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 남모를 후원자가 생겼다
#1
학술회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솔직히 후반부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갑자기 등장한 이들은 마법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
에레시스와 교단.
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걸 알리러 온 이들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정작 높으신 분들은 덤덤한 채였으니, 마법사들은 그 모습에 오히려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들은 덤덤한 얼굴로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뒤풀이 겸 연회까지 해야 할 일정이었지만, 위대한 가문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귀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브리온 마탑주가 다가섰다.
서로 안면이 있는 모양인 듯, 제법 살갑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연회는 참여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그렇습니다. 공사가 다망한지라.”
“다른 가문들이 뵙고 싶어 할 텐데요. 우매한 이들에게 조금의 지식이라도 나누어 주시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베스는 작게 웃었다.
우매한 이들에게 작은 지식이라…….
본래 우매한 이들은 알려줘도 못 알아먹는 법이지.
“그들에게 배울 자세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당장 심각하다며 경고까지 해 온 마당에 흥청망청 놀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따끔한 충고로군요. 그럼, 다음에 폐하의 곁에서 뵙겠습니다. 자제분의 발표는 정말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짧은 대화였지만, 브리온 마탑주는 카이사르가 현 마법사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챘다.
많은 발전이 있었고 평균적인 무력 수위가 높아졌지만, 지식의 발전은 정체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발견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더 나은 마법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를 것이다.
본래 인간이란 위기와 절박함이 닥쳐와야 움직이는 족속이었으니.
라베스는 그런 이들의 태도를 꼬집어 비판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대가 눈여겨보는 이들은 더욱 정진하겠지. 그렇지 않소?”
라베스가 들었는지 아닌지는 몰랐다.
어쩐지 그의 입가에 웃음이 매달려있는 것 같아, 브리온 마탑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앙 마탑 역시 그간 너무 평화로웠다.
제국 건국 당시,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가.
적을 죽이고 아군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을 무수히 연구했다.
지금처럼 클래스별로 마법을 정리한 것 역시 중앙 마탑과 위대한 가문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이론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갔다.
마법의 역사가 다시 쓰여질 때가 왔다.
언제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영웅들이 나오는 법이었으니.
#2
뒤풀이가 끝난 뒤, 마누스는 카이사 교수와 함께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중간에 마주치는 이마다 가문이며 이름이며 길게 소개하려는 탓에 제법 시간을 빼앗겼다.
카이사 교수는 그들을 성실하게 응대했지만, 마누스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가 그런 것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케쉬완의 움직임이었으니.
“그럼, 오늘은 푹 쉬어두렴. 고생했단다. 방학 잘 보내고.”
“교수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나중에 정말 내 직속 제자 할 생각 없어?”
“해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고민해 보도록 하죠.”
카이사 교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 다셨다.
카이사르를 직속 제자로 둔다니.
누가 들으면 코웃음 칠 발언이었지만, 마누스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예의도 바르지.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고, 마누스는 몸을 돌려 케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문에서 그녀를 아카데미로 돌려보냈는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포탈에서 걸어 나오는 중이었다.
마누스를 발견한 케일이 배시시 웃으며 다가왔다.
아마 그의 짐작이 맞는다면, 케쉬완이 케일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거다.
“선배.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별거 아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건 처음 봤어요. 그만큼 좋은 발표였다는 거겠죠?”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저어…… 근데, 좀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케일은 마누스에게만큼은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거대한 비밀을 서슴없이 말해준 그였다.
평생 서로를 지켜나가자며 얘기해 준 것도 바로 마누스였다.
그렇기에 그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케쉬완이라고 밝힌 이들이 접근해 온 것을 밝혔다.
아카데미로 찾아오겠다고 한 것.
자신을 지칭해 숨겨진 아이라고 한 것.
그 모든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선배가 함께 가주었으면 해요.”
“내가? 그들이 과연 날 반길까?”
원작에서도 오직 케일의 말만 따르던 집단이었다.
그런 이들이 자신을 기껍게 생각할까?
“안 그러면 무슨 제안이든 거절할 생각이라, 괜찮아요.”
“……벌써부터 위험한 걸 배웠구나.”
“다 선배가 알려준 거예요.”
케일은 조금 자라, 슬슬 못생겨지는 단발을 매만지며 말했다.
확실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
항상 맹하게 있던 표정도 생기가 돌았고.
마누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이 원하는데 케쉬완이 들어주지 못할 건 또 없었다.
그들은 그런 집단이었으니까.
일단 그들이 찾아올 때까지 수련이나 하며 지낼 생각이었다.
“그럼, 시간도 때울 겸 대련이나 하면서 기다리지.”
“좋아요.”
“나도 마침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드디어 배운 스퀘어 캐스팅.
동시에 네 개의 마법을 다룰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과거, 이제는 전생이 되어버린 곳에선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마법을 펑펑 날렸다.
카이사 교수님이 참관해 결계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아카데미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을지도 모를 대련이었다.
#3
밤이 되었다.
케일은 밤바람을 맞으며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하는 중이었다.
침식지대가 아닌, 그냥 아카데미의 밤하늘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기척이 나타난 것은 달이 구름에 가려졌을 때였다.
저음, 그리고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케일은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네가 케일이구나.”
“네. 당신은 누구죠?”
