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22화 – 서브 퀘스트 : 디레 교단
#1
병영.
혹은 기사단 숙소라고 불리는 곳.
붉은 독수리를 상징으로 하는 카이사르의 기사단에는 대륙 최고 수준의 인재들만 모여 있었다.
미토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이름이기도 했다.
대기업은 복지도 좋다는 말이 있듯, 이곳 록스 대륙도 마찬가지.
대륙 전체로 퍼져 있는 가문들은 기업과 비견된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심리.
“둘째 도련님을 뵙습니다!”
“은슬로 경 실종 건으로 왔다.”
“안 그래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지원자들이 도착해 있습니다.”
마누스는 깍듯한 보고, 철저한 위계질서에 가슴 깊이 감명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상관이 된 기분이 이런 건가?
본래의 인격이 꿈틀거리며 좋다고 아우성치는 걸 겨우 억눌렀다.
병영은 깔끔했다.
대한민국 군대에서도 맨날 청소하라고 그렇게 닦달하더니만, 여기도 다른 건 없는 모양.
픽, 의미 없는 웃음을 흘리며 2층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인가?”
“예. 차기 분대장 이하 열 명의 기사입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지는 마나 역시 최상이었다.
품평하듯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들에게 있어, 마누스는 회장님의 망나니 아들이나 다름없을 테니-.
“평소 은슬로 경과 친분이 있던 사람은 거수하라.”
차기 분대장이 손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레게브라고 밝혔다.
각이 진 얼굴이 육중한 갑옷과 퍽 잘 어울렸다.
“단독 행동을 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인 적은 없나?”
“실종되기 전날 밤, 이상한 기도문을 읊긴 했습니다. 우연히 들은 것입니다만.”
“다음엔 숲에서 단독 행동을 했겠군.”
레게브의 안색이 무섭도록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걸 어떻게 예상했냐는 눈치.
전형적인 수법이다.
본작에서도 묘사되어 있는, 디레 교단의 트레이드마크.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도를 한 번 들여다보며 다음 배울 스킬을 결정했다.
‘스킬 : 둑스 검색.’
[검색 결과 : 1건] [둑스 – 6시간]‘습득한다.’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숲까지 걸어가는 데 1시간 남짓.
지금 시간은 오후 4시경.
디레 교단은 밤을 좋아한다.
사냥감을 잡기 위해선, 사냥감이 좋아하는 곳과 시간에 덫을 놓아야 하는 법이다.
기사들을 바라보고 마누스가 얘기했다.
“다섯 시간 후에 숲으로 출발한다. 여기 모인 인원은 시간에 맞춰 집합하도록.”
“…….”
“대답.”
“예, 예! 알겠습니다!”
기사들의 대답을 듣고, 마누스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남은 다섯 시간 동안은 도서관에 있는 마법 서적이나 탐독할 생각이었다.
활용할 수 있는 술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똑같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오롯이 자신에게 달렸다.
마누스는 생각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같은 생활은 하지 않겠노라고.
‘이곳은 재밌거든.’
익숙함보단 새로움을, 과학보단 마법을 익히고 싶었다.
도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대보단, 자신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곳이 훨씬 적성에 맞았다.
조금은 들뜬 걸음이 되어, 그가 공부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2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 것 같은 기사단 회의실.
마치 가주가 왔다 간 것처럼 고요하고 가라앉은 분위기가 맴돌았다.
후아-.
누군가가 한숨을 푹 내뱉는 것으로, 경직된 분위기가 풀렸다.
“둘째 도련님 맞지?”
“어……. 나도 처음에 아닌 줄 알았다.”
“아카데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수군거리는 기사들의 목소리엔 놀람과 경악이 잔뜩 묻어났다.
본래 망나니 상사 앞에서는 누구든지 깍듯한 법이다.
더럽고 치사해도 뭐 어쩌겠는가.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인맥을 만들어, 교묘하게 이용해 먹는 놈들도 허다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똑 부러지게 변해서 나타났다.
흡사 어린 가주님을 보는 것 같았다.
“자 자, 다들 약속 시간까지 늦지 않게 집합해. 괜히 또 밉보여서 털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저렇게 보여도 그 망나니야. 실수해서 안 좋은 말이 위로 올라가게 하지 말자고.”
“넵!”
기사들은 평판을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존재다.
