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7)
제247화
247화 – 갈등의 시초는 의외로 사소한 법
#1
칸타티의 바람과는 달리, 전투는 제법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특히 마누스는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수준으로 적들을 정리했다.
그가 뿜어내는 마나의 질 역시 어딘가 달라진 모양.
변화를 눈치챈 건 옆에서 싸우고 있던 멜라니였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더 무서워졌어, 멜라니. 얼른 거리를 두자!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
그녀는 정령들의 칭얼거림을 가볍게 눌러버리곤 주먹을 휘둘렀다.
불꽃의 정령, 그리고 바람의 정령.
두 정령이 힘을 합쳐 한 점을 찌르니, 뜨겁고 날카로운 칼날이 완성되었다.
이곳에서 꾸준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적들과 싸워대니, 익숙해지지 않으면 죽었을 상황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들을 극복하고 나니, 동료들의 마법 숙련도는 훌쩍 성장하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형 누나랑 만나 봐!
-맞아. 우리 힘은 이제 부족해.
-무서운 사람이랑 같이 있으려면 더 강한 형 누나들이 필요해!
멜라니가 다루는 정령은 현재 하급 정령으로 분류되는 이들.
이젠 그들의 힘만으로 적들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모양.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멜라니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또한, 알라노 역시 트레이스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걸 느꼈다.
트레이스.
이곳, 침식지대에서만 보이는 존재.
그리고 바깥에서는 자신과 마누스 외에는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소년.
어째서인지, 알라노는 트레이스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받았다.
‘왜 뒷모습이…… 그러고 보니…… 저 아이. 마누스와 닮지 않았나?’
카이사르를 상징하는 검은 머리칼의 푸른 눈동자.
이 두 색상의 조합은 어느 가문에서도 발현되지 않는 유전자였다.
하지만 트레이스는 검은색 머리칼을 지녔고, 눈동자 역시 탁하지만 푸른색을 지녔다.
생긴 것 역시 어렸을 때의 마누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지금까지 존재감이 흐릿해서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
트레이스의 이상한 점들이 묘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 중.
알라노는 다시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버리곤 전투에 집중했다.
‘지금은 전투에만 집중하자. 거의 다 끝났으니까.’
그녀의 전용기 : 아이스 부스트.
이번 전투에서 일등 공신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역시 알라노였다.
그녀는 무려 보스급 몬스터도 확정적으로 CC기를 걸 수 있는 이.
그녀의 활약이 없었다면, 천하의 마누스라도 애를 먹었을 터다.
그만큼 알라노의 존재는 독보적이었고, 파티에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마누스 역시 그녀의 하자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고.
“마지막-!”
콰아앙-!
니아의 외침과 함께 황금빛 전격이 전사의 가면을 꿰뚫었다.
실로 멋있는 전격 마법이었다.
이제 일행들은 4클래스 마법은 순조롭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어느새 수북하게 쌓인 전리품.
마누스는 그걸 모두 회수하면서 칸타티를 바라봤다.
의미 없는 미소를 지은 채, 조용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도.
마누스는 숨을 고르며 그에게 말했다.
“내일은 열 한 단계다. 준비해 놓도록.”
[그러지요. 저도 철저히 준비해 두겠습니다.]마누스는 어쩐지 묘하게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도 칸타티.
그는 의구심을 뒤로한 채, 몸을 돌렸다.
엉망이 되어버린 행색.
산발이 되어버린 머리칼과 지저분한 것들이 잔뜩 묻은 얼굴.
모두가 아름답고 멋진 외모를 자랑했지만, 전투의 피로는 그들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들 꼴이 말이 아니군. 얼른 돌아가서 푹 쉬자고.”
“전리품도 나눠야죠? 아직 할 일은 끝난 게 아니에요.”
에머슨이 뒤에서 일침을 날렸다.
그 말에, 피어슨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건 한꺼번에 모아서 하면 안 될까? 진짜 긴장 풀리니까 죽겠다.”
“안 돼. 내일도 이 전력으로 싸울 거야? 빨리 마석 흡수해서 강해져야 할 거 아니야.”
“아이고…… 알겠다 그래. 동아리실로 돌아가자.”
“그러지 말고 나와 에머슨만 동아리실로 가지. 분류는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다. 에머슨이 여자 기숙사, 내가 남자 기숙사를 맡지.”
마누스가 절충안을 내어 주었다.
에머슨이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마누스를 바라봤다.
설마, 가장 엄격하다고 생각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이건 정말 충격이었다.
“선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맡은바 열심히 하는 거지.”
마누스는 가볍게 웃으며 에머슨을 지나쳤다.
졸지에 잔업을 하게 된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마누스 역시 피로함이 몰려왔지만, 할 일은 끝낼 생각이었다.
한꺼번에 단계를 뛰어넘는 이유 역시 빠른 성장에 있었으니.
결국, 에머슨과 마누스는 분류 작업을 끝내고서야 쉴 수 있었다.
【전투 종료 : 40단계】
[모두의 레벨이 올랐다.> [자세히 보기> – 평균 레벨 : 58 [알비온, 피닉스의 레벨이 올랐다.> [알비온 : 51> [피닉스 : 39> [피닉스의 상태가?> [멜라니의 상태가?>#2
[으음!]콰직-!
