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 내 존재를 각인하는 방법
#1
드래곤.
마법의 시초이자 대륙, 세계의 지배자였던 이들.
그들은 록스 대륙 전체를 지키는 것을 넘어, 다른 대륙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위대한 존재라고 칭송받던 이들이 멸종한 것은 전쟁 때문.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전쟁에서, 그들은 신에 도전하여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 대가는 힘의 상실, 그리고 퇴화와 멸종.
드래곤의 위대한 힘은 소수의 인간에게만 남아 있었고, 그들은 남몰래 유지를 이어가며 살아갔다.
그것이 아브렐 가문의 시초.
위대한 골드 드래곤, 아브렐슈라드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가문.
[그르르르르…….]가면 뒤, 붉은색으로 빛나는 파수꾼의 눈동자가 니아를 억죄었다.
눈앞에 있는 마누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이었건만, 유독 니아 본인은 덫에 걸린 듯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으…….”
“긴장 푸시고, 제가 전위를 맡겠습니다.”
“자, 잠깐-!”
그녀가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마누스와 파수꾼의 격돌은 시작되었다.
콰아앙-!
휘두른 꼬리를 치이이익, 발끝으로 버티며 잡아낸 마누스.
니아는 입술을 깊게 깨물며 눈을 감았다.
영창, 그리고 집중.
마법사에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소양이었고 옆에서 칼과 화살, 마법이 들이쳐도 깨지지 않아야 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했다.
하지만 니아는 그러지 못했다.
“이, 이게…….”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만 꼬이는 영창.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는 것이 꼬여, 제대로 된 마법을 만들 수 없었다.
처음 겪어보는 현상이었다.
그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마법을 만들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라아아악-!]파수꾼의 포효에 니아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창백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니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나…… 대체 왜 이래!?’
본인도 이유를 제대로 몰라 답답한 상황.
식은땀이 등을 축축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이건, 본능으로부터 기인한 공포였다.
DNA에 새겨진, 거부할 수 없는 먹이사슬로 인한 공포.
자신보다 강한 동족에게 고개를 조아리게 설정되어 있는 유전자가 발현된 것.
눈앞에 있는 파수꾼은 니아보다 ‘더 나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은 즉, 권능이 한 단계 위라는 뜻이겠지.
“선배. 무섭습니까?”
“아? 아, 아니…… 내가 왜 이러지?”
“저놈의 눈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건 마누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묵직한 공격에 항마력이 제법인 녀석.
3클래스 이하의 공격은 제대로 먹히지도 않을 파수꾼이었다.
“두려우면 저 혼자 처리하죠.”
“아냐. 어떻게 그래. 후우우우…… 내가 저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라아아악!]글쎄.
그건 지금 고민해서 나올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마누스는 말을 삼키며 니아의 허리를 붙잡고 훌쩍 뛰어올랐다.
녀석의 공격이 빠르게 두 사람이 있던 곳에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앙-!
족히 5클래스는 되어 보이는 화력.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수꾼이었다.
웬만한 드레이크 이상의 화력.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갔군. 이것 역시 세계 선의 변화 때문인가.’
흘끔, 그는 니아를 바라봤다.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마누스가 말했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저런 이들도 넘어서야 할 겁니다. 제가 상대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지 지원하세요.”
“야, 야! 잠깐……!”
“우물쭈물 거리다간 둘 다 당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마누스는 다시 파수꾼과의 결투를 위해 앞으로 향했다.
곧, 치열한 격돌이 이어졌다.
단단한 비늘, 뿜어지는 브레스, 강철보다 단단한 꼬리와 날개 발톱.
레벨은 60대 정도로 추정되는 녀석은, 상당한 강적이었다.
‘캐스팅할 시간이 부족하군. 압도적인 화력으로 단번에 몰아쳐야 할 것 같은데.’
계속 움직이는 상태에선 단번에 끝낼 수 없으니, 니아의 지원을 믿는 수밖에.
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 니아가 겪고 있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약자인 상태로 안주하게 된다면 영원히 약자인 상태일 뿐.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니아는 그저 잊혀지는 캐릭터도 전락하겠지.
마누스는 일부러 치열한 공방,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기로 했다.
치명적이지 않은 공격은 흘리거나 비켜 맞으면서 눈에 보이는 상처를 누적시켰다.
‘빠, 빨리 움직여야 해. 빨리.’
그런 사정을 몰랐던 니아는 이를 악물고 마누스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또 민폐만 끼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단 말이다.
마누스는 언제나 자신을 이끌어 주고 있었다.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여기까지 둘이 온 것 아닌가.
평범한 삶을 버린 건 바로 자신.
‘난, 더 강해질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자 앞에서 주눅 들면 안 된다.
강해지기 위해선 강자를 끌어내려, 잡아먹어야 한다.
그것이 아브렐 가문의 숙명.
다른 용종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본인이 강해지는 길일 터다.
“이제 알겠어.”
두려워할 필요 없다.
같은 종이 아닌, 사냥꾼과 사냥감으로 바라봐야 할 대상이었다.
그녀의 마음가짐이 변화했다.
그건, 비상의 발판을 마련하는 변화였다.
[아브렐의 마음가짐이 변화합니다.] [간섭을 확인했습니다.] [니아의 각성 단계에 따라 힘을 계승 받습니다.] [모든 드래곤 관련 스킬들의 습득 시간이 20% 감소합니다.]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마누스는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에 미소 지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앞발이 그를 찍어 눌렀지만, 마누스는 그대로 받아냈다.
