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7)
제207화
207화 – 강해져서 돌아와라
#1
“야, 이 미친놈아!”
“이러면 공평하겠지.”
“공평하게 죽겠지!”
기예르모는 전에 없을 고함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드레이크.
저 거대한 발톱에 스치기만 해도 안전장치는 박살 날 거다.
숨결은 또 어떤가.
브레스라고 불리는 거대한 공격.
그 역시 웬만한 고클래스 마법보다 위력적일 터다.
두 사람 모두 공통된 뜻이 있었다.
‘이러다 마누스랑 붙는 것보다 먼저 탈락하겠어!’
드레이크는 분노에 휩싸여 눈에 뵈는 것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콰르륵-!
제아무리 가상현실이지만, 그 박력과 일부 고통은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열여섯, 열다섯이 감당하기엔 확실히 벅찬 상대.
콰아앙-!
거대한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마누스의 뒤쪽으로 박혔다.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사로잡았다.
그래, 이 맛이지.
마누스는 미리 생각해 둔 루트를 이용해 폴짝폴짝 뛰었다.
그때마다 드레이크가 발광하며 공격을 해 왔지만, 어차피 눈먼 공격,
마누스의 뒤쪽에서 공격의 여파를 함께 맞고 있는 두 사람이 더욱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다.
“으윽!”
“선배, 이 빚은 꼭 갚아드리죠.”
다행히 드레이크는 상당히 하향 조정 되어 나온 녀석이었다.
어딘가 굼뜨고 렉이 걸린 것처럼 조금씩 버벅이는 드레이크.
마누스는 완벽하지 않은 드레이크의 마법을 낱낱이 해체했다.
“먼저 가지.”
“가만 안 두겠다, 너.”
“그럴 수 있으면.”
그들도 분투하면서 꾸역꾸역 마누스의 루트를 따라 올라왔다.
드레이크의 공격을 뒤로하고, 마누스는 개구멍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관문.
마누스는 큼지막한 경기장, 떡하니 쓰여있는 문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모두를 쓰러뜨리고 앞으로 나아가라.]모두를 쓰러뜨리라는 건, 여기가 끝이라는 이야기.
실제로 눈앞에 빛이 새어 나오는 문이 있었다.
“후…….”
[하하하하! 이것이 바로 마지막 관문의 진짜 정체! 치고받고 싸워라! 본래 세상은 힘 있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끼리의 배틀로얄! 이것이 바로 운동회의 꽃이다!]거기다 한 가지 더.
여기저기서 나타난 사람 모양의 그림자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마누스는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봤다.
‘원석 하나 얻자고 생고생이군.’
그 사이, 카스트로와 기예르모가 올라왔다.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기예르모, 카스트로는 자신과 꼭 붙어보고 싶어 했으니.
드레이크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했는지, 단정했던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변해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둘을 바라보며,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한 명은 떨어질 줄 알았는데.”
“후우…… 후우…… 고작 저런 거에 탈락할 순 없지.”
“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둘 다 엉망이었지만, 남은 마나는 제법 많아 보였다.
그뿐인가.
독기로 똘똘 뭉친 눈동자는 제법 봐줄 만 했다.
자신과 붙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지?
그 정도 독기와 깡은 있어야지.
30대의 마음이 돋아났다.
누군가, 아재며 꼰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마음.
“저길 읽어봐라.”
“저건…….”
“어차피 우리끼리 붙는 건 정해져 있었던 일 같군.”
“그렇단 말이지.”
카스트로와 기예르모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림자.
그리고 마누스와 자신들.
그림자들은 언제든지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수들이 회의해서 말했던, ‘불의의 일격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그림자는 언제, 어디서 자신들에게 덤벼올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 잠잠하더라도 빈틈이 보이면, 아주 치명적인 순간에 들어오겠지.
“이거 미안하게 됐군.”
“선배. 저희에게 몹쓸 짓을 한 대가입니다.”
“오호, 둘이 동시에 덤비겠다?”
기예르모와 카스트로는 눈빛을 주고받더니,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갖췄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마누스 역시 자세를 잡았다.
언젠가 한 번쯤 실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야, 하고 있었으니.
“덤벼라.”
선공은 기예르모였다.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꺼내, 그대로 돌진.
마누스는 이전에 보여주었던 방식대로 기예르모를 상대했다.
콰드드득-!
땅거죽을 뒤집고 나아가는 마나의 사슬.
하지만 기예르모는 예상이라도 한 듯, 가볍게 방패를 휘둘러 마법을 파훼했다.
그래, 그동안 성장한 건 마누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이젠 그런 거에는 안 당한다.”
“제법 늘었군.”
자세를 잡고 방패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콰아아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순수한 힘에서 밀린 기예르모가 주르륵 밀려났다.
동시에 빈틈을 노리고 오러가 가득 실린 검이 마누스의 목을 노렸다.
제대로 맞으면 바로 리타이어 될 정도로 강력한 일격.
마누스는 슬쩍 고개를 숙여 피한 뒤, 마법을 쏘아냈다.
[폴게트라]“크읏.”
“제법 반응은 하는군.”
지근거리에서 쏘아지는 마법은 권투 선수의 잽보다 수 배는 빠르다.
카스트로는 코앞에서 마법을 피해냈다.
실로 기민한 반응속도가 아닐 수 없었다.
마누스는 확실히 느꼈다.
카스트로는 확실히 케일의 적수가 될 만한 친구라는 걸.
그 빛나는 재능 하나만큼은 그녀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크읍!”
북 치는 소리와 함께 카스트로의 신형이 주르륵 밀려났다.
그 사이 발을 쭉 뻗어 훤히 비어있는 카스트로의 복부를 가격한 마누스.
순간적인 공방이었지만, 수준의 차이는 극명했다.
