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8)
제208화
208화 – 전사들과 마주할 준비
#1
운동회가 모두 끝나고 찾아온 일상.
마누스는 오늘도 새벽 운동을 마치고 별다른 것 없을 일상을 보내려 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은 변하지 않음에도 수많은 변화와 마주한다.
“후욱-! 후욱-!”
“열심이로군.”
“이제 전사들과 나뒹굴어야 하니까. 잔챙이들과는 격이 다르겠지.”
며칠 전부터 새벽 훈련에 동참한 이가 있었으니, 금발의 미공자 기예르모였다.
적당히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땀이 맺혔다.
운동회 이후, 기예르모는 자나 깨나 수련에 몰두했다.
강해지고 싶다는 일념이 다른 이에게까지 전해질 정도.
그 집념은 함께 수업을 듣는 동기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합동으로 훈련하는 걸 시작으로, 서서히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았다.
‘확실히 타고난 리더야. 케일, 아나이스랑은 결이 다르지.’
혼자 무엇을 해내겠다는 두 마법사와 달리, 기예르모는 서서히 리더의 면모를 갖추는 중이었다.
새벽 훈련도 지금은 홀로 하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마누스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곤 흡족한 마음이 되었다.
“그나저나, 확실히 전위가 필요하긴 하다. 나나 멜라니가 지치면 앞을 맡아줄 사람이 없으니.”
“나도 있다만.”
“조커 카드를 그런 식으로 낭비하기엔 아깝지. 넌 최고의 화력을 지녔으니까.”
“그도 그렇지만, 무엇이든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부담도 늘어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해지거든.
마누스는 뒷말을 덧붙였다.
기예르모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뒤, 한 가지를 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혹시 나도 공격적인 카드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래. 그러니 만약을 위한 훈련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다. 의외로 거기서 오는 깨달음도 있을 테니까.”
“……참고하도록 하지. 아 그리고.”
기예르모는 인상을 팍 쓰며 마누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가 분명히 얘기 했을 텐데…….
“수학여행이 기다려지는군. 아주 지옥 같겠어. 그 목걸이, 달라면 내가 줬을 거다.”
“…….”
마누스는 아직도 그날 방방 뛰던 제니퍼 교수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대뜸 소리쳤지.
수학여행을 다녀온 녀석들은 아주 강해져 있을 거라고.
그 말을 들은 모두가 마누스를 째려봤다.
심지어는 그 착하던 케일과 멜라니마저.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이슈.
마누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아예 죽여놓진 않겠지.”
“후…… 그래, 강해진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힘이라도 난다. 수학여행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겠지.”
“뭐…….”
“방학 때 가문에 들르는 건 어쩔 셈이지?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 어머니도 널 반기진 않을 거다.”
그에 대한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빛을 보게 만들겠다는 약속은 지킬 셈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의 자신이 조금 겹쳐 보였으니.
마누스는 굳은 얼굴이 되었다.
여기서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간, 기예르모도 달갑지 않아 할 테니.
일단 상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속단하긴 일렀다.
“부딪쳐 봐야지. 도망가지 않기로 했으니.”
“……그래. 그거면 됐지.”
기예르모는 조금 더 훈련하겠다고 하며 바벨을 들었다.
마누스 역시 몸을 돌려 씻기 위해 기숙사로 향했다.
이제 기말고사만 끝나면 방학.
방학 때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였다.
기예르모의 가문인 버클리에 들르는 것.
학술회, 그리고 케일과 카이사르에 가는 것.
‘그나저나…… 방학 때 공략은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다.
공략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칸타티가 육성하는 전사들이 무척 강해지겠지.
거기에 더불어 세 번째 하수인 공략까지 차질이 생길 터다.
현재 에레시스가 잠잠하지만, 녀석들은 분명 6월 초에 등장할 테고.
그다음부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겠지.
디레 교단도 문제였다.
‘할 일이 산더미로군.’
할 일은 무척 많았지만, 시간은 촉박하고 단합은 불투명했다.
그가 게임에서 하던 대로 한 번에 쭉 밀어버릴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모여 차근차근 공략할지가 문제였다.
고민하던 그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자세한 건 회의를 통해 결정하자고.’
이곳은 자신 혼자 살아가는 세계가 아니었다.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편이 좋겠지.
봄이 지나가는 5월 말.
이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
#2
수업이 모두 끝난 동아리실.
마누스는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 모두를 소집했다.
오랜만에 모두가 모였다.
인비데아를 쓰러뜨린 다음으로는 처음으로, 지구라트 공략을 위한 장이 마련되었다.
운동회의 뒤처리로 한창 바쁜 시기도 지나갔겠다, 모두는 의욕을 불태웠다.
그들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으니, 다들 에너지가 꽉꽉 차 있었다.
“학기 중엔 주말 위주로 공략을 실시할 거다. 그런데 방학 중엔 어떨지 모르겠군.”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모일 수 있는 사람들끼리 차근차근 돌파해도 되고.”
알라노와 니아가 의견을 제시했다.
결정에 앞서, 마누스는 각자의 일정을 물었다.
그래야 대충이라도 일정을 잡을 수 있을 테니.
“각자 일정을 말해다오. 그걸 바탕으로 세부 조정에 들어가지.”
“난 가문에 잠깐 들르는 것 말고는 딱히? 아, 이제 슬슬 논문도 준비해야지.”
“난 학술회 참관이 예정되어 있어.”
니아, 알라노가 차례대로 말했다.
다음은 기예르모였다.
“나도 너와의 약속 이외의 일정은 없다.”
“7월, 8월에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겠군.”
“저는 가문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서, 6월은 통째로 빠질 것 같아요. 얘도요.”
