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4)
제224화
224화 – 주인 없는 땅엔 도둑이 드는 법
#1
다음날.
가문의 부름을 받은 마누스는 아침부터 이사장을 찾아갔다.
이사장 역시 이제는 교단의 존재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바.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마누스에게 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풀어줄 생각이었다.
은은한 목재 향이 나는 이사장실.
마누스는 고급스러운 목재 향을 맡으며 이사장을 바라봤다.
심각한 표정으로 마누스를 바라보는 닉스 이사장은 다시 용건을 물었다.
“가문에서의 호출이라…… 카이사르에서 마누스를 필요로 하는 일이 많군요.”
“네. 이건 에레시스와도 관련된 일이니까요.”
“……그 말, 사실인가요?”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자리를 비우는 탓에 아주 조금 불만이 있었던 이사장은 이내 자세를 고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에레시스와 카이사르가 연관되어 있다고?
그런 말은 금시초문이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마누스는 술술, 정보를 풀어냈다.
교단과 에레시스.
저쪽도 동맹을 맺었으니, 이쪽도 지원을 받아야겠지.
아카데미 측에서 지원을 받으면, 케일과 다른 일행들의 참전도 바랄 수 있을 거다.
“심각한 이야기로군요. 왜 저들이 카이사르와 대적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이사르뿐만이 아닙니다. 저들은 대륙 전체를 적대하려고 할 겁니다. 에이커 백작령이 왜 멸망했겠습니까?”
“……흐음.”
이사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게 심각한 일이 대륙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니.
마누스를 안 보내줄 수 없는 사안이었다.
결국, 이사장은 외출 허가증을 찍어 주었다.
게다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아카데미의 교수를 호출할 수 있는 패까지 넘겨주었다.
마누스는 생각 외로 든든하게 챙겨주는 이사장을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읽은 이사장은 마누스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아카데미의 교수진이 모두 수업에 참여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호출 할 수 있는 패를 드리지요.”
“이건, 일회용입니까?”
“예. 그걸 사용하게 되면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내 빚을 갚아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신중하게 사용하도록 하지요.”
이사장은 꾸벅, 간단히 인사하고 나가는 마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문이 닫혔다.
그리고 이사장은 짙은 한숨을 쉬었다.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이토록 거슬리다니.
이런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되는 위치였다.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도, 직접적으로 지원해주기가 어려웠다.
아카데미의 자금은 자신의 것이되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진정으로 건투를 빌지요. 웬만하면…… 그 패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도움은 곧 빚이고, 빚은 언젠가 더 큰 이자까지 쌓여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카이사르라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지.
마누스 본인이 위험한 곳에 가거나, 원치 않은 분쟁에 휘말릴 수도…….
아이들은 진정으로 아끼는 이사장은 부디, 원치 않는 결말을 향하지 않도록 빌었다.
#2
카이사르 공국.
난데없은 마누스의 방문 의사, 그리고 회신과 준비 때문에 가문의 아침은 제법 바삐 돌아갔다.
두 형제는 이미 에이커 가문으로 떠나간 상태.
요 며칠, 식사는 인비데아와 라베스 두 사람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집으며 라베스가 말했다.
오늘은 마누스가 오는 날이었으니.
“슬슬 마누스가 도착했겠구나.”
“아카데미에 집중할 시기에 너무 가문에 자주 오는 건 아닌가 싶군요.”
“걱정하지 말거라. 아카데미에서보다 훨씬 값진 것들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어차피 수석은 떼놓은 당상이겠지.
라베스는 그런 문제는 딱히 거론하지 않았다.
카이사르는 그런 존재들이었으니까.
그저 가문에 있는 지식만 잘 습득해도 아카데미를 훨씬 뛰어넘는 역량을 갖추는 곳.
카이사르는 그런 곳이었다.
실제로 그 역시 수업에 나간 것보다 황제인 브레들리와 함께 다니며 얻은 깨달음이 많았으니까.
인비데아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는지, 별말 없이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허면, 마누스는 왜 오는 거랍니까?”
“에이커 영지에 간다고 하더구나. 제 동생이 걱정되는 모양이지.”
“흐음…… 굳이 거기에 가겠다니.”
인비데아의 인상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마누스는 엄청난 전력이었다.
이는 지난번, 거대한 괴물이 나왔을 때 깨달은바.
그가 에이커 영지로 향하면 반드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겠지.
그렇게 되면 티란니스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누스.
내가 그렇게 도와주었건만,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다 이거지.
한마디 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 이번 임무는 어디까지나 에레스를 위한 것이었으니.”
“……네. 노력해보겠습니다.”
라베스는 그녀의 표정을 슬쩍 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질투일까, 아니면 경쟁심일까.
그녀가 마누스를 아끼고 있다는 건, 보고를 들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는 사이, 보고가 들어왔다.
드디어 마누스가 도착했다는 것.
라베스는 자리에서 일어서, 인비데아를 바라봤다.
“천천히 먹고 나오거라.”
“네.”
“얘기가 끝나면 널 찾아가라 이르마.”
“전 마탑에 있겠습니다.”