조금은 못 미덥고 의심스러운 도련님이지만, 그들은 주군을 위해 검을 드는 기사.
그들은 자신의 검과 목숨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병영이 분주해졌다.
숲은 제법 위험한 곳이었다.
도련님이 다치거나 똑같이 실종된다면, 그날부로 기사단은 없어질 수도 있으니.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알겠지?”
“알겠습니다!”
우렁찬 소리는 병영 전체를 울릴 정도였으니, 그들의 기개와 다짐을 드러냈다.
그렇게, 해가 할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 시각.
텁-.
이젠 답답해 보이지 않는 서적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시계는 정확히 오후 8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숲으로 가, 디레 교단을 마주할 시간이었다.
그가 습득한 ‘둑스’ 마법은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배울 수 있는 캐릭터는 피어슨 단 한 명.
‘그래서 녀석을 빼지 못하는 것도 있지.’
마나의 길을 따라가면, 플레이어에게 반드시 이득인 것이 나오니까.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 황금 고블린이라고 불리는 ‘광대’ 아르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등등.
지구라트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요소를 찾는 용도로 쏠쏠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법.
그의 가설이 맞는다면, 서브 퀘스트의 목적지를 찾는 데 아주 도움이 될 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병영 앞에 도착하니, 이미 기사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도열해 있었다.
“오셨습니까!”
“출발하지.”
마누스는 그들을 슥 보고 모두가 왔다는 걸 파악했다.
기사들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마누스를 보며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래, 소문이 돌았지.
둘째 도련님이 변했다는 것.
옛날 같았으면 갑옷이 마음에 안 든다며 정강이를 깠을 거다.
이젠 그런 것 하나 없이, 바로 임무로 들어갔다.
‘이게 진짜 무슨 일이야.’
‘가주님은 좋아하시겠네. 그런데 아가씨나 첫째 도련님은 좋아하시려나?’
‘괜히 복잡해지는 거 아니야?’
가문은 기업과 같다고 했고, 사회 속에선 언제나 알력 다툼이 존재한다.
균형이 아슬아슬하게 맞는다면 자잘한 견제는 있을지언정 안정기에 들어선다.
지금 카이사르가 딱 그러했다.
세 명의 구도가 딱 맞아떨어져, 후계자를 위한 경합이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애가 좋은 남매라 혈전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거야 나중엔 모르는 일이고.
‘그런데, 저분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것도 각성한 듯이 재능을 활짝 개화한 채로.’
맨 앞에서 걸어가는 신입 분대장, 레게브가 뇌까렸다.
이건 이거대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특히 자존심 강하고 평소 마누스를 싫어했던 첫째 도련님.
그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장녀가 그를 걱정하는 쪽에 속했다면, 장남은 그를 경멸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가문이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숲은 위험합니다. 지금부턴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니, 내가 앞장선다.”
“위험합니다. 도련님께서 혹여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가주님께서 용서치 않을 겁니다.”
마누스가 레게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숲의 초입.
빛이 줄어들고, 수천 미터나 되는 구덩이가 내뿜을 만한 어둠이 보였다.
풍부한 마나가 있고, 다양한 약초와 질 좋은 나무, 희귀한 몬스터가 있어 카이사르 공국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숲.
“난 이곳에 의뢰를 수행하러 온 아카데미 학생이다. 보호를 받아야 할 도련님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레게브의 눈에서 흔들림이 사라졌다.
마누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숲으로 들어갔다.
[아르보르 숲]‘시작은 이곳이었나.’
디레 교단이 원작에 나오는 순간은 이미 세력을 어마어마하게 확장하고도 모자라 레메게톤의 악마까지 불러낸 다음이었다.
분명히 그 시작점이 있었을 터.
그곳이 바로 여기인지, 아니면 대륙의 어딘가인지 확인할 기회였다.
만약 이곳이 근원지라면-.
“저쪽이군.”
오늘 뿌리를 뽑아야 할 터다.
마나를 움직였다.
공통 마법인 [필라-록스]를 사용했다.
유저들의 명칭은 [라이트].
빛의 구체를 이용하는, 흔히 아는 마법이었다.
뿅 하고 떠오른 마법의 구체가 어둠을 몰아냈다.
‘마법. 그것도 상당한 수준이다.’
‘저걸 영창도 없이-. 역시 카이사르의 핏줄은 핏줄인가.’
