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234화 – 누군가의 죽음
#1
사냥꾼.
이사장은 사막에 사는 용병을 특별히 초빙했다.
사막의 이빨이라고 불리는 자들.
한때는 마적이었지만, 사막에 국가가 생기고 정식 용병이 된 이들이었다.
특유의 잠입 능력과 신속하고 빠른 검술은 특유의 날카로움을 살렸다.
항상 두 사람이 한 조로 다녔으며 몬스터보단 대인전에 특화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청부살인 같은 일을 도맡아 하겠지.
‘저쪽에 한 놈.’
‘알았다.’
‘죽이면 안 된다. 알고 있지?’
그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 마법도 쓰지 않았다.
수화로 뜻을 전달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유용하게 쓰였다.
마법은 도청할 수 있고, 육성으로 말하면 뛰어난 실력자가 들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허공에 손짓하는 방법으로 소통 방식을 발전시켜 온 것.
적진 한복판에서 움직일 때가 많은 그들의 특성상, 수화의 발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스스슥-.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자잘한 풀이 스쳐 소리가 났다.
‘불편하군.’
인공 섬은 다양한 생태계가 마련되어 있는 곳.
그들이 떨어진 곳은 하필이면 소리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 녹지대였다.
검은 머리칼.
푸른 눈동자.
정보에서 보던 것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들은 며칠 전부터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자며 생활했다.
지리를 익힌 것은 물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위험한 곳이어도 적응만 한다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었으니.
‘한 번에 친다.’
‘알았다.’
두 명의 사냥꾼은 의사소통을 끝낸 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저 눈동자와 머리칼.
잊을 수 없는 상징성이었다.
대륙에서 사는 이들 중, 저런 이들을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
카이사르와 현 제국의 황제는 전 세계를 누비며 전쟁을 일삼았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피와 시체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검은 머리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건 사막의 전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눅 들지 마라. 놈은 아직 학생이야.’
후우우우…….
길게 숨을 들이쉰 사냥꾼 한 명이 조용히 검을 꺼냈다.
실제로 날이 서 있는, 오크의 가죽도 별 힘들이지 않고 갈라버릴 수 있을 정도의 검.
사막의 전사들은 일격필살을 묘리로 삼는 이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아카데미의 기술력은 꽤 굉장했고, 이곳 인공 섬은 일종의 가상현실이었으니까.
아카데미가 생긴 이래, 인공 섬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건은 딱 세 건.
그중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후에 의해 익사하거나 쇼크사한 것뿐이었다.
‘흐으읍-!’
그러니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 사냥꾼 두 명이 검은 머리칼의 사내, 마누스에게로 쇄도했다.
일격이다.
일격에 죽이지 않으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 사막의 전술.
빛살이 되어 허공을 가르는 두 자루의 검이 정확히 마누스의 심장과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콰아앙-!
마법사라고 들었던 마누스의 반응은 기민했다.
빙글, 몸을 회전하며 검을 빗겨내고 빈틈을 향한 발차기.
그대로 한 명이 온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사냥꾼의 실력은 이 정도인가.”
“……이미 알고 있었군.”
“그래.”
“물러난다면, 보내주겠나?”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전장이 아니었다.
사냥꾼이 많이 살아 있어야 다른 이들에게도 시련을 내려줄 터.
벌써 사냥꾼의 머릿수가 주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후우…… 고맙군. 자칫 잘못했다간 밥값도 못할뻔했어.”
“대신 나는 공격하지 말도록.”
“그래. 하지만 다른 이들이 발견해서 공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거까진 막을 생각이 없다.”
사냥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사라진 동료를 찾으러 사라졌다.
길을 걸으며, 짧은 격돌에 대한 감상을 삼켰다.
카이사르라고 했던가.
녀석은 마법사가 아닌 무인(武人) 그 자체였다.
근접전에 능한 마법사를 보통 마법사라고 칭하지 않는다.
마검사, 혹은 마투사라는 용어가 있으니까.
반대로 마법에 능한 전사를 보통의 전사라고 칭하지도 않는다.
괴물.
녀석은 재능의 축복을 뒤집어쓴 괴물이었다.
“진짜 죽을 뻔했군. 이봐, 혹시 안전장치가 날아간 건 아니겠지?”
“…….”
동료가 날아간 흔적을 쫓아갔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쯧, 그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방에 안전장치가 박살 날 줄이야.
그의 동료는 리타이어 된 것이 분명했다.
“내구도가 이렇게 약해서야…… 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비릿한 향이 올라왔다.
분명, 이건 피 냄새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인공 섬에서 사람은 피를 흘리지 않았으니까.
모두 안전장치에 의해 지켜질 뿐.
타박상조차 입기 어려운 것이 안전장치의 효능이었다.
그런데, 피를 흘린다?
“크륵…….”
“뭐야, 짐승인가.”
그곳에는 몸을 웅크리고 피를 흘리는 짐승이 있었다.
생존 평가인 만큼,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섬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으니.
사냥꾼은 다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합류하기 위해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보지 못했다.
짐승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절규와 고통을 보지 못했다.
그 눈동자가 동물의 것이 아닌, 인간의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2
“성공적인데.”
“주변에 있는 녀석들은 모두 정리했군. 목표는 누구라고 했었지?”
“호세라고, 쓰레기로 낙점된 녀석이란다.”
“좋아, 찾아보자.”
마누스가 있는 곳의 반대편.
