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5)
제215화
215화 – 거짓된 성전
#1
아무것도 없이 멈춰버린 세계.
덩그러니 떠 있는 두 개의 보름달에서 불길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일반적인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는, 죽은자들의 땅.
스산한 기운이 아카데미를 잠식했다.
“언제 올까요?”
“금방 도착할 거다.”
죽음의 신, 모르스는 지상에 자신의 하수인을 내려보낸다.
목적이라고 설명한 것은 딱히 없었지만, 침식 지대의 힘을 늘리는 것, 그리고 이면 세계를 부상시키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했다.
이 게임의 원작은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으니까.
후우우우우-.
있어서는 안 될 이상 현상이 몰아쳤다.
흑색 바람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하나의 구체가 되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으니.
[후우우우움]마치 고래가 울 듯, 고막과 전신을 때리는 저주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울리는 진동.
곧, 거대한 충격파가 아카데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일행들은 마나를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잔디와 돌덩이, 나뭇가지와 먼지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조용히 지평선을 바라보던 마누스는 성벽 위로 나갔다.
“가자.”
“……네.”
그 울음소리만 들어도 짐작되는 힘의 크기.
모두가 긴장을 바짝 하게 되는 힘이었다.
이들은 어느새 바짝 굳은 얼굴을 하고 성벽에서 밑을 바라봤다.
마누스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하나.
이전, [망자의 밤] 사건과 비슷한 구도로 전투가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를 막을 수 있는 지리적 위치가 필요했다.
동시에 거대한 크기의 파팔리스를 저격할 자리 역시.
원작에서도 성벽으로 올라가 싸우는 장면이 연출되었지.
‘그때는 알라노의 전략이었는데, 그 역할을 빼앗았군.’
“저게…….”
“뭐야…… 사도랑은 전혀 다르잖아?”
“왜 이렇게…… 커?”
보스전을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했던 이유.
그건, 사도와 달리 이쪽은 덩치로 승부하는 보스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모습이 모르스에 더 가까운지 몰랐다.
눈앞에 있는 보스는 그야말로 재앙.
감히 지구라트가 담아낼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거체였다.
쿠웅-!
마치 거북이를 연상케 하는 네 개의 다리가 지면을 흔들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성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덩치가 서서히 다가왔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조금 큰 것 같은데?’
마누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텍스트에서 서술되길, 파팔리스는 아카데미의 성벽과 엇비슷한 높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 게임을 몇 번을 했는데, 설마 그것도 기억하지 못할까.
뇌리에 박히다 못해 질릴 정도로 보아 왔던 두 번째 보스였다.
‘역시, 난이도가 올라가서 그런 걸까.’
세계의 기본적인 법칙.
덩치가 크면 일단 체력도 많아지는 것이 인지상정.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듯, 느껴지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해볼 만한 싸움일 것이다.
원작만 믿고 안일하게 지냈다면 당황했겠지.
이런 상황이 올 줄 알고 최대한 탑을 오르고 각자의 전용기들을 습득시켰다.
“피어슨, 적을 약화시켜라.”
“네!”
“마법사들은 일단 성벽을 강화한다.”
마누스의 지휘는 일사불란했다.
이 보스전의 메인이벤트는 [망자의 밤]과 같았다.
성벽을 들이받는 하수인을 막지 못하면 난이도가 대폭 올라가는 시스템.
무슨 일이 있어도 성벽을 지켜야 했다.
[피어슨 전용기 : 인베르토] [쿠스토스] [알투스] [세르보]4클래스 보호 마법인 쿠스토스.
5클래스 버프 마법인 세르보.
내구력을 급격하게 올려 주는 마법이 성벽으로 쏟아졌다.
마법을 머금고 한껏 단단해진 성벽으로 다가오는 파팔리스.
전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보랏빛 마법진이 파팔리스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본래 지닌 힘이 강대해 효과는 미미.
피어슨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저거, 잘 안 먹히는데요?”
