높인 것이지.
“그럴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어디 보자…….”
니아가 까치발을 들곤 성적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3학년 마법사 중에서는 일등이네!”
“축하드립니다.”
“너는? 너도 봐야지.”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제 성적표를 확인했다.
2학년 수석.
당당히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가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캐릭터들보다 월등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해도 기분 좋은 건 좋은 것이다.
마누스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니아가 그에게 말했다.
“역시 수석인가 보네. 기분 좋겠어?”
“3학년으로 월반하면, 제가 수석일까요?”
“너…… 진짜 못됐구나?”
“선배에게 좀 배웠습니다.”
니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누가 들으면 내가 진짜 나쁜 앤 줄 알겠네.”
“처음엔 그랬지요. 설마, 모를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죠?”
“…….”
니아의 표정이 굳었다.
가문.
그리고 이상 현상.
니아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연회가 있던 밤이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걸 안다. 딸아. 내게 말할 생각은 없는 거냐?> [전 아무것도 숨기고 있지 않아요. 아, 그거라면 있네요. 카이사르의 공자님과 친분이 있는 것 정도?> [……그렇구나. 알았다.>설마, 마누스가 가문이 개입하려는 낌새를 눈치챈 건가?
니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영지전에 아브렐 가문이 조금 거들었더군요. 그건 알고 있었습니까?”
“어? 어어…… 알고 있었지.”
말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니아의 머릿속이 잔뜩 헝클어졌다.
마누스는 더 캐묻는 짓은 하지 않았다.
니아가 각성을 통해 ‘잊힘’을 미뤘다고 해도, 잠재적인 위험은 남아 있었으니.
‘내 책임도 어느 정도 있으니.’
그녀를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자신.
몹쓸 짓을 조금씩 막아 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잊히지 않게끔 신경 써 줘야겠지.
아직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제가 저번에도 말했듯, 가문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보다 알고 있는 자들은 많으니까요.”
“…….”
“아브렐 가문이 알아낸 것을 다른 이들이라고 모를까요.”
“나도 알아.”
그녀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누스는 무어라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니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지만, 그래도.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누군가의 개입이 있을 거라고.”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젠 아니라는 걸 알아. 그래서 최대한 미뤄 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거든?”
“1년이면 됩니다. 저희 가문도 움직이고 있으니, 아브렐 가문에서 진실을 알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휴…… 일단 알겠어. 그리고 미안…… 멋대로 뒤에서 움직이고…….”
니아는 고개를 돌리며 작은 소리로 사과했다.
마누스는 작은 한숨을 삼키고 그녀의 팔 부분을 툭 쳤다.
“괜찮습니다.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테니. 지금은 선배의 처지나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내 처지? 아…….”
“항상 조심하세요.”
니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교실로 훌쩍 떠났다.
마누스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의아함을 느꼈다.
보통 이럴 때면 간섭이 시작되거나, 그러지 않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갔다는 건…… 니아의 마음이 본래 이렇게 흘러갔다는 건가.
‘많이 변하긴 했군.’
그간의 노력이 헛된 것 같지 않아, 괜스레 뿌듯함이 몰려왔다.
이제 그녀도 소속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같았으니.
마누스는 두 눈으로 아이들의 성적을 확인했다.
2학년 차석은 알라노.
1학년 수석은 케일, 차석은 아나이스.
그 밑으로 멜라니, 에머슨, 피어슨이 나란히 위치했다.
‘이젠 모두가 한 반에서 보겠군.’
마침내 원하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한 반에서 아침마다 모이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수 있으리라.
물론 수업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도 이젠 가 볼까.’
다시 탑을 오를 때까지 모든 마석을 흡수할 예정이었다.
왠지, 이번 휴식이 끝나면 안드레아와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2
케일과 아나이스, 피어슨은 동아리실에서 만났다.
상인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멜라니, 뭐가 그렇게 바쁜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에머슨을 제외하면 항상 모이는 멤버였다.
“케일, 축하해. 이번에도 수석이네.”
“으응, 고마워.”
“이번에야말로 모든 1학년이 총집합했잖아. 역시 탑에 올라가면 성적이랑 실력이 쑥쑥 올라가나 봐.”
피어슨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잔뜩 하고 나오니까.
거기다 하루에 열두 시간이라는 또 다른 시간을 살아갈 수도 있었고.
세 사람은 도란도란 떠들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질문의 시작은 아나이스였다.
“아 맞다, 케일. 너 이번 기념일 때 뭐 해?”
“나 도시에 가 보려고.”
“도시에? 아……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안 가 봤구나?”
