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7)
제217화
217화 – 영혼을 지켜라
#1
네크로맨서.
전설적인 존재로 남아버린 직군은 죽음의 신을 섬기는 이들이었다.
왜 배척의 대상이 되었는가 하면 간단한 이유였다.
그들은 산 자들보다 죽은 자들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으니까.
누군가는 네크로맨서를 미치광이 마법사라고 치부했다.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모르스를 향해 영혼을 공양하는 것부터, 사람의 시체를 사용하여 괴생명체를 만드는 것까지.
전형적인 광신도가 할 법한 짓을 하고 다녔던 것이 바로 네크로맨서였으니.
“소울 이터.”
“오호, 아시는군요. 어린 학생들이 알 법한 시대의 물건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나그네는 자신의 역작을 자랑하며 말했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구시대의 유물.
소울 이터, 영혼 포식자를 기억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할 것이다.
[네 영혼을 잘 간수해라.>소울 이터의 진정한 능력은 물리적인 파괴력에 있지 않았으니.
적의 공격을 견디며 영혼을 파괴하는 것.
육체적인 능력이 얼마나 되었든, 영혼은 취약한 법.
소울 이터의 공격에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되면, 영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죽었다.
그것이 마스터든, 일반인이든 할 것 없이.
버티는 시간이 다를 뿐, 무조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사역마였던 것.
전장에서 영혼 포식자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토벌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했다.
“고작해야 학생 수준으로 감당할 사역마가 아니지요. 지금이라도 순순히 물러나시면 그대들의 영혼은 거두지 않겠습니다.”
“글쎄, 우리는 그럴 생각 없다니까? 빨리 시작하자고.”
아나이스가 귀화를 피워내며 그의 말을 끊어냈다.
당장에라도 공격해 올 것 같기에, 나그네는 몸을 뒤로 빼며 사역마에게 명했다.
“죽음을 자초하는 이들에게 축복을 내려드려야겠군요. 소울 이터. 축제의 시간입니다.”
[쿠르르륵-!]섬뜩한 소리와 함께 기괴한 생명체가 움직였다.
소울 이터의 주 무기는 촉수처럼 생긴 팔이었다.
그것으로 적을 속박하고 영혼을 추출하는 것.
기예르모의 방패가 날카롭게 회전하며 적을 막아섰다.
“공격해라.”
“네!”
케일의 4클래스 전격 마법과 아나이스의 전용기가 소울 이터의 전신에 작렬했다.
콰르르릉-!
전격이 지나간 자리가 뻥 뚫렸고 검은 불꽃이 전신을 타고 올라갔다.
[쿠르르륵!]어느 정도 피해를 입힌 것도 잠시, 소울 이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나그네가 조소했다.
“그동안 제가 정보 조사도 안 했을 것 같습니까? 후후후…… 그대들의 마법은 이미 모두 파악했답니다. 붉은 머리의 이단자. 가장 위협적인 마법을 구사하더군요.”
“왜…… 효과가 없지?”
아나이스는 일순간 당황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불꽃이 꺼지기 전까지 피해를 입히는 것이 디솔루트의 골자였다.
“후후…… 그걸 말해주면 바보겠지요.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십시오!”
촉수가 뻗어왔다.
콰드드득-!
기예르모가 휘두른 방패가 촉수를 쳐냈지만, 힘으로는 마누스와 비견될 만큼 강한 기예르모가 밀렸다.
만만치 않은 상대.
‘하지만, 해봄 직하다.’
마누스를 상대할 때만큼 압도적인 불리함은 없었다.
그 괴물은 눈앞에 있는 소울 이터보다도 강한 힘으로 몰아쳤으니.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1]그의 가슴팍에 선명한 글자가 생겼다.
케일은 본능적으로 외쳤다.
“선배, 공격을 피해요!”
“……알았다.”
“영혼을 먹는 자니까…… 아마 관련이 있겠죠.”
기예르모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접전 위주의 자신과 최악의 상성.
보아하니 마법 저항력은 최고 수준인 것 같았다.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흠집조차 안 날 정도로 강력해 보이는 적.
어떻게 해야 할까.
기예르모는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사역마를 상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케일 역시 예전, 마누스의 가르침을 따랐다.
소울 이터가 아닌, 나그네 본체를 노리기로 했다.
전격 마법, 가장 빠른 것으로.
‘속도에 속도를 더한다면…….’
콰릉-!
한 줄기 섬광이 나그네를 강타했다.
웬만한 인간으로는 반응할 수도 없는 속도.
나그네는 순식간에 타격을 입고 뒤로 수 바퀴나 굴렀다.
하지만 케일은 방심하지 않고 다음 마법을 짜 올렸다.
순간적으로 번쩍인 무언가가 나그네를 완벽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나그네는 끄응, 약한 신음을 내며 일어섰다.
“이거, 대비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군요. 도련님과 똑같은 수법이라니, 놀랐습니다.”
“제길.”
“후후…… 저는 이날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그분의 하수인이? 하수인이 탑을 부수는 순간, 이 세상은 죽은 자들의 세상이 될 겁니다.”
그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일행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탑은 일종의 성역, 죽은 자들을 가두는 역할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사도의 행동이 걸렸다.
“너,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저기 안에 있는 사도들은 ‘지켜야 할 곳’이라고 하던데.”
“사도? 그 역겨운 반역자들을 얘기하는 게로군요. 그들과 만났습니까? 조금…… 흥미가 이는데.”
쿠우웅-!
영혼 포식자의 촉수가 땅거죽을 헤집었다.
그들이 정보를 캐내는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으니.
기예르모는 이를 악물고 공격을 피했다.
‘접촉이 문제라면, 최대한 피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기예르모는 가문의 비전을 제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본래 버클리 가문은 인파이트를 즐겨 사용하는 가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방패를 요요처럼 다루는 가문.