“계속 걸어라. 저만한 덩치에 저만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니, 쉽진 않을 거다.”
“네, 버프 마법 대신 약화에 집중하겠슴다!”
버프는 다른 이들이 걸어줘도 상관없다.
하지만 디버프의 효율은 피어슨이 아니면 매우 떨어졌다.
그 대단한 마누스조차 전용기의 힘을 넘어서기엔 아직 역부족이었으니.
피어슨은 포션까지 마셔가며 파팔리스의 진격을 늦췄다.
그게 효과가 있었음일까.
땅 구름과 함께 진격을 멈춘 파팔리스.
“멈췄어?”
“어떻게, 먹힌 거 아닐까?”
“다들 준비해라.”
일말의 기대는 마누스가 완전히 부숴버렸다.
진격이 멈췄다는 건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는 뜻이었으니.
드디어, 첫 번째 패턴이 시작되었다.
[후우우우우우우움-!]공기가 울리는 저주파.
그곳에 진득하니 들어가 있는 마나.
파팔리스가 지닌 마나는 죽은 자를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났다.
[망자의 부름]우어어어어어-!
이곳에 묻혀있던 망자들.
그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 있던 이들은 난색을 보였다.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났으니 당연한 일일까.
특히 알라노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진 채였다.
그녀는 언데드를 특히 싫어했으니.
“어째,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난다?”
“얼마 안 됐는데 또 언데드라니…….”
“알라노, 신성 마법은 얼마나 익혔지?”
마누스의 물음에 알라노는 즉답했다.
그녀의 재능도 하늘에 닿을 정도였으니, 금방 익혀냈겠지.
“4클래스까지는 무난하게 쓸 수 있어.”
“좋아. 그러면 케일과 함께 잡졸들을 부탁하지.”
“맡겨둬.”
“마나는 아껴 둬라.”
마누스는 한 마디를 남기고 영창을 시작했다.
근래에 마투학으로 전투할 일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마법을 쓰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원 없이 원소 마법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면 아직 미완성된 마법도 써야겠지.
생각보다 하수인과의 전투가 격렬해질 것 같았다.
회복력이 장기이니, 그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녀석이 먼저 성벽을 부수느냐, 아니면 내가 먼저 녀석을 눕히느냐가 문제겠군.’
파팔리스는 특별한 약점 속성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대미지가 높은 마법으로 패야 하는 하수인이었다.
‘등껍질을 부수면 전격 속성에 취약하지.’
전격 속성은 훗날 산토레오가 합류할 때까지 자신이 맡아야 할 터다.
등딱지를 떼어내는 덴, 역시 물리 공격만 한 것이 없지.
[더블 스프레드] [그란디스 앤시스] – [탈라리쿰] [콤프리모]허공에서 거대한 화염 주먹이 나타났다.
광역 마법이면서 메인 타겟에 무시무시한 대미지를 주는 마법.
거기다 화상 상태 이상까지.
여러모로 5클래스 카덴차 중에 국밥처럼 사용되는 녀석이었다.
쿠우우우우우-!
거대한 주먹에 제대로 후려 맞은 것도 모자라, 폭발까지 일어났다.
당연히 주변에 있던 언데드는 그대로 쓸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파팔리스는 훨씬 단단했다.
“끄떡도 없네요.”
“생각보다 더 단단하군.”
“하……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하냐고. 일단 다들 퍼붓자.”
형형색색의 마법이 날았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마법들.
검은색 화염이 달빛을 갈랐다.
케일이 쏘아낸 백색 광선이 거체를 흔들었다.
마나의 정령들을 부려 금색 전격 마법을 쏘아내는 니아의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얼음의 창은 보스의 다리를 얼려버릴 정도로 시렸다.
그렇게까지 맞으니, 아무리 거대한 파팔리스라도 타격은 있는 모양.
[쿠흐으으음-]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내지르는 포효가 아닌 고통에 찬 신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때 나타나는 패턴이었다.