몸을 움직이는 속도 자체가 다른 둘.
마누스는 그저 완성형의 무인으로 보였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하지만, 다른 두 사람도 앞으로 나아가는 무인이었기에 그에게 도전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오늘 한계까지 몰아붙여 주지.”
첫 격돌에서 두 사람은 직감했다.
지금의 마누스는 이미 자신들이 상대할 레벨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들은 불굴의 투지로 다시 무기를 들었다.
이길 수 없음에도 적에게 검을 겨눠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길 바라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만약이라는 건 언제나 존재했으니.
[아, 폭군에게 도전하는 전사들 같아 그림이 묘하군. 하지만 괜찮다. 어느 누가 이기든 자랑스러운 미토스 아카데미의 학생일 뿐이니!]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사람은 아직 마누스의 아성을 넘어설 순 없었다.
마법과 마투, 체술을 섞어 사용하는 그를 넘어설 존재가 누구인가.
미리 경기를 마치고 온 3학년, 산토레오가 그 모습을 보았다.
카스트로에게 패배해 개인전 경기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데이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붙어보고 싶은데.’
한쪽은 호승심을.
‘나가지 않길 잘했군. 아직은 수련에 힘쓸 때인가.’
한쪽은 안도감을 느꼈다.
두 명의 초인 학생을 상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마누스는 운동회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했다.
“후우…… 아직 발끝도 따라갈 수 없다니…… 이게 네 재능이냐?”
“내가 말했잖은가. 장난 같은 수련 대신 더 가치 있는 걸 했다고.”
“……그렇군.”
기예르모는 마나의 힘을 그대로 받아 전신에서 스파크가 흐르는 상태로 물었다.
마누스의 답에, 기예르모는 깨달았다.
그는 마법을 배우면서도 단련을 잊지 않았다.
항상 맨 나중까지 단련실을 사용했고, 그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훈련장을 달렸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떤가.
수업 시간 외에 한 훈련이라고 해 봤자, 이제는 슬슬 익숙해졌을 수준.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내가 졌다. 하지만, 다음엔 아닐 거야.”
“기대하지.”
기예르모의 마음속, 평온하게 타오르고 있던 불꽃에 기름이 부어졌다.
마누스는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기예르모는 더욱 강해지겠지.
모두가 습득한 전용기를 습득할 수도 있겠고.
이제 그들은 더 험한 곳을 돌파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순간, 도태되는 거라고 봐야지.
“그리고…….”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적이 자비를 베풀 때 목숨을 중히 여기는 법도 필요하지.”
“저는…….”
카스트로는 안전장치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죽지 않았다.
검으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음에도, 카스트로는 포기할 줄을 몰랐다.
“훗날을 도모하지 못할 땐, 진정 뒤가 없을 때뿐이다.”
케일을 비롯한 이들도 알고 있을 내용.
그들은 두세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재정비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적들은 자신들을 우습게 볼 터다.
혹은 방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빠져나갈 수 있을 땐 주저 없이 몸을 돌려야 하는 법.
그래야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전사는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그럼 개죽음일 뿐이지.”
슈욱!
그림자의 공격을 피해내며, 마누스가 순식간에 카스트로에게 접근했다.
동체시력이 뛰어난 카스트로였지만, 몸이 반응하질 않았다.
콰아앙-!
정확하게 꽂힌 붕권이 겨우 지탱하고 있던 안전장치의 핵을 완전히 박살 냈다.
신음을 토한 카스트로는 그대로 아웃.
그는 흐릿해지는 정신 속에서 마지막 말을 들었다.
“강해져서 도전해라.”
그 목소리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각인처럼 카스트로의 머릿속에 박혔다.
강해진다.
강해져야 한다.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2
운동회는 별 이변 없이 끝났다.
마누스.
현 아카데미의 최강자 중 한 명.
1학년의 카스트로와 2학년의 기예르모를 동시에 꺾는 모습은 그가 왜 폭군이라 불리는지 여실히 증명했다.
실은 둘만 상대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그림자까지 상대해가며 두 사람을 때려눕힌 것.
“왜 쟤가 2학년 학생회장이 아닌지 모르겠다니까.”
“그러게요. 총학생회장님.”
“듣자 하니, 1학년, 2학년 학생회장들과도 친하다지?”
“3학년까집니다. 요즘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죠, 니아랑.”
그렇군.
총학생회장이라 불린 이가 조용히 마누스를 응시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어째, 아카데미의 모든 일들이 저 후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으니.
“조금 더 지켜보고, 나중에 일을 처리하자고.”
“카이사르니까, 아마 고민 정도는 해보겠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 진행 중인 시상식을 바라봤다.
졸업반.
공식적으로는 4학년이라고 명하지만, 그중에서는 수년이 지나도 졸업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마치 현실 대학교에서도 5학년, 6학년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듯, 미토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
그들은 하루하루 졸업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이었다.
총학생회장이란 직함은, 졸업반을 위해 다양한 정보와 시험공부를 도와주는 역할도 겸했다.
‘저런 아이라면, 확실하지.’
총학생회장은 목걸이를 받아드는 마누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3
목걸이를 받아든 마누스는 아공간에 고이 보관했다.
이로써 세 개의 재료 중 두 개가 모였다.
마지막 하나는 칸타티를 쓰러뜨린다면 확정적으로 나오겠지.
‘이걸로 종결급 지팡이는 확정이겠군.’
그는 허리춤에 찬 벨트를 바라봤다.
이것과 더불어 지팡이까지 얻게 된다면,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해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는 마법진을 맨손으로 쏘아냈지만, 2학기부터는 다를 테니까.
‘사막 공략을 서둘러야겠군.’
칸타티, 그리고 두 번째 하수인만 잡아내면 1학기도 무사히 끝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