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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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화 – 진실, 그리고 학술회
#1
진실은 때로, 원하지 않은 것들을 알려주곤 한다.
잔혹한 것들은 때로, 거짓으로 포장되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 주는 경우가 있다.
그 잔혹하고도 견디기 힘든 진실을 마주했을 때,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뉘는 법.
첫 번째는 진실을 마주하고 좌절하는 사람.
두 번째는 진실을 마주하고 맞서는 사람이다.
케일은 어느 쪽일까.
진실을 마주하고 좌절하는 쪽일까, 아니면 맞서는 쪽일까.
마누스는 후자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이제, 말해 주는 건가요?”
“이 말을 듣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알겠나?”
“네.”
케일은 굳게 다짐했다.
그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절대, 마누스를 미워하지 않겠노라고.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겠노라고.
마누스가 말한 것처럼, 긍정적인 생각만 잔뜩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마누스의 입이 열렸다.
어떤 말을 쏟아낼까.
어떤 충격적인 말을 할까.
그녀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트레이스는 사실, 우리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망령, 그러니까……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이지.”
“어째서 이곳에 온 걸까요?”
“너를 죽이기 위해서.”
“네?”
마누스의 말은 그래도 충격적이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왔다니, 이제 무슨 말일까.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자신을 죽이러 온 것일까.
당혹감보단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케일은 조용히 물었다.
마누스는 트레이스의 저의를 알고 있는 것 같았으니.
자신은 누구에게 원한 살 만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
“그의 본명을 말하지 않았군. 그의 본명은…… 카이사르 마누스다.”
“네!?”
“어딘가의 카이사르 마누스. 그 운명은, 네가 전학 온 날 아카데미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것.”
“그런…….”
이거야말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트레이스가, 그 괴물이 마누스 선배였다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마누스는 천천히 아는 것을 이야기해 줬다.
수많은 죽음, 그리고 그 장본인이 바로 수많은 케일이라는 걸.
다른 세계의 자신이 그렇게 했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우리는 함께 싸우고 있는데, 왜 그랬을까?
케일은 정말로 의혹만 증폭되었다.
“그래서 너를 노리는 거다. 추측건대, 네가 마지막 남은 존재…… 뭐 그런 거겠지.”
“그렇군요. 그래서 저를…….”
“그래. 너와 나, 아마도 마지막 남은 마누스와 마지막으로 남은 케일일 거다.”
“트레버로 인해서 각성하게 된 트레이스, 그러니까 다른 세계의 선배가 절 노린다…….”
마누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줘야겠지.
케일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침식지대에선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지만…… 난 결백해. 트레이스에게 결백함을 주장하겠어.’
평행 세계가 어쩌구, 자신이 어쩌구하는 것들은 잘 몰랐다.
분명한 것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트레이스는 지금 엉뚱한 사람을 적으로 몰았다는 사실이었다.
서로 결백하니 물러설 수 없었다.
결국, 케일과 트레이스는 부딪쳐야 하는 운명이었다.
케일은 마누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는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 저는…… 선배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그러니, 맞서 싸우겠어요.”
설령 지금 힘이 부족할지라도 괜찮았다.
언젠가 꼭 사신의 힘까지 도달할 테니까.
이건 신념의 문제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의 문제였으니, 당연히 굽힐 수 없었다.
“절대,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요.”
“잘 생각했다.”
“그러니, 선배도 힘을 빌려주세요.”
마누스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으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뒤틀린 세계의 일부라면, 바로잡아야 했으니.
트레이스를 미리 제거한다면, 게임 후반부에 편해지겠지.
이제는 알라노와 이야기해 봐야겠군.
케일의 눈동자, 그리고 표정을 바라보니 퍽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심지가 곧을 줄이야.
며칠 생각해 본다고 틀어박히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누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정신력이었다.
“그럼, 학술회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공략에 들어가 보자.”
“네.”
“내일 대대적으로 동료들에게도 말해 두겠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알라노의 태도가 걱정이었다.
용암지대에서 그녀의 힘은 절대적일 터.
하지만, 실의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제법 어려워지겠지.
오늘 가서 조용히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라노 역시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오늘 하루 이야기할 시간은 충분하겠지.
“그럼, 이제 비밀을 공유했으니 평생 동료겠네요.”
“그런 셈이다.”
“좋아요. 제가 꼭 선배가 어려울 때, 지켜줄 거예요.”
“그러길 바라지.”
마누스는 조용히 웃고는 케일과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언제부턴가 이야기에 스며들었다.
그 후, 동료들의 가치는 더욱 치솟았다.
아무런 친구도, 가족도 없었던 옛날과 달리 이곳은 소중한 사람이 넘쳐났으니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도 괜찮았다.
