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3)
제223화
223화 – 거부권은 없다, 알지?
#1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동아리실.
마누스는 마법사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통신용 구슬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었으니, 부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마누스의 폭탄선언에 모두가 벙찐 표정이 되었다.
“그게 정말이야?”
“네.”
“아니……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아카데미 소속으로 참관한다고?”
“예.”
니아의 황당한 물음.
단호한 마누스의 대답.
니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학술회는 분명 큰 행사였지만, 여기 모인 이들 중 케일을 제외하면 참가하는 것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가문의 자제들이었다.
위대한 가문의 해리슨.
거대한 상인 가문의 해리.
한때 위대한 가문이었고, 다시 도약하기 시작한 아브렐.
“우린 따로 참가해도 되는데.”
“그러게요.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거기다 제국의 후작인 플로이스까지.
케일을 제외한 모두가 말만 하면 학술회에 참가할 여건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마누스는 이들을 아카데미 소속으로 묶어버렸다.
이유는 하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보전이 시작될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핵심 정보를, 그것도 대세에 영향을 끼칠 만한 정보를 가진 이들이었다.
심계가 약한 이들이니, 당연히 신경 써서 관리해야지.
“아브렐 가문이 이상 현상에 관해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네, 저번에 들었거든요.”
“아마 다른 가문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러니까…… 정보를 흘릴까 봐 그러는구나?”
알라노가 요점을 짚어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서는 뭘 하면 되는데?”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오시면 됩니다.”
“그게 다야?”
“끝나고 뒤풀이 정도는 괜찮겠지만…… 거기서도 주의하셔야 할 겁니다.”
자유를 빼앗긴 기분이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사교의 장은 정보를 얻어내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였다.
마누스가 본래 살았던 현대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잘 사는 집 애들은 물론이고 어머니들까지 모임을 만드는 시대였다.
그곳에서 오가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흘려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오히려 더 심하리라.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어떤 술수를 사용하는지도 모를 곳입니다. 세계 전체에서 모이는 자리이니.”
“알았어요.”
“그래 뭐…… 나도 지은 죄가 있으니까.”
모두가 동의하고 나섰다.
특히 니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황금빛 눈동자에 옅은 죄책감이 어렸다.
가문은 이미 조사를 시작했고, 자신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번 기말고사에 참여한 대전사를 통해 앞으로의 일을 전달해 주겠지.
그때, 입장을 최대한 전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니아 선배.”
“……응?”
“요즘은 좀 어떻습니까?”
“요새? 아…… 괜찮아. 깜빡하는 일은 전보다 줄었어. 아니, 거의 없지.”
“다행이군요.”
드래곤의 전설처럼, 그녀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테니.
영원토록 말이지.
#2
케일은 마누스와 함께 마지막까지 동아리실에 남아 있었다.
학술회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제법 있었기 때문.
그녀는 아카데미 외에 다른 행사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따금 살던 마을에서 축제를 벌이긴 했지만, 그걸 행사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아카데미만 해도 그때와 비교조차 안 될 만큼 커다란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세계 각국에서 모인 마법사들이 벌이는 학술회는 어떨까?
“선배, 제가 학술회에서 무얼 얻을 수 있을까요?”
“글쎄. 네가 하기에 따라 달렸겠지. 나도 처음이거든.”
케일은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마누스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 역시 학술회가 처음이라는 말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무 감정도 없어 보이는 푸른 눈동자이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마누스의 고요한 눈동자 안쪽에는 수많은 고민과 공감, 그리고 생각들이 흐르고 있었음을.
케일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도 처음이면, 궁금한 게 많겠네요.”
“그렇지. 솔직히 기대된다. 우린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으니.”
“저도 조금이나마 공부하고 가야겠어요.”
“아직 시간은 많다. 해야 할 것도 많으니, 너무 부담 갖진 마라.”
케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들.
곰곰이 돌이켜보면,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았다.
사막에서 전사들을 쓰러뜨려야 하고, 기말고사도 준비해야 했다.
거기다 카이사르에 찾아갈 계획까지 있었으니, 더 중요한 일에 심력을 써야겠지.
케일은 문득, 마누스가 보고 있는 것들의 편린을 엿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이토록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는 고작해야 어떻게 하면 더 강한 마법을 쓸까 정도밖엔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1년 정도 지나면, 나도 선배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계획을 짤 수 있을까?
그녀는 마누스를 닮아가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그 노력이 열매를 맺을 날이 올지, 그녀 자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자신은 마누스처럼 잘할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만 했다.
그 기색을 잃은 것일까.
마누스가 케일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항상 뭐라고 말했지?”
“어…… 조급해하지 말라고요.”
“그래. 지금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는 모른다.”
케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는 그녀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의 성장 시기는 모두가 다르다고 하지. 나 역시 가문에서는 재능을 늦게 피워낸 편이었고.”
“아…….”
“그러니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어라. 재능이 피어오를 때, 그 준비가 빛을 발할 거다.”
“알겠어요.”
케일은 마누스 역시 재능을 깨우치는 데 오래 걸렸다는 부분에서 놀랐다.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니까.
조금이나마 마음이 열린 걸까?
