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 버클리 가문에서 일어난 일
#1
파수꾼이 잡히고 두 사람이 조금 쉬고 있자, 케일 일행이 올라왔다.
그들은 마누스와 니아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달까.
그들은 니아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과연, 그녀가 알고 있던 니아가 맞는지.
혹시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으니.
“니아 선배…… 맞죠?”
“응, 아브렐 니아야. 파수꾼을 잡았더니 이렇게 됐네. 그래서 말인데-.”
니아는 다른 동료들을 바라보며 부탁 아닌 부탁을 해 왔다.
별건 없었다.
케일과 일행이 느끼기에 무리한 부탁도 아니었다.
바로 파수꾼을 잡을 때 반드시 니아를 고정으로 넣어달라는 것.
더욱 강해진 그녀의 힘은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면서, 강력하게 어필했다.
한편, 마누스는 새롭게 추가된 능력을 바라봤다.
[아브렐 니아의 힘이 강해집니다.] [모든 공격력 + 5% / 방어 무시 대미지 +5%] [언령계열 스킬의 리스크가 다소 줄어듭니다.]‘역시, 아브렐 가문의 진짜 능력은 언령과 관련된 힘이었나.’
원작에서도 ‘드래곤 = 언령’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그 공식이 맞아떨어진다는 걸 증명하는 텍스트가 지금 여기에 있었다.
아브렐 가문이 부흥하게 된다면, 드래곤의 힘 역시 세상을 위해 다시 쓰이겠지.
마누스는 그 생각을 하며 니아에게 말했다.
“앞으로 부지런히 힘을 수집하시죠.”
“응. 알았어. 얘들아, 부탁할게.”
“물론이죠. 저희도 도와드릴게요.”
“꼭 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그저 응원하기만 했다.
니아와 마누스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 것인지,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간.
케일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방학이기도 하고, 저희도 아직 아무것도 못 했어요. 조금 더 있다가 가는 건 어때요?”
“좋다.”
“나도 찬성.”
케일의 제안으로, 마누스 일행은 다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그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으니.
트레이스가 조용한 지금, 빠르게 격차를 좁혀야 할 순간이었다.
#2
버클리 가문.
기예르모는 약 3개월 만에 도착한 영지를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수선한 분위기, 잘 보이지 않는 행인,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병사와 말, 수레.
지나다니던 상인 하나가 그를 발견하고 황급히 말을 걸었다.
“미토스 아카데미 학생분이시군요. 지금 이곳은 위험합니다. 얼른 피하시지요.”
“무슨 일이 있었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하대에 상인은 기예르모의 외모와 인상착의를 잘 살펴봤다.
금발에 구릿빛 피부.
방패를 들었고, 아카데미의 정복을 입었다.
수호자를 상징하는 사슴이 그려진 망토가 인상적이었다.
상인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고, 그가 단번에 이 땅의 주인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까지 나왔다.
그래서 그는 공손하게 답했다.
궁금증을 풀어주면 인상이 좋아지기라도 하겠지.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상인.
“지금 숲속에 있는 오크가 일제히 준동했습니다. 쳐들어올 시기도 아닌데, 엄청난 숫자의 오크들이 마을로 내려오곤 하고 있습죠.”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영주님께서도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저희는 물자 조달을 요청받고 영주 성으로 가는 길입니다요.”
기예르모는 고개를 끄덕이고 상인에게 부탁했다.
본래라면 가문 사람들이 말을 가지고 왔어야 하나, 사정상 그러지 못했으니.
마침 가는 길도 일치하겠다, 기예르모는 상인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날 영주 성까지 태워줄 수 있겠는가.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하겠다.”
“아유 아닙니다. 얼른 타시죠. 사례보다는 상단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지.”
기예르모는 상인이 원하는 바를 깨닫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빚을 졌으니 갚는 것도 본인의 책임이겠지.
그 빚에 이자가 잔뜩 붙은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새로운 수금원이 생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
기예르모는 마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빠르게 영주의 수도, 펜찰 바위산으로 향했다.
기예르모는 덜컹거리는 마차 위에서 생각했다.
과연, 어떤 이유 때문에 오크들이 날뛰기 시작했을까.
‘에레시스. 여기까지 손이 뻗쳐 있었던 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에레시스에 대한 의심.
그리고 혹여 다른 이유가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교단이 움직인다고 했었지.
분명, 마누스가 이따금 가문의 일을 처리하고 오는 것을 보았다.
위협이 너무도 많았다.
문득 아직도 가문에 있을 사람이 생각났다.
잘 있을까.
그것도 아직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기예르모의 마음은 조금씩 조급해져만 갔다.
#3
펜찰 바위산.
거대한 두 개의 협곡을 지키고 있는 천혜의 요새, 버클리 요새.
버클리 가문은 오랜 시간 이 관문을 지키며 제국의 수도를 방어해 왔다.
그 어떤 세력도 이 협곡을 넘지 못했으니, 과연 최고의 수호자 가문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었다.