비릿한 혈 향이 넘치는 곳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분명 이곳은 인간의 피가 흩뿌려지지 않아야 하는 곳인데, 이곳은 혈 향 때문에 다른 냄새를 맡기 힘들 정도였다.
이들은 사막에서 온 전사들이 아니었다.
사막의 전사들이 썼던 옷을 입고, 본래 전사였던 것들을 치우는 이들.
그들은 누군가의 특별한 명령을 받고 이곳에 도착했다.
인공 섬은 본래 마법진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는 곳.
‘하지만, 그분이 주신 지도로 온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지.’
‘침식지대를 오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인공 섬을 마법진 없이 오갈 수 있는 유일할 방법.
그것은 침식지대를 이용해 도착하는 방법이었다.
아카데미를 벗어나, [뱃사공]을 통해 지나올 수 있는 길이 있었으니.
그렇게 도착한 이들은 사냥꾼을 죽이고 진짜 사냥꾼이 되었다.
그분께서 미리 손 써둔 덕분에, 일이 제법 쉽게 풀렸다.
이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조용히 사라지기만 하면 될 일.
“가자.”
“예.”
그들을 이끄는 자가 무리를 이끌었다.
일행은 총 넷.
하지만 사냥하기엔 충분한 숫자였다.
저 멀리서 진정한 사냥감의 냄새가 흘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안전장치는 어떻게 해제할 겁니까?”
“이미 방법을 받았다. 어차피 일회용이니, 너흰 알 필요가 없다.”
“알겠습니다. 목자시여.”
목자라고 불린 이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구슬을 꺼냈다.
특정한 마법이 들어가 있는 구슬.
이것만 있으면 특임대의 임무는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여분까지 있으니 임무의 실패는 없었다.
임무의 실행은 생존 평가가 끝나는 날.
정확히 마법진이 발동하기 직전에 일어나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너, 네가 맡은 임무를 하라.”
“알겠습니다. 목자시여.”
목자의 명령을 받은 한 명이 사라졌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사냥감을 물색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3
마누스는 첫날 밤을 평안하게 보냈다.
그가 받은 지령은 한 명의 학생을 탈락시키는 것.
난이도 자체는 아주 쉬운 편이었다.
아무나 만나면 일단 탈락은 확정이었으니.
정처 없이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는 만나겠지.
[둑스] 마법이 길을 가르쳐주기로 할 것이고.마누스는 앞으로의 일 역시 생각해 보았다.
‘사막 공략은 순조롭고…… 원작에서 다음 빌런이 나타나는 것 역시 9월이었으니.’
방학은 아주 좋은 수련 시간이었다.
스팩업을 가장 많이 이룰 수 있는 때이기도 했다.
12월이 오기 전, 모든 이들의 레벨을 60대 전후로 맞춰둘 필요가 있었다.
그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대충 5클래스 마법 한두 가지만 익혀도 성공이겠지.
나머지 2년은 글쎄…… 사건이 워낙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깨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때면 한가롭게 탑을 오를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
극단적인 경우엔 하루에 백 층을 모두 올라 깨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미리미리 진도를 나가 둬야 한단 말이지.”
그의 혼잣말은 계속되었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적당한 은신처를 잡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마음 한켠엔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인공 섬에 나타난 거대 생명체 덕분이었다.
침식도 아주 잠깐이었고 실루엣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어디, 다시 한번 등장해주지 않으려나?
‘……괜한 기대였나.’
모닥불이 한참을 타올랐지만, 침식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일도 하루종일 돌아다니기 위해선 체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으니…… 이만 조금 눈을 붙여야겠지.
마누스는 기대감을 접고 눈을 붙였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꽤 많은 학생을 마주쳤으나 그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정신 나간 인간은 없었다.
제일 처음 마주친 학생만이 불쌍한 희생양이 되었을 뿐.
“오, 마누스. 생각보다 별일 없었나 보네.”
“저한테 덤비는 간 큰 놈은 없죠.”
마지막 날 오전.
마누스는 니아와 함께 움직이는 중이었다.
산토레오와 마주쳤다면 한번 붙어보자고 했을 텐데, 다행히 그와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사냥꾼들 역시 제법 조심스럽게 움직이는지, 생각보다 탈락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니아도 그걸 느꼈는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확실히 전년도에 비해 생존자가 많았으니까.
“이사장님이 실수하신 걸까? 왜 이렇게 많이 살았지?”
“그러게요. 생각보다 많이 살아남은 느낌이군요.”
“뭐…… 어차피 이제 30분 후면 끝나니까. 대충 배도 채웠고, 얘기나 하면서 보내자.”
“그러죠.”
어차피 덤빌 인간도 없고, 사냥꾼도 보이지 않았다.
생존 평가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그렇게, 마법진이 작동되는 시간이 되었다.
“끝났네. 으으, 오늘은 집에 가서 씻고 쉬어야지! 밖에서 보자.”
“그러죠.”
환한 빛이 모두를 감싸 안았고, 마누스는 무사히 인공 섬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마누스는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을 들어야만 했다.
“꺄아아아아악-!”
“무슨 일인가!”
“호, 호세가, 호세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흥건한 피.
진인하게 난도질당한 신체.
억울한 듯, 눈도 못 감은 얼굴.
그곳엔, 사지가 갈가리 찢긴 호세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복부엔 어딘가를 상징하는 검이 피를 반사해, 붉은빛을 뿌려댔다.
귀족이, 평민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