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4)
제204화
204화 – 운동회에서 얻은 것들
#1
마누스는 기둥을 피하며 생각해 봤다.
저 엄청난 질량의 기둥.
그것을 파괴하거나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갑작스럽게 든 생각이었지만, 제법 그럴듯한 과제였다.
일단 공격해 볼까?
생각에서 행동까지는 과정이 무척 빨랐다.
파지직-!
마법진을 펼칠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마투학을 이용했다.
“어디 한번-.”
콰앙-!
아래쪽에서 지나가는 기둥을 향해 주먹을 내질러 봤다.
후두둑 떨어지는 부스러기와 먼지.
하지만 기둥 자체는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본 사회자가 경악을 담아 말했다.
[아니 이게 무슨! 마누스, 설마 기둥을 부수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포기해라. 저 기둥은 크리스털 골렘보다 단단하니까.]과연.
하지만 크리스털 골렘은 디버프 마법에도 강한 면역을 보이지만, 저 기둥은 그럴까?
모르긴 몰라도 아닐 거다.
난이도는 제법 있겠지만, 수련이다 생각하고 마법진을 짜 올렸다.
격렬하게 움직이며 마법진을 형성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마법사들이 보호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래도 마법사는 필수적으로 이동 중 캐스팅을 할 수 있게 훈련한다.
‘공격을 피하며 캐스팅. 거기다 고위력기의 마법진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충분한 훈련이 된다.’
마나 회복은 충분했다.
남은 것은 연습뿐.
성공하면 전투력은 훨씬 올라가겠지.
마누스는 정신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본 카스트로 역시 이를 악물었다.
2학년.
고작 1년 차이일 뿐인데 엄청난 기량들이었다.
“크윽-.”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다.
몸을 굴려 피하지 않았다면, 쥐포가 되는 감각과 함께 그대로 리타이어 되었겠지.
콰아앙-!
그가 몸을 피한 사이,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곳엔, 마누스가 기상천외한 짓을 하는 중이었다.
[바우키스]디버프 마법.
흑마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마법이었다.
적의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내구를 약하게 만드는 마법.
당연히 기둥에도 적용되는 마법이었다.
[아니!?]그 모습을 본 사회자가 경악했다.
저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쿠그그그-.
아주 약간이지만, 분명 느려졌다.
기둥이 디버프를 받고 느려졌다!
지금까지 단순히 피하기만 하려고 했던 생각에서 벗어나, 기둥 자체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똑같은 마나를 사용해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었으니, 어혁신이라고 부를 만했다.
[디버프 마법을 걸다니, 이거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단순히 마나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소모 값이 클 테지!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진행자는 감탄하면서도 경고해 주었다.
질량만 하더라도 건물급 크기.
거기다 무지막지한 내구도까지.
마누스가 하려는 짓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였으니.
“그래도 통하지 않습니까. 그거면 됐지.”
후욱-!
지금까지 모아둔 패시브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의 호흡 한 번에 제법 많은 양의 마나가 훅 차올랐다.
4클래스 마법 정도야, 이제는 난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
마누스는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마투학을 이용하면 기본적으로 유지비가 들고, 거기다 디버프 마법까지.
중첩에 중첩을 거듭하여 한 방에 부숴버리려면?
‘아슬아슬하겠는데. 그래도 가능하겠군.’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한계에 도전하겠는가.
마누스는 도전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었다.
마누스로 빙의하기 전, 그의 일상은 언제나 안전만을 추구했었다.
이제는 조금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바우키스] [알투스]이번에는 강화마법까지 사용해 디버프를 걸었다.
그러자 기둥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였다.
거대한 기둥은 파괴할 수 없을 것 같은 보스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꾸준한 디버프와 회피 기동, 인내심은 결국 보스를 약하게 만들어 주었다.
게임도 그랬다.
디버프, 버프, 다양한 준비 과정을 견뎌야 했다.
턴이 넘어가는 동안 날아오는 공격을 견뎌야 했다.
‘그 끝엔, 어마어마한 대미지가 기다리고 있지.’
그렇게만 한다면, 제아무리 강한 보스라도 빈사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공격하는 턴은 적었지만, 준비 과정이 끔찍하게도 길었지.
이것도 마찬가지.
밖에서도 이 광경을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이 뭐라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앞으로 강적들과 싸울 때면 익숙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슬쩍 눈을 돌려 보니, 기예르모와 카스트로, 알라노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이 도전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바우키스] [알투스] [알투스]이번에도 디버프 마법을 더욱 강화해서 걸었다.
이것도 익숙해지니 제법 재미있었다.
게임에서 고급 컨트롤을 익혀 점점 능숙하게 쓴다면 어떤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감이 늘어나도 뿌듯함이 커지겠지.
마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익숙해지는 격렬한 상황 속에서의 컨트롤.
기둥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느려졌으며, 그것이 쌓이니 이젠 여유롭게 피할 수준이 되었다.
“마누스! 나도 거들게!”
“좋다. 그런데 디버프 마법은 익히지 않았잖아?”
“나도 노력은 하거든?”
알라노의 손끝에서 시커먼 마법진이 발현되었다.
흑마법과 일반 마법 사이에 있는 마법이 발동되었다.
이번에도 사회자가 놀란다.
[아니!? 너희 제정신이냐! 이거 만드느라고 얼마나 공들였는지 알아!?]“그래봤자 환상이잖아요?”
싱긋 웃는 알라노가 그토록 든든해 보일 줄은 몰랐다.
알라노는 마누스의 마법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다.
