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3)
제193화
193화 – 예상과는 다른 일정
#1
건국 기념일과 개교기념일.
덕분에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쭉 수업이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가문에 가는 이들, 남아서 공부하는 이들,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등등.
항상 사람으로 북적이는 아카데미가 오랜만에 한적해졌다.
마누스는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에, 아침 일찍 훈련을 마치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멜라니와 함께 대련한다는 것이 그만, 약속 시간까지 잊을 뻔했다.
그녀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고 자신 역시 대련에 흠뻑 빠져 있었으니.
‘케일이 기다리겠는데.’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전생의 그는 항상 누군가를 기다리는 입장이었지.
약속 장소에서도 찬 바람을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렸고, 회의실에도 제일 먼저, 과제에도 제일 먼저 갔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적어도 자신 때문에 그런 지루한 시간 속에 우두커니 있는 사람이 생기는 건 사양이었으니.
마누스가 바쁜 걸음으로 내려오자, 두 사람이 보였다.
“일찍 내려왔군.”
“네. 오늘은 제법 중요한 날이니까요.”
“……안녕하세요.”
아침에 한껏 땀을 흘려서인가, 상쾌한 얼굴의 멜라니와 어딘가 뚱한 표정의 케일.
기다려서일까, 아니면 아침에 밥을 잘못 먹었다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렇군.’
마누스는 케일의 표정을 보고 단번에 이해했다.
둘이서 가는 줄 알았는데 멜라니가 끼어서인가?
그렇기에는 서로 별말 없어서 잘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멜라니의 역할에 선을 그어 주는 것.
그리고 남은 시간을 온전히 케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해 주면 되겠지.
게다가 걸리는 것은 또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어설픈 은신 마법으로 저 멀리 숨어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나름 버프 마법까지 꼼꼼하게 두른 것 같았는데, 어림도 없지.
카이사르의 마음가짐은 저런 마법은 없는 것보다 훨씬 눈에 띄게 만들었으니.
으휴-.
속으로 한숨을 삼킨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케일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케일, 오늘 누굴 만나러 가는지, 알고 있나?”
“네? 그냥 거래처라고만…….”
“해리 가문의 가주님을 뵈러 간다.”
“……네?”
그녀의 눈망울이 크게 뜨였다.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 멜라니를 한 번, 다시 마누스를 한 번 바라봤다.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짝 마주쳤다.
코미디 같은 전개에, 마누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멜라니는 볼일이 끝난 다음 다른 곳으로 향할 거다. 케일이랑 나는 도시 구경이라도 하면 좋겠군.”
“마, 맞아. 난 아마 아버지랑 같이 일을 처리할 거야.”
“그래? 헤헤…… 잘됐, 아니 아쉽다.”
“으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선배랑 데이트 잘하고 와.”
멜라니가 생긋 웃으며 케일의 어깨를 팡팡 두들겼다.
케일이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움인지 행복함인지 모를 감정 때문에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홱 몸을 돌리더니 말했다.
“어, 얼른 가요!”
“멜라니.”
“네, 네?”
“넌 멀리 떨어져서 와라.”
“…….”
설명을 제대로 안 한 벌이다.
마누스가 마지막 말을 덧붙이고 몸을 움직였다.
괜한 오해를 만들기 싫어 딱 잘라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항상 그렇다.
오해는 제대로 되지 않은 소통에서부터 비롯된다지.
마누스가 다양한 매체에서 느끼는 답답함이었다.
벌 아닌 벌을 받은 멜라니가 축 처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뭐, 애초에 제대로 설명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자업자득이야.’
저 멀리서 따라오는 두 사람까지, 도합 다섯 명의 사람들이 대도시 : 라비린토스로 향했다.
#2
“어라? 케일?”
“아, 선배.”
“도시에 나왔구나.”
“네. 저기, 마누스 선배랑 멜라니도 같이 왔어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케일은 알라노와 마주쳤다.
그녀는 서적과 훈련을 위한 쇼핑을 위해 도시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너희는 어디 가?”
“잠시 볼일이 있어서. 중요한 일일 거다.”
“중요한 일?”
“그래.”
알라노의 머리 위로 궁금증이 떠올랐다.
다 함께 움직이는 데다 중요한 일.
곧 탑에 관련된 일이라는 말이었다.
마누스는 슬쩍 옆을 바라봤다.
조마조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일이 보였다.
대체 아나이스와 피어슨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맞춰 주기로 할까.
그는 적당히 알라노를 떼어 두기로 했다.
“내일 아카데미에서 알려 주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해리 가문에서 우릴 도와주려는 모양이다.”
“해리 가문에서?”
“네, 그래서 제가 따라오게 되었어요.”
알라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 가문이니, 아무래도 연줄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겠지.
상황을 이해한 알라노가 싱긋 웃었다.
그녀도 눈치가 아예 없진 않았으니.
“그리고 누구랑 데이트해? 케일인가?”
“그렇게 됐다. 나도 도시는 처음이거든.”
“후후, 재밌게 놀아. 응원할게, 케일.”
“…….”
그녀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알라노는 살 것이 있다며 손을 흔들고는 사라졌다.
케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꾸벅, 인사를 할 뿐이었다.
어째,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몰아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상야릇한 기분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기분은 퍽 좋았다.
마누스 선배와의 하루.
항상 상상만 했던 하루이기도 했으니.
“어, 얼른 가요!”
“그래.”
“케일, 되게 기분 좋아 보여.”
“으으!”
새빨개진 얼굴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마누스는 한가로운 오전의 햇살을 느끼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3
그 시각.
