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
제26화
26화 – 질투의 끝에서 찾은 재능 (1)
#1
마누스는 도서관에 도착했다.
밤이 될 때까지 시간을 보내려면 이곳만 한 곳이 없었다.
수없이 많은 책들.
글자, 수식, 종이 내음.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라고 하지 않던가.
마누스의 눈에도 그 말은 틀리지 않아 보였다.
지식을 글자의 형태로 묶어 쌓아 놓은 탑.
도서관은 그런 장소였다.
‘옛날엔 책이랑 담을 쌓고 살았지. 마음가짐 하나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일인가.’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예전엔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살아갔다.
의미 없이 보낸 날들.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던 길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법사의 마음가짐 – 68일 XX시간] [공격의 소양 – 17일]‘잘 돌아가고 있네.’
이젠 마누스에게 의미 없는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방치형 재능이라는 것이 시간의 질을 부쩍 높여 주었다.
보이는 성장은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끝이 보이는 세계 역시 항상 그를 재촉했다.
첫날, 방에서 깨어났을 때 펼쳤던 책은 이미 몇 번이고 독파했다.
더 어려운 책에 도전해 보길 여러 번.
2학년인 마누스는 벌써 졸업생이나 교수들이 읽을 법한 자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흠-.”
이번에 새로 익힐 스킬은 [공격의 소양].
기본 공격력 +30%라는, 아주 심플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강력한 스킬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 추가 대미지.
아무 조건도 필요 없었고, 마나가 더 드는 것도 아니었다.
이 무식하고도 엄청난 스킬은 당연히 플레이어가 익힐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이거, 두 번째 데모니움이 가지고 있던 스킬이었지.’
흔히 뉴비 절단기라고도 하는 보스.
두 번째 만월에 등장하는 보스의 패시브 스킬 중 하나였다.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걸 통해 알아낸 보스의 기술과 스킬.
그것을 바탕으로 한 공략들이 넘쳐 났던 게임이었다.
마누스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뿐 아니라, 보스, 악마, NPC들의 스킬까지 검색하고 배울 수 있었다.
이 공격의 소양은 꼭 배워야 할 스킬 중에 하나였다.
“이제 슬슬 5클래스 마법을 배워 볼까.”
작게 뇌까린 그가 고급 마법 서적을 스르륵 살폈다.
가장 안쪽, 학생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갔다.
마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지, 책들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5클래스 마법 이론>– 카이사르 우프론 –
우프론.
아마 카이사르의 조상 중 한 명이겠지.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었다.
카이사르의 입장에서 쓴 책은 어떠할까.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 있었다.
날이 저물어 갈 동안, 마누스의 시간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간도 흘러갔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선택의 갈림길에 도달하게 했다.
“여기가 레벨리-말리토 애들이 모이는 곳, 맞아?”
“-넌 뭐냐?”
바우어 리비는 검은 독수리반을 찾아갔다.
귀족이 권력을 꽉 잡고 있는 뱀반과는 달리, 독수리반의 기득권은 이 레벨리-말리토의 간부들이었다.
귀족이지만, 평민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던 리비는 스스럼없이 그들을 찾아갔다.
“안녕? 너희가 그렇게 싸움을 잘한다면서?”
“……일단은 기사 지망생이니까 그렇지. 무슨 일이야? 뱀반에서.”
“의뢰 하나 하려고 하는데, 어때?”
의뢰?
간부 : 카스트로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사들이 여기까지 찾아와 의뢰를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서로 소 닭 보듯,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이였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찾아와 대뜸 의뢰라니?
여기까지 굳이 찾아온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나 들어 보기로 했다.
“콧대 높은 귀족이 보내는 의뢰라……. 좋아, 들어 보지. 뭔데 그래?”
“너희, 해리 가문 알지?”
“당연히 알지. 그 악명 높은 상인 귀족을 누가 모를까.”
상인은 평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들이었다.
모든 것은 돈에서부터 나온다.
살아가는 모든 것엔 돈이 든다.
해리 가문은, 어떤 의미에서 웬만한 귀족 가문보다 훨씬 유명했다.
