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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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21화 – 못다 피었지만 찬란하다
#1
솔직히 감탄했다.
현대에 지어진 궁전도 이렇게 크진 않을 거다.
그래, 여긴 공국이었지.
헛웃음이 나왔다.
미토스 아카데미의 교정 넓이와 비슷한 크기인데, 이걸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니.
수백,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정과 비슷한 규모.
그곳을 관리하는 자들만 수백 명일 터.
‘이런 곳에서 살았단 거지.’
정문이 보였다.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치장된, 화려함의 극치.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문이 열렸다.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고, 유려하고 매끄럽게.
사용인들이 보였다.
모두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로, 마차를 똑바로 응시했다.
하나같이 미남 미녀들이었는데, 게임 속 설정을 잘 반영한 것 같았다.
그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가슴속에서 뭉클한 감정을 이끌어 냈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함께 올려 퍼지는 환송의 합창.
마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마누스는 극진한 대접과 함께 땅을 디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왜 이곳이 최강의 가문 중 하나이며, 위대한 곳이라고 불리는지 깨달았다.
옥죄어 오는 마나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드래곤볼에 나오는 수련의 방처럼 이곳만 중력이 배가되는 기분.
‘저 사람이-.’
그는 고개를 돌려,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내려오는 사람을 마주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걸.
자신보다 더욱 검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머리칼.
짙은 마나를 담고 있는 푸른 눈동자.
마누스는 볼 수 있었다.
‘압도적이다.’
그의 주변으로 일렁이는 마나는, 자연재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압도적인, 전율스러운, 공포감이 치솟는 마나.
저게 바로 절대자.
마누스 본인이 목표로 해야 할 이상향이었다.
“아들아.”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마누스는 예를 취했다.
게임에서 흔히 보던, 그런 예법.
카이사르의 몸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완벽한 자세를 연기했다.
아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나온 라베스는 놀라움을 감추며 덤덤히 말했다.
그는 진정 꽃을 피웠는가.
흥미가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임무 때문에 왔다고.”
“그렇습니다.”
“네 누나를 만나 보거라. 그 아이가 책임자니.”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후를 더 나눴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혔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가득이었다.
그는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려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붉은 머리칼의 여인과 눈을 마주쳤다.
뭘까, 이 그리운 기분은.
그녀는 아련한, 그리고 자애가 가득한 눈빛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아들, 오랜만이구나. 보고 싶었단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그녀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렇게 의젓한 표정과 몸짓으로 인사를 할 줄 알았다니.
항상 응석 부리던 아이가, 진짜 카이사르의 모습을 갖추고 나타났다.
그녀가 조용히 웃었다.
“그간 고생 많았니? 응?”
“아닙니다.”
“우리 아들. 뭔가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 보구나.”
“이제 카이사르란 이름에 걸맞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어머니, 베니니타스가 조용히 웃었다.
대견하다는 듯이 웃는 그녀의 눈동자엔 슬픔이 어렴풋이 보였다.
왜 그런 것일까.
마누스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없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실종 사건은 참 많은 걸 내포하고 있었다.
이 게임에서 보통 실종 사건의 주범은 ‘교단’이었고.
‘꼭 등장하는 단서들이 있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것 위주로 찾아가면 될 거다.’
마누스는 보고를 듣기 위해 여독을 풀기도 전에 누이의 방으로 향했다.
안내를 맡은 사용인이 고개를 조아리고 종종걸음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감히 마누스에게 말을 걸지도, 옥체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 망나니 같던 둘째 도련님이 맞는가?
마치 현 가주님의 젊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런 위엄도 없었고 껄렁껄렁한 모습이었던 마누스는 없다.
“이쪽입니다.”
“고맙군.”
마누스의 말에 사용인의 몸이 굳었다.
고맙다니-.
성격이 싹 바뀌었다는 것이 사실이었구나-.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문이 열렸다.
붉은빛으로 물든 공간감이 이질적인 느낌을 만들었다.
방이 아니라 펜트하우스를 보는 것 같은 공간.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가자, 여성치곤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방에 스스로 찾아오다니, 정말 변했나 보구나.”
마누스는 말없이 소리의 근원지를 돌아봤다.
빙의하기 전의 그였다면,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주 두꺼운 서적을 탐독하고 있었는지, 앞에 있는 테이블엔 고급스러운 커버로 싸인 책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임무에 대해서 들으러 왔는데.”
“예의범절이라는 것의 인식도 변한 모양이야.”
뭐, 상관없겠지.
그녀는 책을 덮으며 일어섰다.
심오한 마나가 주변을 지배했다.
역시 카이사르 가문은 괴물들의 집합소였다.
그녀는 안부를 묻지도, 실력에 대한 것을 묻지도 않았다.
그저 임무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할 뿐.
누이, 인비데아는 대기하고 있던 사용인을 시켰다.
“준비 끝났습니다.”
“따라와라.”
세 사람이 향한 곳은 작전 테이블 비슷한 곳이었다.
거대한 지도가 중앙에, 현황판처럼 보이는 간이 칠판.
여기저기 널브러진 서류가 있었다.
인비데아는 마누스를 그곳에 데려다 놓고,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의 말, 몸짓, 눈빛에는 불만이 한가득하였다.
못마땅한 동생을 보는, 아니 그 이하의 것을 보는 태도.
그간의 배경을 생각해 본다면, 저런 반응도 당연한 거다.
그렇다면, 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겠지.