아나이스가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피어슨과 함께 무언가 중요한 일정이 있다는 아나이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저는…… 딱히.”
에머슨은 고개를 저었고 멜라니 역시 특별한 스캐줄은 없는 상황.
케일은 마누스 자신과 함께 카이사르로 가는 것 외엔 기숙사에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원작에서도 그녀는 방학 내내 공략을 주도했었지.
“그럼 6월은 아나이스, 피어슨이 빠진 상태로 공략에 참여하지. 두 사람은 그동안 수련 열심히 하고.”
“넵.”
두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어째, 표정이 닮아가는 것 같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트레이스에게도 물어봐야겠군.”
“걘 내가 챙길게.”
처음부터 그와 친분이 제법 깊었던 알라노가 자원했다.
전체적으로 정리가 끝났다.
사막의 전사들에게서 나오는 마석은 크고 등급도 높았다.
떨어지는 아티팩트 역시 귀한 것이 대부분.
사막은 쉬운 파밍과 이따금 나올 대장전에 대한 개념을 주입해주는 스테이지였다.
3스테이지는 노가다도 불가능하니, 열심히 돌파하기만 하면 될 터다.
“내가 가장 문제로군. 여기저기 들를 곳이 많으니.”
“네가 없을 땐 케일이나 다른 사람이 지휘를 맡으면 되지 않겠어?”
“네, 걱정이나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마누스는 케일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믿음직하게 성장했다.
두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이제 지휘를 맡겨도 될 정도는 될 것이다.
사실은 더 빨리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마누스가 없는 이 세계에서는 모든 고뇌와 상처를 홀로 감당해야 했으니.
‘그래도 옆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있겠지.’
“그래. 믿고 맡기지.”
회의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첫 공략을 언제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것.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마침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때이기도 했다.
니아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녀도 몸이 근질근질했던 모양.
“중간고사 끝나고 배웠던 것들도 확인할 겸, 오늘 가는 건 어때?”
“좋아요.”
“지금 아니면 또 기말고사 준비로 바쁠 테니까…… 좋아요!”
모두가 뜻을 모으니 결정은 순식간이었다.
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2시간 후에 보지.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와라.”
“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준비할 것들을 떠올리며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두 사람, 마누스와 케일은 나란히 문을 나섰다.
케일은 들를 곳이 있었다.
블랙과 화이트,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어야겠지.
전사들과의 결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혹여 마누스 선배는 아는지 궁금해, 자연스럽게 물었다.
“선배, 사막에서는 소모품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럴 거다. 하지만 주의하는 게 좋아.”
왜냐면 사막의 전사들은 특별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가 모여있는 곳에서 말할 생각이었으므로, 마누스는 말을 아꼈다.
케일은 궁금한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
“주의라면…… 혹 사용할 때 방해가 들어온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꼭 알고 가야 하는 게 있다. 자세한 건 로비에서 설명해 주지.”
“네, 그럼 저는 먼저 블랙 씨가 있는 곳으로 갈게요.”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사들과 싸울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다.
하지만, 너무 철저해서도 안 된다.
칸타티는 전사를 육성하는 교관 포지션.
전사는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육성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사도였다.
그는 죽음의 공간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지식을 쌓아 올렸다.
‘그게 바로 칸타티의 도서관이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세월 동안 쌓아온 지식.
사막의 전사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육성되는 데몬이었다.
그들은 파수꾼이 되고 훗날 사도의 뒤를 이을 재목이 되기도 했다.
“첫 전투가 중요한데…….”
역시, 처음은 방관하는 것이 좋겠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일행들의 전투력을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다.
마누스 역시 준비할 것이 있었다.
일단 지금까지 모아왔던 장비들을 먹여야겠지.
슬슬 알비온에게도 투자할 시기였다.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마석을 먹일 생각이었다.
전사들의 마석은 사역마에게 영약이나 다름없었으니.
“이만큼이면 되려나.”
벨트에서 꿀렁이는 마나가 흘러나왔다.
기숙사 바닥에 널브러진 장비들.
벨트에서 나온 마나가 수많은 장비를 감쌌다.
마치 슬라임이 먹잇감을 분해하듯, 마나에 감싸인 장비들이 분해되어 벨트로 빨려 들어갔다.
실제로 보니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크릉?]알비온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신비한 현상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흡수 현상은 금방 끝났다.
아직은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이건 끝에 가서 진가를 발휘하는 장비.
지금부터 쓸데없는 걸 모조리 먹여주면, 최강의 방어구로 성장할 테지.
자, 그러면 준비는 얼추 끝났다.
블랙, 화이트에게 들러 필요한 아이템을 챙긴 후 사막으로 건너가면 될 터다.
“가자, 알비온.”
[크르릉!]알비온이 울음소리를 내며 마누스의 뒤를 쫓았다.
틈새, 이면 세계로 들어가자 확 불어닥치는 모래 먼지.
마누스는 마나를 펼쳐 먼지가 몸에 닿지 않게 하며 주변을 바라봤다.
‘마치…… 탑이 누워있는 것 같군.’
어떤 마법이 걸려있는지, 어떤 작용이 되어있는지 모를 세상.
열두 개의 사도를 모두 물리친다면 답을 알게 될까.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까.
“선배, 오셨군요.”
“저흰 준비 끝났어요!”
“주인공답다니까, 맨날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네.”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잔잔한 미소가 그려지는 광경.
막연하게 상상했던 광경 속에 몸을 던지자니, 묘한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래, 이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지.
“가자, 전사들을 상대하러.”
마누스의 망토가 휘날리며 대장전의 서막을 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