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 카이사르가 갖는 의미
#1
오크.
성인 남성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온몸이 근육질인 괴물.
송곳니가 툭 튀어나와, 인간이랑은 확연히 다른 인상을 주는 얼굴을 지녔다.
도구를 사용하고 한 명이 남더라도 온몸을 불사르는 전투력을 가진 종족이었다.
오크는 한번 적으로 낙인찍은 이들이 멸망할 때까지 덤벼들었다.
인간과 오크는 적대관계와 공생 관계, 그 어디쯤에 있었다.
오크들이 있으므로 인해, 인간은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고 오크는 인간들을 약탈해 식량을 얻을 수 있는 관계.
‘오크는 기본적으로 겨울철에만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많은 오크가 대낮에 설쳐?’
마누스는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확실히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긴 있구나.
기예르모가 확실하게 말해주진 않았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케일은 조용히 마누스를 바라봤다.
마누스는 그녀가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오크가 쫓고 있는 이들 중엔 아무 힘도 없는 민간인이 보였으니까.
미토스 아카데미 학생으로서, 또 제국의 귀족으로서 이런 일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법.
그러기 위해 힘을 길렀고, 제국의 신민을 지키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훈련받은 것이었으니.
“가자.”
“네.”
“내가 전위를 맡지.”
“바로 준비할게요.”
그간 맞춰온 호흡이 있었다.
두 사람은 아주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정하며 오크에게 접근했다.
수는 약 삼십 정도.
원작에서 오크는 레벨 30 정도밖에 안 되는 몬스터였다.
지금 마누스가 상대하는 데몬의 평균 레벨은 50에서 60.
파수꾼은 그보다 훨씬 강했다.
그의 눈엔 쫓기고 있는 민간인이나 뒤쫓고 있는 오크들이나 거기서 거기로 보였다.
[부여 : 폴게트라]빠지직-!
푸른 뇌전이 전신을 휘감았다.
전신에 마법의 힘이 차오르고 반응속도, 공격 속도, 동체시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제 슬슬 4클래스나 5클래스도 부여할 수 있겠군.’
그간 마투학을 자주 사용하면서 충분히 익숙해졌다.
이제는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아앙-!
뇌전을 매달며 돌진하는 마누스.
그의 등장을 알아차린 오크들이 심각하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쿠륵!”
“적이닼! 쿠륵, 준비해랔!”
자기네들 언어로 무어라 말하는 것이 보였다.
도망가던 이들 역시 걸음을 멈추고 난입한 이를 지켜봤다.
황금색 뱀이 수놓아진 망토.
뱀 반의 상징인 망토가 휘날리며 오크들을 덮쳤다.
콰르르릉-!
발을 한번 휘두르자 경로대로 전격이 튀어나왔다.
범위에 있던 오크들은 모두 통구이가 되어버렸다.
본래 3클래스란 이런 위력이었다.
직후, 케일의 마법이 날아왔다.
콰아아앙-!
넓은 범위에 작렬하는 화염 마법.
후끈한 열기가 오크들을 불살라 먹었다.
“와, 와아아-!”
“살았어! 우린 살았다!”
도망치던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마누스의 위용은 대단했다.
그 짧은 사이에 수십의 오크들을 통구이로 만들어버렸으니.
5분도 안 되는 사이, 서 있던 오크들은 튀겨지거나 구워지거나 곤죽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피난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군대가 도착한 것은 바로 직후였다.
가도 끝에서부터 말을 탄 방패 부대.
버클리 가문이 자랑하는 방패 병들이었다.
그들은 전투의 현장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말을 몰았다.
“저들과 합류해서 요새로 향하면 되겠군.”
“선배, 다친 곳은 없죠?”
“고작 오크 따위에게 다치면 안 되지.”
“그러게요. 우리…… 그사이에 엄청 강해졌나 봐요.”
케일은 제법 놀란 듯, 전투의 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순식간이었다.
탑에서는 그래도 한 무리의 데몬을 상대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렸는데, 오크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이게 바로 역체감이라는 걸까.
마누스 역시 오랜만에 강해졌다는 걸 실감했다.
불과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오크 수십은 목숨을 걸고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였으니까.
그들에게 피난민들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넙죽 인사했다.
“은인,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영주님께서 보내신 건가요?”
마누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답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하대가 나왔다.
“친우에게 볼일이 있어 왔다. 그대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요 앞에 있는 작은 마을 사람들입니다요. 갑자기 오크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본래 오크들은 겨울에만 나온다지?”
마을 사람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이놈들이 숲에서 나와 난동을 부렸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죽었지요.”
“흠…… 피난처는 어딘가.”
“펜찰 바위산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곳입니다.”
“함께 가지. 안내하라.”
그들은 거듭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병사들이 도착했다.
제일 먼저 전투 현장을 확인, 두 번째는 이방인으로 보이는 케일과 마누스에게 신원을 묻는 일이었다.
피난민들을 도와준 것으로 보였지만,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했으니.
“도움을 주어 감사드립니다. 귀하의 신원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카데미 학생이신 것 같은데…….”
“미토스 아카데미 학생들이다. 기예르모를 도우러 왔다.”
“공자님을요? 복장을 보아하니 맞는 것 같습니다만…… 혹 어느 가문의 자제분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들은 절차에 따라 매우 공손하게 물었다.