케일의 마음이 훈훈하게 데워지기 시작했다.
“부담 갖진 말아라. 그저 뭘 얻어낼 수 있을지만 생각하면 된다.”
“네.”
“내일은 다시 탑에 들어가야 하니, 푹 쉬어 둬라.”
“전사들도 강해졌겠죠?”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그랬을지도.
그래도 짧은 시간에 강해지진 않았을 거다.
칸타티는 생각보다 역량이 뛰어난 사도가 아니었으니.
30번째 전사까지는 무난하게 쓰러뜨리리라.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닐 거다.”
“데모니움을 쓰러뜨린 다음 얻은 전리품도 있으니까요.”
“마석을 그만큼 흡수했으니 강해져야지.”
케일 역시 큼지막한 마석을 흡수했다.
데모니움 파팔리스가 남긴 유산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마누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모두가 들떠있겠지.
어서 새로운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을 테니까.
기말고사 준비로는 딱 좋은 무대였다.
마침 가문의 대전사들이 평가를 위해 파견될 테니, 사막의 전사들과 싸우는 환경과 비슷하겠지.
“준비하고 있어라. 내일부터 다시 강행군이니.”
“네!”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
더 큰 고비가 다가오고 있었음이니.
#3
기숙사로 돌아온 마누스는 오랜만에 편지를 작성했다.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 디레 교단에 대한 일을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
슬슬 서브 퀘스트도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에레시스를 한 번 밟아줬으니, 디레 교단도 바빠지겠지.
마침 들를 곳은 있었다.
에이커 영지.
그의 형과 동생이 잘하고 있는지, 알아볼 차례였다.
‘아버지께 연락을 넣어야겠군.’
에이커 영지로의 방문을 희망한다고 적힌 편지.
그는 창문을 바라보며 자신 곁에서 호위하고 있을 움브라를 불렀다.
소리 없이 나타난 카이사르의 그림자.
마누스는 편지를 전해주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 직통으로 전해주길 바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겠지.”
움브라가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의 그림자에 섞여 들어가는 것 정도는 무척 쉬운 일이었으니.
그는 두 손으로 마누스의 편지를 받아 들었다.
“편지는 안전하게 전달될 것입니다.”
“부탁하지.”
“기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움브라는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 이번엔 새로운 인물이 그림자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마누스의 밀착 경호원, 아덴이었다.
그녀는 궁금한 게 있는 듯, 마누스에게 물음을 던졌다.
“형제의 일에 개입할 생각이신가요?”
“개입이라기보단, 확인이지.”
“자칫 잘못하다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알고 있는바.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교단은 제법 큰 적이었다.
훗날, 그들은 대륙에 온갖 악마들을 풀어놓는 주범이기도 했다.
어떤 계략을 쓸지 모르는 이들이었으니, 전력은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겠지.
“동생에게 빚을 지워두는 것도 좋겠지.”
“인비데아 공녀님께는 말씀드릴 겁니까?”
“어차피 가문에 들러야 할 일이니.”
마누스는 긍정했다.
누구나 소통하지 않는다면 오해가 쌓이는 법.
오해가 쌓이면, 돌이킬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되겠지.
오해를 쌓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에게도 대화를 강조했다.
쌓아두지 말고 바로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도 그렇게 해야겠지.
그러니 가문에 들른다면, 인비데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줄 생각이었다.
“주제넘은 참견이었군요. 저는 공자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걱정시킬 일은 하지 않을 테니, 그만 쉬어라.”
“예.”
아덴은 깊게 고개를 숙인 후에 다시 그림자로 사라졌다.
마누스는 아직도 깊이 잠들어 있는 알비온을 바라봤다.
녀석의 진화는 언제 끝날까.
‘이제 슬슬…… 쓸만한 스킬들도 배우겠군.’
알비온의 진가는 50레벨부터 시작이었다.
영약을 먹고 덩치가 커질 때마다 대폭 레벨이 오를 테니, 제법 기대해봐도 좋겠지.
적어도 전사의 사막을 통과할 때면, 50레벨은 훌쩍 넘겨 있을 테니.
‘가문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정보를 얻은 가문은 제법 무서운 집단으로 변한다.
원작에서도 그랬으니, 카이사르는 오죽할까.
마누스는 모양이 일그러지는 보름달을 바라봤다.
‘이제부턴 시간이 빠르게 흐르겠어.’
다양한 이벤트, 쏟아져 나오는 적, 탑의 공략…….
자연스럽게 하수인을 대비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1학년이 끝나기 전까지, 적어도 다섯 개의 구역은 클리어해야 할 테니…….
“재밌겠어.”
그의 웃음이 짙어졌다.
이제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이 정말 많이 열릴 것이다.
마누스는 품 안에서 챙겨두었던 재료를 꺼내 보았다.
코어, 막대기, 그리고 강력한 데몬의 핵.
‘제일 먼저 할 일도 있고.’
이제부턴 맨손 캐스팅이 아닌, 도구를 사용할 때였다.
학술회를 기점으로 바뀌는 점이기도 했으니, 미리 준비해야지.
그의 웃음이 짙어졌다.
준비된 마석도 충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