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9)
제229화
229화 – 너는 좀 맞아야 쓰겠다
#1
공포에 떠는 눈동자.
그건 평소 자신을 보던 평민들의 눈동자였다.
푸른 눈빛에 비치는 자신이 바로 그런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코레이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지옥도를 만든 이.
아직도 혼란 속에 빠져있는 마을 주민들은 계속해서 자신들끼리 상잔을 벌이고 있었다.
귀족이라며.
위대한 가문이라며!
“넌…… 대체 뭐냐.”
“카이사르 마누스. 이미 알아본 것 아닌가?”
“아니다, 아니야. 넌 악마야! 진짜 악마! 대체 정체가 뭐야! 누가 보낸 거냐!”
“미친놈이군.”
미친놈에겐 매가 약이지, 응?
예로부터 진리의 대사이자, 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명언.
마누스는 바로 그걸 실행하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이들은 알까?
자신이 마투학을 배워, 근접전에도 제법 능해졌다는 사실을?
아마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면 모를 것이다.
그리고 코레이는 그런 걸 조사할 시간에 노예 하나라도 더 늘리는 인간이었고.
“내가 지금부터 주먹질을 할 거다. 어디 막아봐.”
“……무슨, 커어억!?”
콰아아아앙-!
코레이는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날아가 버렸다.
작중 주인공 케일은 마법사였다.
그래서 빌런들 역시 마법 방어를 위주로 디자인되어 나타났다.
그런데 후반부, 그런 밸런스를 무참히 깨버리는 것이 바로 마투학.
초반은 약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하는 무학이었다.
마누스는 그런 밸런스를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내친김에 악마도 소환했으면 좋겠군.”
“크억…… 으어억!”
코레이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벌벌 떨었다.
마법사의 주먹질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했다.
그저 일반인의 주먹이라고만 생각했다.
찰나에 그렇게 생각해버려, 힘을 푼 것이 이렇게 되어버릴 줄이야.
얼굴 쪽에 감각이 날아가 버렸다.
최소한의 마법 방벽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즉사할 뻔했다.
그는 위기감을 느끼고 미리 준비해 둔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죽기 살기로 불어넣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란 걸 직감했기에.
“나의 주인, 나를 굽어보시는 악마여. 지금 이곳에 강림하여 그대의 뜻을 펼치소서.”
파직-!
검붉은 마나.
악마를 상징하는 마나가 요동쳤다.
불의 총통.
거대한 군세를 거느리는 악마, [아미].
이번 퀘스트의 진짜 보스.
코레이의 뒤에서 그를 조종했던 악마가 등장했다.
공간을 찢고 불길이 쏟아졌다.
불로 이뤄진 작은 악마들.
[키이이…….] [키에에엑!]불의 군세.
검붉은 화염을 뒤집어쓴 악마의 군세가 도래했다.
그 모습을 본 코레이는 비척비척 일어서며 미소를 지었다.
혼자 온 마누스는 절대 이 군세를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제아무리 강력한 인간이라 한들, 물량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하물며 그 물량이 인간도 아니고 악마들이기에.
코레이는 믿었다.
이번에야말로 카이사르의 푸른 피가 이 땅에 뿌려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고위 악마들이 강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겠지.
천사들보다 먼저 이 땅을 점령해 두어야 할 터다.
그래야만 훗날 거대한 성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니.
“흐흐…… 한 방 먹었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은 이 군세를 이길 수 없을 테니까.”
[계약자여, 나를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나의 주인, 나를 이끄는 자여. 여기 이단아가 있습니다. 그를 멸하여 악마의 위상을 세우소서!”
[받아들였습니다.]히히힝-!
불꽃을 두른 채 나타난 여인.
타오르는 로브와 거대한 낫.
검붉은 불꽃, 그 자체인 아미가 눈을 들어 자신의 적을 바라봤다.
푸른 귀화를 뿜어내는 인간.
조용히, 압도적인 마나를 뿜어내는 인간이었다.