“응. 선배가 같이 가 준대.”
어?
선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피어슨과 아나이스가 서로를 바라봤다.
여기서 선배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둘, 아니 셋.
기예르모는 케일과 친하지 않으니 같이 가자고 얘기하지 않을 테고.
알라노나 니아는 그나마 가능성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누스밖에 없잖아?
거기다 아이러니하게도 확률이 가장 높은 것 역시 마누스였다.
“설마, 마누스 선배가?”
“응. 너희도 같이 갈래?”
“우리도…… 같이?”
“데이트하려는 거 아니었어?”
데이트?
케일은 데이트라는 말에 잠깐 머뭇거렸다.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둘이 도시를 거니는 건, 제법 낭만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마누스에게 가치 있는 사람일까?
그가 으레 가장 아끼는 후배라고 소개하긴 하지만,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여태 그렇게 여겨 왔고, 더 나아갈 생각은 없었다.
“딱히 데이트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뭐라고 하는 거야? 선배가 허락해 줬다며. 그럼 데이트 아니야?”
“어…… 그런가?”
케일은 볼을 긁적였다.
아나이스와 피어슨은 케일을 바라보다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케일에게 단단히 교육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아나이스가 케일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하나하나, 꼬치꼬치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여자아이가 같이 도시로 가자는 거면 뭐겠어? 데이트! 단둘이 꽁냥거리는 걸 원하는 거라고!”
“서, 선배는 안 그러실지도…….”
“아오! 이 답답아! 그렇게 생각하든 안 하든, 일단 둘이서 잡은 약속이잖아. 그러면 둘이 보는 게 맞지!”
불꽃같은 아나이스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로 불꽃같은 기세!
그녀는 마누스와 케일의 데이트를 아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니까! 너는 무조건 마누스 선배랑 단둘이 데이트해야 해. 알겠지?!”
“어? 어…… 알았어.”
“우리가 팍팍 밀어줄게. 걱정하지 마.”
피어슨이 씨익 웃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왜일까.
묘하게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게, 평범한 하루가 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그래서 어색하게 웃으며 거절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야지?
“괜찮아. 조언만 받을게. 응?”
“아니야. 우리만 믿어. 나랑 아나이스가 반드시! 반드시 밀어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봐.”
결국, 아나이스가 피어슨을 밀어내고 케일에게 이것저것 조언해 주기 시작했다.
옷, 그리고 데이트 코스.
볼일을 보러 가는 도중에 들를 수 있는 맛집 등등.
아나이스는 케일에게 온갖 정보를 가져다주었다.
케일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의 말을 들었다.
건국일은 곧.
그동안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생각해야겠지.
단둘이 탑이라도 올라가야 하나?
‘고민이네.’
케일에겐 퍽, 심각한 고민이었다.
#3
멜라니는 급히 마누스를 찾았다.
꼭 전해 줘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본관의 테라스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탑에 다녀온 다음엔 일정 기간의 휴식을 갖기로 했다.
너무 많은 출입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나?
아무튼 그러했다.
평화롭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마누스의 뒷모습은 마치 황태자를 연상케 했다.
백마 탄 왕자님이 저런 모습일까.
그녀가 흠흠, 하고 인기척을 내었다.
“저어, 선배. 자,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무슨 일이지?”
“아, 이번 건국일에, 도시에 같이 가 주실 수 있는지 여쭈려고 왔어요.”
마누스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답했다.
선약이 있으니, 거절해야지.
“그거라면, 케일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 이사장님께서 새로운 거래처를 알려 주신다고 하더군.”
“아, 그럼 잘됐네요. 그 새로운 거래처가 바로 해리 가문이거든요.”
“그런가? 그러면 볼일만 같이 보면 되겠군. 케일에겐 전달했나?”
멜라니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할 필요가 있나?
이미 이사장님께서 전달해 주셨을 터다.
그렇기에 설명했다.
“어…… 케일에게는 이사장님께서 이미 전달하셨을 거예요.”
“흠, 알았다.”
“네, 그럼 전달한 것으로 알고…… 가 보겠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케일은 단순히 인도자로서 자신에게 부탁해 온 거겠지.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멜라니를 보며, 마누스 역시 생각을 굳혔다.
‘아직 케일에게 연애 감정이 생기려면 더 지나야 할 테니까.’
제 앞가림 하기도 바쁠 시기였다.
이제 곧 6월.
연애할 시간에 탑을 한 층이라도 더 올라가는 것이 낫다라는 걸 느낄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채 시간이 흘렀다.
5월의 중순.
드디어 도시로 갈 날이 밝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