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5)
제255화
255화 – 왜 그간 보이지 않았을까?
#1
경이롭고 신비한 현상.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 이 세계에서는 종종 일어나곤 했다.
마치 외부인을 내보내듯, 제니퍼 교수와 인비데아가 나간 직후 카스트로는 보았다.
자신에게 드리운, 트레버의 잔재를.
트레버는 카스트로에게 많은 공을 쏟았다.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알게 모르게 사상을 주입했다.
그밖에도 많은 안배를 하려 했지만, 그의 목숨은 허무하게 날아갔다.
“트레이스!”
“아, 안 돼!”
수개월 동안, 트레버는 카스트로에게 한 가지 제약을 더 걸어뒀다.
마지막 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약.
그것은 자신이 죽은 뒤, 자신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는 것.
절대 막을 수 없는 공격을 가하는 것.
카스트로를 통해 발현된 일격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알라노를 향했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한 트레이스가 알라노를 밀치고 통한의 일격을 대신 맞았다.
정확히 가슴 한복판, 심장이 있는 곳을 꿰뚫린 트레이스.
“끄윽…….”
“트레이스! 카스트오오! 너 이 새끼야!”
“내, 내 의지가 아니었다! 정말이야!”
카스트로는 분노하는 피어슨에게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그의 검에서 공격이 뻗어 나갔으나, 그가 휘두른 것은 아니었기에.
알라노가 트레이스에게 달려가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거멓게 죽어가는 트레이스의 상처는 치유 마법을 아무리 퍼부어도 낫지 않았다.
알라노는 미친 듯이 마나를 때려 넣었지만, 번져가는 상처를 막을 수 없었다.
마누스 역시 황급히 트레이스를 살폈다.
저주.
회복할 수 없는 저주가 걸려 있었다.
“이건…… 가망이 없군.”
“안 돼! 어째서,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어!”
“하지만, 이 저주는 위험한 것이다. 오랫동안 준비했겠지.”
마누스는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지만, 묘하게 덤덤한 구석이 있었다.
죽으면 알비온의 스킬로 살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언제나 변수와 뒤틀림은 일어나는 법.
트레이스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끄으으…… 다들…… 도망…….”
“트레이스! 괜찮아!?”
“안 돼, 안 된다고!”
데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탑에서 쏟아진 죽은 자들이 거대한 탁류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산 자를 죽이기 위해서.
뒤는 막혀 있었고, 탑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만큼 많은 데몬은 아무리 마누스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 죽여야겠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전투태세를 갖췄다.
“알라노를 보호하고 있어라. 적들은 내가 막을 테니.”
“저도 도울게요.”
“저도…… 돕겠어요.”
알라노, 그리고 아나이스를 제외한 이들이 모두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지금 살아나갈 방법은 저 데몬들을 모두 없애는 것뿐이었으니.
동료들이 있다면, 무사히 나갈 수 있으리라.
마누스는 마나를 일으켰다.
트레이스의 일은 안타깝지만, 일단은 아이들을 살려야 할 때였다.
카스트로 역시 죄가 없으니,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겠지.
그가 저지른 죗값은 평생 봉사하면서 치르게 될 것이니.
한 명의 전력이라도 아쉬운 지금, 카스트로를 죽이기엔 너무도 아까웠다.
“다들 전투 준비. 트레이스는 일단 알라노가 보살피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할 일이 생겼네.”
어쩌면, 트레버가 아닌 지금이 진짜 이벤트일 수도 있겠지.
마누스는 마음을 다잡고 제니퍼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법을 둘렀다.
드래곤의 힘이라.
게임에서도 구현되지 못했던 최종 스킬.
DLC라 그런지, 저런 것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제법 흥미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상황은 심각했지만, 마누스는 그저 덤덤하게 해야 할 일을 했다.
데몬들은 정말 다양하게 존재했다.
‘최하층부터 2계층에 있는 놈들까지 몰려들었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4계층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은 없다는 건가.’
카이사르가 부여받은 가공할 재능으로 적의 능력을 파악했다.
그들이 이상한 화음을 내뿜으며 일행에게 쇄도하기 시작했으나, 마누스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력한 적은 없다. 다들 평소처럼 해.”
“네!”
길게 대답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전투에 돌입하는 이들.
게임이었다면 이 끝없는 데몬 웨이브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쓸데없는 생각이었지만, 마누스는 긴장 대신 이런 의문점을 가지며 전투에 돌입했다.
각양각색의 마법이 날아들었고, 힘없는 적들은 폭격에 뭉텅이로 마석을 뱉으며 죽어 나갔다.
마누스는 이럴 때를 대비한 무기를 지니고 있었으니, 짬짬이 익혀 온 스킬들이 빛을 발할 때였다.
그의 손으로 짙은 구름이 모여들었다.