이제 파팔리스의 공격이 시작된다.
마누스는 모여드는 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방어 마법 준비해라.”
“예!”
“마나 아끼지 말고, 포션으로 버티면 돼.”
마누스는 여기서도 5클래스 마법을 선보였다.
파팔리스의 공격은 느리지만 강력했다.
반드시 방어 마법을 펼쳐야 버틸 수 있는 수준.
[더블 스프레드] [엑소더스] – [발루스] [살루타리스]거대한 돔 형태의 장막이 씌워졌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벽까지 단단하게 보호하게끔 설계된 방어벽.
최고 7클래스 마법까지는 한 번 버틸 수 있는,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마법이었다.
타이밍이 잘 맞았는지, 곧바로 파팔리스의 공격이 들어왔다.
법황의 공격은 두 번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는 색출, 두 번째는 집행.
지금은 색출의 단계였다.
[거짓된 정의의 판별]펑펑펑-!
화산 구덩이처럼 생긴 등딱지에서 검은색 구체가 쏘아졌다.
대포처럼 쏘아진 구체.
직격으로 맞으면 즉사.
제일 약한 체력을 지닌 파티원은 특별한 디버프에 걸리기도 하는 공격.
“온다아아-!”
“다들 버텨라!”
“멜라니, 이리 와!”
기예르모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멜라니의 방벽을 보고 외쳤다.
멜라니는 빠른 판단 후에 기예르모의 방패 안쪽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파팔리스의 공격이 닿았다.
쿠우웅-!
초탄은 성벽에 직격.
우르르 흔들리는 성벽에서 흙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차탄은 아슬아슬하게 빗맞았다.
마누스의 방벽에 튕겨, 성벽 안쪽으로 떨어진 포탄.
마지막 삼탄은 정확히 일행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아앙-!
“크윽!”
피어슨이 희미한 신음을 흘렸다.
나머지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듯, 제법 멀쩡한 모습이었다.
마누스는 피어슨을 돌아보며 상태를 살폈다.
“괜찮나.”
“네! 옆에서 날아온 파편에 스쳤어요.”
“조심해라.”
“하핫, 선배가 제 걱정을 다 해주시고! 앞으로는 파편도 신경 써서 막겠습니다!”
“파편?”
“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은 피어슨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누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과연 무얼 조심하라고 했던 걸까.
마누스는 몸을 일으키고 파팔리스를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표적은 무조건 너다. 그걸 조심해야 할 거야.”
“다, 다음은 무조건 저라고요?”
“그래. 네가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으니까.”
[후우우우움-!]고동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표적을 인식했을 때 내는 소리.
에머슨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저, 저거! 진짜 피어슨을 노리고 있어요!”
“어, 어떻게 하죠!?”
“디버프나 열심히 걸어라.”
후욱-.
마나가 훅 차올랐다.
다음 공격은 아마도 1~2분 뒤.
그동안 최대한 디버프를 걸고 준비할 것이 있었다.
마누스는 못을 꺼내 들었다.
파팔리스가 아무리 대단해도 고작 두 번째 하수인인 이유.
그건 패턴에 아주 중대한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말고.”
“……넵.”
“선배, 피어슨…… 안 다치게 할 수 있나요?”
“물론.”
파팔리스는 성벽이 무너지는 것이 문제지, 동료들이 죽는 건 보스가 아무리 강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열심히 딜하렴.
마누스가 피식 웃으며 마법진을 짜 올렸다.
“탈진할 때까지 마나를 짜내서 공격해도 살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 순간, 일행들은 마누스가 든든한 구세주로 보였다.
그의 말을 믿고 다들 전력을 다해 마법진을 짜 올렸다.
그 사이, 언데드 군단이 스멀스멀 진격하기 시작했다.
마누스는 파팔리스에게 마법을 날리면서도 생각했다.
과연, 진짜 적은 언제 나타날 것인지.
그의 푸른 눈동자가 사냥감을 기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