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1)
제231화
231화 – 원딜인데 평타가 강함
#1
콰앙-!
에이커 가문의 병영.
그곳에서는 오늘도 수련이 한창이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단체로 훈련하는 것이 아닌 결투를 하고 있다는 것.
거대한 소리와 함께 사람 하나가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다.
“끄억!”
“……다음.”
상의를 탈의한 채 땀을 흘리고 있는 남자는 무심하게 다음 도전자를 요구했다.
목검을 들고 앞에 선 도전자는 나름대로 착실하게 무장을 갖춰 입었다.
두 사람은 자세를 잡고 격돌했다.
파앙-!
한눈에 봐도 심상찮은 소리.
가죽 보호대와 목검이 만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작게 속삭였다.
“저게 마법사라고?”
“마투학이 저렇게 대단한 거였나?”
“뭐야, 그러면…… 약점 없는 마법사 아닌가 사실?”
“……나도 모르겠다.”
전사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 병영, 마법사들의 일터가 바로 마탑이었다.
두 곳은 불가침의 영역이었고,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았다.
아무리 카이사르의 직계라도 업무적인 명령 외에는 신경 쓰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카이사르는 마탑이 주류지, 병영이 주류가 아니었으니.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침부터 대뜸 찾아온 카이사르의 둘째 공자.
그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정오가 지날 때까지 기사들을 두들겨 패는 중이었다.
마법사라며, 진짜 마법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무자비한 모습으로.
“끄아아악-!”
“손목이 부러졌군. 다음!”
검을 든 손목이 돌아갔다.
치유 마법을 캐스팅해, 가볍게 원래대로 돌려준 마누스가 다음 도전자를 찾았다.
벌써 스무 명도 넘게 때려눕히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끝없는 활력과 끝없는 마나.
마누스는 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볕을 맞으며 기사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다.
이번엔 보다 못한 기사단장이 나섰다.
“공자님.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오라.”
“마투학, 정말 경탄할 만한 무학이군요.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제니퍼 교수님께서 괜히 비공식 최강자가 아닌 이유겠지.”
미토스 아카데미의 제니퍼 교수.
하는 거라곤 홀로 수련하는 것과 이따금 학생들을 죽기 직전까지 굴린다는 악명 높은 교수.
하지만, 그녀가 최강이라는 덴 이견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마투학으로 완성된 고강한 육체와 압도적인 강함 때문이었다.
단독으로 마스터급 기사단장을 포함, 기사단 하나를 완전히 뭉개버릴 수 있는 인간 병기.
그게 바로 제니퍼였으며 황궁을 지키던 주먹이기도 했다.
“오러를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좋다.”
마누스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 역시 마투학의 정수를 꺼내, 전투준비를 마쳤다.
[부여 : 템페스토]콰르르르르르르-!
손과 발, 그리고 몸뚱이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꿀꺽, 오러를 끌어올린 기사단장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머리칼 속, 푸른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기사단장은 목검을 굳게 말아쥐었다.
피차 죽이진 않을 거다.
조금 다쳐도 치유 마법을 써 주겠지.
마스터까진 아직 한참 남았지만, 그도 엑스퍼트 등급 중에서도 최상급.
“후우…… 가겠습니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모두는 그날 보았다.
카이사르의 마법사는 더 이상, 약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2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가주님도 좋아하시겠군요.”
마누스의 말에 티란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하시겠지.
에이커 가문에 들어찬 악의 교단은 뿌리 뽑기 쉽지 않을 터다.
영지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관리해야 하는 사람과 땅도 많아지는 것이니.
카이사르 공국은 지금까지 제국의 창고 역할을 해왔다.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천혜의 요새와 같은 지형은 작은 땅으로도 많은 것을 얻게 해 주었다.
에이커 영지가 카이사르령으로 합병되며, 많은 것이 변하는 중이었다.
“고생해. 졸업하면 도와주지.”
“……퍽이나. 에레스는 안 보고 가나?”
“곧 기말고사라.”
티란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6월.
여름이 찾아오고 있었다.
“벌써 그렇게 됐나. 방학이 되면 계속 집에 있겠군.”
“글쎄. 좀 바빠서.”
“들러서 서류 작업이나 좀 해라.”
“그럴까.”
마누스는 휘적휘적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티란니스 역시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업무에 집중했다.
몇 개월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큰 것이라면, 역시 마누스의 각성이겠지.
그리고 가족 간의 끈끈한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 정도일까.
평소 소 닭 보듯 서먹했던 가족이었다.
하지만, 마누스가 그 사이를 깊이 파고들어 이어버렸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다른 가문도 이럴까?
아니, 아닐 것이다.
이런 가풍은 오직 카이사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더욱 특별해진 기분이었다.
마누스가 돌아간 다음엔, 아마도 자신의 평판 역시 올라가 있겠지.
아니면 마누스가 그 모든 영광을 가져갈지도.
티란니스는 작은 미소와 함께 펜을 내려놓았다.
“아무렴, 이젠 상관없겠군.”
그의 표정은 점점 온화한 가주, 라베스를 닮아가는 중이었다.
#3
카이사르 영지에 돌아온 마누스.