그래서 틈틈이 다른 종류의 마법도 익히는 중이었다.
고대 마법은 익히지 못하지만, 신성 마법이나 흑마법은 꾸준히 익혀왔다.
그녀 역시 적의 상태를 약화하는 마법이나 자신을 강화하는 마법, 상처를 회복시키는 마법의 효용성을 알았다.
그 결과가 이런 곳에서 나올 줄이야.
“오, 이제 거의 멈췄는데?”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부숴 봐야지. 시험해 볼 게 있다.”
알라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기둥은 의미가 없는 수준까지 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은 게임이 되어버린 것.
마누스는 여기서 완전히 기둥을 부숴버린다면, 게임은 생존자들을 남기고 끝나버리게 되겠지.
“후우우-.”
마누스는 전신으로 마나를 돌렸다.
전신에 꽉 들어찬 마나는 초월적인 힘을 지니게 해 주었다.
마누스는 이번에 익힌 스킬을 써보기로 했다.
마투학.
그가 원소학 다음으로 파고든 무학.
마투학 역시 끝까지 가야 할지, 아니면 적당히 익히고 빠져야 할지 정할 타이밍이었다.
제니퍼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속성을 담는 방법.
두 눈으로 보았지만, 솔직히 믿기지 않았었다.
‘게임에서 마투학은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현실이기에 약점을 보완하려고 익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지식들을 알아가기도 했다.
지금처럼.
신체에 마법진을 새긴다는 것.
마법의 지속시간이 다할 때까지 유지하는 것.
[그게 바로 마투학의 진가지.> [마투학은 마법으로 싸우는 방법. 당연히 마법진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원소학을 못하는 건 아니야.> [마법진을 사용하지 않고 싸우는 건 한계가 명확하지. 그래서 마법을 이식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싸우는 거다.>제니퍼 교수가 한 손으로 5클래스의 마법을 펼치는 걸 본 마누스는 눈빛을 빛냈다.
이제 위력을 시험해 볼 때였다.
마투학의 장점 두 번째.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적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
파지지직-!
한 번에 꿰뚫기 위해선 최고의 파괴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두 가지의 마법진을 다리에 때려 넣었다.
전격 마법, 그리고 강화 마법.
콰지지지지직-!
다리에서부터 일어난 전격이 옆에 있던 알라노를 밀어냈다.
어마어마한 전격과 마나가 그의 다리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마누스!?”
“이건 또 새로운 느낌이군.”
마투학.
제니퍼 교수가 비공식 아카데미 최강이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마법에 더해, 인체의 성능을 극한까지 올린 학문.
그 시너지는 과연 두 배일까?
아니, 극한의 신체 능력과 마법 활용의 합성은 수십 배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한 마누스가 발끝에 힘을 주었다.
철컹-!
그의 다리에 있던 족쇄가 풀렸고 다시 한번 마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풀구라토르]빠지지직-!
순간, 마누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한 줄기의 빛살이 거대한 기둥을 통과했다.
한껏 약해진 기둥이었다.
움직임도 거의 없는, 그야말로 거대한 샌드백이나 다름없는 기둥의 반대편.
치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마누스가 미끄러지듯 등장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얼마나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는지를 대변했다.
틱-.
이상한 소리가 기둥에서 들렸다.
[이럴…… 수가.]빠직, 빠지직-.
작은 균열이 생긴 거대한 기둥.
거기서부터 출발한 균열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런 미친 놈아아아아아아아-!]거대한 기둥.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둥이 부서졌다.
경기는 그렇게, 강제로 끝나버렸다.
#2
거대한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화면을 본 이들이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정적이 깔렸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할 방법으로 게임을 끝내버렸다.
“이거…… 아주 걸작이군.”
“어떻게 저런 생각이…….”
“폭군은 폭군이군요. 설마 저런 발상을 해낼 줄이야.”
“제니퍼 교수님. 언제 저런 괴물을 키워냈습니까?”
주변에 있던 교수들이 제니퍼 교수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즐기고 있던 제니퍼 교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그녀도 절절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저 녀석이 괴물 같은 거야. 설마 저렇게 응용할 줄은 몰랐다니까.”
“그래도 인재를 알아보신 거 아닙니까. 축하드립니다.”
“허허, 이거 내기는 완전히…….”
제니퍼는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이거, 꽤 재밌잖아?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제자가 활약하는 모습.
그걸 바라보고, 칭찬받고, 뿌듯함을 느끼는 것.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이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흐뭇하게 느껴지는지도.
참 오래도 걸렸다.
자신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뛰어넘을 인재를 찾는 데까지.
‘이젠 미련이 없겠구만.’
이제는 제법 지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언젠가 나오겠지.
언젠가 등장하겠지.
언젠가…….
그렇게 생각한 지 몇 년이 흘렀던가.
그녀는 카이사르 라베스가 꼬맹이일 때부터 교수직을 해 왔다.
지금의 황제가 대륙을 종횡무진 여행을 다녔던 것도 보아 왔다.
그리고 지금.
그다음 세대들이 장성하는 것을 볼 때까지, 무수히 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뛰어넘을 재목은 보이지 않았었다.
“후후…… 수학여행이 기대되는군.”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은가.
마법사부터 전사, 수호자까지.
요즘 걔들이 하는 훈련을 보다 보면, 아주 개판이 따로 없었으니까.
적어도 멜라니가 하는 수련만큼은 해야 급격하게 강해지지.
“힘내라 마누스.”
제니퍼 교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건, 재앙을 부르는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