마누스는 침착하고 안정된 눈빛으로 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은슬로 경. 델타 기사단의 분대장 중 한 명이다. 그가 북쪽 숲에 순찰을 나갔다가 실종되었지. 흔적은 몇 가지 찾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는 없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 더 쏙쏙 들어오는 걸지도.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의문의 문양이 남아 있다. 그리고 피가 묻은 단검 하나가 놓여 있었지. 나머지는 이상하리만치 깨끗해.”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마누스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문양, 그리고 피 묻은 단검.
게임 속 세계관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건 딱 한 단체뿐이었으니.
“디레 교단.”
“음?”
“흑마법을 상징하는 역오망성, 그리고 해골이 달린 피 묻은 단검.”
“어떻게-.”
인비데아는 설명해 주지도 않았던 디테일까지 말하는 마누스를 보며 조금 놀랐다.
그런 정보는 가문에서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보였다.
당연했다.
이제 막 처음 등장한 녀석들이니, 규모, 인원, 어떤 성향인지, 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모두 파악해야 했으니.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 그 준비 단계가 지루하고 오래 걸리는 법이다.
“디레 교단을 꾀어내는 방법은 간단해.”
그들은 악마들을 숭배한다.
죽음의 신과 연관되어 있는 악마.
뻔한 이야기지만, 게임은 클리셰가 들어가야 하는 법.
세계관 최강자급의 악마를 숭배하는 교단이 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너-,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물었어.”
“디레 교단은 피에 민감하지. 그들이 불러내려는 것에 대한 제물. 그것을 바치기 위한 ‘신성한 피’가 필요해.”
“카이사르 마누스-!”
폭풍 같은 마나가 공간을 때렸다.
분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누이는 마누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녀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서 났으며, 왜 이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지.
경우에 따라선 다양한 상황을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아직 어머니도 알아내지 못한 정보다.
“어째서 네가 그 정보를 알고 있는지 물었어. 대답해라.”
“난 의뢰를 해결하러 왔고, 그에 따른 지식을 알고 있을 뿐이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성은 못 느끼겠는데.”
“너-.”
파지직-.
그녀의 마나가 공격 의사를 가지고 술식을 만들어 내려 했다.
허나 마누스는 태연하게 마나 속을 헤집고 걸어 들어가, 지도와 단서를 살폈다.
그 태연자약함에, 인비데아는 헛웃음이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겁쟁이에 무능력자, 항상 형제들과의 접촉을 꺼렸던 아이였다.
마법 하나 쓰지 못해, 가문의 반푼이로 자랐던 마누스였다.
‘어째서, 내 마나에 반응을 안 하는 거냐. 본래 무섭다고 뛰쳐나가야 하는 겁쟁이였잖아.’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차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동생에게 마법을 쓰진 못했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쉰 그녀가 추궁을 포기했다.
그녀는 여느 소설에서 나오는 악녀가 아니었다.
카이사르로서 품위는 지키고자 했지만, 딱 거기까지.
“다른 사람은 실종된 건 없나 보군.”
“맞아. 지금은 은슬로 경 홀로 사라졌지만, 피해자가 속출할 수도 있지. 조사를 더 할 때까지 미뤄 둘 생각이었단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충분하다.
디레 교단은 서브 퀘스트 라인의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다.
보상도 톡톡히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히든 마법을 하나 배울 수 있거든.
흑마법의 끝이라고 불리는 마법 [플레나리우스].
디레 교단과 엮인 일이라면, 반드시 루트를 뚫어 놔야 할 과제였다.
“바로 출발할 수 있겠지?”
“동생이라도 보고 가지 그러니.”
마누스는 대답하지 않고 단서와 지도를 챙겼다.
게임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직접 해당 장소를 찾아가야 했으니-.
생각보다 가족들은 따스한 사람들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
다른 이들은 어떨까.
궁금했지만,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 판단했다.
탑에 올라가지 않으면 부족한 마나를 채울 수 없었다.
‘탑 손실은 못 참지.’
여긴 게임처럼 몰아서 노가다할 수 없는 곳.
매일매일 꾸준히 탑에 들르지 않으면, 상당히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뜻.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니, 낭비할 틈은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 방학 때 보자.”
“마누스. 정말로 꽃을 피웠다면, 너도 이 가문의 주인이 되려고 할 거니?”
“그런 거엔 관심 없어.”
인비데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호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의미 모를 신뢰를 주기 충분했으니.
인비데아는 그에게 패 하나를 내밀었다.
“기사단을 움직일 수 있는 패. 잘 이용해서 실종 사건의 전말을 밝히길 바라.”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도 심성이 착한 이들이었는지, 만화나 소설에서 보는 적대감은 없어 보였다.
하긴, 그러니 마누스가 깽판을 치고 폭군 노릇을 했는데 편지로 타이르는 정도겠지.
생각보다 좋은 집안이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건, 미묘하게 깃든 인비데아의 눈동자 속 감정 때문이었다.
가족끼리 싫어하고, 가족끼리 증오하고.
그런 건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아니면 그저 지켜보는 걸지도.’
마누스는 방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하이 레스티오 습득 완료] [배울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현재 스킬 슬롯 – 1개]스킬 슬롯이 하나라는 건, 이걸 더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차차 알아 갈 수 있겠지.
이곳이 진짜 게임 속 세상이라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튜토리얼은 반드시 존재할 테니까.
다음 스킬은 뭘 고를까?
그가 스킬 목록을 떠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기사단이 머무는 숙소.
‘궁금하네.’
이곳의 기사단은 어떤 수준일지.
서브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는 데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들인지.
그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서브 퀘스트 : 은솔로 경의 실종 시작』
[숲으로 들어가, 실종의 흔적을 쫓아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