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 막간에 벌어진 일들
#1
학술회가 머지않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학술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
전사와 수호자에게는 격투대회가 있다면, 마법사들에겐 학술회가 있었으니.
마누스는 오랜만에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본연의 일을 하니, 마음이 이토록 편안할 수가 없었다.
카이사 교수가 준 논문, 그리고 자신이 정리하는 새로운 이론들.
그와 더불어 머릿속에 떠돌고 있는 지식들을 정리하니, 한층 이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본능만으로 쓰던 감각들을 이론으로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후……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천하의 마누스도 지친 모습을 보일 때가 있구나. 많이 힘드냐?”
“여긴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자니 머리가 띵했다.
오랫동안 책 먼지 속에 파묻혀 있어서 그런가.
막 일어서려 할 때, 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준비하던 것을 슥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논문이로구나. 그런데…… 이번에 학술회에 참가할 생각이냐?”
“응. 카이사 교수님께서 부탁했거든.”
“오, 그렇다는 건…… 그분의 비기도 전수 받을 수 있다는 건데.”
“마투학까지 배우는데, 결계나 설치 쪽도 배우기엔 힘들겠지.”
인비데아는 마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먼 훗날, 마누스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때는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있겠지.
솔직히, 두 가지만 해도 배울 시간은 촉박할 터다.
어쩌면 모든 마법에 정통한 마법사가 될 수도 있겠지.
인비데아는 카이사 교수와 마누스가 정리한 자료를 슬쩍 들여다봤다.
꽤 흥미로운 연구 주제였다.
설치 마법과 마법의 합성이라…….
그 푸른 머리 꼬맹이가 그런 재주를 가지고 있었지.
“카이사 교수님께서 좋은 걸 연구하고 계시는구나. 이거, 너도 연구하고 있는 주제냐?”
“내 특기가 합성과 설치거든.”
“그거 흥미롭군. 그럼, 어디 나도 학술회에 가보기로 할까.”
본래 인비데아는 학술회에 참가하는 것보다 그곳에서 받아온 지식을 습득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흥미를 보일 만한 지식이 등장했다.
교수, 그리고 마누스의 이야기는 마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정도로 깊이 파볼 수 있는 장르였으니.
진득하게 공부해본 적이 언제더라?
언제부턴가 이론보다는 실전으로 실력을 키우고 있었던 그녀였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
학술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계셨지만, 그곳에서 얻어오는 지식보단 홀로 수련하며 얻은 깨달음이 많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아버지도 제법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겠는걸.’
카이사르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아는 건 아니었다.
그래봐야 인간이었고, 그래봐야 200년도 못 사는 인생이었다.
세상에 뿌려진 지식을 다 얻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 고로, 아버지 역시 이 이론에 흥미를 지닐 터다.
‘졸라서 함께 참가해야겠구나. 오라버니와 막내는 아직 에이커 영지 일로 바쁘니.’
마침 시기가 절묘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강해질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엔 딱 좋은 자리이기도 했고.
각 마탑끼리 자랑하는 시간이었다.
거기서 알짜배기 지식만 쏙쏙 골라 먹으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으리라.
‘세상에 강한 놈들이 제법 많단 말이지.’
그녀는 트레버를 상대하며 깨달았다.
라베스가 있어 가문이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그의 뒤를 이를 자신들 역시, 최강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인비데아의 시선이 수없이 많은 책이 꽂혀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학술회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이었으니, 나름대로 뭐라도 지껄일 거리들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2
버클리 가문.
이곳은 천혜의 요새로 소문난 곳이었다.
가파른 산이 많았고, 제국의 수도로 가는 유일한 길목을 지키고 있는 성체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높고 험준한 산맥으로 인해 위험한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곳이라, 여행객 역시 함부로 길을 이탈하면 안 되는 곳.
험한 지대에 있어, 오히려 사람들이 강해진 곳이 바로 버클리 가문이었다.
가문의 일개 경비병이라고 할지라도 오크 한두 마리는 우습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몬스터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그게 정말이야? 트레버가 죽었다고?”
“예. 교단에서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디서 죽었는데? 아니, 침식지대 쪽에서 죽었으면 교단이 몰라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 정보의 혼란이 가중된 상태입니다.”
어느 산속 지하.
본래는 오크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몇몇 인간이 오크의 두개골을 깔고 앉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적당히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할 수도 있고, 주변에 있는 몬스터는 이미 포식자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새로운 의식을 행할 수 있는 것.
전쟁과 사랑, 증오의 악마 [가프].
버클리 가문은 제국의 관문이자 통로였다.
그런 곳에서 제국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본래는 그런 목적으로 침투해, 의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트레버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그의 존재가 꽤나 컸던 만큼, 이건 제법 심각한 문제였다.
“하, 씨. 꼭 죽어도 개 같은 타이밍에 죽어요. 누가 죽였다는데?”
