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5)
제225화
225화 – 도둑 잡으러 왔습니다
#1
인비데아는 혼란스러웠다.
직설적으로 동생에게 얻어맞다니, 그녀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라고 생각했다.
질투라는 단어는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단어였다.
경쟁심, 호승심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동생의 입에서 ‘질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동생, 마누스가 달래주듯 말한 내용에 안도했다는 사실도 짜증이 났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였다.
항상 주도권은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니, 잘 다녀오도록 응원해주길 바라지.”
“……그래. 응원하마.”
결국, 인비데아는 조용히 응원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마누스 본인을 위해서지, 딱히 티란니스와 에레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
그리고 자신이 간다고 해도 딱히 점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말.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았다.
티란니스가 본인의 힘으로 하지 못한 일을 아버지가 인정해 주실까?
물론 아니겠지.
잠시 감정에 눈이 멀어 상황 파악이 흐려졌다.
처음 겪는 일이라, 인비데아는 잠시 모든 일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후…… 생각 정리부터 해야겠구나.”
누구나 잠시 쉬어가야 할 때가 있기 마련.
인비데아는 그때가 지금이라고 느꼈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마누스에게도 달갑지 않은 메시지가 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영향력을 미쳤을까.
인비데아.
그녀의 참전은 참으로 엄청난 도움이었다.
그 때문에 누이까지 사건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싶었지만, 그녀 역시 강해지고 싶다는 건 사실이었으니.
무엇 때문에 선택받았을까.
마누스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어쨌든, 달래주는 덴 성공했군. 이제…….’
에이커 영지에 어떤 놈들이 들어찼는지 알아봐야 할 시간이었다.
떠오르는 빌런은 정말 많았다.
세계 멸망이라는 규모에 걸맞게, 적들의 수도 엄청 많았으니.
이쯤 등장한 빌런들은 별 볼 일 없는 이들이었고, 에레스 수준만 되어도 충분히 처리 가능한 인물들이었다.
중요한 인물이라면, 역시 광녀(狂女) – 카라일 테지.
그녀는 2학기 내내 케일을 괴롭히던 인물이었다.
교단 스토리에서 빼놓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잘만 이용하면 악마 몇 놈은 거뜬히 해치울 수 있겠는데.’
케일에게 향하던 교단의 비수가 지금은 자신에게로 향해 있었다.
오히려 좋지.
악마 놈들을 싹 다 쳐내고 될 수 있으면 천사들까지 덤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곳, 중간계는 오롯이 인간들의 것이어야 하므로.
천사들의 입김 역시 슬슬 강해지겠지.
더불어 진짜 [교단]이 움직일 테고.
여러모로 복잡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에이커 영지는 많은 이들이 탐낼 만한 곳이었으니.
카이사르의 영향력이 미친다 해도, 세작이나 공작원들은 막지 못할 터.
그들이 숨죽이며 때를 기다릴 터다.
그렇게 되면, 카이사르 역시 전력이 많이 빠지겠지.
최악의 상황이라면, 자식 하나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그러니 오늘부터 며칠 동안, 기강을 빡빡하게 잡을 생각이었다.
직장 생활에서 배운 것들을 써먹을 때였다.
원래 제일 짜증 나는 게 내리 갈굼이거든.
#2
에이커 영지.
이제는 카이사르령 에이커 영지가 되어버린 곳.
티란니스와 에레스는 며칠 전부터 이곳의 행정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영지에는 도시와 마을, 요새 등의 지역이 속해 있었다.
당연히 제일 먼저 한 일은 모든 관료를 불러 모은 것이었다.
백작 일가가 어디론가 떠나간 뒤, 영주 대리로 임명된 자작.
그는 티란니스가 오자마자 모든 일을 보고했다.
“흠…… 생각보다 심각하군.”
“인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네요. 시민들이 몰래 떠나가는 일도 있고요.”
“그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할 때지.”
전쟁은 모든 것을 피폐하게 만드는 원흉이었다.
자녀를, 아버지를, 남편을 잃은 자들의 의욕이 떨어졌다.
더러는 카이사르 자체를 원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라도 살아가야 하는 거겠지.
들고 온 물자를 가지고 각지에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티란니스와 에레스는 적극적인 구제에 나섰다.
카이사르는 돈이 썩어 넘칠 정도로 많았다.
마탑에서 연구하는 자료만 공유해도 로열티를 수백만 골드씩 받았으니.
“이번에 온 사람들이 그렇게 정치를 잘하신다는구먼.”
“그래? 어째서?”
“이번에 식량이랑 보수 재료를 가지고 온다잖여! 소식 못 들었어?”
“그려!? 처음 들었는데!?”
소문은 생각보다 금방 퍼졌다.
평생 착취만 당했던 이들이 구제를 받는다는 건, 인생의 전환점이나 마찬가지였다.
떠나가려 했던 이들도 그 소식을 듣고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건 금방이었다.
[영지 외곽에서 저주받은 물건들이 거래된다.>이것은 힌트이자 새로운 시련의 시작이었다.
티란니스와 에레스는 조사를 명했다, 라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었다.
에이커 백작이 해 놓은 것들은 제법 기틀이 쌓여 있었다.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제법 안정화되고 있었으니.