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인비데아는 아버지의 기척이 멀어진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가주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가 없었음이니.
마누스가 온전히 자신의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만나서 얘기해보면 그의 의중을 알 수 있겠지.
마누스는 잊지 말아야 할 터다.
그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를 도와준 것도 모두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생이 말을 안 듣는다면, 누이로서 바로잡아 줘야겠지.’
인비데아는 식사를 마치고 업무를 위해 마탑으로 돌아갔다.
버클리 영지에 있는 교단.
과연, 그들이 무얼 꾸미고 있는지, 누굴 노리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버클리 영지를 집어삼킬 것인지 알아내야 했다.
거기다 교단과 버클리 가문과의 유착 관계도 알아내야겠지.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았다.
어머니가 보내준 정보 외에도 알아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어느새 그녀의 뇌리에는 마누스에 대한 것보다 버클리 가문에 대한 정보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마누스에 대한 고민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할 테니.
“혹시 교단도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인비데아는 문득 생각난 가능성을 곱씹으며 걸음을 옮겼다.
알아봐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3
마누스는 미리 마중 나와 있는 마차를 타고 가문으로 향한 뒤, 아버지를 보았다.
언제나 여유로워 보이는 라베스.
티란니스와 동생, 에레스가 없는 가문은 어쩐지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아버지, 라베스는 차 한 모금을 머금더니 입을 열었다.
“에이커 영지에 가고 싶다고.”
“예.”
“가서 무얼 하고 싶으냐.”
“주인 없는 땅엔 도둑이 들어서는 법이지요.”
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에이커 영지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에이커 가문이 쌓아 올렸던 치안과 시스템이 조금씩 무너지는 중이었다.
불안감은 커지고, 인력은 부족했다.
남아있는 자들은 항상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치안을 유지할 군사의 상당수가 사라졌다.
백성들을 굽어살필 영주가 없었다.
당연히 도둑놈들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라베스는 마누스를 잠시 바라봤다.
‘마누스가 가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어.’
만약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지라도,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아카데미 학생 2학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성장 속도 하나만 놓고 본다면, 다른 세 명의 자식들은 물론, 자신마저 뛰어넘을 수준.
그러니 에이커 영지에서도 분명히 얻어오는 것이 있겠지.
교단과 엮일 때마다, 마누스는 알게 모르게 강해졌다.
라베스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누스는 얻어오는 것이 있을 터다.
“네 누이가 마탑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한번 만나보고 출발하거라.”
“알겠습니다.”
“네가 할 일은 간단하다. 두 사람이 돌발행동을 하거나 위험에 처하면 개입하면 된다.”
도둑놈들을 처리하는 일은 티란니스와 에레스가 알아서 해 줄 것이다.
마탑의 인원, 기사단의 인원들 역시 다수가 파견되어 있었다.
마누스보다 경험이 훨씬 많은 이들이었으니, 딱히 그가 나설 필요도 없겠지.
라베스는 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랐다.
세계는 넓고, 카이사르 가문 안쪽에만 있으면 겪지 못할 것들이 많았다.
마누스에게는 정말 많은 공부가 되겠지.
“이만 가 보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기말고사로구나. 오랜만에, 카이사르에서도 대전사를 보내야겠군.”
“여태까지는 보낸 적이 없었군요.”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 없어서 말이다. 올해는 조금 다르더군.”
푸른 머리칼의 여성을 떠올린 라베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분명, 다음 세대를 이어갈 재목이었다.
마누스와 비슷한 성장 속도.
도저히 평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기이한 분위기까지.
‘아마, 그녀는 몰락한 귀족의 후손이겠지. 지금은 평민이지만…… 글쎄.’
그녀가 성장하고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필시 거대한 가문의 씨앗이 되겠지.
라베스는 거기까지 내다본 뒤, 케일을 초대했던 것.
친분을 쌓아두면, 훗날 카이사르에도 거대한 은혜가 될 터다.
마누스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이, 인비데아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4
마탑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있던 인비데아는 영 일이 잡히지 않았다.
아마도 앞서, 식사 시간에 있었던 일 때문이겠지.
마누스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마누스의 기척이 느껴졌다.
집무실 앞으로 들어서는 마누스의 얼굴이 썩 달갑지 않았다.
그녀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왔구나.”
“왜 불렀지?”
“굳이 에이커 영지에 가야겠느냐? 그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뭐야, 지금 질투하는 건가?”
인비데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질투?
지금 질투라고 했나?
그런 감정을 내가…… 내가 느낀다고?
티란니스, 그리고 에레스와 마누스.
그녀는 그들을 경쟁상대로 여겼지, 질투의 대상으로 여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질투라니, 생소한 감정이었고 느껴보지도 못한 감정이었다.
그런 감정을, 내가 다른 이들에게 느끼고 있다니.
“넌 내가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했잖느냐. 그런데 굳이 다른 이들에게 점수를 줄 필요가 있느냐, 그 말이다.”
“굳이 그들에게 점수를 줄 필욘 없지.”
“뭐라?”
마누스가 작게 웃었다.
자신이 간다고 하여, 티란니스와 에레스의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터다.
인비데아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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