“교단의 적이라고 합니다.”
“아 그…… 카이사르?”
“예.”
오크의 두개골을 쌓아 대충 앉아있던 여인, [카라]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카이사르라.
꼬여도 괴물 같은 것들이 꼬였네.
나그네를 죽인 것도 그놈들이라지.
하지만 카이사르를 바로 건들기엔 문제가 제법 컸다.
그 녀석들은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마법사인데도 전장을 홀로 휘저을 수 있는 괴물.
특히 그 가주와 부인은 교단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절대,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이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그 애송이가 걸리적거렸다.
딱 한 번만 성공시키면 판을 뒤집을 수 있는데 말이야.
“흐음…… 요즘 걔가 버클리 가문의 자제랑 친하게 지낸다며?”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뭐더라…… 그래. 그 친구의 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그것도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을 좀 그려봐야겠네.
칸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녀석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여야겠지.
뭐가 좋을까, 그래…….
“일단 주변에 있는 촌락들을 죄다 들쑤셔 놔라.”
“알겠습니다.”
“아니야, 그렇게 하면 티가 나니까 건너편 산맥으로 건너가자. 거기에 그 뭐야…… 산 왕이 살고 있잖아?”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산 왕을 이용해 보자고.”
칸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옆에 걸어 두었던 낫을 들었다.
자신의 키보다도 한참은 더 큰 크기의 대형 낫.
그 낫에서는 악마의 영혼이 킬킬거리며 웃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디레 교단이 자랑하는 ‘광녀’ 칸나의 등장이었다.
#3
마누스는 다음날, 홀로 탑에 올라가기 위해 침식지대에 들렀다.
후덥지근하다 못해, 살이 익을 것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4계층, [염화의 용광로.]
사도, [가르가스]가 다스리는 형벌 장이었다.
탑, 전차, 절제, 운명의 아르카나를 주로 다루는 계층이었다.
이전, 탑 밖에서 나왔던 데몬을 잡은 것 역시 이 계층에 있던 녀석이었다.
이곳은 본래 특별한 이벤트 없이 빠르게 진행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이곳을 지나가려면 마법 하나를 무조건 배워야 하지.’
3클래스 공통 마법 [알제오].
더운 지방에서 자주 애용하는 마법으로, 몸의 체온을 유지하는 마법.
더위는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갉아먹으며 심각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래서 체온 보존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고.
마누스는 조용히 로비로 들어서, 위를 바라봤다.
이번 테마는 잠식하는 대지를 피해 위로 올라가야 하는 타임 어택 시스템.
침입자를 감지한 용암은 그 자체로 거대한 적이 되었다.
최대한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것.
‘트레이스가 쫓아온다면 성장은 더욱 힘들어지겠군. 그렇다면…….’
탑 초반, 20층에서 30층 사이에서 뺑뺑이를 도는 수밖에.
그것도 자신 홀로.
믿을 만한 동료 하나쯤은 데려갈 수 있겠지만, 리스크가 제법 컸다.
게다가, 이제 슬슬 아덴 역시 키워야겠지.
아덴은 이미 완성된 암살자였다.
그렇다고 무적과 만능은 아니었으니, 그녀도 분명 약점이 존재했다.
심각한 마나 부족.
암살자이다 보니, 일격에 승부를 보는 타입이었다.
‘평소에는 괜찮겠지만, 그래도 키워두는 게 좋아.’
마누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1층에 발을 들이려 했다.
그때 나타난 기척만 없었다면.
“선배.”
“여기까진 왜 따라왔나.”
“그…… 트레이스가 걱정되기도 하고, 블랙과 화이트 씨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녀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마누스는 다시 걸음을 옮겨 탑에 들어온 손님, 케일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마법진을 손수 보여줘, 알제오 마법을 익히게 만들었다.
역시 천재적인 재능답게 한 번에 마법을 익힌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트레이스는 왜 저를 노리는 걸까요?”
“…….”
이걸 말해줘야 하나.
마누스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진실을 말해줘야 할까, 아니면 지금은 잠시 숨겨야 할까.
그저 스토리를 클리어하는 것보다 케일의 정신 건강을 신경 쓰는 게 더욱 어려웠다.
케일은 마누스의 고민하는 눈동자를 보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이제는 그가 짓는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곤란하다는 걸 알았으니, 지금은 기다려야겠지.
“그럼, 때가 되면 꼭 말씀해 주세요.”
“그래. 이제 내 의중도 파악할 줄 아는구나.”
“헤헤, 그러려고 노력했거든요.”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만약 제일 강해져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녀였으니까.
케일에게 있어서도 나쁜 제안은 아니겠지.
“케일. 제안 하나 하지.”
“네. 뭔데요?”
“방학 때, 나와 둘이서 마석 좀 캐자.”
“……네?”
그것은 다소 황당한 제안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