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4)
제244화
244화 – 모든 사건의 앞당김
#1
검은 구름.
마나로 이뤄진 진득한 수분 알갱이들은 후덥지근한 기류를 일으켰다.
망토가, 머리칼이 펄럭이며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려야 하는 강풍.
그럼에도 붉은 눈동자의 케일은 마법의 결과를 의연하게 바라보았다.
핵을 꿰뚫은 5클래스의 카덴차.
울컥, 비릿한 맛이 목 안에서 올라왔으나 꿀꺽 삼켰다.
마누스가 느꼈던 현상이 무엇인지, 대번에 느낄 수 있는 몸 상태였다.
‘힘들어. 힘들다. 하지만…….’
서 있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강인한 의지력을 가졌고, 무엇인지 모를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쓰러질 수 없었다.
자신이 쓰러진다는 건, 곧 동료들에게 위협이 가중된다는 뜻이었으니까.
“과연, 확실히 ‘그 일족’의 후손이라고 말해도 믿겠어.”
“……네?”
말하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꾸역꾸역 입을 열었다.
인비데아는 비교적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케일의 눈엔 보였다.
그녀 역시 날뛰는 마나를 진정시키느라 조금은 애쓰고 있다는 걸.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새 이 정도까지 따라왔구나.’
물론, 그녀와 전력으로 맞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그래도 어디 가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진 성장했다.
불과 삼 개월 만에 말이지.
그 사실만으로도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쓸모없는 년.> [밥만 축내는 버러지. 대체 우리 마을에 와서 하는 게 뭐야!?> [넌, 재앙을 몰고 오는 년이잖아!>그런 말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제는 떨쳐낼 수 있었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도움이 되는, 주변 이들을 지켜주는 이가 될 테니까.
인비데아는 하늘을 바라봤다.
뻥 뚫린 구름의 중심.
저래서야, 이전과 같은 낙뢰를 불러오는 건 못 하겠지.
둥둥 떠다니는 마나를 회수한 뒤, 그녀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항복. 방학 때 보자, 동생.”
시원스럽게 뒤돌아 나가는 인비데아.
검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며 한껏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모습을 수많은 이들이 바라봤고, 또 감격했다.
와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거대한 함성이 몰아쳤다.
“진짜, 폼이란 폼은 다 잡네.”
물론, 그녀의 동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케일이란 존재가 세상에 똑똑히 각인되었다.
중간고사에 이어, 기말고사까지.
그녀는 카이사르의 마도사와 붙어 인상적인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난다면, 그녀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겠지.
귀족들의 눈이 빛났다.
저 아이는 원석이었다.
그것도 커다랗고, 빛이 번쩍이는,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원석.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천만금을 주어서라도 꼭.’
귀족들의 기 싸움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치를 보고 말하던 것을 멈췄다.
이 세계는 그런 곳이었다.
인재가 곧 권력이 되는, 그런 세계.
케일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했고, 이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겹쳐 뛰어난 신예가 되었다.
저 능력, 저 핏줄을 자신들이 이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위대한 가문도 꿈은 아니겠지.
모두의 눈에 탐욕이 번지기 시작했다.
“흥, 멍청한 놈들이로군. 저 괴물을 제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에레시스라……. 의아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오늘, 이곳에는 아브렐 가문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딸의 성장을 목격함과 동시에 이 아카데미에 있는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건수가 있을 때마다 방문할 예정이었으니.
에레시스.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집단이었다.
아브렐 가문 특유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에레시스와 이 아카데미는 분명히 무언가 연관성이 있다고.
가주는 장남에게 말했다.
“에레시스라는 집단에 대해 잘 알아보고, 그와 연관된 단체들을 전부 정리해 두어라.”
“알겠습니다.”
“흠…… 어쩌면 아카데미가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겠군.”
그들은 직감했다.
앞으로 이 아카데미가 혼란 속에 휩싸일 것이라고.
그러니 대비해야지.
아브렐 니아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혼란의 시기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라고 하였다.
니아에게는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었고.
“그런데 확실히…… 저 이들은 위험하긴 하군.”
그는 케일과 마누스를 바라보며 뇌까렸다.
위대한 가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가문.
오늘, 아브렐 가문은 그 마음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
그렇게 케일에 대한 관심이 아주 조금 사그라들 때쯤, 다시 안내방송이 울렸다.
[다음 차례의 학생들은 무대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남은 이들 역시 대전사 결투를 치러야 할 때.
긴장하면서도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들의 표정이 한껏 비장했다.
모든 이가 올라왔지만,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 위화감은 금방 실체로 드러났다.
“카스트로 학생이 안 보입니다만.”
“……네?”
“카스트로 학생이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요.”
담당 조교가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오늘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던 카스트로.
항상 대검을 메고 다니던 그가 없어진 것도 몰랐다.
누군가 말을 꺼내자 비로소 그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은 것.