그 악랄하고 냉철한 사업 수완은 돈을 부리는 마법사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였으니까.
설마, 그 가문과 일이 있었나?
-이거 재밌게 돌아가고 있잖아?
“그 가문의 딸을 좀 괴롭혀 주고 싶은데.”
“소문에 의하면, 그 카이사르 마누스 선배랑 접점이 있다고 하던데-.”
“알 게 뭐야. ‘직접적인’ 폭력 행사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리비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어디, 똑똑한 귀족 나리의 생각을 들어 보기로 했다.
상인을 건드는 건 꽤 위험한 일이다.
가문끼리의 보복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지만, 돈이란 어떻게 유통하느냐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얼마든지 피해를 줄 수 있었으니까.
“간단해. 그냥 밤에 그년을 불러내서 하루 동안만 가둬 놓는 거지.”
“뭐야, 그냥 애들 장난이잖아.”
“맞아, 장난. 그냥 내가 좀 기분이 안 좋아서-. 장난 좀 쳐 보려고.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혹시 몰라, 누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구해 줄지.”
“그 장난에 맞춰 줄 용의는 없는데. 뭐…… 우리 애들 중에서도 해리 가문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있긴 할 거야.”
리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 가문은 적이 많다.
직접 괴롭혔다 걸리면 안 되니, 적당한 장난만 치는 것이다.
리비는 티 나지 않게 괴롭히길 원했다.
자신이 받는 고통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이 자괴감과 무력감.
지독하리만치 조여 오는 성적의 압박.
‘너도 이 공포를 느껴 봐야 해.’
카스트로는 그녀의 눈을 보고는 곧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저렇게 증오에 찬 눈빛은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악에 받쳐 죽기 전에 쏘아 내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오늘 밤이라 이거지? 알았어. 어디로 가면 되지?”
“이왕이면 동아리방으로 하자.”
“좋아. ‘장난’이니까 대가는 딱히 필요 없고, 가끔 정보만 좀 가져다줄래?”
그 정도야 뭐.
리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B반도 높은 거다.
콩라인도 높은 거야.
리비는 사교성도 좋아, 친구도 많았다.
레벨리-말리토에게 뱀반의 정보를 전달한다면, 이쪽도 마법사 쪽에 손을 뻗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그 세력을 조금이나마 이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꼭 실력을 인정받아, A반으로 향하고 학생회에도 들어갈 생각이었다.
‘난 할 수 있어.’
반드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가문의 모든 것을 걸고 이곳에 왔으니까.
#2
오랜만에, 멜라니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동아리방.
그저 단순히 친목 동아리라고 하는 주제에, A반만 세 명에 2학년 수석과 차석이 있는 동아리다.
고작 해리 가문인 자신이 이곳에 들어와도 되는 걸까?
“그래서 내가 말이야, 그 기사 가문의 마차에 숨어들어서 장장 사흘을 들키지 않고 있었다니까? 그 쿰쿰한 냄새에 더러운 욕설에, 아주-”
멜라니는 피어슨에게 붙잡혀,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말이 너-무 많았지만,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달까?
통통 튀는 그의 매력은 피어슨의 말을 알게 모르게 듣게 만들었다.
물론, 시간이 아주 많은 경우에만-.
멜라니는 호로롭- 따스한 차를 마시며 그들과의 교류를 즐겼다.
어째선지, 그렇게 시끄럽게 굴던 정령들도 여기 오고 나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온전히 사람 목소리만 들어 본 것이 얼마 만일까. 이토록 평화로울 줄이야-.
“얘, 너는 어떤 마법을 쓰니?”
아나이스가 옆에 앉아서 물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이라-.
순간 정령과 교감할 수 있다는 말을 할까 하다,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서포트 계열이 좋았다.
적의 능력치를 낮추고, 약화시키는 것.
그렇게 천천히 적의 숨통을 조여 가는 것이 선호하는 전투 방법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나는 직접 싸우는 것보다 약화나 강화 마법을 좋아해.”