엄청난 숫자의 데몬을 일거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
[망각의 구름]이런 대규모 집단과의 전투에서 항상 빛을 발하는 마법.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구름이 넓게 퍼져나갔다.
케일과 다른 이들은 저 구름이 무엇인지 알았다.
처음 그들을 곤경에 빠뜨렸던 파수꾼의 마법.
그 골자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구름이 지나가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들은 큰 혼란에 빠져, 서로서로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한 시름 놨군.”
“그래도 긴장 놓치지 말고.”
“트레이스는 어떻지?”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카스트로를 전위에 배치하고 마누스는 카스트로를 살피러 돌아갔다.
검은 상처는 전신으로 번져,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트레이스는 숨을 몰아쉬며 알라노를 바라봤다.
지직-.
그 순간, 알라노에게는 다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괴리감이 주변을 장악했지만, 마누스에게는 보였다.
그 괴리감의 영향력이 트레이스에게도 퍼져 있다는 걸.
“■■■, 정신 차려! 이런 곳에서 죽을 거야!?”
“으…… 으으.”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된다고!”
알라노는 반쯤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열심히 외치는 소리는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누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알라노의 정신이 걱정되기에 그녀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의 개입을 막고 있었다.
마치, 이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하는 듯이.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
[S9의 최종 목표가 변화합니다.] [■■■의 정체를 목도하라.] [보상 : 알라노의 안정화, 각성 퀘스트 진행, ???]‘트레이스를 죽이라고?’
아니, 이젠 트레이스가 아닌가?
촤르르륵-.
불길한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
그건, 그래.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리였다.
마누스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그리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
그게 지금 현실로 이뤄지고 있었으니까.
더 분한 것은, 지금 이 사태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과율.”
이것은 운명.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마치 타로카드처럼 얽혀 있던 운명이었으니.
그러고 보면 참 이상했다.
왜 알라노와 자신밖에 보이지 않았을까.
케일이야 본작의 주인공이라 쳐도, 다른 이들에게는 트레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누스는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라노, 그리고 마누스.
이 두 사람밖에 ‘진짜 트레이스’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름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아니지.’
마누스는 탑을 바라봤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이 탑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설정을 잠시 망각했다.
지구라트라 불리는 곳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지.
그렇다면, 트레이스의 이상 현상 역시 마찬가지일 터다.
“트레이스 아니…….”
[■■■■■■-!]촤르르르륵-!
쇠사슬이 알라노를 튕겨냈다.
트레이스의 몸이 온통 저주로 뒤덮였다.
하지만, 곧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저주를 모조리 찢어발겼다.
저 모습은 마치, 오랜 시간 고치에서 잠자고 있었던 괴물이 깨어나는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알라노와 마누스는 새로운 적의 탄생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온몸을 옥죄는, 인과율이라는 힘이 마누스와 알라노를 옭아매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저건 또 뭐야!?”
“트레이스? 아니…… 저거…….”
기다란 쇠사슬은 처음 탑에 들어왔을 때 마누스와 알라노가 보았던 히든 보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위화감이 들었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그래, 트레이스는 사실, 알라노를 죽일 뻔한 탑의 망령이었던 것.
그 의태가 완전히 끝나자, 괴기한 모습이 드러났다.
축 늘어진 두 팔.
온몸을 칭칭 두른 쇠사슬.
그 끝에 달린 거대한 도.
[그르르르르…….] [아르카나 : 사신].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딱 한 명밖에 없는 보스가, 지금 눈앞에 강림했다.
하지만, 사신은 두 사람을 훑어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검을 굳게 쥐었다.
[그르르륵-!]알 수 없는 소리.
그리고 굉음과 돌풍.
알라노와 마누스를 지나친 사신은 쇠사슬이 감긴 도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
압도적인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 준 사신.
거대한 검기가 일대를 모조리 쓸어버렸다.
같은 데몬일 텐데도 어째서?
그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몸이 굳어 있었다.
“……트레이스?”
케일이 제일 먼저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욱.
숨이 턱턱 막혀,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다·음·목·표·는·너·다·케·일.]그르륵 끓는 목소리와 함께 그는 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쫓을 생각도, 쫓을 수도 없었다.
탑 안쪽에서 튀어나온 데몬은 일격에 모조리 산화했다.
이상한 기후가 변했고, 다시 현실로 나가는 통로가 열렸다.
알라노 역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되짚어보며, 몸을 떨었다.
곁에 있던 마누스가 물었다.
“조금은 괜찮나?”
“응……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글쎄. 그건 차차 알아가 봐야겠지.”
“트레이스…….”
저건 어떤 사람일까.
누가 저렇게 큰 원한을 가져, 저렇게 되었을까.
아니, 대체 트레이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마누스는 조용히 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음은 케일이라고…… 그렇다는 건.’
억울하게 죽은 누군가.
마누스는 그 사실을 알 것만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