피어슨과 아나이스 역시 거리를 거닐며 마누스와 케일을 쫒는 중이었다.
중간에 알라노를 만나는 걸 보고 철렁했으나, 다행이 그녀가 눈치 있게 빠져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
그들은 멀찍이 거리를 유지한 채, 마누스와 케일을 따라나섰다.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순조로운 것 같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순간.
도시란 그런 곳이었다.
아마 꽤 많은 이들이 도시로 나왔겠지.
“냠…… 이거 맛있네.”
“우리 쟤 감시하러 온 거 아니야?”
“웅 맞는뎀. 근뎅 나름대로 즐겨야징.”
오물오물, 노점상에서 파는 꼬치를 먹느라 콧소리가 잔뜩 나오는 아나이스가 생긋 웃었다.
피어슨은 그 모습을 보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둘이 데이트를 하는 건지, 아니면 확인하러 온 건지…….
뭐,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이 놀았던 적이 얼마 만이었지?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에도 서로 바빴었지.
피어슨은 터벅터벅 걷는 아나이스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 우리끼리 놀면서 겸사겸사 보자고. 혹시 알아?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
“불길한 소리 하지 마.”
그렇게, 두 사람은 멀찌감치 있는 케일을 눈에 담으며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아갔다.
그 재미가 어느새 조용히 감시보단 즐기려는 데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저기도 가 보자. 건국 기념일이라 축제도 많이 하잖아.”
“야, 우리는 지금…… 아니다. 그래, 가자 가.”
“얼른 와.”
아나이스가 피어슨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누군가가 피식 웃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은 전혀 몰랐다.
자신들이 역으로 감시당하고 있을 줄은…….
아마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이상 알아챌 일은 없을 테지.
#4
해리 가문의 가주가 기다리고 있는 곳은 커다란 술집이었다.
법적으로 15세부터는 성인이었으니, 아카데미 학생들이 출입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다만.
“어이, 이쁜 학생! 여기 잠깐 앉을래?”
“아저씨들이 술 따라 줄게! 어때?!”
저렇게 천박하게 구는 사람도 가끔 있다는 것.
케일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지나쳤지만, 마누스가 그러지 못했다.
그가 손을 휘젓자, 말을 꺼낸 사람 중 한 명이 그대로 허공에 끌려 올라갔다.
“어어? 이, 이거 뭐야?!”
“내가 저럴 줄 알았다. 아카데미 학생들한테 왜…….”
“천박한 것이 입을 놀렸나.”
마누스가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한마디를 던졌다.
그 눈빛이 너무 차가워, 허공에 떠 있는 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그대로 몸이 찢길 것 같아서.
용병 같아 보였다.
덥수룩한 수염과 이리저리 찢긴 흉터가 남아 있는, 흉악한 얼굴.
근육이 넘쳐 났지만 마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공포에 질린 채 눈알만 데룩데룩 굴리고 있었다.
“버러지의 피를 묻히기 싫으니 이쯤 하지. 불만이 있으면…… 카이사르로 찾아와라.”
“…….”
마누스는 아무렇게나 손을 휘저었다.
그 손짓에 따라, 공중에 떠 있던 용병이 날았다.
쿠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 버린 용병을 뒤로하고, 마누스는 계단 너머로 사라졌다.
앞서간 두 여인, 케일과 멜라니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을 끝으로 그의 모습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 웅성거림이 커졌다.
“카이사르라고?”
“아니, 카이사르가 여긴 왜…….”
“분명 검은 머리였지?”
“저 병신. 낄 데 안 낄 데 구분도 못 하더니 잘됐다.”
기절한 용병은 듣지 못했지만, 오히려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당연하지.
카이사르가 있는데 알아보지도 못하고 음습한 심정을 드러냈으니.
솔직히 그 자리에서 사지가 찢겨 죽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난 것에 분노한 가게 주인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방금 날아가 기절해 버린 용병.
그를 부축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간 그가 살벌하게 말했다.
“어이.”
“응?”
“당장. 여기서. 꺼져라.”
“뭐?! 아니 형님, 왜 이래, 우리끼리.”
그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근육 덩어리.
커다란, 그러나 그의 체구와 비교하면 한없이 작아 보이는 프라이팬이 후웅 휘둘러졌다.
출구를 향해서.
그가 으르렁거리며 용병들을 쫓아냈다.
“시대가 어느 땐데 아카데미 학생에게 겁도 없이 나불거리냐, 엉? 거기다 뭐? 카이사르?”
“……아니, 그게.”
“술 때문이라고 하면 바로 깨워 주지. 이걸로.”
그가 프라이팬을 툭툭 치며 말했다.
직후, 쓸쓸하게 가게 문을 나서는 일행들이 보였다더라.
#5
주점의 2층.
마누스와 멜라니, 케일이 도착한 곳은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어떤 마법을 썼는지,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는 남자.
그가 멜라니를 보더니 진한 웃음을 지었다.
대번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왔구나, 딸아. 더불어 귀한 손님들도 오셨구려.”
“케일이라고 합니다.”
“카이사르 마누스입니다.”
오오-.
해리 가문의 남자가 감탄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마누스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카이사르의 공자님을 뵐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저는 해리 가문을 이끌고 있는 사람인 로드릭이라고 합니다.”
해리 로드릭.
대륙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단주 중 한 명이자 해리 가문의 수장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마누스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티팩트의 처리를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어서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눈빛이 마누스를 향해 이야기해 보라는 듯, 빛났다.
어째서 학생이 아티팩트를 구할 수 있는가.
진실을 이야기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