마누스는 자신의 육신을 바쳐서라도 이 세계에 남아 있자고 다짐했으니.
그러기 위해선 비틀린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겼다.
‘트레이스. 미안하지만, 과거의 망령은 현재에 도움이 안 된단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누스는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기로 했다.
절대, 져서는 안 될 싸움이었으니.
#2
심야가 다가오는 시각.
알라노는 케일과 함께 기숙사 옥상에서 따스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트레이스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이유로 증오를 품게 된 것인지.
케일에게 그 이유를 다시 들었을 땐, 착잡한 마음이 앞섰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야 하는지 몰랐기에.
“선배는,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은 마음을 추스르고 있어.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야.”
“마누스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저 역시도, 관련이 아주 없진 않더라고요.”
“그래? 다른 세상의 케일이랑 너는 아무 관련이 없잖니.”
세계의 수많은 마누스가 죽은 이유.
그것이 다른 케일 때문이라니, 그것 역시 충격적이었지만 케일을 탓할 순 없었다.
그저 세상이 이상하다.
그저, 비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울 뿐.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순 없겠지.
마음을 다잡고, 이제부터 풀어가야 할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될 일이었다.
누가 보면 어린 나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미 그녀는 성인.
이제는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나이인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정말요? 힘드시면…… 조금은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너희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쉬어. 난 진짜 괜찮아. 원래……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거든.”
알라노의 눈에 트레이스는, 한참 엇나가도 잘못 엇나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사회에, 동료에, 그리고 죄 없는 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겠지.
알라노는 트레이스를 흠씬 두들겨 패서 정신 차리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어찌 되었든, 트레이스와 맞서 싸우는 것으로 귀결되었으니 잘 되었지 뭐.
케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음료를 다 마셨다.
그러고 보니, 알라노 선배는 학술회에 참여하던가?
“선배. 이건 다른 문제인데요.”
“음? 무슨 문제?”
“선배도 학술회에 참가하시나요?”
“응, 견학 겸 가서 듣고 올 생각이야. 케일, 너는?”
“음…… 저는 아무래도 못 가지 않을까요?”
왜? 라고 묻기엔 알라노가 아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평민, 그리고 후원자도 딱히 없는 상황.
그렇다고 마탑에 소속된 것도 아니니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아카데미 소속이라면, 반드시 교수와 동행해야 한다는 원칙도 있었다.
케일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
그러니 학술회에는 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알라노는 자신 가문에 어떻게든 편입시켜서 해 볼까 싶었지만, 아마도 허락은 떨어지지 않겠지.
“그건 걱정 말거라, 후배들.”
“응?”
“고, 공녀님!? 언제 여기에…….”
그런 고민 중에 귀신같이 나타난 인물이 있었으니.
이 세계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인물 중 하나, 인비데아였다.
그녀는 푸른 눈동자로 케일을 바라보며 답했다.
“대충 푸른 머리 꼬마가 ‘선배, 이거……’부터 들었다.”
“다, 다 들으셨네요.”
“음. 그런 셈이지. 엿들으려 한 건 아니다. 나도 한참 전부터 이곳에 있었거든.”
“아…….”
인비데아 역시 비밀을 알아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타났나 보군. 하지만 언젠가는 뛰어넘을 수 있을 거다. 너희들이 드나드는 그 탑은 그런 곳인 것 같으니.”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 그리고 다른 세계가 어쩌니 해도…… 너희들이 사는 세계는 이곳이다. 난 솔직히 다른 세계가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어려운 이야기, 생각해 보지도 않았으니까.
인비데아는 이어서 말을 건넸다.
“너희들만의 세상이다. 다른 이들이 와서 어떤 짓거리를 하든, 너희들만의 세상을 지키는 것이 맞겠지. 그리고 우리 동생은 나와 함께 학술회에 가면 된다.”
“네? 고, 공녀님이랑요?”
“그래. 카이사르에서도 이번 학술회에 참가하기로 했거든.”
두 사람은 멍하니 인비데아를 바라봤다.
카이사르의 참가.
그것은 학술회에서 꽤 큰 의의를 가지고 있는 단어였다.
알라노 역시 그간 학술회에 관련된 자료를 모으며 알아본 바가 있었다.
그러니, 인비데아의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저, 정말 카이사르 가문이 참가하나요?”
“그래. 나와 아버지, 그리고 이 꼬마가 함께 갈 거다.”
“케일, 정말 잘 됐는데?”
이건 공식적으로 카이사르가 ‘케일’이라는 존재를 탐내고 있다는 선전포고였다.
얜 우리 거니까, 건들지 말라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케일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