아미는 낫을 들었다.
그리고는 마누스를 향해 말했다.
[그대, 악마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군요. 동족들의 복수를 위해, 당신을 처단하겠습니다.]“할 수 있으면 해 봐라.”
[먼저 제가 아닌 이들을 상대해야 할 겁니다.] [키에에엑!]아미가 신호하자, 악마의 군세들이 마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기다가 아직 정화되지 않은 코레이의 권속들 역시 마누스에게 달려들었다.
완벽하게 포위되었지만, 괜찮았다.
자신에게는 알비온과 압도적인 무력이 있었으니까.
[크아아아아아-!]알비온이 달려 나가며 참아왔던 전투 본능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엄청난 완력으로 악마들을 후려쳤다.
이제는 아성체가 되어버린 알비온.
녀석은 이제 호랑이가 앞발을 휘두르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했다.
콰아앙-!
가볍게 휘두른 것 같았는데, 악마들의 신체가 산산이 조각나 불똥처럼 튀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파괴력.
신수라는 이름처럼, 알비온은 온몸을 이용해서 악마를 쳐부수기 시작했다.
‘나도 가 볼까.’
두 주먹에 힘을 실은 마누스는 마법을 둘렀다.
악마를 상대하는 건 역시, 신성 마법이지.
빠지지직-.
전신에 새하얀 아지랑이가 피어난 마누스가 새하얀 빛을 매달고 질주했다.
[부여 : 니토르]3클래스 마법이면 충분하다.
잔챙이들을 상대로 많은 마나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주먹을 내지르자 새하얀 불길이 적을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보고 아미가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천사의 힘까지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일 줄이야.
코레이가 애먹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런 파괴력을 지닌 인간이라면, 필시 천사의 심복이겠지.
[코레이, 나의 계약자. 그대는 정말 난해한 적을 두고 있었군요.]콰아아앙-!
천지가 울렸다.
마누스가 미쳐 날뛸 때마다 마을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
아미는 군세를 본격적으로 지휘했다.
그녀가 낫을 휘두르자 진형이 바뀌었다.
튼튼한 악마는 앞쪽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는 악마는 뒤쪽으로.
중간에서 적을 교란하는 이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향으로.
마구잡이로 덤비는 것과 진형을 갖춰 적을 압박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일제히 창을 찔러, 사각을 찌르는 전법.
‘까다로워졌군. 역시, 게임과 많이 달라.’
게임에선 그저 공격력, 방어력 등이 높아지는 것으로만 표현되었던 형태.
그것이 현실로 변모하니 확실히 난이도가 높아졌다.
이리저리 찔러 들어오는 창 중, 빗맞을 수 있는 건 막지 않고 치명적인 곳에 들어오는 공격은 막거나 피했다.
각종 마음가짐이 합쳐진 마누스의 몸뚱이는 그야말로 병기, 그 자체였으니.
거기다 인챈트 된 갑옷까지 갖춰 입었다.
그의 방어력 역시 일반적인 악마의 공격력으로 뚫기엔 요원한 수준이었다.
“어, 어찌해야 합니까.”
[어쩔 수 없군요.]아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체력을 빼놓기 위해 군세를 보냈지만, 오히려 몸만 풀어주고 있는 꼴이었으니.
자신까지 가세해 몰아쳐야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멍청한 악마들과 달리, 아미 본인은 전술과 전략을 수립해 싸우는 악마.
군세를 운용했을 때, 그녀의 힘은 배가 된다.
아미가 타고 있던 말이 투레질을 하며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군대의 진짜 힘은 강인한 방어력의 보병과 압도적인 돌파력의 기병이 만나 생기는 것.
[그대를 위해 내 군세를 모두 꺼내게 될 줄은 몰랐군요.]아미가 거대한 낫을 휘두르자, 마법진에서 불의 말을 타고 있는 기병이 등장했다.
그녀와 똑같은 복장, 똑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기병들.