하지만, 새롭게 떠오른 소문은 전혀 성질이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마누스가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누스라…….”
“형님이 오시면 조금 낫지 않을까요?”
“맡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티란니스는 고민이었다.
마누스를 직접적으로 보내는 건 영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 임무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에레스를 보내자니 영 못미더웠다.
마누스 같은 인재를 놀릴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써먹을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면 대충 잡일이나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자님. 마누스 공자가 도착했다는 보고입니다.”
“그래. 때마침 식사 시간이니 식당으로 안내해라.”
“알겠습니다.”
드디어 지원군이 왔다.
티란니스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식당을 향해 걸었다.
그 뒤로, 에레스가 불안한 눈빛으로 따라왔다.
그에게 마누스는 아직 대하기 어려운 사람일 뿐이었다.
얼마 전에 대화를 나누기는 했었지.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그가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세월이 있었던 만큼, 에레스는 아직 똑바로 마주보기가 힘들었다.
두 사람이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도착하니,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설마…….’
티란니스가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익숙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맨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월등히 강해진 기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놀라웠다.
이 성장 속도는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으니.
눈을 들어 기운의 근원지를 찾았다.
무뚝뚝한 얼굴.
균형 잡힌 몸매를 넘어, 이젠 근육이 제법 붙어버린 체형.
줄기줄기 뿜어내는 마나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압도했다.
심지어 티란니스의 기세를 조금이나마 밀어내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일정한 경지가 아니라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수준이기도 했다.
그 일정한 경지란 곧, 6클래스를 의미했고.
“강녕하셨습니까. 형님.”
“그래. 이제 다시 존대로 돌아오기로 한 거냐?”
“지금은 공무 중이니까요.”
“좋다. 기본적인 건 가르치지 않아도 되겠군. 앉아라.”
마누스는 무뚝뚝하지만 형재애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인사했다.
티란니스 역시 특유의 가벼움을 담아 인사를 받았다.
에레스는 꾸벅, 말없이 마누스에게 인사했다.
마누스는 자리에 앉으며 에레스에게 물었다.
지나가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곳에 분명 동생을 향한 관심이 들어 있었다.
“타지에서 고생이 많군. 에레스.”
“아…… 아니에요. 티란니스 형님이 신경 써주고 계시니까요.”
“……그래.”
마누스는 그렇게 답하고 다시 티란니스를 바라봤다.
솔직히 의외였다.
과거의 마누스를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 같았는데, 에레스는 그래도 동생이라고 챙기고 있었나 보다.
마누스의 시선에 담긴 의도를 눈치챈 것일까.
티란니스가 인상을 팍 구겼다.
그래서 변명처럼 말들을 쏟아냈다.
“에레스는 너와 달리 재능을 일찍 개화했지. 멍청한 짓도 하지 않았고.”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불온한 눈빛에 다 쓰여 있다.”
“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에레스도 적응을 잘하겠지요.”
“그래서, 여긴 어인 일로 왔느냐.”
전채요리가 나온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누스는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
이곳에 있을 빌런에 따라, 버클리 가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달라질 테니까.
랜덤 인카운터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였으니.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 왔습니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
“조사를 좀 해보니, 교단의 간부에 대한 것을 알게 되어서 말이죠.”
교단의 간부라.
눈이 번쩍 뜨일 정보였다.
티란니스는 궁금증을 숨기지 않았고, 그건 에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누스는 궁금증에 답하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떠도는 소문이 있을 겁니다. 그 소문의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소문이라. 그래, 분명 ‘저주받은 물건’이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렇군요.”
이곳에 있는 자는 정신 왜곡 자, [코레이]. 저주받은 물건을 팔아, 공양의 제물로 쓰는 놈일 터다.
소환사 계열의 보스로, 어렵지 않은 적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광녀는 버클리 가문에 있겠군.
퍼즐은 대충 맞춰졌다.
이제 움직일 일만 남았다.
그 전에, 설명부터 끝내야겠지.
“코레이. 정신 조작과 세뇌에 특화된 사령술사입니다. 외곽부터 조금씩 잠식해, 주민들을 살아있는 인형으로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각한 일이로군.”
“그가 계약한 악마는 아마도…… 불의 총통인 [아미]일 겁니다.”
불의 총통.
서열 58위의 악마.
그 역시 하수인을 부리는 데 능숙한 악마였다.
둘이서 콤비로 언데드를 우르르 소환했었지.
그래서 땅따먹기 형태로 게임이 진행되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마누스는 티란니스와 에레스를 바라봤다.
이 둘이 있다면, 딱히 어려울 것도 없는 문제였으니.
“저와 에레스가 처리하죠. 형님은 여기서 영지 관리에 힘 써주시면 됩니다.”
“……널 믿어도 되는 것이냐?”
“가족을 믿지 못하면 누굴 믿습니까. 이 험난한 세상에.”
“…….”
사실 가족이 제일 뒤통수 치기 좋은 환경이지만, 티란니스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가 보여준 행실이 그만큼 믿음직스럽다는 뜻이겠지.
승낙을 받은 마누스가 에레스를 바라봤다.
“바로 출발할 테니, 준비해라.”
“네.”
이제는 누군가를 이끄는 입장이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