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 그가 진정 우릴 도와줄 수 있겠느냐?
#1
카이사르와 버클리.
결코 좋다고 할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공정하게 누가 잘못했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모두 버클리에게 손가락질했다.
감히 대공의 아들에게 손찌검을 한 것도 모자라, 그 벌로 이행하는 조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으니.
버클리 가문은 수문장의 역할만 아니었다면, 카이사르에 의해 박살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였다.
카이사르는 버클리 가문의 그런 행태를 묵인해주고 있었다.
왜 그러는진 밝히지 않았지만, 버클리 가문은 그 때문에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버클리 가문은 매년, 일정한 수의 몬스터 재료를 카이사르에게 납품한다.> [카이사르는 문제가 있을 시, 버클리 가문에 원군을 파견한다.> [이는 상호보완적인 조항이며 만약 한 가문이 대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이행할 시, 다른 가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이는 마나로 맺어진 계약이며,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조항이다.>불과 몇 년 전, 두 가문끼리 맺었던 조약.
그 사건이 있었던 이후, 이 계약은 한 번도 이행된 적이 없었다.
강요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카이사르 역시 끈만 잡아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카이사르 마누스가 오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어쨌든 원군이라는 이야기.
여기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건 개인이 아닌 가문이 지는 빚이 되는 것이다.
에즈라는 그래서 골치가 아팠다.
‘영원히 남남처럼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세상은 좁고 일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 이렇게 답답한 상황만 생기는 거겠지.
일단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터다.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오크를 막아낼 병사들을 파견하고, 마을에 있는 이들을 끌어모아야 할 터다.
‘모르도르 가문에게 연락해야겠군.’
병장기는 그쪽에서 책임져 줄 것이다.
모르도르 가문과 버클리 가문은 오랜 시간부터 협력하는 관계였으니.
그들은 충분한 수의 병장기를 지원해 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 답례로 버클리 가문은 모르도르 가문을 지켜주겠지.
버클리 가문이 쑥대밭이 된다면, 인접해 있는 모르도르 가문의 안전도 보장될 수 없었다.
그러니 병장기 문제는 해결될 것.
“가주님. 공자님에겐 어떤 명령을 내리실 겁니까?”
“아직 생각하는 중이다.”
“하면, 피난민들의 호위를 맡기시는 건 어떨는지요. 지금 파비앙 경께서 그곳에 계십니다. 그를 주요 전력으로 기용하신다면, 숨통이 조금 트이실 겁니다.”
“좋은 생각이다.”
펜찰 바위산을 동쪽으로 감싸고 있는 숲 전체가 전선이었다.
거기다 바위산 서쪽으로 펼쳐진 서쪽 평야 역시 오크들의 침범으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파비앙은 버클리 최고의 전력.
그런 전력이 피란민을 호위하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 백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가주의 결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예르모가 호위를 맡아 준다면,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
아들이어도 수호자 가문에서 태어난 이상, 실전을 치러야 했다.
지금은 심각한 사안인 만큼,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럼 공자님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러도록 하라.”
비서가 떠나고 에즈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카이사르에 관한 일도 정리해야겠지.
사람은 감정으로 움직이는 동물이었고, 항상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들이었다.
버클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가문이 우선시되는 건, 누군가를 지키는 수호자에게도 마찬가지.
자신이 살아야 다른 이들도 지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사르와의 관계 개선이 이득이 될 수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카이사르 마누스. 그가 클라리나를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관계 회복은 평화롭게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태생이 건방지고 오만한 자.
과연 그가 어둠 속에 갇힌 클라리나를 꺼내줄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일은 벌어졌다.
마누스가 지원을 오는 것은 막을 수 없을 테니, 철저하게 감시하고 지켜보는 수밖에.
고민하는 사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네가 해줘야 할 것이 있다.”
“분부만 하십시오.”
에즈라는 지도를 가리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서쪽에서 펜찰 바위산으로 오는 길.
텅텅 비어있는 평원이자 버클리 영지의 유일한 곡창지대에서 피난민이 대피하는 중이었다.
뒤쪽에서는 오크들이 추격해 오는 상황.
그곳에 합류해 파비앙과 교체, 부대를 이끌고 펜찰 성으로 복귀하면 되는 일이었다.
지휘관이자 최고 전력으로 활약해야 하는 전장.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기예르모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간 배운 걸 써먹을 수 있겠군.’
부대 운용은 잘 모른다.
하지만 탑에서 배운 전술은 잘 알고 있었다.
큰 틀에서의 전술은 비슷하겠지.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무사히 돌아오거라.”
“알겠습니다.”
기예르모는 지체 없이 발을 돌렸다.
전장으로 향하는 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에즈라는 그렇게 고민하다가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풀었다.