라베스가 있는 집무실로 향하니, 웨이가 먼저 기다리는 중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자님.”
“가주님은 안에 계시는가?”
“예.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맙군.”
웨이는 깊게 허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언제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아버지, 라베스가 보였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마누스를 향했다.
인자하게 미소 짓는 사람이었지만, 마누스의 본능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항상 존재했다.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 그가 가진 힘 때문에.
지금 라베스가 탑에 들어가 사도들을 무찌른다면, 어디까지 상대할 수 있을까.
기대감, 그리고 경외심.
그런 감정들이 마누스의 가슴을 채우기 때문에 라베스에게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마누스는 그런 두려움을 삼킨 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가주님.”
“그래. 잘 다녀왔느냐.”
“예. 중간에 사고가 좀 있었지만, 교단의 간부를 처리하고 왔습니다.”
“사고 쪽이 더 궁금하구나. 무슨 일이 있었느냐.”
역시, 응당 누군가를 이끄는 자리라면 사고 쪽을 더 궁금해하겠지.
마누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사고라면 총 두 가지가 있었다.
차근차근 설명하기 위해,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하나는 악마와 교회의 전면전을 부추긴 것. 다른 하나는 제가…… 기사단장을 팬 것 정도일까요.”
“……재미있는 사고로군, 자세히 말해 보거라.”
평소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던 라베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이 자신의 형과 비슷한 점이 있어, 마누스의 표정 역시 부드럽게 풀렸다.
자리에 앉으며 에이커 영지에서 있었던 일을 천천히 풀어 주었다.
기사단장은 정말 강했다.
노련함이며 오러의 양이며, 마누스가 상대한 적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한 이였다.
하지만, 그의 가장 부족한 점은 지구력.
육체에서 오는 체력이 아닌, 마나의 총량이었다.
보상으로 얻은 능력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저질렀던 일인데, 일국이라고 칭할 정도로 강대한 에이커 영지의 기사단장을 꺾었다.
그가 아무리 예비대 소속이라고 해도, 정예가 아닌 이를 기사단장에 앉히지는 않았을 터.
일대일 승부에서, 아직 학생인 마누스가, 그것도 마투학만으로 기사단장을 꺾었다.
“그거…… 제법이로구나.”
“혹시 아버지께서도 토드 교수님을 아십니까?”
“토드…… 알고 있다. 나와 동기생이었는데.”
“그분께서 무기술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가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누스의 말은 제법 흥미로운 것이었다.
과연, 그 자존심 강했던 토드가 그랬단 말이지?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그나저나 마누스에게 무기술이라니, 카이사르의 역사가 많이 바뀌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이후 버클리 가문에 간다고 했었나.
그렇다면 방패술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방패는 어떠냐.”
“나쁘지 않겠군요. 하지만 그러면 토드 교수가 아닌 다른 이에게 배워야 할 겁니다.”
“전사라고 모두 방패를 안 쓰는 건 아니다.”
그래, 전사들도 분명 검과 방패를 쓰는 이들이 있었다.
마나의 운용 방식으로 직업을 나누는 거지, 무기로 나누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패와 마법, 그리고 마투학.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무엇보다 급할 때 방패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판저로 막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니.
“이제 곧 기말고사라지.”
“그렇습니다.”
“흠…… 널 지목할 대전사는 누구일 것 같으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면 도사지.
마누스는 솔직히 말했다.
“같은 가문의 대전사도 가능했던가?”
“아마 가능하겠죠.”
“그러면…… 적합한 인물이 있겠구나.”
라베스의 말에 마누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카이사르에서, 아주 강력한 대전사가 아카데미에 파견될 것이라고.
마누스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보낸 강력한 대전사.
기말고사 역시, 그에게 시련을 던져 주겠구나 싶었다.
“그럼, 여독을 풀고 출발하거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충고 한마디 해 주마.”
“……경청하겠습니다.”
라베스의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그는 원소 마법 하나만으로 저 자리에 올라갔다.
우월한 유전자, 그리고 압도적인 재능도 있겠지만 최고의 마도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압도적으로 깊은 이해력을 가진 한 가지의 무기.
원소학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평정할 수 있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다.
라베스는 지금 그 말을 아들에게 전달할 생각이었다.
“네 본질을 잊지 말거라.”
“괜찮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이룰 생각이니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라베스는 아들의 패기를 보았다.
모든 마법.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강자가 되겠다는 것.
모든 분야에서 끝을 보겠다는 것.
그것은 모든 마법사의 꿈이자 라베스도 이루지 못한 궁극의 경지였다.
그걸 무어라 불러야 할까?
라베스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저는 최고가 될 겁니다. 그 어떤 면에서든.”
“응원하마.”
마누스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라베스는 기이한 열망을 느꼈다.
모든 마법의 절정.
그걸 이루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할까.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까.
그는 마누스가 왜 가주 자리에 관심이 없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저 바보같이 강함만을 추구하는 이에게, 권력 싸움은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라베스는 묵묵히 앞을 보고 달려가는 아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기로 했다.
‘힘내거라.’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마누스의 뜻을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그를 밀어주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웨이, 있느냐.”
“예, 가주님.”
“네게 부탁할 것이 있다.”
마누스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