오히려 발톱을 꽉 잡고 어디 못 가게 막아둔 상태.
[각성 1단계 : 모든 능력치 + 10% / 모든 대미지 방어 무시 + 30%]마누스의 힘이, 마나가, 민첩이 증가되었다.
말이 10%지 체감은 어마어마한 수준.
그 결과, 집중해야 했던 것들이 손쉽게 보이게 되었다.
조금 더 적은 힘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었고 조금 더 적은 집중력으로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다.
다음 수를 읽는 행위 역시 훨씬 수월했다.
모든 능력치에는 그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게임에서와 달리, 현실에서는 신체 전반적인 스펙이 늘어난 것이었다.
“마누스, 비켜!”
[익투스 : 아스페르] [알투스]콰르르르르-!
황금빛, 거대한 전격이 날개를 펼쳤다.
마누스는 황급히 파수꾼의 턱주가리를 가격한 후,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유효타는 아니지만, 파수꾼의 시선을 이리저리 흔드는 덴 충분했으니.
“죽어 이 새끼야-!”
그건 황금빛 드래곤의 형상이었다.
니아에게만 있는 특별한 힘이 날뛰기 시작했다.
황금빛 뇌전이 파수꾼에게 직격했다.
[크라아아악-!]고통스러운 비명, 그리고 마누스의 영창이 이어졌다.
한 방에 모든 걸 쏟아붓는 것은 역시 스퀘어 캐스팅이겠지.
5클래스 스퀘어 스프에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니 가볍게 2클래스 스퀘어 스프레드를 준비해야지.
마누스는 단번에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새로 배운 스킬들이 그를 도와주었다.
더 빠른, 더 정확한.
더 강한 마법을 위한 스킬들.
“선배. 마무리는 선배가 해 주십쇼.”
“맡겨둬. 이젠 무섭지 않으니까.”
“좋습니다.”
[스퀘어 스프레드] [카테나] – [모데라] – [데미누토] – [콘피고]디버프, 속박 마법을 꽉꽉 눌러 채운 마법.
2클래스의 조합이지만, 그 위력은 5클래스 이상.
대신 마누스에게 더해지는 부담도 상당했다.
5클래스 더블 스프레드 정도의 마나 소비량.
완벽한 속박을 위해 준비한 마법이었다.
촤르르륵-!
부정한 것들을 가득 모아둔 사슬이 땅을 뚫고 올라왔다.
마치 형벌을 받아야 하는 악룡처럼, 드래곤은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크루치오]그것은 십자가에 매달아 형벌을 받아야 하는 존재.
1턴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속박 마법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꽁꽁 묶인 파수꾼.
니아는 파수꾼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었다.
그래, 역시 너도 사냥감이 되니 두려움을 느끼는구나.
니아는 이제 파수꾼의 눈동자가 두렵지 않았다.
몸을 계속해서 옥죄던 기분 나쁜 느낌 역시 말끔히 사라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 힘이나 내놓고 꺼져.”
콰르르르르르-!
다시 한번 황금빛 전격이 날개를 펼쳤다.
파수꾼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축 늘어졌다.
니아는 본능적으로 파수꾼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르르르르…….]힘없이 축 늘어진 드래곤 형상의 파수꾼.
니아는 가면 위에 손을 올렸다.
두근-.
맥동하는 힘이 느껴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푸스스스-.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파수꾼의 신체.
형상을 이루고 있던 가면이 부서지며 그 힘만이 남아 있었다.
붉은빛을 띠고 있는 힘.
그것에 손을 뻗자, 힘은 니아의 눈동자로 스며들었다.
“아으으으윽-!”
순간, 니아는 엄청난 격통에 눈을 감고 신음을 흘렸다.
그곳에서 들어온 것은 드래곤들의 기억.
단편적인 기억들이었지만, 분명 드래곤의 기억이었다.
“흐으윽…… 으윽…….”
“선배, 괜찮아요?”
“어…… 괜찮아.”
니아는 눈을 끔뻑이며 몇 번이고 심호흡을 내뱉었다.
지끈거리는 두 눈에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마누스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브렐 니아의 각성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드래곤의 영혼 수집 2/8] [파수꾼의 영혼, 사도의 영혼, 그리고 살아있는 드래곤의 영혼 두 개를 수집하세요.] [아브렐 니아가 잊혀지는 시간이 늦춰집니다.] [세계에 존재를 각인시킵니다.]‘이게…… 니아의 각성 퀘스트.’
실마리를 잡았다.
길이 보였다.
마누스는 온몸에서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니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선배, 드디어 길이 보였습니다.”
“어? 어어? 그, 그래!? 진짜?”
“네.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이지? 응?”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느 때보다 상기된 표정을 본 니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부담스럽게 잘생긴 얼굴이 자신에게 훅 들어오니, 상상외로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녀는 황급히 마누스의 손을 떼고 마주 웃어 주었다.
“그, 그래. 잘됐다. 나 이제…… 강해지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네, 그럴 겁니다.”
그제야 니아 역시 작게 웃었다.
마음속에 있었던 무언가가 조금은 풀어졌기 때문일까.
그녀의 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제 길이 보였다.
‘그런데, 살아있는 드래곤은 대체 어떤 놈들이지?’
물론, 그 길이 쉽다고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