비명을 지르며 터져나간 가면.
한 줄기 빛이 가면들을 꿰뚫었고, 마석이 바닥에 뒹굴기 시작했다.
대검을 회수한 카스트로는 마석들을 집어 들고 아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며칠이 지났지?
하루? 이틀?
모든 것이 멈춰버린 곳에 오래 있자니, 시간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보이는 족족 검을 휘두르자니, 휴식이 필요했다.
“후우…….”
홀로 이런 곳을 거닐고 있자니, 고독함과 절망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다음 사냥감을 찾았다.
강해진다는 일념.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가 그의 정신을 단단하게 붙들고 있었으니.
‘마누스 선배. 당신은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 겁니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무력감을 느꼈다.
카이사르라는 거대한 벽.
마누스라는 이름은 그의 인생에 있어, 장대한 목표가 되어버렸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땐, 마누스와 그 일행이 부럽기만 했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늦었다는 조바심이 그를 좀먹었다.
하지만 전투를 치르고 나니, 그 생각은 180도 뒤바뀌고 말았는데, 생각보다 전투가 훨씬 가혹했기 때문.
‘이런 곳을 3개월 넘게 들락거렸다는 거겠지. 위로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적도 있겠고.’
그러면서도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던 건가.
카스트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강행군을 지속해 왔던 거다.
거기다 외부의 일도 처리했고, 아마…… 트레버 교수와의 문제도 있었겠지.
카스트로는 휴식 공간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생각했다.
뒤늦은 만큼, 더욱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고.
“기다려라. 금방 따라잡을 테니.”
눈을 감은 그는 금방 수마에 몸을 맡겼다.
마누스가 어떤 길을 걸어갔는지 천천히 곱씹으면서.
#3
기말고사가 끝났지만, 아직 아카데미에서 가문들이 모두 빠져나간 건 아니었다.
아브렐 가문도 마찬가지.
그들은 니아와 조용히 담화를 나누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을 쓰는 중이었다.
가문의 목적은 비밀을 밝혀내, 부를 축적하고 전력을 강화하는 것.
이미 가문 내에서도 아카데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다른 가문들 역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 오고 있겠지.
다행히도 에레시스라는 단체가 새로 나타나, 시선을 분산시켜 주었다.
“그래서, 그사이에 우린 이곳에 조금 더 집중하려 한다.”
“오라버니. 올해까진 별 관심 두지 마세요. 생각보다 비밀은 더 위험한 거니까.”
“그럴 수는 없다. 네가 이렇게 부쩍 자란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아브렐 가문의 일차 목표는 마석을 밖으로 빼내, 전력을 강화하는 것.
장남인 자신부터 시작해, 가주, 그리고 식솔들까지.
그렇다면 아브렐 가문은, 위대한 가문이 아닌 정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속내를 눈치챈 니아는 학을 떼며 말했다.
탑은 일반인이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될 곳이었으니까.
자신 역시 욕심을 부린 대가로 큰 위험을 짊어지고 있지 않은가.
“미리 경고하는데, 그런 생각은 접어두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왜, 무엇 때문이냐? 혹시 카이사르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가문이 세상에서 지워질 수도 있어요. 아카데미가 품고 있는 비밀이란 그런 겁니다.”
“…….”
장남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니아의 황금빛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지라 쏘아보았기 때문.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인가?
아니면 그가 알지 못하는 압박감을 받고 있나?
장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니아는 그런 오라버니의 표정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때가 되면 모두 말씀드릴 테니, 지금은 카이사르 가문과의 유대를 잘 유지하시고, 내정에 조금 더 신경 쓰세요. 에레시스 역시 잘 방비하시고.”
“……일단 알겠다. 이만 일어나마.”
그래도 가족이었다.
사이는 나쁘지 않았고, 오라버니는 니아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사람이었다.
용의 피를 이어받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홀대를 받았음에도, 그는 가문을 위해 힘썼다.
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라버니에게 한마디 말을 던졌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절대 나쁜 의도는 없었다.
“오라버니가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하지만, 진심으로 가문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에요. 아셨죠?”
“……그래. 알고 있다. 네가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남은 그렇게 떠나갔다.
니아는 일단 시선을 돌린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었겠지.
요즘, 다시 무언가를 잊는 현상이 잦아졌다.
마누스, 그리고 동료들에 관한 일 이외에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드래곤의 눈이 그 침식을 막아주는 것 같았지만, 자신을 좀먹고 있는 힘은 탑을 올라갈수록 강해졌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러다가 나도 트레이스처럼 되는 거 아닌가?’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은데.
가문에 영광을 안겨주기 위해 탑에 들어섰다.
그런 가문이 자신을 잊는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누스…… 얼른 해법 좀 찾아 주라.”
그녀는 책상 위에 철퍽 엎어지며 마누스를 찾았다.
“아직 찾은 건 없습니다만.”
“……응?”
그리고 진짜 마누스가 나타나 자신에게 해법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저번처럼 드래곤의 힘을 각성하게 된다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다소 뜬금없지만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