“그 전에…… 쥐새끼가 숨어 있는 것 같은데.”
“쥐치고는 좀 사납긴 하지.”
그림자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아덴, 그리고 마누스.
케쉬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케일이 카이사르와 친분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설마 위험한 비밀까지 공유하는 사이인지는 몰랐다.
자신들의 정보가 틀린 것일까.
아니면 그사이에 급격한 관계의 발전이 있던 걸까.
케쉬완은 터벅터벅 걸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얼마 전 카이사르로 흘러 들어간 마스터급 암살자. 그리고…… 마도사급 인재. 만만치 않군.’
이쯤 되면 그들의 힘 없이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케일은 꼭 든든한 후원자들 곁에서 세력을 키워야 할 사람이었으니.
“그가 네 비밀을 들어도 괜찮겠느냐.”
“괜찮아요.”
“그래. 그러면 거리낄 것은 없겠군. 카이사르의 자제여, 그대는 이 비밀을 평생 지킬 것을 약속해라.”
“어렵지 않지. 그렇게 하겠다.”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중하게 행동하진 않았지만, 신뢰가 가는 행동이었다.
케쉬완은 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본격적인 협상을 위해서.
“내 이름은 보렌스 케쉬완. 어둠 속에서 빛을 숭배하는 자. 그림자 가문의 가주다.”
“그림자…… 가문?”
“그래. 빛의 가문을 떠받드는 이. 그들을 위해 충성하고 헌신하는 자들이지.”
“빛의 가문과 제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보렌스는 슬쩍 마누스와 아덴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직 말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우리도 아직 조사 중이지만, 빛의 가문과 네가 큰 연관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전…… 제 부모님의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걸요.”
“흥분하면 붉은 눈동자가 되지 않더냐. 그게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흥분이라기보단…… 어쨌든 맞아요.”
보렌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마누스에게 물었다.
이건 제법 중요한 이야기였으니.
“에레시스가 다른 세계에서 암살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나?”
“그걸 막기 위해 우리가 있는 거지.”
“케일의 능력도 알고 있나?”
“그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렌스는 이제부터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꺼낼 참이었다.
이건 확신에 찬 이들의 이야기였다.
케일은 이 세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으니.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힘. 마법을 새로 창조할 수 있는 힘은 오직 빛의 가문에게만 허락되는 힘이지.”
“그렇다면 저는…….”
“네가 숨겨진 아이는 맞지만, 그들의 직계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그 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건 확실해.”
“아니, 아니에요.”
케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마누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보렌스도, 케일도 알지 못했던 운명.
그건 같은 힘을 가진 이의 등장이었다.
“마누스 선배 역시 저랑 똑같은 힘을 사용할 수 있어요.”
“……뭐라?”
“오히려 저보다도 먼저 사용해 왔었고 제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신 분이기도 해요.”
“그, 그럴 리가! 저 인간은 카이사르의!?”
마누스가 한 발자국 걸어 나왔다.
그는 붉은 눈동자를 만들지도, 마법을 카운터 치는 스킬도 없었지만 카덴차는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파직-.
그는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도 시험해 볼 겸 직접 시연해 주기로 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보여주도록 하지.”
[스퀘어 스프레드] [이그니] – [아우라] – [폴게] – [글라치]네 개의 속성이 한꺼번에 어우러졌다.
이전에도 한 번 봤지만, 케일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트리플 캐스팅도 모자가 스퀘어 캐스팅이라니.
전설 속에나 나오는 경지인 줄만 알았는데, 눈앞에서 보았다.
카이사 교수가 기절할 듯이 놀랐었지.
설마,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 스퀘어 캐스팅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만들어진 1클래스 원소 마법의 집합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4클래스급의 힘이 넘실거렸다.
그 모습을 본 보렌스는 입을 쩍 벌렸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좀 많이 특별해.”
그 순간, 오랜만에 메시지가 마누스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강력한 비틀림이 생성됩니다.] [세계 선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꼬아집니다.] [주의하십시오. 멸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간섭이 시작됩니다.] [중대한 결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이건 또 무슨…….’
고작 이거 하나 보여줬다고 이렇게까지 비틀릴 일인가?
라고 생각하기엔 큰일이긴 했다.
원작에서도 카덴차는 스토리의 핵심과도 같은 능력이었으니.
그걸 밝히는 것이 뒷부분의 이야기.
탑을 모두 오르고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 원작은 끝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DLC에서 펼쳐질 이야기라는 거겠지.
마누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반쪽짜리일 뿐. 너희들이 찾는 진짜는 아마 케일이겠지.”
“혹, 카이사르 가문 중 빛의 가문의 후손이 있는가?”
“그럴지도. 내 어머니는 평민 출신이지만, 그 누구보다 뛰어나신 분이다.”
“베니니타스…… 그래. 그녀가 있었군.”
보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건, 정말 중대한 발견일지도 몰랐다.
케쉬완에게도, 마누스에게도.
그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케쉬완은 케일, 당신의 영원한 후원자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카이사르와 영원한 친교를 맺길 희망합니다.”
“허락하지.”
마누스의 말이 먼저 떨어졌다.
뒤이어 케일의 말이 이어졌다.
“절 후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보렌스 가주님.”
“앞으로 당신은 위대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겠노라고 선언했다.
케일에게 아주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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