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1)
제201화
201화 – 예상보다 커진 일들
#1
데이브의 패배.
그것은 독수리반의 파란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물론 무언가 엄청난 것을 걸고 행해진 대결은 아니었다.
그저 운동회 개인전 참가를 두고 겨룬, 일종의 친선전.
하지만 1학년이 2학년 최강을 이긴 것은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고, 그 사건은 이슈가 되어 아카데미 전체로 퍼졌다.
특히 교수들.
독수리반의 교수들은 카스트로의 활약에 주목했다.
“흐음, 이상하군요.”
“왜죠?”
“성적이 이렇게 좋은 친구가 어째서 지난번 연회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요?”
“흐음, 거야 본인이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회의 시간.
교수들은 카스트로라는 인물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이토록 뛰어난 이를 지난 중간고사 이후 연회에서는 왜 아무도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의구심은 접어두어야만 했다.
무언가 뜻이 있겠지.
교수들이 볼 때, 카스트로는 매우 영리한 학생이었다.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는 것, 상대방과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등등.
조용히, 하지만 확실한 결과를 위해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지휘관과 같았다.
“어쨌든, 주목할 필요가 있는 친구로군요.”
“맞습니다. 듣자 하니 월반을 원한다고 하던데, 기말고사까지 지켜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 보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맞습니다. 이런 인재는 빨리 세상에 내보내서 이바지하게 만들어야죠.”
능력이 출중한 자에게는 혜택을.
그것이 미토스 아카데미의 철칙이었다.
마누스를 필두로 무시무시한 인재가 속속 출몰하고 있었다.
월반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 학생들의 의욕도 고취되리라.
가산점과 소소한 지원금, 장학금 등을 준다면 더욱 열심히 하겠지.
이사장에게 보고를 올리면 제법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독수리반은 뱀반과 비교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인재 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간에 낀 사슴반 교수님들만 기가 죽겠네.
“그럼, 저는 보고하러 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교수 한 명이 떠나갔다.
소드마스터이자 수석 교수인 토드는 카스트로의 성적표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A반 1번.
평민임에도 불구,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의 이름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2
마누스는 오늘도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독서 중이었다.
6클래스의 벽.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벽의 구조가 어느 정도 보였으니.
두 번째 스테이지를 통과할 때 얻었던 기연.
기적 같은 무언가 때문에 한 발자국 내디딘 느낌이랄까.
요즘 이상하리만치 집중이 잘 되었다.
“마누스 선배.”
“…….”
이제는 제법 텁텁해진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던 도중, 의외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카데미 내에서 제법 유명 인사가 되어 있는 인물, 카스트로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여전히 메마른 표정의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무슨 일인가.”
“이번 운동회, 참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마누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얻어야 할 것이 있었으니까.
카스트로.
요즘 부쩍 눈에 뜨이는 녀석이었다.
운동회에 참여한다고 이놈이고 저놈이고 찾아오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성의는 생각해 줘야겠지.
마누스는 눈빛으로 왜 묻느냐 물었다.
“꼭 겨뤄보고 싶습니다. 선배께서는 지금 가장 완벽한 마법사라고 평가받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 그렇게 호승심을 불러일으킬 사람이었던가.”
카스트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붙어보고 싶은 이가 몇몇 있었다.
그가 넘어서야 할 존재라고 인식한 존재들.
아카데미의 최강자들로 군림하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카스트로의 목표.
데이브를 뛰어넘었으니 이젠, 다른 이들 차례였다.
카스트로는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아카데미 최강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날 넘어서고 싶다 이거로군.”
“예. 그래야만 하니까요.”
“그런데, 왜 그렇게 조급해 보이지?”
카스트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중이었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여러 정보들을 입수해 사소한 습관까지 분석하는 중이었다.
착실하게 쌓아가는 무언가를 조급하다고 평가할 일인가.
기분이 나쁜 건 당연한 이야기.
무의식적으로 오기까지 일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빠르게 위로 올라가려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겠죠.”
“그것도 준비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지.”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걸로 보이십니까?”
마누스가 보기엔 카스트로는 강박적으로 움직이는 인형 같았다.
감정을 죽이고,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것들을 배제하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형.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당해 강제로 시야가 좁아져 있는 느낌.
“준비가 안 되었다기보다 뭐랄까…….”
마누스는 그의 눈을 보고 다시 말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로군.”
“잘못된 방향이라면…….”
“그거야 나도 모르지.”
“선배는 귀족이기 때문에…… 그런 길을 잘 아시는 겁니까?”
“글쎄. 귀족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물론 경험할 수 있는 범위는 조금 다르겠지.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혜안과 지혜를 갖추게 만들진 않는다.
지혜와 혜안, 앞을 내다보는 건 깊은 사색과 절대적인 시간 속에서만 단련되는 것이었으니.
마누스는 어떻게 설명할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굳이 카스트로에게까지 지식을 주입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말이 길어지는 걸 차단한 것.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꾸벅, 카스트로는 예상외로 더 말하지 않고는 물러섰다.
그리고, 마누스는 또 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카스트로. 저 녀석도 DLC가 시작되며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
확실히 케일, 주인공의 숙적인 것에 비해 존재감은 부족했었다.