그리고는 아들을 불렀다.
“기예르모. 잠깐 이리 오너라.”
“예.”
마나로 정제된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패.
가히 아티팩트급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방패가 기예르모의 손에 들렸다.
기예르모는 아버지가 이걸 무척 아낀다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더욱 놀라웠다.
누이의 자존심이 높은 성격은 아버지를 닮아서였다.
자신의 것을 끔찍하게 아끼기에 버클리 가문을 지켜올 수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자신에게 아끼는 방패를 내어주었다는 건, 심경에 변화가 찾아와서겠지.
에즈라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방패를 왜 주는지, 이 방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는 네가 이 가문을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 이건 군주의 증표다. 네가 버클리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제가, 가주님을 대신하는 것이로군요.”
“그래. 이젠 너도 버클리 가문의 사명을 이어받아야 하니까.”
황제를 지키고 제국을, 제도를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버클리의 숙명이었으니.
기예르모는 방패를 받아들고 조용히 쓰다듬어 보았다.
차가운 촉감이 마치, 이 땅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산처럼 단단해 보였다.
등에 방패를 맨 기예르모는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겼다.
그러니, 실수 없이 완수하리라.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지휘관은 이곳에서 상대를 주시해야 한다.
상황이 잘 돌아가는지, 변수는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렇기에 움직일 수 없는 몸.
아들을 대신 보내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였다.
카이사르가 올 때까지 환영식이나 준비해야 할까.
에즈라는 지도를 보며 깊은 고민을 했다.
오랜만에, 딸이 보고 싶어졌다.
#2
“정말 저희는 같이 안 가도 되나요?”
“그래. 버클리 가문에서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도 도울 수 있잖아.”
아카데미.
마누스는 떠날 채비를 완수했다.
기예르모에게 줄 마석과 다양한 포션도 빵빵하게 챙겼다.
필요할 것 같아, 여분의 방패까지 챙긴 상태.
다른 동료들 역시 함께 참가하고 싶어 했다.
확실히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훨씬 나으니까.
하지만, 마누스는 이 도움 이면에 깔려있는 정치적 성향을 이해했다.
이들은 아카데미 안쪽에서는 그저 그런 학생들이지만, 밖으로 나서면 달랐다.
한 가문의 자제들이었으며, 가문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직계가족급.
그 무게를 짊어지고 함부로 나서기엔, 이 세상이 너무도 팍팍했다.
“너희들, 그리고 선배가 함께 가는 건 버클리 가문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나 혼자 다녀오지요.”
“그것도 그런데…… 그러면 케일은 괜찮지 않을까?”
케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라도 사람이 더 있는 게 좋겠지.
마누스는 잠시 고민했다.
확실히, 그녀는 짊어지고 있는 것이 없으니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그녀 역시 카이사르랑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그러면 한 소속으로 묶어서 행동할 수 있겠지.
고민을 끝낸 마누스가 승낙했다.
“좋다. 그럼 케일만 함께 가는 것으로 하지.”
“알았어요. 혹시 몰라서 준비해 뒀는데,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출발하면 되겠군.”
마누스는 포탈로 향했다.
버클리 가문은 과연 자신을 어떻게 대해줄까.
원작 주인공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버클리 가문의 가주였다.
오죽하면 그 재능을 높이 사, 버클리 가문의 가족으로 들이려고까지 했었지.
역사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지금은 어떨까.
카이사르 마누스가 역사에 참여한 이상, 아마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
어쨌든 바로잡아야 할 것들은 바로잡아야 했다.
‘내가 저지르지 않은 과오를 청산하는 일이라…….’
생판 모르던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나,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혹시 모르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지도.
지금 전력도 괜찮겠지만,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클라리나 역시 간섭할 수 있게 된다면.
침식지대가 아닌 현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상대해야 하는 적은 탑에 있는 데몬만이 아니었다.
분명 현실에서도 그들을 위협하는 적이 있을 터다.
‘방 안에서만 살았다고 했으니 조금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마나의 힘과 다양한 치료, 마법을 병행하면 초인의 반열에 오르는 건 단기간 내에 발생할 것이다.
일단은 그녀가 다시 빛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의지가 생기게 할 참이었다.
단기간에 인간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번에도 악역이 되어야겠군.”
“네?”
“케일, 부탁 하나만 하지.”
“네. 맡겨만 주세요.”
마누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케일에게도 좋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나는 버클리 가문에서 악한 사람이 될 거다. 틀어박힌 사람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위해서.”
“그…… 기예르모 선배의 누이 이야기죠?”
“그래. 그러니, 네가 좋은 동생이 되어 주거라.”
“…….”
케일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버클리 영지로 향하는 포탈에 몸을 맡겼다.
버클리 가문의 기후는 서늘했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오크 무리가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