“오- 나랑 똑같네! 나도 공격 마법은 영 젬병이어서 말이야, 내 재능이 A반 정도라는 건 진짜 몰랐는데-.”
“조용히 좀 해 봐. 그래서? 한번 연습하러 가 볼래?”
“그, 그래도 될까?”
아나이스가 환하게 웃었다.
대화 몇 마디만 나눠 봐도 알 것 같았다.
소심한 친구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이들을 부담스러워하지.
그렇다고 소심한 사람이 맞춰 줄 필요는 없다.
멜라니는 아나이스에게서 활발함 속에 빛나는 상냥함을 느꼈다.
주도적으로 대화를 걸어 주고, 맞춰 주고,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
-이런 친구라면 얼마든지 사귀고 싶었다.
“그럼! 원래 우리끼리 수련하면서 노는 거지. 서로 봐줄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응, 고마워.”
멜라니가 배시시 웃었다.
많은 사람들을 보다 보니, 인상과 말투만으로 누군가의 성격을 유추할 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문의 수많은 고객을 어깨너머로 본 경험이 살아났다.
그래,
이 친구들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녀가 조금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가자. 수련하러.”
가만히 있었던 케일이 벌떡 일어섰다.
아나이스가 멜라니의 옆에 붙었고, 피어슨은 연신 떠들어 대며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는 중이었다.
이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으면-.
‘이 친구들이랑은 정말…….’
이 학교를 졸업하고 한 명의 마법사로서 우뚝 설 때까지 함께했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처음 봤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래를 아는 건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이니까.
그래도 이 행복을, 이 따스함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겐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였고, 허물없이 대해 준 유일한 친구들이었으니까.
앞으로 이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나도 좋은 친구가 될 테니까.’
적어도 이 아카데미에서는 끝까지 함께하고픈 친구들이었다.
#3
뿌듯한 하루를 보낸 멜라니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이대로만 끝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이런 날은 매일 오는 것이 아니었다.
침대에 풀썩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았다.
둥둥 떠다니는 정령들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귀여워 보였다.
-재밌었어?
-난 무서웠어.
-맞아! 무서워! 무서워!
정령들이 꺄르르 웃으며 떠들었다.
무섭다고?
누가 무섭다고 그래?
멜라니는 피식 웃으며 노곤함을 즐겼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 일어나기 싫은데.
그래도 손님을 세워 두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이럴 때 쓸데없이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손님을 세워 두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단다.>그래서 일어섰다.
멜라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낯선 얼굴이 서 있었다.
“……누구?”
“안녕?”
무슨 일일까-.
또 나를 해코지하러 오는 건 아니겠지?
멜라니는 잔뜩 굳은 얼굴로 이름 모를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리비의 이름을 언급했다.
“리비가 잠깐 사과하고 싶다는데?”
“사과?”
“응, 그간 자기가 너무 못나게 군 것 같대. 지금 일 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진짜일까?
아니, 리비는 그럴 애가 아니다.
그렇게 증오에 찬 눈빛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겠는가.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누구보다 그런 사람들을 아버지의 옆에서 많이 지켜봤으니까.
멜라니의 입술이 달싹였다.
“……니야.”
“응?”
“아니잖아. 사과하러 온 거.”
“…….”
이름 모를 학생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이렇게 의심이 많은 아이였나?
“친구 말도 못 믿니? 진짜 사과하러 왔어. 한 번만 믿어 줘.”
“정말이야?”
“그래. 걔는 밖에서 너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데? 기숙사 안에서는 누가 들을까 봐 쪽팔린대.”
멜라니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름 모를 여자아이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럼 말만 전하고 갈게. 그래, 여기는 미토스 아카데미지. 가문의 일은 잠시 접어 두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전해 달래.”
“…….”
“역시 상인의 가문 아니랄까 봐, 보기보다 냉정하구나?”
그것이 멜라니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니잖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믿어 볼까?
이들이 말하는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려 했다.
-하지만.
“-어?”
“휴…… 연기하는 것도 힘드네.”
‘왜…… 이렇게…….’
스르륵 눈이 감겼다.
억지로 일어나 보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는 것으로, 그녀가 풀썩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