탑, 그리고 아르카나와 데몬, 하수인, 사도에만 집중했던 원작이었으니.
어쩌면 DLC라는 무대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려 했던 것일 수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여기에 떨어진 이유와 누가 이곳에 보냈는지 의문만 자라났다.
지금은 진실에 다가가기엔 너무도 먼 길이었으니.
카스트로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또 그가 케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금 더 두고봐야겠지.
‘진짜 일이 커져 버렸군.’
본래 케일 위주로 돌아가야 할 운동회 이벤트가 자신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아 한숨이 나왔다.
자신은 그저 얻어내야 할 것들을 조금 빠르게 얻고자 했을 뿐이었는데.
어쨌든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교수님께 찾아가 볼까.”
마투학 역시 제법 정체되어 있었다.
다음 단계는 뭐였더라.
전신을 강화했으니, 이제는 더 높은 경지의 무언가를 가르쳐줄 것만 같았다.
운동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마투학 만한 것이 또 있을까.
그는 탐닉하던 책을 덮고 제니퍼 교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마 멜라니와 함께 있겠지.
그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3
멜라니는 오늘도 훈련장을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이 세계관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보다 약했다.
마나라는 이능이 있기에, 그 격차를 극복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마나는 무한한 것이 아니었고, 결국 믿을 것은 극한으로 단련된 몸뚱이뿐이라는 것.
“헉…… 헉…….”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잖아! 얼른 다리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뛰어라!
정령들은 멜라니의 뒤쪽을 졸졸 쫓아다니며 응원인지 놀림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괴로웠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정령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들이 장난치는 것 같아 정겨운 느낌까지 든달까.
멜라니는 요즘 정령 자체의 힘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연습 중이었다.
제니퍼 교수는 정령학 교수인 [아이라네]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학년이 되자마자 전공 수업을 듣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에 멜라니에게 도움을 준 것.
“정령과 마투라…… 설마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마누스의 영향이 컸지. 그런데…… 보통 정령사랑은 다른가?”
“그렇죠. 보통 정령사는 정령의 힘을 마법적인 형태로 방출하는 방법을 쓰니까요.”
아이라네.
본래 귀족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성을 버리고 아카데미에 종신 제직하게 된 여인.
그녀는 희귀하다던 정령사였으며 과거를 아무도 알아내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이라네는 열심히, 전력 질주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멜라니를 바라봤다.
“정령의 힘을 빌려 쓰는 데 드는 비용, 마나가 적어서 좋아요. 하지만 고된 길이겠죠.”
“그렇겠지. 육체를 움직이는 일이니까.”
“하지만 정령을 신체 부위 곳곳에 나누어 받아들인다면, 그 효율은 엄청날 겁니다. 더블 캐스팅이랑 비슷하겠죠.”
불, 땅, 얼음, 그리고 바람.
각 속성을 사지에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사대 속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셈이니.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아이라네는 독특한 멜라니의 발상에 깊은 흥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저 독특한 발상의 근원지는 누구일까.
정령사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테크닉이랄까.
‘저건 마투학을 배운 자들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니.’
정령학에 재능있는 학생들은 교감과 활용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령의 힘을 완전히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이들이 대부분.
멜라니는 정령의 교감은 딱히 건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긴밀한 모습 같았다.
“그나저나, 손님이 오신 것 같은데요?”
“응? 내게? 그럴 사람이…… 있었구만.”
정령들이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실로 대단한 마나 장악력이었다.
정령 역시 마나에서 파생된 존재.
마나에 대한 장악력이 강한 이들은 정령이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검은 머리와 푸른 눈동자.
아이라네는 정령들을 달래며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학생이지만 이미 완숙한 경지의 아우라를 가진 사내, 마누스였다.
“제니퍼 교수님. 불초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알긴 아는 모양이구나. 요즘 아주 게을러 터져가지고는.”
그런 소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만, 마누스는 그저 웃어넘겼다.
제니퍼 교수 나름의 농담이었으니.
실제로 마누스가 제니퍼의 가르침을 게을리 받은 것은 사실이었으니.
마누스는 미소 지으며 제니퍼 교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교수님도 소식을 들었는지, 마누스에게 물었다.
“운동회에 나간다고 들었다. 진짜냐?”
“예. 목표는 우승입니다.”
“흐,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이제 뭘 배우고 싶으냐.”
“기본은 익혔으니 응용을 익히고 싶습니다만.”
응용.
그것은 마투학으로 이뤄진 ‘스킬’을 말하는 것이었다.
제니퍼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드디어 제대로 가르칠 일이 생겼으니.
“응용이라……. 넌 손을 주로 쓰나? 발을 쓰나?”
“아무래도 손이 편하겠지만, 각법을 위주로 생각하는 중입니다.”
“손으론 마법진을 짜겠다?”
“정확하십니다.”
제니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일단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아공간 주머니가 열렸다.
쿠웅-!
작지만 무거운, 그래서 더욱 살벌한 쇳덩어리가 땅에 박혀 들어갔다.
제니퍼 교수가 히죽 웃었다.
마누스 역시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