버클리 가문의 영주, 버클리 에즈라.
그는 대륙 최고의 수호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위대한 가문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이제 조만간이지 않을까.
그런 그가 집무실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전력이 부족하군. 지원군을 요청해야 하나.”
“가주님. 카이사르 대공에게 연락을 넣어 보시지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카이사르.
그것은 버클리 가문에게 있어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치욕스러운 순간이기도 했으며,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친 일이기도 했다.
버클리의 영주, 에즈라는 그 이후, 카이사르를 지독히도 싫어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딸, 클라리나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벌해야 했던 심정을 묻노라면, 차라리 자신의 팔다리를 잘라내고 싶었다는 대답을 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가주님이 꺼리신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카이사르를 더욱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다고 해도 그들이 제대로 된 지원군이나 보내주겠느냐. 협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가문에게 말이다.”
“이참에 관계를 개선하는-.”
“그만-!”
콰직-!
엄청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내린 책상.
웬만한 충격에도 단단함을 잃지 않는 암석으로 만들어진 책상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에즈라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비서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두 눈에서 뿜어지는 증오와 원망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비서는 차마 영주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영주, 에즈라.
그의 목소리에서는 짙은 슬픔과 원망이 뚝뚝 묻어났다.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그 얘기를 했다간, 방패 대신 네놈 몸뚱이를 휘두를 것이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소서.”
“후우…… 너무 흥분했군. 자네 말도 일리는 있어. 지원군은 요청해야겠지 단, 카이사르를 제외한 곳에 말이야.”
“알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청을 넣을 곳은 정해졌다.
바로 제국의 중심부이자 황궁이 있는 곳, 제도였다.
중앙군이 움직인다면 어느 정도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겠지.
오크족은 지능은 낮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함부로 덤빌 정도로 멍청한 건 또 아니었다.
아마도 이상이 있었기에 이렇게 들끓는 거겠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정예를 보내야겠지.
에즈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들겼다.
“영주님. 공자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기예르모가?”
“예. 서신을 받고 오신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인력이 부족한 찰나, 귀중한 전력이 도착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미토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2년.
그는 많은 것을 배워 왔다.
멀리서 볼 때마다 부쩍 강해지는 것이, 조만간 자신을 뛰어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전력이 도착했으니, 몇 명의 인재를 빼 오는 것도 가능하리라 판단했다.
영주는 기예르모를 불렀고, 버클리 가문의 장남이자 둘째는 빠르게 그의 앞에 섰다.
“도착했습니다. 영주님. 오다 보니 상황이 꽤 심각한 것 같습니다만.”
“잘 왔다. 그런데…… 언제 그렇게 성장했느냐?”
“친구들과 함께 수련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제법 좋습니다.”
기예르모가 말하자, 영주는 흡족하게 웃었다.
친구들이라, 어떤 친구를 사귀었는진 몰라도 잘 커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그는 궁금증에 되물었다.
어떤 친구들을 사귀었는지 궁금했으니.
“친구들은 어느 가문이라고 하더냐.”
“해리슨, 해리, 플로이스, 피터손, 평민도 있습니다만, 제법 실력이 좋습니다.”
“그래, 평민이든 귀족이든 실력만 있으면 되지. 그런 이들이 언젠간 성을 받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지금 상황을 도와줄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친구.
그 중요한 단어를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데 쓸 줄은 몰랐다.
아직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실상은 그가 자신을 이끌어 준다는 것이 맞겠지.
그도 자신을 친구라고 불렀다.
과오를 없애고 누이에게 다시 빛을 되찾아 준다고 했다.
그러니, 그를 믿고 친구라고 부르는 수밖에.
궁금해하는 아버지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아마 좋게 보진 않겠지.
그럼에도 기예르모는 마누스를 꼭 영지로 데려오고 싶었다.
“카이사르 마누스. 그가 영지로 오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뭐라?”
“카이사르 마누스가 영지로 올 겁니다.”
“…….”
겨우 진정되었던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에즈라의 전신.
하지만, 기예르모는 똑바로 말했다.
왜 그가 필요한지, 왜 그가 와야만 해야 하는지.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성장했고, 누군가를 넣었으면, 다시 꺼내줘야 한다고.”
“하, 그 건방진 애송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습니다. 애송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버린 느낌이지만요.”
에즈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누구보다 마누스를 증오하던 기예르모였다.
항상 그를 뛰어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훈련을 거듭했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고?
순간, 에즈라는 협박이라도 당한 것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딸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이번에는 아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래서 그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말했다.
“혹여 그가 같잖은 협박이라도 했느냐? 그렇다면 사실대로 말하거라. 내가 반드시 벌해 줄 테니.”
“가주님이 카이사르에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면 왜 그러느냐! 왜 카이사르를 옹호하는 것이야!”
기예르모는 노도와 같은 분노 앞에서도 덤덤하게 말했다.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두 눈으로 보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겠지요.”
그건 이미 확신에 찬 말투였다.
마치 광신도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