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7)
제237화
237화 – 침식지대 속 모험
#1
침식지대.
이면 세계라고도 불리는 곳은 본디, 아카데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있는 지구라트.
주된 던전은 그곳이지만, 이벤트성으로 일어나는 곳도 충분히 존재했다.
아카데미 외곽,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곳까지 발을 옮긴 선택받은 이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인 만큼, 그들의 심리는 약간이나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정문을 나서, 동쪽으로 쭉 가면 있는 해안가.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길을 따라가면, 인공 섬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이사장의 말을 상기했다.
“선배가 조금 늦네.”
“트레이스 녀석, 어디 간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알라노, 그리고 마누스가 트레이스를 찾으러 지구라트 근처로 향했다.
두 사람이 떠나간 지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자, 슬슬 걱정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먼저 떠나갈 수도 없는 상황.
그들은 하릴없이 마누스와 알라노를 기다리고 있었다.
텁텁하니 숨이 막히는 공간에서 수십 분을 서 있는 건, 제법 힘든 일이었다.
가만히 있던 기예르모가 방패를 들었다.
“몸이라도 대충 풀고 있어야겠군.”
“오…… 좋은 생각인데?”
그의 주장을 니아가 받아주었다.
마누스 때문에 열이 잔뜩 오른 기예르모.
평소에도 수련을 밥 먹듯 하는 친구였지만, 운동회 이후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니아가 물었다.
“그런데, 요즘 너 엄청 열심히 한다? 왜 그런 거야?”
“수학여행에서 죽기 싫습니다.”
“……엥?”
“마 맞다.”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수학여행의 시간.
이제 곧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니아는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물음표를 띄웠고 1학년들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마누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어마어마한 폭풍이 돼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제니퍼 교수라는 어마어마한 태풍의 눈을 몰고서!
피어슨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얼른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흡흡, 자세가 아주 엉망이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니아는 그 모습을 보고 사태 파악을 위해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수학여행이 왜?”
“이번 수학여행 총책임자가 제니퍼 교수님이잖아요. 엄청난 플랜을 준비하셨다는데요?”
“아…… 난 왜 몰랐지?”
니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문득, 또 병이 도진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조금 잠잠해지나 했더니, 또 시작인가.
니아는 툭툭, 머리를 두들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자주 깜빡하네. 알려줘서 고마워.”
“저…… 또 뭔가를 잊어버리는 건 아니죠?”
“모르겠다. 계속 이쪽에 들어오면 심해지는 것 같은데…….”
“그러면…….”
“들어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 나도 절박하니까 이쪽으로 들어온 거지.”
걱정스러운 케일의 눈빛을 받은 니아가 작게 투덜거렸다.
짜증 나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2
한편, 마누스와 알라노는 상처투성이인 트레이스를 발견하고 치유마법을 걸어주는 중이었다.
어디서 뭘 하고 있었기에 이 모양인 건지.
알라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어…… 수련이요.”
“수련? 누가 수련을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해!”
“그게…….”
상처가 아물고 부었던 얼굴이 돌아오자, 알라노는 더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본래 마누스가 알고 있었던 얼음 미녀, 알라노의 모습이었다.
“당장 나가서 현실에 있도록 해.”
“하, 하지만.”
“당장-!”
“아, 알았어요.”
“후…… 일단 다녀와서 얘기하자.”
그녀는 사과도 없이 몸을 돌려 사라졌다.
마누스는 트레이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나중에 사과해라. 알라노는 무리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니까.”
“……알겠습니다.”
“뭐, 난 긍정적으로 본다. 네 목숨이 계속 달려있다는 가정하에.”
“…….”
트레이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대놓고 화내는 알라노보다 비꼬듯 말하는 마누스가 더 무서운 건 왜일까.
마누스는 알라노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홀로 남겨진 트레이스는 작은 한숨과 함께 현실 세계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직후, 마누스에게도 메시지 하나가 생성되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트레이스를 바라본 마누스는 이내 몸을 돌렸다.
알라노의 선택이 옳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해서 다시 일행에 합류한 이들.
둘만 오고 있는 걸 확인한 케일이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트레이스는요?”
“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우리끼리 간다.”
“아, 알겠어요.”
“뭐야, 결국 둘만 온 거야? 에잉…… 근데 걔는 여기 계속 있어도 괜찮으려나?”
니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자신도 이렇게 고생하는데, 트레이스는 괜찮을까?
순수한 걱정 때문에 한 질문이었다.
“체질이라는 것이 있으니…… 어쨌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이동하죠.”
“좋아, 출발!”
일행들은 아카데미 부지를 벗어나 걸음을 옮겼다.
동쪽, 본래 숲이 자리해야 할 곳은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진 나무만 존재했다.
덕분에 길은 순식간에 찾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근데, 길이 꽤 먼 것 같은데 열두 시간 안에 저쪽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러게…….”
“괜찮을 거다. 돌아올 때까지 이사장님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주실 테니까.”
“음…… 그러겠지? 범인 색출에 시간도 오래 걸릴 테고.”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닉스 이사장은 정말 유능한 사람이었다.
이 정도 시간이야, 충분히 끌어 주겠지.
기껏해야 이삼일 정도밖에 안 걸릴 터다.
