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200화 – 하극상은 파란을 몰고 오는 법
#1
전사 지망생 2학년들은 제법 완숙한 몸뚱이를 가졌다.
1년 동안 철저하게 훈련받고 무기를 휘두르며 지냈던 나날들.
수없이 많은 영양을 때려 넣고 훈련한 그들의 육체는 다부진 근육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었다.
만화나 드라마, 영화로 이 장면을 만들었다면 꽤나 눈요기가 되지 않았을까.
갑옷을 입은 그들은 그야말로 야성미 넘치는 세계 속 학생들이었으니.
2학년의 최강, [쌍검의 데이브]라고 불리는 이가 고개를 돌렸다.
“오, 쟤 걔 아니야?”
“아 1학년. 맞아.”
“대검 진짜 크네.”
1학년이 무슨 일로 방문했을까?
찾으러 온 이라도 있나?
카스트로의 시선이 데이브와 마주쳤다.
기온 데이브.
검가로 제법 이름을 날리는 자작가의 장남.
그가 입을 열어 카스트로에게 물었다.
왜 이곳에 왔는지.
찾는 이는 있는지.
“여긴 무슨 일이지?”
“데이브 선배님.”
“응?”
“결투를 신청합니다.”
에엑?
그 모습에 2학년 전체가 벙 쪘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카스트로.
분명 대단한 수준의 학생이었다.
1학년 뱀반의 케일, 아나이스, 사슴반의 그라디와 함께 최강의 인물 중 하나.
하지만 그게 학년을 뛰어넘을 정도의 강함이라는 건 아니었다.
데이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말, 정말인가?”
“예.”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렇게 생각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네가 한 행동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진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카스트로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힘의 논리를 따르는 전사들의 생활환경에서, 결투는 곧 하극상을 의미했다.
성공한다면 어마어마한 영광을 가져가나, 실패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데이브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년 최강자로서 도전은 항상 받아 주는 편.
데이브는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고 그 자리를 굳건히 유지했다.
“아무리 그래도 1학년한테 도전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이번 운동회 개인전에 2학년으로 출전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경쟁자를 미리 떨어뜨리겠다?”
“그렇습니다.”
데이브는 푸흐흐 웃었다.
이렇게 대놓고 도전을 걸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간덩이가 부었다고 해야 할지,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오랜만에 온 도전 신청이었다.
“좋다. 오늘 점심시간에 보지. 나는 참가권을 걸도록 하고, 넌 무얼 걸 거지?”
“제가 진다면 선배님께서 졸업하실 동안 허드렛일을 모두 하겠습니다.”
“시종이 된다는 거지? 흠…… 좋다. 난 지든 이기든 잃을 게 없구만.”
“감사합니다.”
의외로 예의는 바르게 행동해, 데이브의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카스트로의 실력은 그 역시 보고 느낀 것이 있는 바.
새로운 자극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도 감히 2학년에게 도전하려 하다니.
본때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결투는 성립되었다.
“점심시간에 보지.”
“예.”
카스트로는 독수리반을 떠들썩하게 할 문제를 남기고 훌쩍 떠나 버렸다.
오전엔 이론 수업.
오후엔 실기 수업.
그 사이에 있는 점심시간에 결투할 수 있다는 건, 데이브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데이브, 괜찮냐?”
“뭐가.”
“아니, 저 건방진 놈이 하늘 같은 선배 앞에서…….”
“됐어. 어차피 졸업하면 실력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
데이브는 후배의 도전을 기껍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의 평판이 좋은 이유.
데이브는 진정 리더의 모습을 갖춘 인재였다.
정정당당한 성품.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마음가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이해하는 것까지.
뭇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진다면 목표가 생겨서 좋은 거지. 난 수업 들으러 간다.”
“어휴, 진짜 괜찮겠어? 지면 망신이라고.”
“망신? 그런 거에 신경 쓸 시간에 검 한 번이라도 휘두르는 게 낫지.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봤냐?”
데이브는 그런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 중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이들은 얼마든지 있겠지.
고작 1년 차이로 그 실력의 차이를 메울 수 없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먼 훗날 그와 나란히 설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
한편으로는 기대되었다.
인맥이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며, 훗날 진짜 실력자가 되어 있을 후배와 안면을 트는 건 좋은 일이었으니.
데이브.
그는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다소 유하게 책정한 청년이었다.
#2
점심시간이 되기 전.
1학년과 2학년이 붙는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아카데미 전체에 퍼졌다.
마누스의 참가가 야기한 효과는 다양한 이슈를 낳았다.
그저 필요한 것이 있어 개인전에 참여했을 뿐인데, 너도나도 참가하다니.
소문을 들은 그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때로는 카이사르라는 이름 때문에 일이 커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어떻게 변하려는지.’
마누스 역시 그 대결에 관심을 가졌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카스트로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회에서 본 메시지가 신경 쓰이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아카데미에서만 활약하는 조연. 거기다 [대적자]라는 건 대체…….’
DLC라더니 대규모 패치도 함께 한 것 같은 느낌.
적응할 것들이 수두룩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서 알아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렇다면 대비해야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과제 잘해 오시고, 곧 기말고사니까 미리미리 대비해 주세요.”
“벌써 기말고사라니.”
“그러게. 중간고사 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점심시간이니까 거기 가 보자.”
그래그래, 오늘 결투가 있다고 했지?
독수리반에서의 하극상이라니.
항상 이슈에 목말라 있는 학생들에겐 아주아주 좋은 구경거리였다.
“마누스! 가자가자!”
