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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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213화 – 두 번째 하수인이 오리라
#1
카이사르의 하루는 언제나 동일하게 시작되었다.
아브렐 가문에서 사절이 온 뒤, 조금 바뀌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외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식사는 따로.
가문에서만 통하는 정보를 취급하는 자리가 바로 식당이었다.
인비데아는 밝은 걸음걸이로 거대한 식당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따금 가신들 전체가 모여 식사하는 곳이니만큼, 제법 넓은 크기를 자랑했다.
직계들의 방은 모두 독채였다.
각자의 루트를 따라 그날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
그것은 카이사르의 오랜 전통이었다.
“누님.”
“잘 잤느냐, 에레스.”
“네. 손님이 오셨다고 들었어요.”
“벌써 가문의 일에 관심이 많구나. 그래, 아브렐 가문에서 찾아왔다지.”
그들도 소식을 들었다.
워낙 넓은 저택이라 소식이 전달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 건은 꽤 중요한 이야기였으니.
인비데아는 자연스럽게 아카데미에 있는 마누스를 떠올렸다.
동시에 내년이면 입학하게 될 에레스 역시 바라봤다.
“누님. 제가 형님만큼 잘할 수 있을까요?”
“카이사르는 늦든 빠르든 재능을 개화하게 되어 있단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나아가렴.”
“……네. 명심할게요.”
중간에서 만난 막내, 에레스와 인비데아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로 열넷.
아직은 앳된 티가 잔뜩 묻어나는 막둥이 에레스.
카이사르 치고는 과묵하고 내향적인 그는 항상 걱정을 달고 살았다.
정확히는 불안감.
이미 당대 최강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형, 누나들이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혹여 아버지, 어머니에게 밉보이진 않을지, 항상 드는 생각이었다.
인비데아는 그런 에레스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이 아이도 마누스를 보며 자랐지.’
그의 형이 얼마나 멸시를 받았는가.
운이 좋게도 자신은 타고난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변하지 않았으리라.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형인 마누스도 처음엔 재능이 없다고 여겼지. 우리 모두가.”
“……저는 아직도 형처럼 될까 봐 두려운가 봐요.”
“후후, 이제 우리 가족 모두가 느꼈단다. 겨울에 피는 꽃이 있듯, 저마다 개화의 시기는 다를 것이라고.”
에레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지만 그 눈빛에 담긴 불안감이 희석되었다.
“자신감을 가지렴.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그 시간이 네게 보상을 들고 찾아올 거란다.”
“네, 누님.”
“후후, 그래도 마누스가 함께 아카데미를 다녀서 다행이구나. 든든한 형이 있으니.”
에레스는 작게 웃었다.
그는 제 형을 미덥지 않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다고만 생각했을 뿐.
이제야 빛을 보아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직도 형제들에겐 말을 잘 걸지 못하지만, 아카데미에 함께 다니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
두 사람은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섰다.
오늘도 가장 먼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
“왔구나.”
“어서 오렴, 아가들.”
차분히 인사하며 자신들을 맞이해주는 부모님.
인비데아와 에레스는 마주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모든 가족이 모이고 시작된 식사.
사실 식사를 곁들인 아침 회의라고 해도 무방한 자리였다.
인비데아는 중요한 용건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달력을 살펴봤다.
이제 슬슬 마누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아카데미를 찾아가야 할 때였다.
“가주님.”
“말하라.”
“아카데미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허락을 구합니다.”
“아카데미에? 지금은 조금 예민한 시기이다만.”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누스의 지원 요청이 있었습니다.”
라베스의 손이 잠시 멈췄다.
마누스의 지원 요청이라.
확실히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다.
“마누스가 왜 지원 요청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아마 이상 현상에 관련된 것이지 않을까요. 저도 자세한 건 듣지 못했습니다만, 꼭 와달라는 부탁은 받았습니다.”
“공교롭군.”
다른 이들이 냄새를 맡을 시기에 부른다라…….
라베스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 될 건 없겠지. 명분은 충분하니.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예. 감사합니다.”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구태여 명분을 만들어줄 필욘 없으니.
그에 대해서는 에레스가 의견을 내주었다.
“저어…….”
“막내, 말해 보거라.”
“요즘 교단이라는 곳 때문에 시끄럽다고 들었습니다. 형님께 전달할 인편이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후후……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라베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주 작은 행동도 정치적 명분을 줄 수 있는바.
특히 아브렐 가문 같은 거대한 세력이 주시하고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
라베스는 쓸데없는 곳에 전력을 낭비하길 꺼렸다.
지금 카이사르의 주적은 디레 교단이었다.
아카데미의 일은 내부에서 해결해야겠지.
당분간은.
“그러면 인편을 들고 다녀오거라. 보고 잊지 말고.”
“감사합니다. 가주님.”
인비데아는 슬쩍 웃고는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티란니스는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요새 묘하게 인비데아와 마누스가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단 말이지.