타오르는 낫, 불처럼 일렁이는 갈기, 후욱 내뿜어지는 불의 숨결까지.
마누스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저 군세는 원작에서도 꽤 골치 아팠지.
아미의 전매특허이자, 전장을 헤집으며 아군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악마의 기병이었다.
‘여기서 싹 다 박살 낼 수 있겠어.’
하지만, 그에게서 피어나는 건 웃음이었다.
저들은 원래 아미의 별동대로 설정된 이들.
그들은 성직자들의 정화 계획을 방해하는 놈들로, 정말 짜증 나는 별동대였다.
일단 전원 기병이니 기동력은 말도 못 하는 수준이었고, 코레이에게 가는 방향을 교묘하게 막기도 했다.
그렇기에 저 기병은 반드시 없애야 할 존재임과 동시에 교묘하게 유인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저 기병들을 얼마나 잘 막느냐에 따라 서브 퀘스트의 난이도가 달라질 정도.
오히려 자신에게 모두 달려든다면, 상당히 좋은 일이었다.
“알비온, 뒤로 빠져라.”
알비온이 훌쩍, 뒤로 물러섰고 마누스는 본격적으로 템포를 올렸다.
온몸으로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치며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빈틈이 생기면 기병을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양 떼를 학살하는 사자처럼 이리저리 날뛰는 마누스.
기병들이 합심했음에도 그 전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마누스는 기병의 말 하나를 빼앗아 타고 다니며 진형을 붕괴시키기까지 했다.
[……코레이. 자리를 피해 대계를 완성하세요. 여긴 제가 막겠습니다.]“아, 알겠습니다.”
코레이 역시 마누스의 활약을 보고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인간이 아니었다.
이미 괴물의 경지까지 올라간 인외의 존재일 뿐.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의 난이도 차이가 만들어낸 괴리감이었지만, 이 사람들이 그런 걸 알 수는 없었다.
아미는 낫을 휘둘러 마누스를 맞췄다.
콰아아앙-!
거대한 불길이 일고, 말에 있던 마누스가 저 멀리 건물에 처박혔다.
아미는 그사이 대열을 정비하고 곧 다가올 마누스를 기다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돌격 준비를.] [예.]기병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그녀의 옆에 섰다.
하지만, 마누스는 시간이 지나도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상함을 알아채는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카이사르는 마법사 가문.
그것도 위대한 가문으로 칭송받는 마법사 가문이었다.
근접전으로 적을 유도한 것은 한 곳에 몰아두기 위함이었다.
진형을 갖추는 바로 그 순간.
마누스의 마법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더블 스프레드] [파룸] – [담노]파지지지직-!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마법.
잔챙이들을 쓸어버리기엔 가장 좋은 신성 마법이 완성되었다.
[아돌레오]천상에서 징벌의 번개가 쏟아졌다.
마법진에서 통째로 쏟아지는 새하얀 광선은 마치, 하늘에서 쏘아내는 레이저 광선 같았다.
콰르르르르르르-!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악마의 군세가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키에에에엑-!] [크아아아아아-!]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은 적들의 비명.
마누스는 잔해를 헤치고 나오며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좀 강한 놈으로.
[디비누스 아스타]콰지지지직-!
새하얀 성창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언제나 짜릿한 감각이었다.
그 어떤 적이든 분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기분 좋은 고양감이 마누스를 감쌌다.
그 징벌에서 살아남은 악마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미 역시 말을 잃고 겨우 몸을 피한 상황.
신성 마법은 악마에게 두 배의 피해를 주니, 아미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겠지.
[후우…… 당신, 천사의 하수인인가요?]“그럴 리가. 나는 순수한 인간이다. 내 땅에서 도둑놈을 몰아내기 위한 집주인이지.”
[그것참 다행이군요.]아미는 낫을 고쳐잡았다.
군세는 아주 조금 남았고, 전력이라고 칭하기엔 무의미할 정도였다.
이젠 물러설 곳은 없었다.
악마와 인간의 격돌이 다시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