즉, 완벽한 아웃 파이트 스타일이라는 것.
기예르모는 마나를 끈처럼 연결했다.
그리고 뒤에 있던 아나이스에게 슬쩍 얘기했다.
“아나이스, 버프를.”
“피어슨처럼 엄청나진 않아요. 괜찮죠?”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아나이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마법진을 짜 올렸다.
곧, 기예르모의 전신에 아나이스의 힘이 깃들었다.
[쿨투스] [두타멘]3클래스, 반응 속도와 동체 시력을 대폭 강화해주는 쿨투스.
거기에 정통적인 강화 마법인 두타멘까지 섞였다.
차오르는 힘에 기예르모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케일은 서둘러 정보를 모았다.
‘이 눈, 이 눈으로 약점을 찾아야 해.’
붉게 물든 그녀의 눈동자가 어지러이 얽히는 마나를 읽어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
바로 지금, 그녀가 해야 할 과제였다.
#2
파팔리스.
그는 자세를 회복하고, 돌진 준비를 서둘렀다.
마누스는 뒤를 흘끔 바라봤다.
그가 나그네를 살려둔 이유.
케일은 보낸 이유.
그것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였으니.
그녀가 나그네를 상대하며 혈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는 순간이기도 했다.
[강력한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선이 크게 비틀립니다.] [사도들의 경각심이 더욱 올라갑니다.]‘……뭐지?’
이건 또 뭐야.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쨍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누스! 조심해!”
콰아앙-!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터진 공격.
메시지 때문에 순간, 평정심을 잃었다.
그 대가는 파팔리스의 공격을 맞고 성벽에서 추락하는 것.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격통이 내달렸다.
파팔리스의 돌진 공격.
직격하진 않았지만, 충격파 때문에 훨훨 날아가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방심한 자신을 탓해야지.
“후읍-!”
마누스는 초인적인 반응 속도로 마나를 일으키고 공중에서 자세를 제어했다.
마투학의 묘리를 이용하면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사뿐히 착지한 그가 성벽을 바라봤다.
성벽의 내구도는 썩 괜찮아 보였다.
“마누스! 괜찮아!?”
“문제없다.”
마누스는 발을 놀려 단숨에 성벽 위로 뛰어 올라갔다.
파팔리스는 예정된 패턴대로 다시 표적을 잡기 위해 포격을 쏟아냈다.
빨리 끝내고 케일을 도와주러 가야겠군.
마누스의 푸른 눈동자가 번뜩이며 마나를 쏟아냈다.
전력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녀석은 체력만 많은 바보일 테니까.
“이젠 안 봐준다.”
예정된 패턴 말고는 사용하지 않는 덩치 큰 바보.
변수가 없다면 그저 풍부한 경험치 덩어리일 뿐이었다.
[트리플 스프레드] [아르도르] – [타이폰] – [엑소더스]찌릿한 감각이 전신을 내달렸다.
마나가 대폭 늘어난 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기행.
화염의 구를 중심으로 열풍이 몰아쳤다.
거기에 더해, 천사들의 힘까지 더해졌다.
5클래스의 화염, 바람, 신성 마법이 한 곳에 뭉쳐 태양풍을 만들어냈다.
화르르르르르-!
그 열기만으로 잡졸들이 녹아버렸고, 암녹색의 어둠을 거둬갔다.
“공자님. 무리하지 마시길.”
“괜찮다. 이젠.”
“다른 이들은 제가 보호하겠습니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아덴이 장막을 펼쳤다.
성벽 위에 남아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밑으로 이송되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법을 제어하고 있던 마누스는 미소를 지었다.
직감적으로 성공을 예견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시도하지 못했다.
특히 전사의 사막에서는 엄두도 안 났었지.
하지만 시간이 많은 보스전은 이야기가 달랐다.
‘사도보다 훨씬 난이도가 쉬운 것 같은데.’
변칙적인 패턴이 난무하는 사도와 달리, 데모니움은 패턴이 일정했다.
조금 더 커지고 조금 더 강해지고 조금 더 튼튼해진 정도?
그렇다면 이쪽도 조금 더 강한 마법으로 때리면 그만이었다.
마법이 날아갔다.
태양풍을 닮은 화염의 구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날아가는 구체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쿠흐으으음!]이따금 마법 대전 형식으로 힘겨루기를 할 때가 나오곤 했다.
정말 아주 가끔 발생하는 미니게임.
누구의 마나가 강하냐의 싸움이었고, 거기서 이기면 상대방에게 아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게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을 밝혀낸 유저가 있었다.
그건, 상대방과 나의 마나가 비슷하고 같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했을 때 발생한다는 것.
검붉은색 마나와 마누스의 마법이 충돌하는 현상을 보였다.
“저게 뭐냐 대체…….”
“순수한 힘 싸움. 동등한 마법사끼리 하는 결투랄까요.”
“아덴 님은 많은 걸 아시네요.”
멜라니의 말에 아덴이 미소 지었다.
황궁에 있다 보면 다양한 장면을 많이 보게 되지.
저 방식은 마탑끼리 충돌이 있을 때, 간결하게 힘의 우위를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순수한 마나의 대결.
그렇다는 건…….
“역시, 공자님은 괴물이었네요.”
“마스터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되게 어색한 거 있죠?”
“후후…… 저도 사람이랍니다. 저는 공자님의 나이 때, 그저 풋내기에 불과했었죠.”
모두가 눈을 들어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봤다.
콰지지지직-!
공기가 떨릴 정도의 대결.
모두가 숨죽이며 데모니움과 마누스의 대결을 지켜봤다.
그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마누스의 보유 마나량이 데모니움과 비슷하다는 것을 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