‘조금 알아볼까.’
마누스와 인비데아가 결탁한다면 후계자 자리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마누스는 지금 카이사르 최강 전력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마누스를 얻는 쪽이 카이사르를 온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식사가 끝나면 에레스와 티란니스, 모두 내 집무실로 오거라.”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가주 라베스의 말이 티란니스의 상념을 끊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에레스 역시.
식사가 다 끝날 때 즈음, 가주는 에레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막내도 실전에 투입되어봐야겠지.”
“…….”
에레스는 벙쪘다.
그래, 이건…….
마누스도 한번 겪었던 문제였지.
티란니스 역시 얼굴을 굳혔다.
그때의 악몽이 다시금 살아나려 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나쁜 기억을 털어냈다.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에레스는 실전이 처음이었다.
아직은 온실 속 화초나 다름없는 상태.
상식적으로 저 어린아이에게 완벽함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에레스.”
“네, 형님.”
“부담 갖지 말고 오거라.”
“……네.”
에레스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어렸다.
티란니스는 라베스보다 무정하다고 소문난 장남.
그런데 저런 말을 자신에게 건넬 줄은 몰랐으니까.
티란니스는 라베스가 떠나간 뒤를 따라 집무실로 향했다.
에레스 역시 얼른 식사를 마치고 큰형을 따라갔다.
#2
“에이커 영지 말씀입니까.”
“그래. 이제 그곳은 카이사르의 속국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아직 교단이 그곳에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렇다는 건…….”
라베스는 에레스와 티란니스를 바라보며 용건을 말했다.
위험한 임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정찰 임무만 맡으면 될 일.
“위험한 임무는 아니다.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만 하면 된다. 둘이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교단에서는 두 가지 움직임 중 하나를 취할 터.”
“숨죽이거나, 저희를 노리겠군요.”
“그렇다.”
그에 따른 대책도 세워야겠지.
꿀꺽, 막내 에레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라베스는 그를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은 누구나 두려운 법이지. 힘이 없다는 건, 그런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고.”
“저는…….”
“괜찮다. 네 형, 누나들도 다들 처음엔 너처럼 떨었으니.”
에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막 성인이 되어가는 아들에게 충고와 조언을 해 주었다.
“두려움을 알아야 극복할 수 있다. 인간은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견뎌본 자만이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직접 교단을 심판하러 갈 것이다.”
그것은 에이커 영지에 대한 소유욕이었다.
황제의 승인 아래 정식으로 소유권을 가졌다.
그런 곳에서 교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
그들은 카이사르 공작의 직접적인 분노를 받아내야만 할 것이다.
티란니스와 에레스는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았으니 이제부턴 실전이었으니.
“그럼, 저희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고생하거라.”
두 아들이 떠나갔다.
라베스는 직후, 비밀리에 딸인 인비데아를 호출했다.
집무실이 아닌 곳에서 만난 인비데아에게 라베스가 서신 하나를 전해 주었다.
“이건……?”
“마누스와 함께할 임무다. 방학이 되거든 버클리 가문으로 가거라.”
“버클리 가문이라면…….”
“그곳에서도 교단이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비데아의 안색이 굳었다.
버클리 가문은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가주가 청렴하고 단단하기로 소문난 곳이었는데 어쩌다…….
라베스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그가 꺼내는 말은 꽤 일리 있는 추측이었다.
“본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수록 물들이기가 쉬워지는 법이지. 버클리 사람들이 순수한 이들이고.”
“버클리 가문은 카이사르와도 제휴를 맺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러니 도움을 주려는 거다. 그곳과는 관계 개선이 필요했으니.”
인비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를 보내는 것도 그와 관련된 일일 테지.
아직은 씨앗 정도이니,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싹을 자를 수 있을 것이라 본 모양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몸조심하려무나.”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싱긋 웃고 천천히 자리를 벗어났다.
라베스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엔 두 개의 보름달이 완성되고 있었다.
#3
아카데미의 전경이 보이는 곳.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물끄러미 그곳을 주시했다.
곧 죽음의 하수인이 강림할 시기.
아마도 목표는 신성한 탑이 있는 아카데미겠지.
성역.
지금은 이단자들이 점령하고 있는 곳.
그곳을 탈환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지난번과는 다를 겁니다.’
악마의 힘을 얻어 소환수를 강화했다.
인신 공양을 통해 거대한 힘을 축적했다.
이제 때가 왔다.
“기대하시지요.”
성전의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나그네는 오랜 시간 아카데미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이번에야말로 성역을 탈환하여 죽음의 신을 강림시키리라.
“이제, 그분이 오실 테니, 이단아들은 죽음으로 죄를 갚아야 할 겁니다.”
쿠르르륵-.
그의 뒤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그네는 사랑스럽다는 듯, 괴상한 소리의 근원을 쓰다듬으며 뇌까렸다.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곧, 산 자들에게 재앙이 닥칠 테니.”
후후.
그의 웃음은 스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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