마누스는 불현듯, 이들이 카이사르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바로 적대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나은 대처일 터다.
이미 기예르모가 말해놨을 테니까.
일단 환자 상태를 보고, 가주와도 면담을 해야겠지.
목숨을 던져가며 도움을 주는 상대에게 매몰차게 대한다면, 그땐 자신이 아닌 가문이 나서 버클리 가문을 벌할 것이다.
“카이사르 가문의 둘째 공자다.”
“카이…… 이런, 실례했습니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역시 카이사르의 이름은 무겁고 힘이 있었다.
그들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숙였다.
말을 내어주며 공손하게 대하는 것만 봐도 마누스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케일은 그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
“저어…… 선배.”
“왜 그러지?”
“전 말을 못 타서요.”
“내 앞에 타면 되겠군. 체구도 작으니.”
“아…… 그, 그러면 되겠죠?”
마누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케일이 고개를 올려야 앉을 수 있는 곳이 보였다.
그녀의 뒤로 마누스가 오더니, 입을 열었다.
“실례하지. 놀라지 말거라.”
“아 넵. 앗.”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넣어 쑥 올려준 마누스.
케일은 무사히 안장에 발을 걸고 올라탈 수 있었다.
마누스 역시 그녀의 뒤쪽으로 능숙하게 올라탔다.
자연스럽게 넓은 마누스의 품에 케일이 쏙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고삐를 잡아라.”
“네, 넵.”
“준비되셨습니까? 출발하겠습니다.”
“가지.”
마누스는 천천히 말을 몰았다.
케일은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말을 느끼며 마누스에게 몸을 맡겼다.
마누스는 조용히 몸을 기대어 오는 케일이 떨어지지 않게 단단하게 붙잡아주며 펜찰 바위산으로 향했다.
참 묘한 기분이었다.
#2
“가주님.”
“무슨 일이냐.”
“지금 그람 마을에서 피난민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손님이 함께 온 것 같습니다.”
손님이라니.
당장 올 손님은 없는데.
에즈라는 그렇게 말했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 카이사르 마누스가 있었지.
“카이사르 마누스가 도착했나?”
“예. 그리고 그의 후배라는 여인도 있습니다.”
“일단 둘 다 모시거라. 손님을 인색하게 대접할 수는 없지.”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기예르모도 없으니, 더욱 조심해야겠지.
마음대로 대할 수도 없었다.
상대는 그 카이사르였으니까.
에즈라는 작게 한숨을 쉬고 갑옷 차림 그대로 응접실로 향했다.
그가 정말 버클리 가문을 도와주러 온 것이라면, 괜히 트집 잡힐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요새 안에 울려 퍼졌다.
딱딱한 인테리어는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 여기서 대기하게. 다과도 좀 내오고.”
“알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앉아 있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즈라는 깜짝 놀랐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월등히 강해진 기운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
애송이가 아닌, 노련한 마도사를 마주한 느낌.
아무것도 없었던 옛날이 아닌, 정말 한 시대를 대표할 유망주였다.
그는 조용히 마누스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반갑군. 공자. 오랜만일세.”
“반갑습니다. 가주님.”
“옆의 학생은?”
“안녕하세요. 케일이라고 합니다. 기예르모 선배를 도와주고 싶어서 왔어요.”
에즈라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봐도 선한 느낌을 주는 소녀였다.
옆에 있는 마누스와는 정반대의 느낌.
하지만, 둘은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았다.
에즈라는 자리에 앉으며 마누스를 바라봤다.
실제로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자는 카이사르의 구원군이었다.
둘이 와서 뭘 하겠다는 말은 접어두었다.
‘웬만한 군대보다 낫겠군.’
두 사람이 가진 전력은 가성비가 웬만한 군대보다 낫겠다는 것이 그의 결론.
군인도 사람이니만큼 보급에도 신경 써야 할 터다.
수십, 수백의 군대보단 둘이 먹는 양이 훨씬 적겠지.
게다가 게릴라전, 습격 전, 회전에서도 엄청난 화력을 보여줄 마법사 두 명이었다.
“이 땅에서 카이사르가 가진 의미는 상당히 부정적이지. 자네가 올 때까지만 해도 그랬네. 하지만…… 사적인 감정은 접어둘 수밖에 없겠군.”
“사적인 잘잘못은 위기가 끝난 후에 갚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알겠네. 그럼 지금부터, 그대를 공식적인 카이사르의 원군으로 인정하도록 하겠소.”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 에즈라의 눈빛에서 보여지는 원망과 증오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질책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지금은 공동의 적을 먼저 쳐야 할 때.
다행히도 그는 공과 사를 잘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누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성심성의껏 보조하겠노라고.
“카이사르 영지 역시 미지의 교단에 의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첩보에 따르면 버클리 영지 내에서도 그들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곧, 제 누이 역시 정식으로 참전할 겁니다.”
“그렇군요. 누이라면…… 인비데아 공녀를 얘기하는 거겠지요.”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즈라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 세 명의 지원군.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나아가 적들을 파멸로 이끌기엔 충분한 전력이었다.
“임무를 주시기 전에, 그녀의 상태를 봐도 되겠습니까.”
그때, 마누스의 말이 에즈라의 귓가를 간질였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던 말.
기예르모가 확신했던 말.
과연 그녀는, 변한 카이사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그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오