소문에 둔감한 기사들도 알고 있었다.
마누스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푼이였다는 걸.
그런데 이런 수준의 마법이라니.
기사들의 두 눈에서 믿음이 자라났다.
숲의 외길이 끝날 즈음, 마누스에게 좋은 소식도 찾아왔다.
[둑스]의 습득이 끝난 것. [‘둑스’의 습득이 완료.] [습득할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현재 슬롯 – 1개]‘이건 조금 오래 걸리긴 하지만, 익혀야 하니-.’
카덴차와 조합하면 정말 사기적인 패시브가 하나 있긴 하다.
주인공은 익힐 수 없었지만, 커뮤니티에서 항상 떠들곤 했었지.
카덴차와 조합하면 가장 사기적인 스킬이 뭔지.
마누스도 항상 생각했었다.
이 게임의 근간이 되는 카덴차와의 시너지가 좋은 스킬은 무엇인지.
주인공이 더 강해지는 것을 바랐던 남자가 항상 상상했던 것.
‘마법사의 마음가짐 검색.’
[검색 결과 : 1건] [마법사의 마음가짐 – 100일]‘쯧.’
100일.
세 달이라는 시간은 꽤 길었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다음 보스가 나오기 전까지, 얼추 시간이 맞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건 포기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마법사의 마음가짐]은 마법사 자체의 능력을 대폭 올려 주는 패시브 스킬이었으니. [마법사의 마음가짐] [마법사가 되려 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마법사가 되려 했으며, 마법을 쓸 때의 마음은 무엇인가.] [마법사는 의지로 움직이는 생물이다.]마나가 요동치는 방향이 느껴졌다.
‘둑스’가 발동되어, 희미하게 길을 비췄다.
마누스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은 스킬 설명을 빠르게 훑었다.
[마법을 중첩해서 사용할 시 공격력 중첩] [다중 마법 보조] [정신계 공격에 대한 면역] [소모 마나 30% 감소]‘배운다.’
망설일 이유는 없다.
그동안은 혼자의 힘으로 성장하면 될 일.
본래 더블 캐스팅의 천재라는 콘셉트를 가진 캐릭터에게 붙어 있는 스킬이다.
‘다중 마법 보조’와 ‘중첩해서 사용할 시 공격력 중첩’은 카덴차와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대충 계산해도 본래 위력의 200%는 넘게 나오는 패시브.
이것만 익힌다면, 3클래스 마법으로 이뤄진 스프레드만으로 정리될 수준.
100일이라는 기간이 절대 아깝지 않은 스킬이었다.
시계가 돌아갔다.
최강에 가까워지는 한 걸음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3
밤에 오는 숲은 깊고 고요했다.
찌르르 울리는 벌레도, 나뭇잎을 스치는 맹수도 잠들어 고요했다.
이따금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것들은 빛을 향해 다가오지 않았다.
거침없이 나아간 마누스는 드디어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흔적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곳인가.”
“그렇습니다.”
“경계를 강화하고 둘씩 조를 나눠 주변을 수색한다. 레게브는 나와 함께 가지.”
기사들이 움직였다.
마누스는 수상한 공간이 있으면 말하라고 일렀다.
디레 교단은 지하를 좋아한다.
통로가 바로 호랑이 굴의 입구였다.
[둑스]마나가 흘러 나갔고, 희미한 빛이 마누스에게 길을 인도했다.
그 길의 끝에는 작은 돌이 있었다.
아니, 돌로 위장한 지하 통로였다.
손을 휘저어, 마나로 돌을 치워 냈다.
어둠.
겨우 몰아낸 어둠이 모두 이곳에 집결해 있는 것 같은 어둠.
“……분대원을 부르겠습니다.”
“아니.”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마누스는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도련님!”
“그곳에 대기하고 있어라.”
“아니-!”
어둠에 먹히는 것 같은 마누스를 따라 레게브가 황급히 지하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직-!
허나 어둠은 그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레게브가 식은땀을 흘리며 쩌렁쩌렁 소리쳤다.
그가 검을 들고 내리쳤으나, 자기 손만 아플 지경이었다.
“-X 됐다.”
공허한 그의 말이 어둠 속을 맴돌았다.
『서브 퀘스트 : 디레 교단의 은신처』
[지하 통로 안에 있는 교단의 실체를 파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