이사장은 물론이고 담당 교수, 친한 친구인 램먼트마저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소식을 들은 케일과 아나이스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카스트로.
항상 트레버 교수와 붙어 다니던 모습이었지.
설마…….
“진짜냐고.”
“트레버 교수가 끌고 간 건 아니겠지?”
“방금 그 말로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카스트로는 강한데…….”
안 그래도 재능이 넘치던 친구였다.
그런데, 만약 그가 지구라트에서 마석이라도 흡수한다면?
지금은 아니지만, 따라잡히는 속도는 상당할 터다.
난적으로 나타나겠지.
“일단 선배한테 가 보자.”
“응.”
역시, 모르는 걸 물어볼 때는 마누스에게 가야 하는 법.
그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누스에게로 향했다.
#2
마누스 역시 소식을 접했다.
카스트로와 트레버.
역시, 그가 범인이었구나.
중간고사 뒤풀이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하지만, 원작 외에 사건을 모르는 마누스로서는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치솟아 오르는 자괴감을 억누른 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문제는 카스트로가 지구라트에 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
‘만약 가능하다면…….’
3계층.
사막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모두 강탈당하게 되는 거겠지.
그렇게 둘 순 없었다.
당장 이면 세계로 향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체력이 아직 온전치 않지만 어쩔 수 없지.’
극한에서의 상황도 견뎌내야 하는 법.
고작 3계층에서 무너질 때가 아니었다.
때마침 일행들이 그의 곁으로 모였다.
모두 지치고 힘들어 보였지만, 어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일단 마누스는 갈 수 있는 이들부터 추려보기로 했다.
안색이 창백한 케일은 당장 전투가 불가능해 보였다.
마누스는 패시브 스킬로 어느 정도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 상황.
“케일. 넌 쉬고 있어라.”
“하지만…….”
“지금 네 상태론 제대로 싸우는 것도 불가능해.”
“……그럼 같이 가기만 할게요.”
마누스는 잠시 케일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결연한 의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눈빛이었으니, 데려가기로 한 것.
그들은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와 이면 세계의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으니.
‘저 동아리 아이들. 확실히 수상하군.’
그건 바로 제니퍼 교수였다.
마누스를 주시하고 있던 그는 그가 슬그머니 일행들과 빠져나가자 자리를 옮긴 것.
이윽고,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도했다.
주변을 슥슥 둘러보던 그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
“……뭐야 저건?”
그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기감을 펼쳐 주변을 살펴봤지만, 그들의 존재는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하녀장, 아덴이 서 있었다.
“자네는…….”
“공자님께서 경황이 없으셨나 봅니다. 보통 들킬 분이 아니신데.”
“자네도 저 사실을 알고 있었나?”
“그렇습니다.”
이미 들켜버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아덴은 남아있는 선택지 중, 최선을 택하기로 했다.
제니퍼 교수는 하나밖에 없는 수제자, 마누스를 제법 아끼는 사람이었다.
멜라니가 있지만, 그녀는 마누스만큼의 재능이 없다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마누스의 뒤를 봐줄 수 있는 후견인으로서 포섭해야 할 터다.
이제부터 할 말을 잘 선택해야겠지.
“왜 사라진 건지, 그리고 마누스는 무얼 감추고 있는지 알려 주었으면 하네.”
“제 신의는 고려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 말해줄 수 있는 것까지만 부탁하네.”
나도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거든.
무고한 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건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부탁했다.
황실 최고 경호원으로 있었던 그녀의 부탁이었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겠지.
아덴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누스와는 이야기를 끝낸 참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네가 전달해 주도록.> [하지만…….> [괜찮다. 제니퍼 교수님은 믿을 수 있는 분이니까.>언젠가의 이야기를 상기했던 아덴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실은 다소 빼고, 제니퍼에게 지금 필요한 수준의 정보만.
“마누스 공자님은 지금,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싸우고 계십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니…… 그렇다면 그 에레시스 역시 비슷한 맥락인가?”
“그렇습니다.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이유 역시, 저곳에서 실전을 치렀기 때문이죠.”
“허…… 어처구니가 없군.”
그래, 그렇다면 아귀가 딱딱 들어맞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렇게 싸우고 있었기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었구나.
그와 같이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아이들끼리 보내는 것은 역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선택받은 이들만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습니다. 트레버 역시 그곳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더욱 위험한 거 아닌가?”
“저분들은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그와 대적할 수 있을 때까지, 강해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로군. 마누스가 제아무리 마도사가 되었다고 한들, 녀석은 아직 애송이야.”
아덴 역시 그 말에는 동의하는 바였다.
그래서, 아덴은 제니퍼 교수에게 한 가지를 부탁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딱 한 번. 도와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내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딱 한 번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마누스가 그래도 조급해하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블랙과 화이트가 있다면, 한 번쯤 강자의 도움을 받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