“식사는 안 하십니까?”
마누스에게도 니아가 다가와 얼른 가자며 재촉했다.
그래도 밥은 먹고 구경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림도 없지.
“무슨 소리야! 구경 다 하고 밥 먹어야지!”
“……그래요, 가죠.”
“다른 애들도 올걸? 얼른 가자.”
니아가 마누스의 손목을 잡아채고는 잰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무어라 떠들어 댔으나 그딴 이야기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두 사람.
결국, 손목을 잡힌 채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끌려오게 된 마누스였다.
“선배, 선배도 오셨네요?”
“누가 끌고 와서 말이다.”
그곳엔 아나이스를 비롯한 이들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
자신들이 가장 늦었다며 중얼거리는 니아를 뒤로하고, 마누스는 훈련장을 바라봤다.
둥그렇게 둘러싼 학생들 가운데 서 있는 두 인영은 서로를 마주 보는 중이었다.
은은한 투기가 감도는 분위기.
트레이스와 비슷한, 한 손에는 방어를 위한 검을, 다른 한 손엔 공격을 위한 장검을 들고 있는 데이브.
거대한 검 하나로 공격과 방어를 모두 처리하는 카스트로.
‘기대되는군.’
검사끼리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진진했다.
마법사들과의 대결보단 훨씬 박진감 넘치는 한판이었으니.
순간, 카스트로가 고개를 돌려 마누스를 바라봤다.
감정이 메마른 두 눈.
삶에 찌들어 살던 직장인들과 닮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할 때, 마누스는 묘한 향수를 느꼈다.
매일같이 보던 눈이 자신을 응시하니, 익숙하면서도 측은한 느낌이 든달까.
그는 마누스 자신을 보며 꾸벅, 눈인사를 건넸다.
“오, 방금 너한테 알은체한 거야?”
“연회 때 잠깐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언제 그랬대.”
케일과 아나이스가 슬쩍 마누스 옆으로 다가왔다.
아나이스는 카스트로를 보며 감상을 말했다.
치기 어렸던 초반 이미지는 어디 가고, 제법 진중해졌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몰라도 어른스러워졌네요.”
“그러게. 전에는 엄청……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았어.”
케일도 아나이스의 의견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진중해졌다고 해야 하나.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좋은 일이겠지?”
“글쎄……. 어쨌든 우리랑 적대시하진 않으니까.”
케일은 볼을 슬쩍 긁적이며 말했다.
그녀가 마누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선배, 쟤랑 무슨 얘기 했어요?”
“월반하고 싶다고 하기에 잠깐 답해 줬다.”
“월반……. 확실히 카스트로 정도라면 가능하겠네요.”
“너는 생각 없나?”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녀는 곁에 있는 친구들이 더욱 소중했다.
그사이 카스트로와 데이브는 서로를 마주 보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천하의 마누스도 우리한테 관심이 있나 본데, 멋지게 싸워 보자고.”
“솔직히 저분이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데이브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
“누가 아니래. 아무튼 준비됐지?”
“예.”
기본적으로 결투는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진행된다.
덕분에 마나를 써도 사용자들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었다.
즉, 실력 발휘를 마음껏 해도 된다는 뜻.
쿠우우우-.
두 사람이 동시에 마나를 일으키자 먼지가 일었다.
학년 최고의 실력자들인 만큼, 둘이 뿜어내는 마나 역시 대단한 수준이었다.
서로 검을 겨누고 빈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역시 2학년 최강인가, 그래도…….’
카스트로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훈련했다.
케일이란 마법사에게 진 후, 그는 자신의 한계를 마주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선 내면부터 싹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거기엔 트레버 교수의 조언도 지대한 역할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번 운동회.
그의 목표는 개인전에서 우승하는 것.
더불어 마누스와 겨뤄 보는 것이었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자부터 넘어서야겠지.’
카스트로의 대검에 선명한 오러가 깃들었다.
그 모습을 본 데이브 역시 오러를 만들었다.
솔직히 놀랐다.
이제 고작 1학년인 카스트로의 오러가 자신보다 훨씬 짙었으니.
“곧 전문가(엑스퍼트)의 경지에 오르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
콰앙-!
거대한 황소가 들이닥치는 것처럼 돌진하는 카스트로.
강력한 찌르기를 왼손의 검으로 흘리는 데이브에게선 노련함이 보였다.
마나를 이용해 강화된 신체가 어지러이 움직였다.
데이브의 실력이야, 이미 검증된 바 있지만 카스트로는 어떤가.
확실히 그 역시 3학년, 어쩌면 4학년에 견줄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서 감탄이 튀어나오고 마력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거리를 벌렸다.
‘엄청난 힘이군. 근데 유연하기까지 해.’
데이브는 카스트로의 검을 받아 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신도 최강의 검사로 평가받는 산토레오 선배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한 놈이 나타났다.
지금도 이런 성장센데 앞으로는 어떨까.
콰아앙-!
X 자로 교차한 데이브의 쌍검과 거대한 카스트로의 대검이 부딪쳤다.
그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갈 것 같았지만, 마나의 반탄력으로 인해 주르륵 밀리는 두 사람.
카스트로는 두 걸음을, 데이브는 열 걸음 이상을 밀렸다.
“후우, 당장은 내가 이기긴 힘들겠군.”
“패배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 그래도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으니까.”
데이브는 히죽 웃고는 전력을 다해 검을 내질렀다.
카스트로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지녔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더 높이 올라가는 것.
카스트로에게는 오직 그것만 보였으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