적도 인공섬에서 빠져나가야 할 터다.
인공섬에서 이쪽으로 나오는 길 역시 하나였으니 빠르게 움직이면 중간에서 마주칠 것이다.
과연, 어디서 마주칠까.
마누스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는데.”
“뭐죠?”
“적은 인간이지만, 몬스터랑 다를 게 없을 거다. 죽음도 불사하겠지.”
“맞아요. 그렇겠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확인 사살은 필수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광신도 집단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상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상식을 초월하는 방법을 사용하겠지.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방심할지도 몰랐다.
심하면 자폭 공격도 서슴잖는 녀석들이었다.
방심하면 한 방에 골로 가는 거다.
그들은 숲을 지나, 해안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라진 바다를 발견했다.
“여기가…….”
“저기 보이는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공섬이 보였다.
오직 침식지대에서만 보이는 인공섬.
거대하고 웅장한, 그러면서도 칙칙한 분위기가 풍기는 섬이었다.
#3
그들은 쉴 새 없이 달렸다.
이곳, 침식지대에 오래 있으면 정신과 육체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죽은 자의 세계에서 활개를 친다.
그것은 이 세계의 저주를 한 몸에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빨리 움직인다.”
“예, 목자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지령이 내려왔다.”
“무엇입니까?”
평민을 죽였으니, 이번에는 귀족을 죽여야겠지.
그분의 계획은 완벽했다.
분란을 만들고 이득을 취한다.
에레시스는 아카데미를 붕괴시키고 죽은 자들의 땅을 널리 퍼뜨릴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아카데미의 두 축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바로 평민과 귀족.
교수들 역시 평민과 귀족으로 나뉘어 있다지.
아래서부터 발생한 균열은 점차 위로 올라갈 것이다.
종국엔, 모두를 둘로 갈라놓겠지.
“귀족 중 한 명을 죽인다. 적당히, 중요한 인물로.”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그대의 힘이 필요하겠군요.”
“맡겨만 주시길.”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인공섬을 벗어나, 다시 아카데미로 향했다.
이면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통로는 아카데미 구석에 있는 곳이 유일했으니.
그곳까지 빠르게 도착하지 않으면, 영영 이곳에서 표류하게 되리라.
하지만, 그들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해안가.
당장에라도 거대한 바닷물이 양쪽에서 덮쳐올 것 같은 길을 걸어온 그들 앞에, 낯선 이들이 서 있었으니까.
“여기 있었군. 쥐새끼들.”
“……그대들은 누구지? 학생인가?”
“너희들이 죽였지?”
호세.
평민이지만, 또 마누스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허무하게 죽을 인물은 아니었다.
사람의 목숨을 쉽게 가지고 노는 이들은, 자기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알 것이다.
마누스는 익숙한 행색을 한 이들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그들 역시 곡도를 뽑아 들며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목자라고 불렸던 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 이거 찾던 사람을 만났네. 이단자들. 나그네를 죽인 이단자들이었군.”
“처리하겠습니다.”
“참내, 누가 누굴 처리한다고 그래?”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니아 역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사도보다 강하겠는가.
에레시스.
본격적으로 부딪힐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카데미 학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놈들과 싸워야 한다 이거지.
이건 몬스터 토벌, 영지 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거대한 세력, 어쩌면 그 뒤에 있을 무언가와도 싸워야 할 테니까.
“여기서 죽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거, 알고 있나?”
“당연하지. 그래서 우리가 여기로 온 거고.”
학생치고는 너무 자신만만한데.
목자는 슬쩍 느껴지는 기운을 바라봤다.
모두 또래에 비해 제법 강해 보였지만, 전황을 완전히 뒤집을 경우는 아니었다.
숫자도 많고 전력도 압도적이다.
학생의 객기인가.
뭐 좋다.
어차피 여기서 죽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테니까.
죽이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죽여라.”
“예-!”
낯선 이들이 달려들었다.
일행들은 동시에 전투 대형을 갖췄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마누스가 전위에 나와 있다는 것.
아나이스, 케일, 알라노, 니아, 그리고 피어슨이 뒤쪽에 자리했다.
전위의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해 마누스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일행은 동시에 숨겨두었던 마나를 개방했다.
쿠르르르르르-!
주변이 뒤흔들릴 정도의 마나 폭풍.
“……아니?”
“이거, 우릴 너무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네.”
파지지지지직-!
황금빛 전격이 에레시스의 전사 한 명을 집어삼켰다.
그 뒤로 불, 얼음, 바람이 날았다.
목자는 그 모습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마법사 주제에 앞으로-.”
“꺼져라.”
곡도를 휘두르기도 전에 날아온 주먹.
그것도, 그냥 주먹이 아닌 마나로 이뤄진 주먹이 에레시스 전사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제는 캐스팅보다 빨리 펼칠 수 있게 된 마투학이 전사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기사 단장급 인사도 무릎 꿇렸던 일격이다.
안면에 강력한 일격을 허용한 이는 그대로 해안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의 꽤 큰 덩치가 한 줄기 빛이 되어 목자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뭐야, 고작 이 정도인가? 에레시스도 별거 아니군.”
그리고, 마누스의 입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 흘러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